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음식12 앗! 그리스에 두부가? 슈퍼에서 놀랐어요! 그리스에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장을 보러 슈퍼마켓을 갔었는데 한쪽에 두부를 잔뜩 팔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앗! 여행왔을 때는 보지 못했었는데, 두부도 있구나! 다행이다!" 저는 그 코너에 계신 직원분께 물어 보았습니다. "이거 두부(tofu)지요?" 그런데 그 분은 강경하게 "아니에요!" 라고 했고, 저는 혹시 외형이 두부와 비슷한 그리스 전통 치즈 페타인가 싶어서, "아, 그럼 이거 페타 치즈에요?" 라고 다시 물었습니다. 그리스 전통 치즈 페타 Φέτα 그분은 또 다시 "아니에요!" 라고 대답하며, 이 두부같이 생긴 것의 '이름'를 제게 말한 듯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단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인데다 발음도 어려워서, 도무지 정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 하고 소심하게 집으로 돌.. 2014. 5. 12. 고단한 버스기사를 위한 그리스 가족들의 따뜻한 명절 전통 저희 집 앞엔 한 시간에 두 번 버스가 지나갑니다. 두 개의 노선 버스가 지나가는데, 시내 복잡한 상업지역부터 주택가 곳곳을 도는 이 버스들은 총 노선 길이가 한 시간이어서 승객이 늘 많은 편입니다. 그리스 최대 명절인 빠스하(부활절)였던 지난 일요일, 예년처럼 많은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바비큐를 하며 떠들썩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작년과 달리 염소 통구이가 아닌 통돼지구이를 하기로 한 가족들은, 이른 아침부터 통 구이를 굽는 기계를 돌렸습니다. 통구이는 총 4 시간 이상을 구워 줘야 기름이 쭉 빠지고 안쪽까지 다 익기 때문에 자동으로 돌려 주는 기계로 돌리고, 중간 중간 허브 양념이나 와인(혹은 맥주) 등을 발라가며 구워야 합니다.오래전엔 직접 손으로 봉의 끝을 잡고 돌려주었다고 하는데, 명절 때마다 얼.. 2014. 4. 22. 그리스 식당, 연인들의 좋은 데이트 코스인 이유 '저기 그리스 식당 아니야?' 영국 영화 어바웃 타임(About Time)의 한 장면을 보다가 제가 혼자 내뱉은 말입니다. 과거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집안 내력으로 갖고 있는 남자 주인공 팀이, 좋은 여자 메리를 만났지만 과거로 시간여행을 했다가 그녀와 인연은 없었던 일로 되어버렸고 다시 그녀와의 인연을 어떻게든 이어보려고 하는 과정에서, 그녀를 한 식당에 같이 가자고 초대를 합니다. 그녀는 이 식당이 '맛있는 전채요리가 10가지는 되는 식당'이란 말을 최종적으로 듣고, 그를 따라 그 식당에 가게 되는데요. 이 때 이 식당의 음식이나 식당 이름이 영화상에 보이는 것은 아니었는데, 두 사람의 대화 사이로 조용히 흐르는 그리스 전통음악을 듣고 여기, 그리스 식당이구나! 눈치챌 수 있었습니다. 그리.. 2014. 3. 24. 그리스인에게 배운 스파게티 면 쉽게 삶는 법 그리스인들은 모든 종류의 파스타를 다 정말 좋아합니다. 그래서 그리스의 일반 대형 슈퍼마켓에는 진열대 한 줄 전체에 모양별, 종류별, 회사별로 각기 다른 파스타가 백 여가지는 진열되어 있을 정도 입니다. 그리스는 우리나라에서 '파스타' 하면 떠오르는 이탈리아와 인접한 국가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리스 가정에 파스타가 자리잡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리스와 이탈리아는 서로의 영토를 점령했던 시기도 있었으니 이 시기를 통해 음식 문화가 다양하게 교류되었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그리스 가정식 요리 중에는 이탈리아식과는 또 다른 그리스의 독특한 파스타 요리들이 존재하는데요. 사실 제게 그리스인들의 파스타, 특히 긴 면발의 스파게티를 삶는 법을 처음 알려준 사람은 다름 아닌 매니저 씨였는데요. 원래 그리.. 2014. 2. 26. 별미를 원한다면?그리스음식 예미스타 쉽게 만드는 법 그리스 음식 중에 유독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 음식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예미스타라는 전통음식입니다. 그리스인 남편 동수 씨가 한국에 살 때, 지인들을 초대해 그리스 음식을 만들어 가끔 나누어 먹곤 했었는데요. 여러 종류의 요리를 했었지만, 가장 인기가 많았던 것이 바로 이 예미스타였습니다. 저희 부모님을 비롯하여 심지어 시골에서만 거의 평생을 보내셨던 나이가 지긋한 지인들을 초대했을 때도, 이 예미스타만큼은 다 깨끗이 드실 수 있었을 정도였으니까요. 이 요리가 쌀과 갈은 소고기, 채소가 어우러진 것이 한국인 입맛에 잘 맞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저 역시 그리스에 이민 와 이 예미스타를 직접 해 먹으려 하니 엄두가 잘 나질 않았는데요. 아무래도 낯선 이국의 요리라는 생각에 레시피를 알.. 2014. 1. 28. 이민 초기 나를 울고 웃긴 그리스 카레 살면서 카레를 그렇게 좋아했던 것은 아닙니다. 도리어 카레나 인도 요리를 좋아하는 것은 막내 동생입니다. 하지만 한국에 사는 동안 한번씩 입맛이 없을 때 카레를 해 먹곤 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채소들을 작게 깍둑 썰어 고기든 햄이든 달달 볶다가 살짝 간을 하고 물에 잘 푼 카레가루를 부어 끓일 때 그 매캐한 향은 이상하게 안정감을 줄 때가 많았으니까요. 어릴 때, 참새처럼 입을 벌리고 밥상에서 기다리던 저희 세 자매의 밥 위에 엄마가 부랴부랴 국자로 카레를 부어 주던 그런 추억에서 오는 안정감인지도 모릅니다. 카레 마니아는 아니었지만 한번씩 먹고 싶을 때, 한국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동네 작은 슈퍼나 편의점을 가더라도 다양하게 골라 쉽게 살 수 있는, 제겐 그런 것이 카레였습니다. 그리스에 이민 와 한동.. 2014. 1. 15. 지중해식 탕수육에 대한 그리스인들의 반응 지난 신년맞이 파티 때 케이크는 다른 가족들이, 요리는 제가 담당했었다는 말씀을 드렸었는데요. 참석자 수가 많으니, 늘 여러가지 종류의 많은 양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 이날 요리했던 음식들의 일부를 소개하자면요. 삶은 문어와 치즈, 토마토, 칠리 소스를 이용한 그리스 요리입니다. 가족들이 그도록 기다렸던 한국음식 잡채입니다. 그리스는 겨울엔 시금치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 주 야채로 오이, 당근, 버섯, 양파, 다양한 파프리카를 사용했습니다. 올리브나무 표 닭가슴살 시저 샐러드와 감자 달걀 샌드위치 입니다. 레시피는 다음에 한번 소개하도록 할게요. 이런 요리와 함께, 밥과 야채에 간을 해서 계란 옷을 입혀 굽는 계란밥도 만들었습니다. 이 계란밥은 요리사 시누이와 딸아이가 가장 기다렸던 요리인데요. .. 2014. 1. 8. 한국음식 ‘귀걸이’를 요리하라 성화인 그리스인들 지난 일요일엔 남편 매니저 씨의 이름 날과 원래 이틀 뒤인 시어머님 생신을 한번에 저희 집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해마다 이 날은, 파티 성격상 제가 전적으로 요리를 맡아서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오는 인원이 최소인원만 와도 20명이 훌쩍 넘을 때가 많으니 저는 이번엔 또 무엇을 요리하나,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잦은 파티에 매번 같은 음식을 내 놓을 수도 없고, 그리스에서는 명절이나 특별한 국경일이 아닌 생일 파티의 경우 '간단한 샐러드 바'나 뷔페 형태로 차려놓고 각자 알아서 덜어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덜어먹기 간편하면서 이번엔 뭔가 좀 색다른 그런 것이 없나, 크리스마스 파티와 신년맞이 파티와 겹치지 않는 메뉴로 하려면 뭘 할까 생각이 많았습니다. 그간 주로 신년맞이 파티를 할 때(1.. 2013. 12. 19. 그리스 가정식 감자튀김 어떻게 맛있게 튀기지 오래 전 세 번째로 그리스에 여행을 왔을 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그리스인들이 얼마나 감자튀김을 좋아하는지 말이지요. 매번 파티마다 큰 볼 하나 가득 감자 튀김을 꼭 메뉴 중 하나로 내 놓는 게 모자라, 그리스 유명 음식 피타 기로스Πίτα γύρος에도 감자 튀김이 들어있었습니다. 이전에 밝혔듯이 한국에서 건강관련 강의를 오래 해왔던 저는, 튀긴 음식을 좋아하는 제 미각을 무시하고 튀김류 먹기를 상당히 절제하고 살았었습니다. 어릴 때 명절에 친가에 내려가면, 큰 채반에 한 가득 담겨 있던 고구마튀김을 덮어 놓은 신문지를 들춰가며 종일 수십 개를 해치워도 또 먹고 싶었던 저로서는, 상당한 결단의 시간들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한국에서의 감자튀김은 저에게 있어,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특별한 식당을 .. 2013. 11. 21. 그리스 여성들이 집밥을 사수하는 방법 이민 온 첫 해, 어느 마켓에 무엇이 파는지, 그리스 가정식 요리를 어떻게 만드는지도 잘 몰라 쩔쩔 매던 저에게, 매일 당신의 집밥을 가져다 주시며 시어머님이 던진 말이 있습니다. "넌 왜 매일 제대로 된 가정식 요리를 만들지 않는 거니??" 저도 그러고 싶었지만, 이민 절차 때문에 관공서로 뛰어다니기도 바빴고 그리스 생활에 적응도 안된 저였기에 한식을 제외하고는 간단한 그리스식 샌드위치나 스파게티 정도만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요즘 자주 언급했듯, 지금은 그리스 가정식 요리들까지도 척척 만들어 매일 제대로 된 집밥을 사무실로 배달까지 해가며 가족들과 직원들까지 해서 먹이고 있는데요. 이것은 비단 요리법을 배운다고 되는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요리를 할 줄 안다고 해서 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데, 집밥.. 2013. 10. 29. 한국 방문 중, 가장 먹고 싶었던 뜻밖의 그리스 음식 그리스 이민 후 처음 방문했던 한국, 얼마나 먹고 싶은 것이 많았었는지 미리 목록을 적어 생각하고 또 생각했을 만큼 그리웠던 한국음식들이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있는 3주 동안 그리스의 음식이 먹고 싶을 수 있다라는 것은, 제게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던 일이었습니다. (* 관련글 2013/05/23 - [세계속의 한국] - 그리스에서 내가 좀처럼 먹기 힘든 한국음식) 한국 음식 마구 마구 먹고 음미하길 일 주일. 갑자기 익숙한 무언가를 먹고 싶어하는 저 자신을 발견하고, 그게 무엇일까 곰곰이 기억해 내려고 애쓰게 되었습니다. 아! 그건! 바로! 제가 좋아하는 그리스 전통요리 돌마다끼아나 마까로냐(스파게티) 종류들이 아닌! . '한국에도 맛있는 샌드위치가 많은데, 왜 그리스 샌드위치가 이렇게나 생각이 나.. 2013. 10. 1. 춤추고 먹다 지쳐 쓰러지는 그리스 명절 24시 먹고 춤추고 또 먹다 지쳐 쓰러지는 그리스 명절 24시 금요일 저녁에 몇 시간 모였었는데, 또 본격적으로 토요일 저녁 8시쯤부터 모이기 시작한 가족들은 24시간 후인 일요일 저녁 8시가 되어서야 흩어졌습니다. 모든 가족 친척이 다 저희 집에 24시간 동안 붙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잠을 잔 시간이 채 다섯 시간도 되지 않고, 저희 시어머님과 저와 가족들은 거의 잠을 못 자다시피 했으니 명절 24시라는 말이 제격인 듯 합이다. 자 그럼 본격적인 사진과 함께 그리스 명절 24시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전통적으로 이 토요일 저녁엔 모두 파티 복장이나 정장을 입도록 되어 있어서, 가족 친척들을 그런 차림으로 저희 집으로 모였습니다. 12시 넘어서 먹을 소 혓바닥 스프와 염소고기 스프를 끓여.. 2013. 5. 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