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에서12 그리스인 남편 덕에 엄청 특이해진 어느 크리스마스 휴가 몇 년 전 크리스마스 때 오스트리아 고모님 댁으로 휴가를 갔을 때, 저는 나름 기대했던 일들이 있습니다. 비엔나 벨베데레 갤러리에 걸린 클림트의 대표작 '키스'를 보러 가고 싶었습니다. 클림트의 다른 대표작들은 볼 기회가 있었는데, 이 작품만은 직접 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비엔나 벨베데레 겔러리에서 클림트의 키스를 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아니면 모차르트의 흔적을 따라가거나, 학생들이 하는 연주회라도 좋으니 음악의 도시에서 열리는 클래식 음악의 연주회를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리스에도 전국적으로 클래식 연주회나 특별 작가 초대전이 큰 겔러리에서 열릴 때가 많지만, 그리스는 역사적 특성상 고대 유물에 관한 전시회나 다양한 극장 연극을 볼 기회가 훨씬 더 많기에, 이왕 음악과 예술의 도시 비엔.. 2013. 12. 24. 크리스마스트리에 전구 대신 진짜 초를 달다니. 몇 해전 겨울, 저희 가족은 감사하게도 오스트리아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 해 여름에 사촌 마사가 저희 집에 여행 와 머물게 되면서, 고모님은 내심 당신 딸을 먹이고 재워준 제게 고마우셨던 것 같습니다. 놀러 오기만 하면 편하게 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성화셨고, 늘 음악과 예술의 도시 오스트리아 비엔나(빈)에 한번 가보고 싶었던 저는 감사하게 그 초대에 응하게 되었습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시청 앞의 크리스마스 마켓입니다. (프랑스, 독일, 체코 등의 크리스마스 마켓과 함께 크리스마스 시즌의 볼거리로 유명합니다.) 주차가 어려운 시내 안쪽은 지하철을 탔어요. 그리스 로도스에서 비엔나까지는 약 2시간 30분 정도 비행시간이 소요되니 크게 먼 거리는 아닙니다. 관광시즌인 여름엔 로도.. 2013. 12. 11. 하와이에서 물미역과 혼연일체가 되었던 나의 과거 하와이에 계시는 독자님께서 고마운 댓글을 남기셔서 어제 답글을 쓰는데, 불현듯 오래 전 하와이에서의 일이 떠올랐습니다. 이제 애독자님들이시라면, 제가 웃픈(웃기고도 슬픈) 사건들을 다수 겪었다는 것을 아실 듯 한데요. 이때의 일도 그런 사건의 패턴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사건이었습니다. 때는 2002년 겨울, 제 일생에 기적처럼 하와이에 갈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어찌어찌 큰 돈 들이지 않고 갈 수 있었던 기회라 덥석 가기로 결정하긴 했는데, 당시의 제 모습이 사실 하와이에 휴양을 하기에 적합한 모습이 아니었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당시 저는 하던 일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가까운 인간관계에서 역시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땐 스트레스를 받으면 밥 종류의 탄수화물이나 매운 음식을 아무.. 2013. 11. 23. 낯선 장소의 진수를 경험한 영국에서의 사흘 - 미국 허리케인 Sandy로, 국제 떠돌이 가족이 되다.3 끝. 런던 중심가에서 24km가 떨어져 있다는 영국 히드로 공항에 도착한 것은 현지 시간으로 밤 12시가 다 된 시간이었습니다. 취리히 공항에서 이미 한번의 비행기 연착을 더 겪었고, 원래 5시간으로 예정되었던 기다림은 10시간 넘었으며 그렇게 취리히 공항에서 대기하며 하루를 다 보낸 저희는, 시계사진들을 보는 것도 지겨워 기운을 다 소진해, 오늘 런던에서 잘 곳을 구해야 하는데 라는 걱정뿐이었습니다. 취리히 공항에서 기다리다 지친 딸아이 런던에서의 1박은 자비로 해결해야 했기에, 아테네에 있을 때부터 히드로 공항 근처에 있는 호텔들을 알아보고 예약을 하려 했지만, 갑작스런 미국 입국불발로 영국에서 며칠을 대기해야 하는 유럽각지의 사람들은 저희만이 아니라서, 공항 근처의 대부분 호텔은 이미 예약이 다 찬 상태.. 2013. 10. 30. 살짝 정신 줄 놓게 했던 아테네에서의 사흘 - 미국 허리케인 Sandy로, 국제 떠돌이 가족이 되다.2 아테네 베니젤로스 공항에서 셔틀 버스를 타고 40분을 달려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였습니다. 호텔 식당이 열리려면 두 시간이나 남은 상태였는데, 그러고 보니 우리는 공항에서 긴장상태로 대기하느라 새벽에 로도스 공항에서 파이를 먹은 뒤로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다행히 호텔 건너편 카페에서 샌드위치를 팔았고 따뜻한 커피와 함께 호텔방에 앉아 먹으며, 이 갑자기 주어진 2박 3일 동안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예정대로 미국에 도착했다면, 저희는 천천히 결혼식 준비를 돕기도 하고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밀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주어진 아테네에서의 2박3일은 당황스럽기 이를 데가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 2013. 10. 28. 미국 허리케인 Sandy로, 국제 떠돌이 가족이 되다.1 2012년 작년 10월, 꼭 이 맘 때였습니다. 미국 유학 중이던 막내 동생이 결혼을 한다고 했습니다. 막내 동생을 못 본 지 오래였고, 미국에서 12년째 이민 생활을 하고 있던 다른 동생을 못 본 지도 5년이나 되었던 시점이었습니다. 결국 그리스에 사는 저희가 대서양을 건너간다면, 부모님까지 모두 한 자리에 5년 만에 모이는 셈이었습니다. 당시 그리스 영주비자 확인 종이 서류는 있는데 그리스 정부 개편으로 영주권 신분증이 1년 반 넘게 나오지 않으면서, 이런 제가 미국으로 출국이 가능하다고 했다가 아니다 라고 번복 주장하는, 일 못하는 그리스 이민국의 직원 때문에 맘 고생을 많이 했었고, 결국 책임자까지 만나 가며 어렵게 미국 행을 준비했습니다. 결혼식에 입을 우리의 옷과 구두, 오랜만에 만나는 부모님.. 2013. 10. 27.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이 놀이, 알고 보니 지구촌 놀이였어?! 저는 얼마 전, 미국에서 소포를 하나 받았습니다. 바로 이웃 블로거이신 이방인 님으로부터 온 소포였는데요. 아마 이방인 님의 블로그(http://strangerca.tistory.com)를 구독하시는 분들은 이미 알고 아시겠지만, 제가 그분 블로그 이벤트에 당첨되면서 이벤트 선물과 자필 편지를 제게 보내주신 것입니다. 사실 진작 소포의 내용물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워낙 이방인 님이 인기 블로거이시기에 제가 이 선물을 자랑하는 것이 이방인 님의 다른 애독자 님들에게 아쉬운 마음이 조금이라도 들게 만들까 싶어서 자랑하지 않고 꾹 참고 있었는데요. (여전히 소포 내용물에 대해서는 저 혼자만 알고 있을 생각이랍니다. 소포를 받고 많이 좋아서, 감동이 물결쳤었기 때문에 그 기분을 혼자 간직하고 .. 2013. 10. 16. 911테러 때 내가 미국에서 겪은 이상한 난민 생활 2. 끝. 시카고 아주머님 댁에서 지낸 지 사흘 째 날이 밝았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행색은 점점 이상해져 갔는데요. 샤워를 한번 하려 해도 한 두 시간 차례를 기다려야 할 만큼의 인원이었기 때문에 씻는 것도 대충할 수 밖에 없었고, 가방 안에는 열흘 미국 일정 동안 입었던 구겨지고 세탁하지 못한 정장들만 잔뜩 들어있어, 대부분 일행들은 시카고에 도착하기 열 시간 전, 버스를 탈 때 입었던 장거리 비행을 위한 트레이닝 복에 가까운 복장으로 나흘을 버티고 있었습니다. 결국 냄새 나는 것을 견디지 못한 사람들은 집주인 아주머님의 아들이 고등학교 때 입다가 버리려고 놔둔 살짝 구멍 난 바지, 소매가 늘어나고 빛 바랜 후드 티 등을 얻어 입게 되었습니다. 세탁기를 쓰라고는 하셨지만 속옷만 겨우 여자 것 따로 남자 것 따.. 2013. 9. 12. 911테러 때 내가 미국에서 겪은 이상한 난민 생활 1 2001년 9월 11일, 제 인생에는 또 하나의 기묘한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 날은 약 스물 다섯 명 정도의 동료들과 열흘 가까이 미국 여러 곳을 돌며 세미나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려던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버스가 시카고 오해어 공항(Chicago Ohare Airport)에 거의 도착했을 때쯤, 운전 기사는 갑자기 라디오 볼륨을 높였고 여성 앵커의 울먹이는 속보가 버스 전체에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비행기 납치, 뉴욕 세계 무역 센터, 빌딩 붕괴, 폭발 등의 단어가 끊어지듯 들렸고 버스는 공항으로 들어서지 못하고 갓길에 주차되었습니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갈 비행기를 타기 위해 출국 수속을 해야 할 시간에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가이드는 사건의 전말을 저희에게 전해 주며 공항이 2차 비행기 납치.. 2013. 9. 11. 이집트 사태가 빚은 현상, 이집트인에게 직접 들어보니! 이집트 유혈사태는 사실 예견된 일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이집트 정부의 불안한 행보를 시작으로 현재의 군부가 들어서며 예견된 수순이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까지 잔인하게 군부가 민간인을 대량학살하는 일이 국제 사회에 또 다시 벌어졌다는 것은 이유를 막론하고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국제 이집트 유혈사태 사망자↑…'실탄 사용' 지시 기사입력시간 2013.08.16 21:14:39 최한성 | hsforyj@obs.co.kr 【앵커멘트】 이집트 시위대 무력진압에 따른 공식 사망자 수가 600명을 넘어섰습니다. 하지만 이번 유혈사태를 야기한 과도정부는 전 경찰에 실탄사용까지 지시했습니다. 최한성 기자입니다. 【리포터】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의 복귀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다 군.. 2013. 8. 17. 베트남에서 날아온 축전, 그리고 사건 일지 베트남에서 날아온 기분 좋은 축전, 그리고 사건 일지 SNS에 다음 주 발행 글에 사용할 예전 사진을 뒤지러 들어갔다가, 뜻밖의 축전 하나를 확인했습니다. 생일 축하해. 올리브나무. 너에게 행운이 함께하길. 네가 많이 그립다. 널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 고마와. 친구야. 나도 너랑, 너희 가족들, 네 누나가 해주었던 조개양념 구이, 호치민..모두 그리워. 매니저 씨도 그렇대. 우리 언제 다시 꼭 놀러갈게. (제가 쓴 댓글입니다.) 그 축전 덕에 이 베트남 친구와 처음 만났던 때부터 몇 차례의 호치민 출장과 여행들을 오랫만에 떠올리게 되었는데요. 추억 돋는 당시 사진들 (불과 5 년 전인데...누구세요? 나...그리스에서 고생 너무 많이 한 거야??) 저는 대개 출장이든 여행이든 일단 해외로 나갔다.. 2013. 5. 11. 봄이면 찾아오는 5천 피트 상공에서 뛰어내렸던 추억 봄이면 찾아오는 5천 피트 상공에서 뛰어내렸던 추억 2004년 3월, 꼭 이 맘 때, 저는 5천 피트 상공에서 뛰어내렸습니다. 그 기분은 몹시 충격적이어서, 해마다 봄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옵니다. 그 일은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벌어졌습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그 즈음 한 기업과의 연계업무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던 저와 동료들에게 파격적인 인센티브 여행이 주어졌는데, 그게 바로 호주였습니다. 여행을 가기 전, 스케줄을 살펴보니 골드코스트와 브리즈번, 시드니로 골고루 도는 여행이었고 프로그램도 알차서 시드니에서 오페라를 보고 하버 브리지를 등반하고 골드코스트에서는 리조트에서 제트스키와 요트를 타거나 스쿠버다이빙을 하며, 나름의 자유시간도 주어지는 고급형 여행이었습니다. 그 때까지 그런 고급 여행을 가 .. 2013. 3. 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