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그리스인 아가씨들 디미트라와 갈리오삐는 내년에 있을 한국어 검정시험 토픽을 천천히 준비 중에 있습니다.
공부를 하다보니 그들이 가장 헷갈리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동사와 접속사가 연결된 단어의 의미가 문장과 적절하게 맞는 지 찾는 것입니다.
자, 한국인인 여러분도 이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시험' 토픽 초급 과정 문제를 한번 맞춰 보시기 바랍니다.
※ ( )에 알맞은 것을 고르십시오.
문제 1. 가: 회사 생활은 어때요? 나: 일은 ( ) 재미있어요. ①힘들고 ②힘드니까 ③힘들어서 ④힘들지만
여러분도 회사 생활은 '힘들지만' 재미있으신가요?^^ 그런데 저 문장에 다른 오답들을 넣어 봐도 웃기답니다. 오답1 : 일은 힘들고 재미있어요. (앗! 힘든 것을 좋아하는 분?) 오답2 : 일은 힘드니까 재미있어요. (당신은 정말 도전정신이 대단하시군요?) 오답3 : 일은 힘들어서 재미있어요. (뭔가 자학의 냄새가 풀풀...일중독자시군요!^^)
문제 2. 가: 이번 주말에는 뭘 할 거에요? 나: 공원에서 자전거를 ( ) 산책을 할 거에요. ①타는데 ②타거나 ③타니까 ④타려고 2번 문제는 외국인이라면 좀 헷갈릴 수도 있는 문제 같지요? |
이런 식의 문제를 풀다 보니, 이미 접속사를 다 배웠는데도 불구하고 동사와 접속사가 함께 쓰이는 것 (힘들다 + 하지만 = 힘들지만)이 외국인에게는 좀 헷갈릴 때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기회에 접속사에 대해 다시 복습을 하고 넘어가자며, 하나 하나 되짚어주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접속사는 다 쉽게 이해하는 갈리오삐가 어쩐 일로 '그런데'라는 접속사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 하는 게 아니겠어요!
그리스어로 정확하게 대치되는 단어를 가르쳐 주었는데도, 아마 이제껏 이 접속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여러 문장을 예를 들어 설명을 해도 자꾸 '그런데'와 '그러나'가 어떻게 다른지 혼동을 하며 갸우뚱한 표정을 짓는 갈리오삐를 보다가, 저는 불현듯 좋은 예가 떠올랐습니다!
그것은!
.
.
바로 다큐 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 의 김상중 씨가 유행시킨 말, "그런데 말입니다." 를 예를 들기로 한 것입니다.
저는 좋은 예를 찾은 기쁜 마음에 갈리오삐에게 자세히 이 프로그램이 어떤 것인지 설명을 했고, 이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사건 상황을 이야기하다가 이 사건에 대한 다른 어떤 의문을 제기할 때, 이야기 흐름을 전환하며 "그런데 말입니다." 라고 진행자가 말하곤 해서, 한국인들 사이에서 기억에 남는 멘트가 되었다 라고 말이지요.
그런데, 정말 그런데 말입니다.
갈리오삐는 제 설명에 이렇게 대답하는 게 아니겠어요?
"아! 쌤. 나 그거 알아요!"
그녀는 김상중 씨의 "그런데 말입니다." 라는 멘트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저는 깜짝 놀라서 "어떻게 알고 있어요? 이건 다큐멘터리라서 아마 본 적이 없을 것 같은데?" 라고 되물었습니다.
"어머! 그런데 말입니다.는 다른 연예인들이 많이 패러디했잖아요~~~"
아, 그러고 보니 개그콘서트 등 여러 연예인들이 이 김상중 씨의 독특한 멘트를 패러디한 적이 있었군요!
중요한 것은 갈리오삐는, 제가 김상중 씨의 "그런데 말입니다." 라는 말로 "그런데"의 의미를 설명해주자, 단번에 안개가 걷히듯 이 접속사가 어떤 때 사용되는 것인지 이해를 하게 된 것입니다!
게다가 그녀는 이 말을 이해한 게 기뻤는지, 계속 "그런데 말입니다." 라며 김상중 씨가 갑자기 뒤를 돌아보며 이 멘트를 하는 흉내를 내는 게 아니겠어요?
그 모습이 너무 웃겨 저도 걷다가 감자기 멈추어 뒤돌며 멘트 하기를 같이 따라 해 보았는데, 이게 은근히 재미있어서 자꾸만 하게 되었고, 순식간에 수업은 김상중 씨 성대 모사의 장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여러분도 심심할 때 한번 따라해보세요.
은근히 재미있어요. 무심한 듯 걷다, 뒤를 돌아보며 말하는 게 포인트!
아무튼 그녀가 이해한 게 정말 기뻐서, 우린 함께 말을 했습니다.
"김상중 아저씨 고마워요! 우리의 한국어 공부에 큰 도움을 주셨어요!"
'세계속의 한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세탁기에 드디어 반한 그리스인 시어머니 (54) | 2013.12.13 |
---|---|
한국인의 장점 성실한 이미지, 그러나? (106) | 2013.12.09 |
한국 여성 지인들이 그리스인 남편에게 부러워한 한 가지 (49) | 2013.11.28 |
외국인 남편이 요새 심취한 안녕하세요! 놀이 (32) | 2013.11.20 |
외국 사돈에게 엉뚱한 사람이 된 한국 아버지의 변(辨) (61) | 2013.11.15 |
김탄과 차은상, 키스 왜 이래? 묻는 한류팬 아줌마 (55) | 2013.11.09 |
한국이 추운 나라라는 것을 모르는 그리스인들 (40) | 2013.11.04 |
이민 1.5세 딸아이의 요상한 끝말잇기 (29) | 2013.10.31 |
그리스 가족들을 춤추게 한 한국의 과자봉지 (44) | 2013.10.25 |
한국인들의 ‘진격’이란 단어에 대한 당연한 두드러기 (65) | 2013.1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