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님께서 지어 주신
친정엄마의 유머 돋는 그리스 이름.
어제 그리스 이름에 대한 포스팅에 이어 그리스 이름에 얽힌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하나 공개해볼까 합니다.
저희 친정 부모님은 그리스에 놀러오실 때마다, 사돈들을 만나십니다.
그러나 영어가 좀 되는 엄마와 시아버님 두분만 대화를 하시고,
영어가 짧은 시어머님과 친정 아버지는 그냥 웃기만 하십니다.
영어사용에 울렁증이 있으신 친정아버지는 늘 당당하게 한국어를 사용하시고, 사위인 매니저 씨는 눈치로 알아듣고
대충 필요한 것을 챙겨드립니다.
이 두 부모님의 첫 만남은 인터넷 매신저를 통해 이루어졌고 화상통화를 하며 통성명을 하셨는데,
이상하게도 시부모님께서는 친정 아버지의 이름은 기억하시면서 엄마의 이름은 늘 잊으시는 것입니다.
아마, 엄마 이름이 외국인이 발음하기에 더 어려운 이름인 듯 합니다.^^
또한 그리스에는 똑같은 이름이 많다보니 다양한 이름을 기억하기가 더 어려운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떻든 그렇다보니 막상 그리스에서 얼굴을 대면하게 되었을 때, 시아버님은 자꾸 엄마 이름을 잊어버리는 것에
대해 민망해 하셨고, (우리 나라처럼 사돈~ 이러면 좋겠지만, 이름을 부르는 문화이니만큼) 급기야는
"아! 올리브나무야, 너희 엄마의 이름을 지어드려야겠다" 라고 제안을 하셨습니다.
시아버님은 잠시 고민을 하시는 듯 하더니, 이내
"주디!"
라고 작명을 하셨고,
그리스에서는 흔하지 않은 이 클래식한 영어식 이름이
엄마는 꽤 마음에 드시는 듯 했습니다.
그 이후로도 시아버님께서 주디, 이것 좀 드셔보세요! 라든가, 주디, 그 유적지에 가보세요! 라고
본인이 지으신 엄마의 이름을 신나게 부르셨고,
그럴 때마다 엄마는 즐거워 하셨습니다.
그런데 부모님이 공항에서 한바탕 눈물바람을 하시고 한국으로 돌아가신 후에,
미국에 있는 동생과 이런 저런 근황에 대해 통화를 하는데
갑자기 시아버님의 작명 사건이 기억나서 그 얘기를 동생에게 해주었습니다.
"글쎄, 우리 시아버님께서 엄마에게 그리스 이름을 주디, 라고 지어주신 거 있지?"
"뭐? 뭐라고???"
동생은 갑자기 깜짝 놀란 듯 정색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주디, 좀 클래식하지?"
라고 제가 되물었더니,
"읍읍읍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매신저 너머의 동생은 의자에서 굴러 떨어질 만큼 오버 액션을 하며 웃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에서 뭔 일인가 보고 있던 둘째 동생도 금새 큰 동생의 말을 듣더니 같이 자지러지게 웃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도대체 뭐가 재밌다고 저렇게 웃나해서
"왜 그러는데??" 라고 되물었습니다.
동생은 한참을 웃더니 겨우 호흡을 가다듬고 저에게 차분하게 대답하기 시작했습니다.
"언니. 경상도 말로 주디가 무슨 뜻이지?"
".........................!!!!!!!!!!!!!"
"엄마가 우리 어릴 때, 말대꾸 많이 하고 그러면 맨날 '고 주디 좀 못 다무나!!!' 혼냈던 거, 기억나??"
Oh MY God!!! 오우 마이 갓!
고상하게 "오홍홍홍, 철이 엄마 그랬어요? 오홍홍홍홍." 서울말을 쓰시다가도
우리가 셋이 뭉쳐 일을 저지르면 뚜껑이 열리면서 갑자기 대구 억양 중에서도 최고로 거친 억양으로 변하셨던
우리 엄마.
주디는 그냥 입 이라는 뜻의 경상도 말이지만, 저희 엄마가 이 말을 쓰실 때는 늘 엄청나게 야단칠 때
쓰셨던 단어라 저희에게는 아름답지 않은 기억의 단어였던 것입니다.
덕분에 우리 세 자매는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매신저앞에서 아하하하하 신나게 웃어제꼈고,
엄한 부모밑에 형제 우애가 돋는다고 오랜만에 우애돋는 자매간의 끈끈한(?) 무언가를 확인했답니다.
물론 아직 이 사실을 미쳐 깨닫지 못한 엄마에겐 말하지 않았지만요.
여러분도 쉿 저희 엄마에겐 비밀이에요!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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