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는 많이 다른 유럽인들의
오토바이에 대한 개념
세상에 살다 보면 황당한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리스에 와서 받은 가장 황당한 질문 중 하나는 다름아닌 그리스인 시어머님으로부터였는데요.
"얘, 너는 그 나이 되도록 어떻게 오토바이도 안 배웠니?"
라는 것이었습니다.
진심으로 궁금한 얼굴로 이런 질문을 하는 시어머님을 보며
저는 정말이지 한동안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난감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리스와 주변 유럽국가의 오토바이 이용 현황을 보면 이런 질문을 하셨던 시어머님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그리스의 경우를 살펴보면, 문화재 보호 등을 이유로 좁게 만들어진 도로상황, 시내 중심가의 주차 공간 협소,
비싼 휘발유 가격(한국보다 조금 더 비쌉니다.) 등의 이유로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16세 이상이면 오토바이 운전면허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중고등학생들이 오토바이로 등 하교 하는 모습,
초등학생 부모들이 아이들을 뒤에 태우고 등 하교를 시키는 모습 등은 그리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입니다.
오전에는 공영주차장마다 만차로 주차할 자리가 전혀 없는 로도스 시내 안에 볼일이 있는 경우에,
자가용이 있더라도 아줌마 할머니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시내에 가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리스 내에 있는 오토바이 매장의 규모, 매장의 수만 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이용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로도스의 오토바이 매장들 google image>
그리스에서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인구의 100%가 아니듯이, 모든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운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자동차를 운전하지 못하는 사람들 중에도 오토바이는 운전할 수 있는 사람들이 확실히 많습니다.
즉, 그리스에서 오토바이에 대한 개념은,
한국에서처럼 멋있게 스피드를 즐기기 위함이나 혹은 특별한 이동수단으로서의 개념이 아니라,
자동차를 운전하기 전에 기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도구, 혹은 붐비는 도로를 손쉽게 다닐 수 있는 경제적인 도구로서의 개념인 것입니다.
저희 가족만 해도, 시아버님과 매니저 씨는 물론, 시어머님, 시누이, 고모님들, 조카들, 사촌들 등 모두가 오토바이를
운전할 줄 알고 때때로 필요에 따라 운전을 합니다.
딸아이의 학교 같은 반 18명 학생 학부모 중에 오토바이 운전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은 저와 다른 엄마 한 명까지
딱 둘 뿐입니다.
시어머님도 여름성수기에는 자동차를 놔두고 오토바이로만 복잡한 시내로 출퇴근을 하십니다. 다른 나라라고는
페리(배)로 두 시간 거리의 옆 동네 터키밖에는 경험해본 적이 없어, 그리스가 세상의 중심인줄 알고 계시는 시어머님
입장에서 위의 질문을 제게 던질 만 했던 것입니다.
<집 앞에 오토바이를 처음으로 몰고 온 조카이야기를 듣고, 파티 중에 굳이 시승을 해보시는 시어머님과 조카들>
다른 주변 유럽국가의 경우도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비율은 다를지라도, 이런 오토바이에 대한 개념은 비슷합니다.
그 증거로 로도스에 있는 렌터카 회사마다 유럽 관광객들에게 자동차 숫자만큼 오토바이를 빌려주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http://www.exoticrentals.gr/moto_en.html 로도스의 한 오토바이 렌트회사 광고 사진>
실제로 지난 여름 오스트리아의 사촌 베르니와 함께 로도스를 여행 왔던 오스트리아인 알렉스와 트루디(여성), 토마스를 보면, 이십 대 후반의 직업 군도 다른 그들 모두가 오토바이를 운전 할 수 있어서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함께 빌려 여행을 즐겼었습니다.
로도스에 거주하는 호텔 요리사 이탈리아인 친구들을 봐도 남녀 모두 오토바이를 운전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오토바이를 배운 시기는 역시 십대 후반, 기동성을 위해서라고 답했습니다.
독일에서 이사 온 딸아이 친구의 독일인 엄마로부터도 독일 역시 비슷한 개념이라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이렇게 어떤 특정 부분에 대해 개성이 다른 유럽국가들이 비슷한 성향을 나타내는 것은,
유로 존이 형성되면서 유럽인이라면 무비자 무여권으로 출입할 수 있는 유럽국가들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유럽 젊은이들이 서로 비슷한 유행의 패션동향을 나타내는 것 또한 이런 이유입니다.
이런 유럽 안의 그리스에 살면서, 오토바이 면허를 획득해야 하나 갈등하는 순간이 생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황당질문이었지만, 시어머님 입장에서는 진정 궁금했었을 그 질문에 대해서
한국의 오토바이 진입이 불가한 대다수의 도로사정과 유럽에 비해 큰 차를 선호하는 문화,
한국의 오토바이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는 등으로 겨우 대답은 했지만,
저 역시 이곳에서 오토바이를 운전할 수 있으면 참 편하겠다 라고 여기는 순간들이 참 많기 때문입니다.
(아이와 하교 시, 쭉 막혀있는 주차장을 유유히 뚫고 나가는 오토바이 위의 학부모들을 볼 때, 주자 공간 전혀 없는 시내에 쉽게 주차할 때 등)
그러나 매니저 씨의 지도 하에, 빈 공터를 한 두 바퀴 오토바이로 운전 해 본 경험을 떠올려 볼 때,
제게 오토바이는 여전히 위험하고 좀 어려운 도구랍니다.
언젠가 오토바이 면허를 획득해야겠다고 결심하는 순간이 온다면
여러분께도 당장 알려드리겠습니다^^
오늘 이야기, 어떻게 보셨나요?
붐비는 월요일입니다.
그러나 즐거운 월요일 되시길 바랄게요~
* 저희 동네는 어제 온 폭우와 사냥총소리 같았던 천둥 번개로 인터넷라인이 다시 파손됐습니다.
빨리 댓글을 승인해드리지 못해도 양해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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