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새 학년이 되며
심리상담을 원한 기막힌 이유
<오늘 학교 앞에서 아이를 기다리며 찍은 사진이에요. 벚꽃이 벌써 피다니. 비가 그렇게 왔는데...그리스는 이러다가 급하게 여름이 와요>
한국은 이제 월요일이면, 많은 아이들이 새 학년, 새 학교에서의 생활이 시작되겠네요.
저도 3월 초만되면 늘 긴장했던 학창시절 생각이 납니다.
누가 담임이 될까, 어떤 친구와 같은 반이 될까, 공부는 더 어려워질까....등등의 생각으로요.^^
9월에 새 학년을 시작하는 그리스이기에, 딸아이는 지금 2학년 2학기를 한참 지나는 중입니다.
그런데 작년 새 학년이 시작되었을 때, 딸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베네또끌리오에서는 예년에 하지 않았던
심리상담과정을 개설했다고 가정통신문을 보냈습니다.
그리스 경제 악화 등으로 심리적으로 문제를 겪는 가정의 아이들이 늘어났다는
그리스 교육계의 판단 때문에, 무료 상담 과정을 개설한 것입니다.
(가정통신문)
이 가정통신문을 받아 본 매니저 씨와 저는
뭐, 우리 딸아이야 밝고 명랑하고 구김살 없는 아이이니 크게 이런 상담이 필요하진 않을 것 같다고
통신문을 그냥 버려버리려다가
그래도 일단 딸아이에게 한 번 이 통신문을 설명해주고
이런 과정을 원하는지에 대해 물어는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통신문을 보여주며, "너는 이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니?" 라고 묻는 우리에게
에이, 뭐야. 절대 필요없지. 라고 말할 줄 알았던 딸아이가,
우리의 예상과 달리, "글쎄..심리상담을 받으면 좋을 것 같긴 한데..."라는 애매한 대답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매니저 씨는 걱정스런 눈으로 딸아이에게 조심스럽게 다시 질문을 했습니다.
"너는 엄마랑 아빠, 혹은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 다른 가족들과의 관계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거니?"
딸아이는 시무룩한 얼굴로
"그건 아닌데..." 라며 말끝을 흐리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다시 조급한 마음에
"그럼 왜 심리상담을 받고 싶은거야? 학교생활에 무슨 문제가 있는거니?" 라고 물어보자,
다그치는 저를 저지시키며, 매니저씨는 침착하게 다시 물었습니다.
"말해도 돼. 문제가 있으면 아빠 엄마가 알아야지."
아이는 갑자기 진지한 표정이 되어 마치 중요한 이론이라도 발표할 학자와 같은 표정으로 뜸들이며 대답했습니다.
"그게 말이지요."
"응. 응. 말해봐"
"학교가요."
"응"
"너무 빨리 시작해요."
"그게 왜 문제가 되는데"
"일찍 일어나야 하잖아. 그게 정말 힘들어요. 상담을 받으면 나만 좀 늦게 학교에 갈 수 있지 않을까요?"
매니저 씨와 저는 그제야 긴장을 풀고, 어이가 없어 마주 보고 눈만 꿈뻑댔습니다.
그 후로 한참동안 학교를 왜 일찍 가야하는지에 대한 아빠의 일장 연설이 이어졌고,
결국 딸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잠자리에 들었고, 그 후 아이가 잠든 것을 확인하자마자
둘이 소파에 앉아 얼마나 배를 잡고 웃었나 모릅니다.
참...딸아이 답습니다.
<새 학년을 시작하며, 열심히 공부하던 딸아이>
그리스 초등학교가 좀 일찍 시작하긴 합니다.(아침 8시 수업시작이에요.)
그러나 어제도 일찍 일어나
무거운 가방을 메고 열심히 학교에 가는 딸아이에게
아이구 자랑스런 우리딸, 이라며
뽀뽀 세례와 무한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오늘은 딸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토요일이네요!
일찍 안 일어나도 되는 날이니까요^^
기분 좋은 저희 딸아이와 함께
여러분도 기분 좋은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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