본문 바로가기

그리스어404

낯선 장소의 진수를 경험한 영국에서의 사흘 - 미국 허리케인 Sandy로, 국제 떠돌이 가족이 되다.3 끝. 런던 중심가에서 24km가 떨어져 있다는 영국 히드로 공항에 도착한 것은 현지 시간으로 밤 12시가 다 된 시간이었습니다. 취리히 공항에서 이미 한번의 비행기 연착을 더 겪었고, 원래 5시간으로 예정되었던 기다림은 10시간 넘었으며 그렇게 취리히 공항에서 대기하며 하루를 다 보낸 저희는, 시계사진들을 보는 것도 지겨워 기운을 다 소진해, 오늘 런던에서 잘 곳을 구해야 하는데 라는 걱정뿐이었습니다. 취리히 공항에서 기다리다 지친 딸아이 런던에서의 1박은 자비로 해결해야 했기에, 아테네에 있을 때부터 히드로 공항 근처에 있는 호텔들을 알아보고 예약을 하려 했지만, 갑작스런 미국 입국불발로 영국에서 며칠을 대기해야 하는 유럽각지의 사람들은 저희만이 아니라서, 공항 근처의 대부분 호텔은 이미 예약이 다 찬 상태.. 2013. 10. 30.
그리스 여성들이 집밥을 사수하는 방법 이민 온 첫 해, 어느 마켓에 무엇이 파는지, 그리스 가정식 요리를 어떻게 만드는지도 잘 몰라 쩔쩔 매던 저에게, 매일 당신의 집밥을 가져다 주시며 시어머님이 던진 말이 있습니다. "넌 왜 매일 제대로 된 가정식 요리를 만들지 않는 거니??" 저도 그러고 싶었지만, 이민 절차 때문에 관공서로 뛰어다니기도 바빴고 그리스 생활에 적응도 안된 저였기에 한식을 제외하고는 간단한 그리스식 샌드위치나 스파게티 정도만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요즘 자주 언급했듯, 지금은 그리스 가정식 요리들까지도 척척 만들어 매일 제대로 된 집밥을 사무실로 배달까지 해가며 가족들과 직원들까지 해서 먹이고 있는데요. 이것은 비단 요리법을 배운다고 되는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요리를 할 줄 안다고 해서 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데, 집밥.. 2013. 10. 29.
살짝 정신 줄 놓게 했던 아테네에서의 사흘 - 미국 허리케인 Sandy로, 국제 떠돌이 가족이 되다.2 아테네 베니젤로스 공항에서 셔틀 버스를 타고 40분을 달려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였습니다. 호텔 식당이 열리려면 두 시간이나 남은 상태였는데, 그러고 보니 우리는 공항에서 긴장상태로 대기하느라 새벽에 로도스 공항에서 파이를 먹은 뒤로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다행히 호텔 건너편 카페에서 샌드위치를 팔았고 따뜻한 커피와 함께 호텔방에 앉아 먹으며, 이 갑자기 주어진 2박 3일 동안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예정대로 미국에 도착했다면, 저희는 천천히 결혼식 준비를 돕기도 하고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밀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주어진 아테네에서의 2박3일은 당황스럽기 이를 데가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 2013. 10. 28.
미국 허리케인 Sandy로, 국제 떠돌이 가족이 되다.1 2012년 작년 10월, 꼭 이 맘 때였습니다. 미국 유학 중이던 막내 동생이 결혼을 한다고 했습니다. 막내 동생을 못 본 지 오래였고, 미국에서 12년째 이민 생활을 하고 있던 다른 동생을 못 본 지도 5년이나 되었던 시점이었습니다. 결국 그리스에 사는 저희가 대서양을 건너간다면, 부모님까지 모두 한 자리에 5년 만에 모이는 셈이었습니다. 당시 그리스 영주비자 확인 종이 서류는 있는데 그리스 정부 개편으로 영주권 신분증이 1년 반 넘게 나오지 않으면서, 이런 제가 미국으로 출국이 가능하다고 했다가 아니다 라고 번복 주장하는, 일 못하는 그리스 이민국의 직원 때문에 맘 고생을 많이 했었고, 결국 책임자까지 만나 가며 어렵게 미국 행을 준비했습니다. 결혼식에 입을 우리의 옷과 구두, 오랜만에 만나는 부모님.. 2013. 10. 27.
그리스 가족들을 춤추게 한 한국의 과자봉지 해외에 살면 한국의 가족에게서 온 소포는 언제나 반갑습니다. 저희 부모님도, 국제전화 너머로 부탁하는 간곡한 손녀 딸 목소리를 거절하실 수 없으십니다. "할머니이~~~두유가 먹고 싶은데 여긴 없어요~~~" "할아버지이~~~ 한국 과자가 먹고 싶은데 여긴 없어요~~~" 세 딸이 다 외국에 나가 사는데, 동생이 서운해 할 수도 있지만 근처에 대형 한국마트가 있는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그리스에 사는 저희에게, 아무래도 먹거리 소포를 보내게 되시는 부모님이십니다. 이렇게 몇 달에 한번 소포가 오는 날은 저희 집 식구들 뿐만 아니라 그리스인 시댁 가족들까지 모두 눈을 반짝이며 박스 개봉을 기대하게 되는데요. 어제 큰 박스를 뜯고 이것 저것 물건을 꺼내 정리를 하는데, 남편 매니저 씨.. 2013. 10. 25.
내가 그리스어를 가르치다니! 며칠 전부터 사촌 마사의 부탁으로 그녀에게 그리스어 문법을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그리스인 엄마를 둔 마사는 말하고 듣는 것에는 크게 문제가 없는데, 자랄 때 집안에서 그리스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 오스트리아인 아버지 쪽 가족들 때문에 문법을 배울 기회가 전혀 없었습니다. 동사 변화와 시제 변화가 많은 그리스어의 문법을 잘 모르다 보니 말을 하다가도 잦은 실수를 하게 되었고, 그리스에서 일자리를 찾기 위해서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결국 자존심을 버리고 저에게 부탁을 해 온 것입니다. 아무리 제가 그리스어 문법을 이곳에서 장기간 교수님께 배워 간간히 번역 일을 하고 있다고는 하나, 한국인에게도 아닌, 반쪽은 그리스인인 그녀의 이러한 요청을 수락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직도 그리스어에 대해 부족한.. 2013. 10. 25.
마피아를 방불케 하는 그리스인들의 지독한 가족애 지난 토요일은 제게 무척이나 길었습니다. 예기치 않게 가문의 많은 사람들이 뒷집 시부모님 댁으로 몰려와 토요일 늦은 점심을 같이했습니다. (제가 가족 혹은 친척 이런 표현을 쓰지 않고 가문이란 말을 쓸 때는 그 인원이 상당하다고 보시면 좋을 듯 해요.) 이유는? 친척 고모님 한 분께 좀 어려운 일이 생겼는데, 그것을 함께 도와줄 방도를 찾겠다고 급 소집 된 것이지요. 이럴 때마다 저는, 제가 영화에서나 보던 마피아 집안으로 시집을 온 것인가, 잠시 착각을 합니다. 모두 심각하게 모여서 먹고, 와인과 다과를 하며 수십 명이 뱉어내는 자욱한 담배 연기, 심각한 대화가 오고 가는... 여기서 잠깐! 마피아의 근거지 이탈리아 시칠리아 지역엔 현재에도 그리스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요. 그리스인들과 이탈리아 마피아.. 2013. 10. 22.
한국인들의 ‘진격’이란 단어에 대한 당연한 두드러기 저는 특별한 정치적 의미 없이 이 단어를 썼습니다. 그냥 흔하게 사용되는 단어들을 쓰는 것처럼 새 고양이의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서 갖다 붙인 단어인 것이지요. 그런데 국민 정서는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나 너도 나도 유행처럼 사용하던 이 단어에 대해서, 이 작가가 우익 문제 작가로 드러나니 두드러기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저는 이 작가의 작품이 그렇게 재미있다고 유행했을 때에 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작가의 프로필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고 관심도 없었습니다. 제가 좀 그렇습니다. 재미있다고, 좋다고 모든 주변인이 아무리 얘기를 해도, 제 마음이 동하지 않는 일이나 이성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한 발도 들여놓지 않고, 내키지 않는 물건은 국민 아이템이어도 사지 않는 아주 .. 2013. 10. 21.
이민호 덕에 혼자 한글을 깨친 그리스 아주머니 한달 반 만에 디미트라 양과 한국어 수업을 재개했습니다. 그리스는 새 학년이 시작되며, 디미트라 양 직장인 대형서점은 참고서와 새 학년 준비물을 준비하는 손님들로 꽉 차 야근이 반복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이 그간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누군가와 한국어로 이야기를 나누고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 만으로도, 수업 후에 마음이 막 시원해지곤 하기 때문입니다. 디미트라 양의 집에 들어서니 그녀 어머니 이로Ηρώ 아주머님께서 저와 딸아이를 반겨주셨습니다. (감사하게도 딸아이가 보고 싶다고 굳이 같이 오라고 하셨던 이로 아주머님이십니다.) 언제나처럼 제 기호에 맞는 따뜻한 커피가 내려져 있었고, 쿠키와 초콜릿이 가지런히 놓인 접시도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업을 하려고 막.. 2013. 10. 19.
한국어와 그리스어의 합성신조어를 사용하는 그리스인들 그리스인들은 관광국에 사는지라 다른 언어를 접할 기회가 많아, 처음 들어 보는 언어를 접할 경우 대개 그 언어의 "안녕하세요?" 정도의 인사말은 배우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에 그런 호기심 넘치는 그리스인들을 보며, 저는 도대체 알아서 뭘 하려고 이런 질문들을 하나 싶을 때가 많았는데, 한국에는 관심도 없으면서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가 무엇인지 알려고 하는 게 좀 황당하기도 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들의 이러한 외국어에 대한 자연스런 관심 때문에 제 주변엔 영어는 물론이고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인근 유럽국가의 간단한 기본 회화 정도는 구사할 줄 아는 그리스인들이 참 많습니다. "어떤 땐, 제가 독일어나 이탈리아어 간단 회화를 모르다는 사실이 불편하게 여겨지니 참 말도.. 2013. 10. 17.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이 놀이, 알고 보니 지구촌 놀이였어?! 저는 얼마 전, 미국에서 소포를 하나 받았습니다. 바로 이웃 블로거이신 이방인 님으로부터 온 소포였는데요. 아마 이방인 님의 블로그(http://strangerca.tistory.com)를 구독하시는 분들은 이미 알고 아시겠지만, 제가 그분 블로그 이벤트에 당첨되면서 이벤트 선물과 자필 편지를 제게 보내주신 것입니다. 사실 진작 소포의 내용물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워낙 이방인 님이 인기 블로거이시기에 제가 이 선물을 자랑하는 것이 이방인 님의 다른 애독자 님들에게 아쉬운 마음이 조금이라도 들게 만들까 싶어서 자랑하지 않고 꾹 참고 있었는데요. (여전히 소포 내용물에 대해서는 저 혼자만 알고 있을 생각이랍니다. 소포를 받고 많이 좋아서, 감동이 물결쳤었기 때문에 그 기분을 혼자 간직하고 .. 2013. 10. 16.
한국처럼 손자 손녀를 만나면 돈을 주는 그리스 문화 일요일 저녁, 딸아이와 월요일에 있을 수학(산수) 시험공부를 하는데, 눈에 들어오는 문제 하나가 있었습니다. Ο παππούς έδωσε στο Στέφανο για γιορτή του 50€ και η γιαγιά 25€. Πόσα χρήματα πήρε συνολικά ο Στέφανος; 할아버지는 스테파노스에게 명명축일(이름날) 선물로 50유로를 주었고 할머니는 25유로를 주었습니다. 스테파노스가 받은 돈은 총 얼마인가요? 그렇습니다. 그리스 문제집 지문에서 손자가 축하 받을 일이 있다고 50유로(한화 약 75,000원)를 주는 할아버지에 대해 예를 들 정도로, 그리스 조부모들은 한국의 조부모들처럼 손자 손녀를 오랜만에 만나거나 특별한 날이 되면, 돈을 손에 꼭 쥐어줍니다. 저는 이런 문화를 처음.. 2013. 10.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