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의 한국93 한국 세탁기에 드디어 반한 그리스인 시어머니 제가 처음 그리스로 이민을 오니, 시어머님은 15년이 된 월풀 세탁기를 쓰고 계셨습니다. 새로지은 뒷집으로 이사를 나가시며 소형 세탁기를 구입하긴 하셨지만, 제가 새 세탁기를 사고 싶다고 말을 해도 굳이 어머님이 쓰던 것이 그냥 쓸만하다고 저에게 바꾸지 말고 계속 쓰길 바라셨고, 그렇게 세제 투입구가 다 부서지고 온도와 압력을 수동으로 맞추어야 하는 세탁기와의 동거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세탁기는 이곳 생활이 해를 거듭할수록 말썽을 부릴 때가 많았습니다. 세월의 흔적을 견디기 어려웠겠지요. 세탁을 다 하고 나도 물이 흥건히 고여 있는 경우, 갑자기 작동을 안 하는 경우, 세제 투입구가 막히는 경우, 물이 줄줄 세서 세탁실이 엉망이 되는 경우 등 수십 가지 작동 오류를 거듭하며 이제 그만 일을 하고 싶다는 .. 2013. 12. 13. 한국인의 장점 성실한 이미지, 그러나? 얼마 전 폭우의 번개로 저희 집 세탁기 전선이 타 들어갔습니다. 결국 새 세탁기를 사야 했습니다. 그리스 로도스 시 내의 어느 집은 컴퓨터가, 어느 집은 TV가 망가졌지요. 작년엔 인터넷 선이 타들어가서 사무실이나 카페에서만 글을 썼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리스는 피뢰침도 없어서 번개에 가전제품이 타 들어가는 어이 없는 상황이 발생하냐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그럴 리가요. 그리스에도 피뢰침은 잘 설치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곳 겨울의 번개와 천둥의 종류가 한국의 그것과는 다른 종류이기 때문입니다. 여름 내내 비가 오지 않아 건조할 대로 건조해진 땅 위에 갑작스레 내려 꽂히는 번개와 폭우는 아스팔트를 붕괴시키고, 보도블록을 망가뜨리고 가전제품을 타 들어가게 할 만큼 무시무시한 종류인 것입니다... 2013. 12. 9. 한국 여성 지인들이 그리스인 남편에게 부러워한 한 가지 매니저 씨는 한국에 있을 땐, 지금처럼 수염을 길도록 놔둘 수 없었습니다. 날씨가 뜨거운 그리스인들은 대개 날씨가 추운 북유럽인들 보다는 머리숱이 많고 수염도 빨리 자라, 면도를 하더라도 금새 자라버려 그리스에는 그냥 그대로 수염을 놔두고 다듬기만 하며 수염을 유지하는 남자들이 많습니다. 몇 년 전, 그리스에서의 매니저 씨 (저와 딸아이도 그리스에 온 후, 날씨와 단백질 섭취량 덕에 머리숱이 늘었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었지요?) 그렇지만 한국에서는 수염을 이렇게 내버려 두면, 자칫 지저분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매니저 씨도 되도록 면도를 하고 다니려고 애썼는데요. 언젠가 소개한, 한국에 살 때 L월드에서 찍은 매니저 씨의 사진을 기억하시나요? 확실히 위의 사진과 비교해 수염이 짧은 것을 확인할 .. 2013. 11. 28. 외국인 남편이 요새 심취한 안녕하세요! 놀이 그리스에 살다 보니 한국어를 많이 잊은 매니저 씨가, 제가 그리스인 제자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교재를 만들고 있으면 불쑥 고개를 모니터 앞으로 들이밀며, "흥! 이것쯤은 나도 아는 내용이라고!"라고 당치도 않는 발언을 할 때가 있습니다. 어려워 모를 텐데 싶어 "그래? 그럼 한 번 읽어 봐." 라고 말을 하면, 읽다 말고 발음이 막 꼬이니 그 두꺼비 같은 손으로 모니터를 막 쓱쓱 문지르며 "뭐야, 뭐 이렇게 어려워?" 라며 무안해 하곤 합니다. 그런 매니저 씨이지만 여전히 아주 잘 기억하고 있는 한국어들이 있는데, 한국에 살 때 직장에서 동료들에게 회식하며 배운 한국어 욕들과 다양한 한국어 인사말들입니다. 한국어 욕이야 요즘 크게 사용할 일도 없고, 어쩌다 일이 안 풀릴 때 혼잣말로 사용해도 정말 폭소만.. 2013. 11. 20. 외국 사돈에게 엉뚱한 사람이 된 한국 아버지의 변(辨) 그리스에서의 결혼식을 앞 두고 부모님께서 그리스에 들어오셨던 때의 이야기입니다. 엄마는 시부모님을 그 전에 직접 만난 적이 있었지만, 아버지는 화상통화로만 이 그리스 사돈댁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었을 뿐입니다. 처음 보는 그리스 사돈댁 가족들은 그리스인들 예의 반가움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아버지를 안아주었고, 환영의 바비큐 파티를 하면서 내내 아버지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 성함이 철수라고 가정한다면, "철수! 이것 먹어봐요!" "철수, 그리스 와보니 좋아요?" 뭐 이런 식이였지요. 평소 입맛이 까다로운 아버지는 그런 그리스인들의 분위기와 음식을 의외로 즐기셨고, 결혼식 전후로 그리스에 머무는 동안 많은 친척들과 인사를 나누셨습니다. 결혼식을 정신 없이 치르고, 저는 먼 길을 와준 .. 2013. 11. 15. 그리스인의 한국어 공부에 큰 도움 준 김상중 씨 요즘 그리스인 아가씨들 디미트라와 갈리오삐는 내년에 있을 한국어 검정시험 토픽을 천천히 준비 중에 있습니다. 공부를 하다보니 그들이 가장 헷갈리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동사와 접속사가 연결된 단어의 의미가 문장과 적절하게 맞는 지 찾는 것입니다. 자, 한국인인 여러분도 이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시험' 토픽 초급 과정 문제를 한번 맞춰 보시기 바랍니다. ※ ( )에 알맞은 것을 고르십시오. 문제 1. 가: 회사 생활은 어때요? 나: 일은 ( ) 재미있어요. ①힘들고 ②힘드니까 ③힘들어서 ④힘들지만 여러분도 회사 생활은 '힘들지만' 재미있으신가요?^^ 그런데 저 문장에 다른 오답들을 넣어 봐도 웃기답니다. 오답1 : 일은 힘들고 재미있어요. (앗! 힘든 것을 좋아하는 분?) 오답2 : 일은 힘드니까 재미있.. 2013. 11. 13. 김탄과 차은상, 키스 왜 이래? 묻는 한류팬 아줌마 오늘 한국어 수업을 하러 갔는데, 이민호 팬인 그리스인 이로 아주머님께서는 수업이 끝나길 눈 빠지게 기다리는 눈치셨습니다. 요즘 한국어 능력 검정시험 토픽 기출문제를 푸느라 수업이 좀 늦게 끝날 때가 많은데, 아주머님은 정말 궁금해 참을 수 없겠다는 표정으로 저와 디미트라를 살피셨습니다. 드디어 수업이 끝났고, 아주머님은 빛의 속도로 옆에 다가와 앉으시더니 저에게 이렇게 질문하셨습니다. "있지, 올리브나무. 김탄과 차은상은 왜 그렇게 밖에 키스를 못 하는 거야? 응? 왜 그런 거야?" 저는 순간 무슨 말인가 멍해졌다가, 아! 드라마 상속자들 이야기를 물어보신다는 것을 깨달았는데요. 아주머님은 답답해 죽겠는지, 극 중 김탄과 차은상 역할을 하고 있는 이민호와 박신혜의 키스 장면을 담은 사진을 굳이 태블릿P.. 2013. 11. 9. 한국이 추운 나라라는 것을 모르는 그리스인들 지난 주말 참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몇몇 다른 유럽 국가에서 온 사람들을 제외하고, 집안 모임, 딸아이 친구 생일 파티, 옆집 요상한 할머니가 돌보는 증손자 돌잔치에서 이틀 동안 만난 지인들은 어림잡아 세어보니 그리스인만 200명 정도 됩니다. (돌잔치 참석자는 500명 정도 되었는데, 그 중 100명은 이웃이나 친구들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이 제가 만났던 200명의 그리스인들이 모두 저와 전화번호를 주고 받을 만큼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파티를 좋아하는 그리스인들이기에, 적어도 일 년에 몇 번은 이런 류의 모임에서 저와 마주쳐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그리스인들을 만나는 날은 한국에 대해 꼭 이런 엉뚱한 질문을 받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번엔 다프네라는 친구로부터.. 2013. 11. 4. 이민 1.5세 딸아이의 요상한 끝말잇기 유치원 때 그리스에 왔으니 사실 이민2세나 마찬가지일 수도 있지만, 태어나 한국에 산 몇 년 동안 딸아이는, 일하는 엄마 때문에 15개월 무렵부터 어린이집 혹은 유치원 종일반을 다녀야 했습니다. 그런데 전화위복이라고 그런 계기로 한국어와 한글의 기본을 닦았습니다. 그리스어, 한국어, 영어를 사용하며 생활하는 딸아이는 감사하게도 한국어 삼행시나 끝말잇기 등의 놀이를 좋아합니다. 3.6.9 게임을 한국어 제자 갈리오삐에게 가르치려다 한국어도 아직은 서툰 그녀를 혼돈의 세계에 빠뜨린 이후로는 이젠 갈리오삐, 디미트라, 이로 아주머님을 만나면 자꾸 한국어 삼행시 놀이를 하자고 해서 또 당황하게 만들곤 하는데요. 아무리 그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어도, 아직은 딸아이가 알고 있는 생활 단어 양을 따라갈 수는 없기 .. 2013. 10. 31. 그리스 가족들을 춤추게 한 한국의 과자봉지 해외에 살면 한국의 가족에게서 온 소포는 언제나 반갑습니다. 저희 부모님도, 국제전화 너머로 부탁하는 간곡한 손녀 딸 목소리를 거절하실 수 없으십니다. "할머니이~~~두유가 먹고 싶은데 여긴 없어요~~~" "할아버지이~~~ 한국 과자가 먹고 싶은데 여긴 없어요~~~" 세 딸이 다 외국에 나가 사는데, 동생이 서운해 할 수도 있지만 근처에 대형 한국마트가 있는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그리스에 사는 저희에게, 아무래도 먹거리 소포를 보내게 되시는 부모님이십니다. 이렇게 몇 달에 한번 소포가 오는 날은 저희 집 식구들 뿐만 아니라 그리스인 시댁 가족들까지 모두 눈을 반짝이며 박스 개봉을 기대하게 되는데요. 어제 큰 박스를 뜯고 이것 저것 물건을 꺼내 정리를 하는데, 남편 매니저 씨.. 2013. 10. 25. 한국인들의 ‘진격’이란 단어에 대한 당연한 두드러기 저는 특별한 정치적 의미 없이 이 단어를 썼습니다. 그냥 흔하게 사용되는 단어들을 쓰는 것처럼 새 고양이의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서 갖다 붙인 단어인 것이지요. 그런데 국민 정서는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나 너도 나도 유행처럼 사용하던 이 단어에 대해서, 이 작가가 우익 문제 작가로 드러나니 두드러기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저는 이 작가의 작품이 그렇게 재미있다고 유행했을 때에 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작가의 프로필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고 관심도 없었습니다. 제가 좀 그렇습니다. 재미있다고, 좋다고 모든 주변인이 아무리 얘기를 해도, 제 마음이 동하지 않는 일이나 이성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한 발도 들여놓지 않고, 내키지 않는 물건은 국민 아이템이어도 사지 않는 아주 .. 2013. 10. 21. 이민호 덕에 혼자 한글을 깨친 그리스 아주머니 한달 반 만에 디미트라 양과 한국어 수업을 재개했습니다. 그리스는 새 학년이 시작되며, 디미트라 양 직장인 대형서점은 참고서와 새 학년 준비물을 준비하는 손님들로 꽉 차 야근이 반복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이 그간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누군가와 한국어로 이야기를 나누고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 만으로도, 수업 후에 마음이 막 시원해지곤 하기 때문입니다. 디미트라 양의 집에 들어서니 그녀 어머니 이로Ηρώ 아주머님께서 저와 딸아이를 반겨주셨습니다. (감사하게도 딸아이가 보고 싶다고 굳이 같이 오라고 하셨던 이로 아주머님이십니다.) 언제나처럼 제 기호에 맞는 따뜻한 커피가 내려져 있었고, 쿠키와 초콜릿이 가지런히 놓인 접시도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업을 하려고 막.. 2013. 10. 19. 이전 1 2 3 4 5 6 7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