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의 한국93 내가 너의 효자가 되어줄게(feat.효자손). 한국어 교재에서 이 부분을 학생들에게 가르칠 때 저는 '효자'가 무엇인지부터 설명하곤 합니다. 그리고 대나무로 만든 이 전통 효자손이 얼마나 내구성이 좋고 쓸모가 있는 물건인지 말해 줍니다. 학생들은 저마다 자신의 나라에 비슷한 물건이 있는지 잠시 생각해 보고 서로 의견을 나눕니다. 저희 집에는 14년 전 그리스로 이민을 올 때 친구가 준 한국의 대나무 효자손이 하나 있습니다. 이 효자손은 긴 세월을 망가지지도 않고 잘 쓰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날부터 더 이상 우리 등을 시원하게 해 주는 일이 아닌 다른 일을 하고 있는데요. 겨울이면 털이 길어서 북실북실한 막스는 저렇게 매니저 씨가 효자손으로 긁으며 빗질을 해 주면 저렇게 가만 앉아서 행복해 합니다.일찌감치 중성화를 한 막스의 털을 긁어 주며 매니저.. 2025. 2. 28. 그리스에서 1년만에 먹은 ‘남이 해준 한식’의 부작용 아테네로의 짧은 주말 출장이었지만, 가기 전부터 단 하나 저를 설레게 했던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남이 해준 한식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간 아테네에 무수히 갔건만, 늘 일만 보고 돌아오거나 머문 장소가 한식당과 거리가 멀어 들를 여유가 없거나 였습니다. 작년 7월에 한국에 다녀왔었으니 엄밀히 말하면 14개월 정도를 제가 만든 한국음식 외에는 한식이라고는 접시 귀퉁이도 볼 수 없었고, 알다시피 그리스인들의 '요리 후에도 음식 냄새가 집에서 나면 안 되는' 민감한 후각들 덕에 그리스인들이 자주 드나드는 저희 집에서 만들 수 있는 한식은 한계가 있었습니다. 된장찌개나 김치 등, 한식을 모르는 그리스인들이 맡으면 낯설고 향이 강한 음식에 대해서는 특히 조심할 수 밖에 없었고 더욱이 두부콩도 구할.. 2014. 10. 15. 그리스에서는 갈 수 없는 찜질방에 대한 딸아이의 해소법 한국에 사는 동안엔 딸아이는 어렸고, 손발에 늘 열이 많은 편인 엄마를 둔 탓에 찜질방에 갈 기회가 많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기억할 수 있는 한국에서의 몇 번의 찜질방 행은 그 아이에게 큰 기쁨과 추억을 주었던 듯 합니다. 그리스에 살면서 한번씩, "엄마! 우리도 찜질방 가고 싶다. 그치요?" 라고 동조를 구하는 눈빛으로 묻곤 하니까요. 도대체 뜨뜻하게 지지는 것을 좋아하기엔 어린 나이에 경험했던 찜질방의 무엇이 그리 좋았을까, 궁금했던 저는 딸아이에게 진지하게 되물었습니다. "넌 찜질방에 왜 그렇게 가고 싶은데?" "그건...이렇게 말 한다고 엄마, 나 놀리지 말아요. 사실은, 찜질방 달걀이랑 미역국이랑 식혜랑...그런 게 정말 정말 맛있거든요! 그리고 안마 의자도 재미있어서 좋아요!!! 근데 .. 2014. 9. 19. 추석 앞두고 한국 상담원과의 통화, 역시 감동! 한국에 살 때는 한국의 전화 상담원들이나 서비스직 종사자들이 얼마나 친절한지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감사함도 적었고, 어쩌다 좀 불친절한 서비스직 종사자를 만나면 '저래서 저 일을 계속할 수 있으려나' 걱정까지 되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을 떠나 그리스에 살면서, 나름 관광국인 그리스라 관광업인 호텔이나 식당, 카페, 일반 상점, 쇼핑몰 등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비교적 친절하게 대하는 편이지만 관광객과는 거리가 먼 은행 등의 전화 상담원 들이 한국에 비해 턱없이 딱딱한 말투를 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퉁명스럽기로서는 그리스 전체 직종에서 최고인 그리스 공무원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특히 은행 등의 일반 전화 상담원 들의 말투를 듣고 있자면 한결같이 하나같이 딱딱하고 사무적이기만 해서.. 2014. 9. 3. 그리스인 남편이 한국에서 여름이면 무섭다고 생각했던 것 한국은 여름만 되면 납량특집을 이런 저런 형태로 심심치 않게 TV에서 보여주지만, 좀비 미드도 아무렇지 않게 보는 동수 씨가 그런 것을 무서워할 리가 없습니다. 도리어 신나하며 납량특집극을 보았었지요. 그렇다면, 좀처럼 겁도 없고 도리어 남 놀라게 하길 좋아하는 그리스인 동수 씨가, 도대체 한국에 살면서 여름을 보낼 때 "난 한국 여름에 이런 것이 정말 무섭다!" 라고 말했던 것은 무엇일까요? 다름아닌 바로 한국의 모기와 매미입니다! 사실 곤충으로 치자면 일반적으로는 여름이 건조하고 환경이 비교적 깨끗한 그리스의 곤충들이 한국의 곤충에 비해 더 활동이 활발한 편입니다. 특히 로도스는 공기가 깨끗한 편이라서 각종 크기의 거미들이 얼마나 자주 거미줄을 만드는지 1주일만 베란다 같은 곳을 청소하지 않는다면 쉽.. 2014. 8. 13. 한국 음악 덕에 참 이상했던 그리스 친구들과의 드라이브 어제였던 토요일 저녁 한 바탕 손님을 치르고 나니, 오늘 오후에는 남편도 일이 있어 외출을 해서 저는 정말 간만~~~에 한가했습니다.때마침 사진 작가인 갈리오삐가 전화가 와서 촬영 차 이곳 저곳을 가려는데 함께 가지 않겠냐고 물었고, 그렇게 저와 딸아이, 디미트라, 갈리오삐는 여기 저기 들러 사진을 찍고 커피와 식사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늘은 사진 속의 갈리오삐의 머리가 이렇게 날릴 정도로 바람이 무척 많이 불었습니다. 차를 마시는 동안 두 친구는 물었습니다. 만약 한국에서 그리스인으로서 몇 개월이라도 살게 된다면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에 대해서 말이지요. 저는 한국에 살 때 외국인 친구들로부터 들었던 이런 저런 경험들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한국 이름'에 관한 이야기가.. 2014. 7. 14. 낯선 한국어 표현에 당황한 그리스의 마리아나와 갈리오삐 그리스인 친구 갈리오삐는 혼자 큰 고민에 빠졌다고 했습니다. 한국어 숙제를 하다가 이런 한글 지문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꽃차를 자주 마십니다. 꽃차는 입으로만 마시는 차가 아닙니다. 눈으로 마실 수도 있습니다. 맛도 좋고 색깔도 예쁘기 떄문입니다. (중략) 이 지문은 어떤 이가 '꽃차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쓴 내용인데, 한국인이라면 정식으로 배우지 않았더라도 차나 다예, 다도 등의 문화에 대해 한번쯤은 TV를 통해서라도 접한 적이 있으니, 전통적으로는 차를 마실 때에 향을 맡고, 눈으로 빛깔을 보고, 입으로 맛을 음미하는 느릿한 과정을 통해 차를 마시곤 했다 라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을 것이니 '차를 눈으로 마신다.'는 말이 '눈으로 차의 색을 보며 느낀다'의 다른 표현이라는 것을 경험적으.. 2014. 7. 5. 한국음식에 이것 들어갔다고 놀란 그리스인들 "너, 음식에 뭘 넣은 거니?" 그리스 이민 후 첫 여름을 맞았을 때 그리스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한국 여름음식을 몇 가지 만들었었는데, 저의 상차림을 보신 시부모님께서 깜짝 놀라시며 하신 말씀이셨습니다. "아...한국에서는 여름음식에는 이걸 넣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음식에 이걸 넣는 것을 처음 보셨어요? 그리스에서는 음식에는 전혀 넣지 않나요??" 저는 되물을 수 밖에 없었고, 시부모님께서는 "그래. 그리스에서는 아무리 여름이라고 그런 걸 음식에 넣진 않거든. 신기하네. 참." 라고 대답하셨습니다. 그 이후 두분 뿐만 아니라 다른 그리스인들도 제가 한국 여름음식을 만들 때 이것을 집어 넣는 것을 보며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이곤 했습니다. 그 이후 사람들이 너무 놀라니까 저는 어느 순간부터는 이.. 2014. 6. 21. 그리스 남편, 라면은 몰라도 센스는 있다는데? 과연... 그리스 요리엔 원래 우리나라 칼국수나 소면, 라면, 냉면처럼 국물 있는 면요리가 없습니다. 파스타 종류는 많지만 다들 소스와 곁들이는 요리들이고, 국물이 있는 수프 종류는 고기와 야채, 쌀을 재료로 해 만드는 요리가 대부분입니다. 동양식 면요리 라고는 그리스의 중국식당에서 볶음 면요리 정도만 경험해보았던 동수 씨는, 그리스에 제가 여행을 올 때마다 "한국 라면이 그렇게 맛있다던데 조금만 갖다 줄 수 있을까?"라고 말을 했을 만큼 한국 면요리에 관심이 많았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와서 살게 되어 다양한 면요리를 경험하면서 어쩜 이렇게들 맛있냐고 극찬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국물 면요리에 대해 경험한 세월이 짧다 보니, 제가 아무리 이야기해도 동수 씨가 이해하지 못 하는 부분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 2014. 6. 17. 한국인이라면 무조건 말 거는 그리스인 가족들 그리스인 남편 동수 씨는 아테네에서 1박2일 세미나를 잘 마치고 오늘 저녁 돌아왔습니다. 새로 받아온 책 등의 무거운 짐 가방을 한 바탕 푼 후, 저에게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아테네 공항에서 한국 사람들을 만났어. 그래서 어떻게 했는지 알아?" "또 말 시켰구나!!!" 동수 씨는 관광지역 등에서 혹시 한국인들이 자신들끼리 한국어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볼 때면, 꼭 한국어로 말을 시켜 상대를 놀라게 한 일이 몇 번 있었습니다. "아니야. 이번엔 그 사람들이 먼저 말을 시켰다고." "응? 뭐라고?" 저는 혹시라도 블로그 독자님들 중에 그리스 여행을 하시다가 동수 씨 얼굴을 알아보고 말을 시켰나 싶어 깜짝 놀라서 되물어보았는데요. "영어로 길을 물어보더라고. .. 2014. 6. 2. 그리스 사위에게 큰 오해 받은 한국 장모님 친구 동수 씨는 한국에 살면서 친구나 지인들 집에서나 식당에서 수 많은 김치를 먹어보았지만, 언제나 저희 엄마 김치가 제일 맛있다고 엄지를 치켜들곤 했습니다. 깔끔하고 시원한 맛인 엄마 김치가 맛있다는 얘기는 학교 다닐 때 도시락을 나누어 먹던 친구들에게도 가끔 듣던 말이라서, 주변 한국인 지인이 그렇게 말을 했다면 의심 없이 "고맙습니다~"라고 말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동수씨는 어디 가도 절대 굶을 사람은 아니다 생각될 만큼 워낙 필요할 때에는 얼굴 두껍게 남을 추켜세우며 비위 맞추기도 잘 하는 성격이라, 처음엔 솔직히 '외국인이 김치 맛을 알면 얼마나 안다고 저렇게 자신만만할까?' 생각하며, 그 말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동수 씨의 그런 말이 공치사가 아님이 밝혀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엄마는.. 2014. 5. 15. 그리스 슈퍼에서 뜬금없이 “한국을..”고백을 받다. 오늘 오전 업무를 마친 후, 빨리 장을 봐서 요리를 하려고 자주 들르는 슈퍼마켓에 갔습니다. 어쩌다 보니 마트가 붐비는 시간이 아닌 좀 한가한 시간에 들르게 되었고, 계산대 앞에서 줄 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겠다 싶어서 저는 좀 여유 있는 걸음으로 필요한 물건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무게를 재서 가격표를 붙여주는 야채코너 직원에게 토마토를 담은 봉지를 건넨 후 기다리고 있는데, 그 직원을 사이에 두고 6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한 아저씨가 저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토마토 봉지를 직원에게 다시 건네 받으면서 '내가 동양인이라 이상해서 쳐다보나?' 싶어 얼른 자리를 뜨려는데, 아저씨는 입술을 달싹이며 제게 뭔가 말을 건넸습니다. "...&%*$%&*z*&^%$...."'지금 이 아저씨.. 2014. 5. 7. 이전 1 2 3 4 ···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