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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의 한국

한국이 추운 나라라는 것을 모르는 그리스인들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11. 4.

 

지난 주말 참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몇몇 다른 유럽 국가에서 온 사람들을 제외하고, 집안 모임, 딸아이 친구 생일 파티, 옆집 요상한 할머니가 돌보는 증손자 돌잔치에서 이틀 동안 만난 지인들은 어림잡아 세어보니 그리스인만 200명 정도 됩니다. (돌잔치 참석자는 500명 정도 되었는데, 그 중 100명은 이웃이나 친구들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이 제가 만났던 200명의 그리스인들이 모두 저와 전화번호를 주고 받을 만큼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파티를 좋아하는 그리스인들이기에, 적어도 일 년에 몇 번은 이런 류의 모임에서 저와 마주쳐서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그리스인들을 만나는 날은 한국에 대해 꼭 이런 엉뚱한 질문을 받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번엔 다프네라는 친구로부터 엉뚱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태국어는 배우기 쉬운 편이니?"

    헉4 "… 너 지금 한국어에 대해 말하는 거야?"

 

 "아, 한국어. 맞다. 난 네가 태국에서 온 줄 알았어."

느낌표.................................................

 

제가 한국에 다녀왔었다고 한달 전에 다른 모임에서 얘기를 나누었고, 작년 어떤 파티에선 한국어로 생일 축하 노래하는 것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질문을 하는 그녀에게, 저는 화가 나지 않았습니다.

이런 무신경한 여자를 보았나! ...라고 화를 내기엔 이런 경험이 정말 많아서인데요.

한국과 교류가 많은 편이 아닌 그리스인들은, 설사 한국이 SAMSUNG, LG, HYUNDAI의 나라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 한국이 동남아시아 어딘가에 위치한 나라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동북아시아 한국, 중국, 일본이, 동남아시아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의 나라들과 기후가 다르고 생김새가 다르다는 것을 모르는 그리스인들이 그 만큼 많다는 것입니다.  

(제 외모에 대해서도 자주 말씀 드렸지만 저는 쌍꺼풀 없는 눈을 가졌는데요. 사실 태국인 중에 이런 외모는 흔치 않다는 것을 그리스인들은 모릅니다. 언젠가 제가 러시아인이냐는 말도 들어봤다는 말씀들 드렸었지요? 이런 눈을 가진 러시아인이라면, 혹 고려인을 말하는 것인가? 중앙아시아인과 착각한 것인가? 내 얼굴은 그리스에 오니 동남, 동북, 중앙 아시아를 아우르는 얼굴로 인지되는구나… 혼자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질문이었답니다.--;)

 

그런데 한국이 동북아시아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그리스인들 중에는 소위 지식인이라고 자청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즉, 지식이 주입된 적 없어서 모른다기 보다, 한국에 대해 관심이 없어서 잊혀진 지식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 제게 질문한 다프네도 현재 중학교 교사인데요.

그녀는 제게 태국인이냐고 물어 한국인이란 대답을 들은 후에도, 동남아시아에 머문 시선은 옮겨지지 않았고, 예외없이 한국이 더울 거라고 생각하고 추가 질문을 던졌습니다. 

"한국은 보통 어떤 케이크를 먹니?"

"그리스보다는 좀 덜 단 케이크를 먹어. 아무래도 그리스는 날씨가 더 뜨거워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더 달게 먹는 게 아닌가 싶어. 한국은 더 추운 날씨거든."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그녀는 되물었습니다.

"한국이 그리스보다 더 춥다고?!!!"

??

저는 대답합니다. "한국은 눈이 많이 와."

헉"뭐? 한국은 눈이 오는 나라야?"

 

아테네 보다 약간 북부 그리스에서 평생 살다가 남부 로도스로 이사온 그녀임에도 불구하고, 눈 구경은 해본 적이 많이 없는 그녀이기에 '눈' '스키' '스케이트' 얘기에 넋을 빼 놓고 제 얘길 들었습니다.

그리하여...저는 또 한 명의 그리스인에게 한국은 겨울이 아주 건조하고 추 나라라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제가 처음 그리스에 여행 왔을 때, 당시엔 유럽에 한류 열풍이 불기도 전이었기 때문에 친척 대부분은 한국이 눈이 오는 나라라는 것을 몰랐습니다.

"한국은 열대기후지?" 라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물었는지 그 수를 다 기억하기도 어려울 정도 입니다.

그런데 한국인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리스는 한국과 교류가 적어도 한국인들이 관광을 많이 오는 곳이니 이곳 여름 기후에 대해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그리스에 대해서도 한국인들에게 잘못 인지되고 있는 부분이나 생소한 부분이 많은 것과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마치 매니저 씨가 한국에 사는 동안 이탈리아인이나 미국인으로 오해 받거나, 그리스는 겨울이 없이 늘 햇볕이 뜨거워서 좋겠다는 질문을 받았던 경우만 생각해 보더라도요.

그럼 일부 그리스인들과 한국인들은

서로 겨울이 없는 나라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요염

 

한국이 세계적으로 기술력이 뛰어난 대한민국으로 알려지고 있고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고는 하나, 한국 교민이 겨우 300명 안팎인 그리스에서는, 한국이 동남아시아 어딘가에 위치한 줄 알고 있는 많은 그리스인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어차피 그리스 가족 문화와 파티 문화 속에서, 게다가 북적이는 도시에 살고 있어 이렇게 날마다 많은 수의 그리스인을 만나야 하는 입장에 놓인 저이기에, 눈이 오는 추운 겨울을 가진, 그래서 아랫목이 참 좋은 이 대한민국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길 해 줄 수 있는 그런 영향력 있는 한국인이 되고 싶은 바람을 가져봅니다. 

 

여러분 좋은 하루 되세요!

 좋은하루

 

* 도대체 올 겨울에 얼마나 추우려고 이렇게 아직도 낮에 더운지 모르겠습니다. 매년 여름은 조금씩 길어지고, 겨울은 조금씩 더 추워지는 로도스 날씨입니다.

* 답글은 한국시간으로 월요일 늦은 오후(그리스 시간으로 월요일 아침)에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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