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3개국 사람들과 한국인 1인의
엉뚱한 공통 화제
매니저 씨의 절친 스떼르고스와 오스트리아 사촌 마사가 연인관계라는 것을 지난 번에 밝힌 적이 있는데요.
(둘의 러브스토리는 여기를 클릭해 보세요~2013/01/06 - [재미있는 그리스어] - ‘그리스어’에도 ‘피 줄이 당긴다’는 표현이 있다니!)
휴가가 많은 사촌 마사는 이런 장거리 연애를 이어가기 위해, 오스트리아와 그리스를 옆 동네 드나들듯이 드나들고
있습니다.
그날도 마사와 스떼르고스가 우리 부부와 함께 외식을 하자고 했고, 스떼르고스의 조카 '엘레니'와 이탈리아인 남자친구도
함께 동석한다고 했습니다.
사돈의 팔촌도 먼 친척이 아니라 여기는 그리스이기에, 친구의 친척을 보는 일 또한 흔한 일입니다.
그런데 외식을 하기로 약속을 일단 잡고 보니, 한가지 염려가 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 전에 스떼르고스의 형님 집 파티에 초대 받아 갔을 때에도 형님의 딸인 엘레니와 이탈리아인 남자친구를 봤었는데,
프레데리코라는 다소 그리스에서는 생소한 이름을 가진 그는 영어와 이탈리아어 밖에는 할 줄을 몰랐습니다.
그래서 그리스인인 엘레니와도 영어로만 대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파티에서 당연히 대화 주제가 한정될 수 밖에 없었고, 그가 로도스에 산 기간도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분위기는
더욱 어색했었습니다.
자, 여기서 여러분도 한번 상상해 보세요~
여러분의 풍부한 상상력을 불러내기 위해 제가 표를 한번 만들어 보았습니다.
|
그리스인 매니저 씨 |
그리스인 스떼르고스 |
오스트리아인 마사 |
그리스인 엘레니 |
이탈리아인 프레데리코 |
한국인 올리브나무 |
직 업 |
기술직 마스터 개인사업 |
기술직 마스터 직장인 |
자동차회사 사무직 플루트전공 |
특급호텔 파티쉐 |
특급호텔 이탈리아식당 요리사 |
그리스어 번역 한국어 선생 영양과 건강관리업계 종사했었고, 여전히 원격업무 중 |
사용 언어 |
그리스어 영어 약간의 한국어 |
그리스어 약간의 독일어 |
독일어 약간의 그리스어 약간의 영어 |
그리스어 영어 |
이탈리아어 영어 |
그리스어 영어 한국어 |
이 표에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서로 사용 언어가 다르고, 직업군도 다르며, 나이도 여섯 명이 작게는 두 살에서
많게는 열 다섯 살까지 편차가 있습니다.
국적도 그리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유럽 3개국에 한국, 이렇게 다릅니다.
이런 여섯 사람이 식사 자리에서 무슨 주제로 어색하지 않게 얘기를 나눌 것인가, 염려되지 않을 수 없던 것이지요.
어떻든 저는 오랜만에 좋아하는 식당에서 그리스 전통 매제스(고기 해물 야채 빵..여러 요리를 반찬처럼 작은 접시에
늘어놓고 다양하게 즐기는 그리스식 식사 양식) 를 먹는 외식이었기 때문에 뭐, 할말 없으면 간만에 때 빼고 광내고
밥이나 먹고 오자 라는 생각에 그 자리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식사를 기다리며 올리브나무와 매니저 씨
그리스인 스떼르고스와 오스트리아 사촌 마사
이탈리아인 프레데리코와 그리스인 엘레니
그런데 의외로 몇 시간 동안 앉아 있었던 그 식사 모임은 참 즐거웠습니다.
일단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스떼르고스와 마사)이 함께 해서 그랬겠지만 매니저 씨와 스떼르고스, 이 이십 년 지기 절친
들과 성격 발랄한 프레데리코는 죽이 맞아 농담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결국 그 자리에 모인 4개국 사람들인 우리의 공통 화제가 무엇이었는지 아세요?
엉뚱하게도 미드, 바로 미국드라마였습니다.
각자 인상 깊게 봤던 미드, 지금 현재 보고 있는 미드에 대한 이야기들로
우리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세상에…패션의 도시 밀라노가 집인 프레데리코는 패션이나 직업인 이탈리아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할 줄
알았는데, 시종 일관 미드 얘기에 열을 올렸고,
미드를 비록 자막과 함께 TV를 통해서만 보는 스테르고스 역시 대화도 안 통하는 프레데리코의 미드 이야기에 열을
올리며 맞장구를 쳤습니다^^
그리스에서 현재 TV공영채널을 통해 방송되고 있는 미국드라마는 그레이스 아나토미, 각종CSI, 크리미널 마인드, 뱀파이어 다이어리, 프린지, 수퍼내추럴, 하와이Five O, 무한반복 중인 프렌즈 등이 있습니다. * 이 밖에도 케이블채널을 통해서 다수의 미국드라마가 미국과 시간차를 두고, 자막과 함께 방송되고 있습니다. |
평소 영화와 미드 광인 매니저 씨는 말할 것도 없고,
저와 마사와 엘레니 역시 각자의 미드를 본 역사에 대해 나열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식사모임에서 내린 결론들이 있습니다.
강남스타일의 싸이의 경우를 봐도 알 수 있듯이,(관련 수입원을 통해 한국이 얻을 수 있는 잉여 수익이 1조원을 넘길 수 있다고 예측들 하고 있습니다.)
문화 수출이야말로 그 나라를 알리고 관련된 다른 잉여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놀라운 산업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또한, 보통 그리스 하면 고대 유적이나 관광, 이탈리아 하면 명품,음식, 패션, 오스트리아 하면 클래식음악과
모짜르트, 클림트를 떠올렸었던 저였지만 이 모든 고정관념을 깨고 유럽의 젊은이들과 한국의 젊은이들이 인터넷
과 매체의 발달로 서로 문화산업을 통해 하나의 공통된 주제를 가질 수 있겠구나 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지금 프레데리코와 엘레니는 겨울 시즌이라 밀라노에 체류하고 있습니다.
호텔이 다시 문을 열 때, 그들이 로도스로 돌아오면
이 멤버가 다시 모여, 각 나라의 전통 요리로 조촐한 파티를 하기로 했습니다.
상상만으로도 군침이 돌고 여름을 기다리게 되네요.
자, 여러분이 보시는 미국드라마도
언젠가는 글로벌 대화 주제가 될 수 있다는 걸 아시고
미드 폐인이라고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오늘도 식사 거르지 마시고
맛있는 거 많이 많이 드시는 하루 되세요~
* 참, 프레데리코 이름이 본인들에게 낯설고 어렵다고 짓궂은 매니저 씨와 스떼르고스는 둘만 만나 그를 지칭할 때, 까르보나라 라고 부르더군요. 헐.
* 제가 좋아했던 미드는, 스몰빌7시즌까지만. 히어로즈 2시즌까지만. 프리즌 브레이크 2시즌까지만. 프렌즈 전 시즌. 윌 앤 그레이스, 라이 투미, 레버리지, 크리미널 마인드 등이 있으나 현재는 시간관계 상 셜록 홈즈 미국판인 elementary 하나만 보고 있습니다.
(나열해 놓고 보니 제 취향이 보이는군요.--;유령 이야기나 지나친 로맨스, 잔인한 이야기는 보게 되지 않고, 수사물, 코미디, 능력자 이야기를 좋아하는군요.)
'신기한 그리스 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를 기막히게 하는 유럽인들의 다림질에 대한 집착 (50) | 2013.03.14 |
---|---|
날마다 사탕을 나눠 주는 그리스인들의 특별한 사탕 철학 (34) | 2013.03.13 |
이럴 수가! 전 세계 어디나 노인 분들의 막무가내 호기심은 똑같다니 (23) | 2013.03.12 |
시아버님께서 지어 주신 친정엄마의 유머 돋는 그리스 이름. (30) | 2013.03.07 |
100만 명의 ‘야니스’가 존재하는 희한한 그리스 (35) | 2013.03.06 |
한국과는 많이 다른 유럽인들의 오토바이에 대한 개념 (43) | 2013.03.04 |
딸아이가 새 학년이 되며 심리상담을 원한 기막힌 이유 (37) | 2013.03.02 |
군복무 중, 영국 윌리엄 왕자를 만났던 그리스인 남편이야기. (28) | 2013.02.27 |
작년 그리스를 웃겨주었던 그리스 TV 광고 (20) | 2013.02.26 |
지역별 유럽인 외모 구분법, 알고 보면 완전 달라! (51) | 2013.02.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