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명의 '야니스'가 존재하는
희한한 그리스
제 블로그를 구독하셨다면 이미 느끼신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스에는 똑같은 이름이 참 많다는 것을요!
저는 처음엔 이런 점을 잘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왜 자녀의 이름을 저렇게 흔하디 흔하게 지을까.
심지어 제 친구 소피아의 경우 세 명의 여자 사촌이 있는 데, 그 중 두 여자 사촌 역시 소피아라는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결국 한 집안에 소피아란 이름이 세 명인 셈입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똑같은 이름을 붙이는 데에는 규칙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이런 제 의문은 해결되었습니다.
그 이유를 밝히기 전에, 이 똑같은 이름들 중에도 특히 흔한 그리스 이름들을 소개해봅니다.
여자이름 마리아, 소피아, 엘레니, 이리니, 흐리스티나, 엘레나, 세바, 조이, 까떼리나, 데스피나,아나 등. 그리스에서 모든 여자 이름은 α(아) 또는 η(이)로 끝나게 되어있습니다. |
특히 마리아의 경우 여성 국민의 4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이름입니다.
일 예로 작년 딸아이의 생일 파티 때 초대된 아이들의 엄마 중에 다섯 명이 마리아였습니다. 또 공교롭게도
이 모든 마리아 분들께서 한 테이블에 주욱 앉았었는데, 생김새도 직업도 나이도 다른 이 마리아분들에게 생일 케이크와 간단한 음식을 서빙하면서 "마리아?" 라고 불렀다가 모두 같이 돌아보는 어이 없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지요.
어색한 저의 웃음 소리만 생일파티 자리에 울려 퍼졌다는...
휴대폰에 이들의 이름을 저장해 둘 때에도, 성을 함께 저장해 두거나 자녀의 이름을 함께 저장해 두지 않는다면
결코 누군지 구분할 수 없게 되는 것이지요.
남자이름 야니스, 미할리스, 요르고스, 안토니스, 바실리스, 마놀리스, 스타브로스, 코스타스, 빠나요디스, 바겔리스, 디미트리스, 니코스 등. 그리스에서 모든 남자 이름은 ς(스)로 끝나게 되어있습니다. 이유는 이전 글을 참고하세요~ |
남자 이름 중에 특히 많은 이름은 야니스 , 미할리스, 요르고스 인데 각각 어림잡아 100만 명은 존재할 것입니다.
이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유추해 볼 수는 있습니다.
그리스 총 거주 인구는 등록인구(약1,200만)+이민자+불법체류자까지 약 2,000만 명 안팍으로 보고 있습니다.
동유럽에서 온 불법체류자들은 자신의 신분을 숨기기 위해 자신의 이름에 그리스 이름을 덧붙여 사용하는 경우도 많고, 자녀가 태어나는 경우, 이름으로 바로 신분이 드러나지 않게 하려고 반드시 그리스 이름을 지어 줍니다. (불법체류자라 해도 자녀가 학교 교육을 받는데에는 문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입학시 여권이나 출생증명 예방접종 여부, 건강검진 기록 등을 확인 하지만, 체류비자를 확인하지 않습니다.) |
거주 인구 중 남자가 반이라고 봤을 때, 100만 야니스나, 100만 미할리스, 100만 요르고스는 충분히 존재할 만큼
흔하디 흔한 이름인 것입니다.
제가 아는 친구 하나는 야니스란 이름의 남자와 결혼을 했다가 이혼을 했는데, 다시 사귄 남자 이름도 야니스
라는 이름의 남자였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정말 이상하다 너는 야니스란 이름의 남자만 좋아하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리스인들 중에 그녀에게
누구 하나 그렇게 묻는 사람이 없는 것은 그 만큼 그 이름이 흔한 이름이기 때문입니다.
(전에도 밝힌 적 있지만, 그리스의 유명 작곡가이며 연주가인 '야니' 역시 야니스가 원래 이름입니다.)
제 블로그에도 이제껏 여러 포스팅 안에서 3명의 다른 야니스가 등장했었다는 것을 알고 계시나요?^^
아시는 분들은 ^^
자, 그럼 왜 이렇게 똑 같은 이름이 많아서 부르는 이도 듣는 이도 헷갈리게 만드는 걸까요?
답은 바로 가족중심의 문화 안에 있습니다.
그리스에서는 남녀가 결혼을 해 첫 번째 아이를 낳으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주게 되어 있습니다.
두 번째 아이를 낳으면 역시 다른 쪽 할머니 할아버지 이름을 물려주는 것입니다.
이해하기 쉽게 이 규칙에 대해 표를 그려보겠습니다. (어제 표를 좋아하셨던 푸른님 성원에 힘입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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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 이름 |
외할아버지 이름 |
친할머니 이름 |
친할아버지 이름 |
첫째도 딸, 둘째도 딸인 경우 |
첫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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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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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아들, 둘째는 딸인 경우 |
둘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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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
첫째는 딸, 둘째는 아들인 경우 |
첫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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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
첫째도 아들, 둘째도 아들인 경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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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
|
첫째★ |
즉, 외할머니 친할아버지 이름 먼저, 그 다음 순서에 친할머니, 외할아버지 순서가 되는 것입니다.
첫 딸에게 외할머니 이름을 주는 것은 여성 중심의 가족 문화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전 글 참고 하세요~ : 2013/01/09 - [신기한 그리스 문화] - 그리스에선 결혼할 때, 여자가 집을 산다?
그리스 엄마들은 보통 친정엄마가 돌아가신 후에도 똑같은 이름을 갖고 있는 딸을 보면서 자신의 어머니를 회상하곤 합니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아버지와 이름 성까지 똑 같은 아들을 둔 남자들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도 아들을 보면서 아버지를 회상하곤 합니다.
친구 소피아가 사촌들과 같은 이름인 것도, 소피아의 엄마는 둘째 딸이었고, 큰 언니와 여동생이 낳은 각 각의
첫째 딸들에게 그녀들의 엄마인 외할머니 이름을 똑같이 물려주었기 때문입니다.
자녀가 넷 이상인 경우 친척의 이름을 물려받는 경우도 있는데, 보통 그런 경우 자녀가 없는 친척 고모님이나
이모님의 이름을 써서 그 분들이 평생 그 아이를 자식처럼 예뻐하게 되기도 합니다.
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저희 집안에도 예외가 존재하는데, 매니저 씨의 경우는 그대로 친할아버지의 이름을 물려받았지만
시누이의 경우 외할머니 차례인데도 불구하고 고집 센 친할머니께서 절대 본인의 이름을 첫 손녀에게
주겠다고 우겨서 그 이름을 물려받게 되었습니다.
저희 딸아이의 경우에도 그리스 문화대로라면 제 친정 엄마 이름을 물려 받아야 하나, 저희 엄마는 그리스에는 존재하지
않는 한국의 고전적 이름을 갖고 계시기에 고모인 시누이와 이름이 같은 고집센 친증조할머니의 이름을 물려받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딸아이는 고모와 같은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모는 딸아이를 자기 딸 처럼 챙깁니다.
그런데 딸아이의 학급의 아이들을 보면 요즘은 두개의 이름을 함께 쓰는게 유행이구나 싶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리스 현대사회 역시 자녀가 하나 아니면 둘인 집이 대부분인데,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름을 물려주는 전통은 취하되 자신의 자녀가 특별히 취급되길 원하는 부모의 마음에서, 미들 네임처럼 물려받은 이름 뒤나 앞에 이름을 하나 더 집어 넣는 것입니다.
딸아이 반 아이들 중에도 두 개의 이름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 있는데 사례를 공개하자면,
흐리스티나 알리끼 흐리스티나 – 크리스마스에 태어났다고 이 이름을 지었다고 하네요. 알리끼 - 외할머니에게 물려받은 이름으로 영어권의 엘리스에 해당되는 이름입니다. |
물론 그 뒤에 성(姓)은 따로 붙습니다.
마리아 아가피
마리아 - 외할머니의 이름, 아가피 – 우리가 흔히 아가페로 알고 있는 사랑, 이란 뜻의 그리스어 입니다. |
딸아이의 경우 이와는 다른 이유로 두 개의 이름을 갖고 있는데요.
앞의 이름은 한국어 이름, 뒤의 이름은 위에 공개한 대로 그리스 집안에서 물려받은 이름이랍니다.
딸아이는 이 두 개의 이름을 다 아주 좋아한답니다.
그리스에 똑 같은 이름이 많은 이유,
이제 시원하게 이해가 되셨나요?
사람에게 가장 듣기 좋은 단어는 바로 자신의 이름이라고 하는데요.
오늘도 누군가에게 다정하게 이름을 불러주고,
내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그런 하루 되세요~
*그러고 보니 한국에서와 달리 그리스에서는 시시 때때로 사람들이 제 이름을 불러주는 군요.
저 역시 두 개의 이름을 쓰고 있는데 한국 이름과 스무살 때부터 써온 영어 이름 겸 그리스 이름입니다.
(다행히 영어와 그리스어에서 똑 같은 이름이 존재하네요. 제 한국 이름은 외국인들이 거의 발음을 제대로 못하는 이름입니다.)
한국에서는 제 이름보다는 주로 일할 때는 직함, 유치원에 갔을 때는 누구 엄마, 동네에서는 아파트 호수로 불렸던 것 같네요.
그리스에 오니 모든 사람이 시종일관 이름을 불러대서 성가시긴 하지만, 그래도 그게 아파트 호수로 불리던 것보다는 더 낫구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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