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통과 독백93

사람을 읽는다는 건 고흐의 그림을 보면서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상상의 세계를 넘나듭니다. 아름다운 프랑스 남부 바닷가 앞에서 그림을 그리던 그는 어떤 표정이었을까, 어깨는 움츠리고 있었을까, 옷소매에 유화물감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을까, 그림을 그리며 자화상에 표현된 턱수염을 한 번씩 쓱쓱 문질렀을까, 우울감으로 고통스러워하던 순간엔 어떤 눈빛을 하고 있었을까.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사람이 남긴 그림들을 보며 그를 짐작해볼 뿐입니다. 그런데 일상에서나 상담소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비슷합니다. 이미 만났고 상담심리를 배우는 과정에서 다양한 상담학 이론과 치료적 기법을 배우며 사람의 비언어적 표현을 읽어나가기 시작했음에도 '한 개인을 안다라고 나는 말할 수 있는가?' 자문한다면 '아니다' 대답하게 됩니다. '온전히까지는 아니.. 2025. 2. 16.
누군가는 아직도 안녕하세요? 꿋꿋한올리브나무입니다. 그 사이 티스토리 포멧도 많이 바뀌어서 로그인을 하고 여기까지 인증에 인증을 거듭했네요. 드디어 깜빡이는 커서를 열심히 오른쪽으로 밀어내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몇 년이 지났을까요? 어제, 오늘 이곳을 방문한 분들의 숫자를 보며 깜짝 놀랐습니다. 누군가는 아직도 이곳을 방문해서 글을 보고 계시는구나. 누군가는 아직도 답글을 써주시는구나. 놀랍고 감사한 일입니다. 그간의 일들 세월만큼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가장 최근 있었던 일은 마리아나가 만 18세가 되었고 어려움이 컸던 코로나 기간에 사춘기를 보내고 폭풍이 몰아치던 고3을 끝으로 지난 달 대학생이 되어 독립을 해 살게 된 일입니다. 이과였던 마리아나는 약학과에 입학해 다른 도시에서 혼자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밥을 .. 2023. 11. 8.
그때의 나를 소환할 순 없지만 오랜만이에요! 가슴이 두근두근 거립니다. 그간 얼마나 글을 쓰고 싶었는지, 얼마나 긴 시간 망설이고 뜸들이다 블로그를 다시 정비하기 시작했는지, 긴장감에 키보드를 두드리다 말고 손가락을 오므렸다 폈다를 반복해 봅니다. 지난해 7월 글이 마지막이 되었던 건, 그후 제가 입원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조산기가 있어 의사가 누워만 지내라 했는데 제가 잘 누워 있지만 못해서 일까요. 결국 출혈이 있어 입원을 해야 하는 지경이 되었지요. 입원해 있는 동안 제 병실은 인터넷이 잘 되지 않는 곳이었기에, 그저 누워서 지속적인 검사를 거듭하며 참 많은 생각을 했었답니다. 세상과 단절된 시간이 멈추어버린 것 같은 그런 기간이었지요. 아이들, 아이 둘. 그리고 드디어 지난해 10월 2일 둘째 희아가 태어났습니다. 건강하고 아.. 2016. 11. 8.
드디어 끝났다! 여러분! 저를 오래기다리셨지요? 몇 개월간 블로그에 접속조차 못 했더니, 티스토리 아이디가 휴면 상태에 들어가 있더라고요... 도대체 무슨 그리 바쁜 일이 있다고 댓글 승인도 안 하고 이리 오랜 시간 소식도 전하지 못 하고 있나, 궁금해하고 걱정하시는 분들의 많은 댓글이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실은 제게 아주 큰 일이 생겼답니다! 지난 글에서 몸이 몹시 아팠었다는 소식을 전했었는데,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알게되었지요. 저희 가정에 둘째 아이가 찾아온 것입니다! 소수의 블로그 지인분들은 알고 계셨듯... 실은 그간 몇 년 동안이나 둘째 아이를 기다려왔었는데 잘 생기지 않았었어요. 병원을 꾸준히 다녔었지만 나이가 있고 몇 년 전 수술도 했었기에 쉽지 않은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속상해하고 있었어요... 2015. 5. 14.
착각보다는 보상 이번 달 들어 감기가 두 번째입니다. 며칠 째 갖은 처치를 해 보아도 오늘 아침 또 38도로 열이 올랐습니다. 평소 자주 아프진 않는 편인데, 이번 달은 제 에너지를 소진하고도 남을 만큼 좀 버거운 시간들을 보낸 여파가 크구나 싶습니다. 늘 그렇듯 그리스의 연말 연시는 가족들의 모임이 끊이질 않는 때였고, 시부모님을 중심으로 치러지는 그 모임들은 집안 대청소부터 마지막 수십 개의 설거지까지 몸 쉴 틈 없이 이어졌습니다. 새해 연초만 지나면 괜찮겠구나 버티던 찰나, 외시할머님, 그러니까 남편의 외할머님이 심장에 문제가 있어 급히 입원을 하시게 되었고 1주일만에 겨우 안정되어 퇴원을 하셨지만 이전처럼 혼자 지내시는 것은 불안하여서 당분간 저희 집에 지내시게 되었습니다. 바로 뒷집인 딸인 시어머님 댁이 아닌,.. 2015. 1. 31.
그리스에서 소식을 전합니다! 안녕하세요? 올리브나무입니다. 많은 분들이 안부와 인사를 남겨 주셨는데, 한참 만에 소식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그간 제겐 또 한 명의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친구가 생겼습니다. 휴대폰 요금제 변경 때문에 사무실 근처 대리점에 들렀다가 그곳 직원이 전산 상의 제 이름을 보더니 "한국인이세요?" 라며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 저를 기함하게 했었는데, 독학으로 한국어를 공부하며 아쉬워했던 그녀는 진심으로 한국어를 배우길 원했고, 그렇게 함께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제 시간 형편 상 다른 제자를 받는다는 것이 꼭 반길 일은 아니었지만 한국어로 한국에 대해 공부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수업시간이 제겐 도리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장이 되어 왔기에 새로운 친구와의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친구와의.. 2014. 12. 26.
준 것과 받은 것 준 것과 받은 것 제가 늘 잘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었습니다. 몇 년이 지난 후에 '그 때 참 고마웠었다'고 다시 찾아와 이야기 하는 지인들을 보며 그런 저의 정체성에 대해 의심해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어떤 계기로 전반적인 저의 재정에 대해 점검하며 세밀하게 기록하기로 마음 먹었고, 좀 새로운 시스템으로 돈의 출납뿐만 아니라 물건으로 주고 받은 것까지 매일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10 렙따(유로화10센트의 그리스어 표현=약140원)까지도 빠짐없이 기록했고, 커피 한잔, 토스트 하나를 대접 하거나 받은 것까지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불과 몇 주 기록하지 않아서 저는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가 저에 대해 늘 잘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사실일지 모르나, 놀랍게도 저.. 2014. 11. 3.
깨닫지 못 하고 여기까지 와서, 돌아보니 그리스어에는 할라라(Χαλαρά), 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쩜 어감이 그리 뜻과 어울리는지 '느슨한, 헐렁한' 이란 뜻의 이 단어를 생각하며, 저는 오늘 애써 할라라 한 마음을 갖고 글을 쓰려고 차분히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 길지도 않은 안부를 전하는데 다섯 번을 끊어서 다시 써야 했을 만큼, 제게 긴 시간이 없었던 탓입니다... 도대체 올 여름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거의 4개월 정도가 통으로 날아가버린 기분이 듭니다. 살며 이런 적이 몇 번인가 있었는데 열중했던 시간에 대한 결과물이 있다면, 분명 잃은 것들도 있었기에... 저는 일들이 마무리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심호흡을 크게 하며 혹시 중요한 것을 놓쳤을까 잠시 뒤를 돌아보고 있습니다. 마무리 되는 그리스의 여름 시즌, 변덕스런 날씨 그.. 2014. 10. 7.
그리스에서 여러분께 안부 전해요! 토요일에도 글을 올리려고 시도했다가 결국 다 쓴 글을 편집 할 시간이 없어서 아직 발행을 못 하고 있는, 염치 없이 공사다망한 올리브나무 씨입니다. 마리아나는 무사히 개학을 했는데, 최근 크게 신경 쓸 일들이 있다보니 차일 피일 댓글도 못 쓰고 글 발행도 못 하고 있네요. (덕분에 살은 계속 쭉쭉 빠져 옷들이 다 커지는 것을 보면, 역시 맘고생이 최고의 다이어트인가보네요!) 그래도 이번 주엔 마리아나의 학원이 모두 새롭게 시작되니 제게도 좀 더 제 시간이 주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작업도 비롯해 업무도 바쁘고 신경 쓸 일이(사실은 크게 스트레스 받았던)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무래도 마리아나가 형제가 없는 아이라 엄마에게 껌처럼 붙어 있는 시간이 더 많아 여름 내내 더 정신이 없었던 듯 하네요. 특히.. 2014. 9. 15.
미묘한 차이를 깨닫고 인정하고 나니 언젠가 밝힌 적이 있듯이 저는 완벽한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평소 실수하지 않으려고 무척 애를 쓰는 편입니다. 이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약간의 완벽주의, 약간의 강박에 여전히 시달릴 때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남에게보다도 제 자신이 저지른 실수에 대해 참 관대하지 못 한 편인데요. 그런 점은 자책으로 이어지기가 쉽습니다. 최근 잘 모르는 사람과 누가 잘못 했나 시비를 가려야 하는 어떤 사건이 있었는데, 그리스에 와서 이런 일로 엮인 적도 없었고 일 때문에 내부가 아닌 외부와 골치 아픈 사건에 연루된 적도 없었기 때문에 이번 일은 제게 상당한 스트레스를 주었습니다. 제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그 사람이 이상한 사람인데 잘못 걸렸다는 식으로 저를 위로했지만, 그렇게 넘어가기에는 마음에 돌덩이를 얹은 것.. 2014. 9. 1.
그리스의 더위와 일 때문에 내 몸이 잃은 것과 얻은 것 한국은 더위가 한풀 꺾였다고 들었는데, 그리스는 아테네를 비롯하여 여전히 40도를 웃도는 곳이 많습니다.(오늘도 로도스는 바람 한 점 없이 낮 기온 41도를 유지했었습니다.) 작년엔 관광객들이 10월말까지도 바다에 들어갈 수 있었을 만큼 더위가 길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그리스는 아직 여름이 한참 남은 셈입니다. 그리스인들 중 관광업과 관련이 전혀 없는 직종의 종사자들은 그래도 1~2주 휴가를 떠나기도 했던 요즘이지만, 저희나 주변 회사, 상인들은 다들 간접적으로 관광과 관련이 있는 직종이기 때문에 여름 휴가는 기대하기가 어려운 지경입니다. 이런 그리스의 더위와 밥을 먹을 수 없을 만큼 과도한 업무, 블로그 글쓰기에 비해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책 작업, 그리고 이런 저런 맘 고생을 했던 사건들 덕에 이 여름.. 2014. 8. 24.
그리스에서 몇 년을 고민했던 문제가 이렇게 결론이 나다. 마리아나에 관한 글을 거의 다 써 편집을 앞 두고 있었던 어제, 글을 발행하자니 마치 꼭 할 일을 하지 않은 듯 한 석연치 않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지난 주 제게 문제들이 있다고 밝힌지 얼마 되지 않아 그 문제들 중 몇 가지가 일단락이 되었고, 이번 일은 제 인생 전체를 두고도 오래 기억에 남을 일들이라 글로 마무리 하고 넘어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썼던 마리아나 이야기는 일단 보류하고 하루를 더 보낸 후, 지난 주 제게 있었던 커다란 일들에 대한 이야길 이렇게 먼저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 내 가치관에 위배되는 유혹은 그렇게 찾아왔다. 작년 초에 제가 쓴 글 중에 '인종차별에 의해 자격증 시험에서 두 번 떨어진 이야기'가 있습니다. (관련글 : 2013/02/07 - 인종차별의 끝.. 2014. 8.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