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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그리스 문화

소스를 잘 만들면, 요리 잘 한다 여기는 그리스 문화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11. 30.

 

 

지난 번 그리스 가정식 감자튀김에 대한 글에서 이와 어울리는 소스에 대한 소개를 드리기로 했었는데요.

그리스에서는 감자튀김에 소금과 레몬을 뿌려 먹기도 하고, 마요네즈나 겨자 소스를 찍어 먹기도 하는데요.

이 외에도 케첩만 찍어서 먹는 경우보다는 마요네즈+케첩을 함께 섞어 먹는 경우가 많아, 만약 가정식 감자튀김이 아닌, 패스트푸드점(맥도날드, 그리스 자국 브랜드 구디스, 치킨 스토리 등)에서도 감자튀김을 주문하면 낱개 포장된 마요네즈 소스와 케첩 소스를 둘 다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다른 서양 요리에서도 소스가 참 중요한 역할을 하듯, 그리스 음식 역시 어떤 소스를 곁들이냐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 만약 어떤 사람이 고기, 생선, 튀김, 해산물 등에 어울리는 각각의 소스들의 레시피를 많이 알고 있다면 그 사람의 다른 요리를 먹어보지 않아도 이미 그는 굉장히 요리를 잘 하는 사람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것입니다.

이는 마치 우리나라에서 고추장 된장 등의 장을 직접 만들어 먹는 집에 방문했을 때, 그 집 장맛만 보고도 집주인이 요리를 잘하는지 아닌지 눈치챌 수 있는 것과 비슷한 경우인 것 같은데요.

 

이렇게 소스맛에 민감하다 보니, 감자튀김에 어울리는 소스 역시 집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리스에서의 베테랑 주부의 경우 각 가정만의 독특한 소스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고, 좋은 소스 레시피가 있다면 어떻게라도 알아내려고 하는 경우가 많은 것입니다. (집안일을 잘 하지 않는 그리스 남자들이 유일하게 하는 것이 요리인데, 그래서 요리를 잘하는 남자들 조차도 이런 레시피를 궁금해하곤 한답니다.)

 

제가 오래전 세 번째인가 그리스를 방문했을 때, 매니저 씨는 저에게 한 식당의 수제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소개해 주었는데, 매니저 씨가 그곳에서 감자튀김을 시켜 먹는 이유가 감자튀김 때문이 아니라 바로 이 소스, 때문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겠어요?

그냥 보기에는 마요네즈와 케첩을 섞은 살구빛 소스로 보여서, 마요네즈 비율이 높은가? 정도의 예상만 하고 소스를 맛 보았는데, 어랏? 이 소스에는 뭔가 색다른 그런 맛이 있었습니다.

그 식당 주방장이 다른 직원들에게도 절대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그 감자튀김 소스의 비결을 소개하자면 이렇습니다.(결국 부 주방장이 레시피를 알아내 궁금증이 폭발한 그리스인들에게 소문을 내버렸답니다.^^)

 

 

감자튀김을 위한 

새우토마토 소스

(양은 먹을 만큼 하시면 된답니다.)  

1. 마요네즈와 케첩을 8:2 비율로 섞습니다.  

2. 1번이 밥 한 공기 양일 때, 껍질을 벗긴 토마토 반 개와 손질한 작은 새우 몇 마리를

    함께 곱게 갈아서 1번과 섞습니다.

3. 약간의 설탕을 넣습니다.

한번 해보고 개인의 취향에 따라 각 번호의 양을 조금씩 다르게 해서 만들어 본다면, 내게 맞는 소스 비율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참 익숙하면서도 독특한 풍미을 내는 소스입니다.

 

 

그러나 그리스에서 감자 튀김이나 고기 요리, 기로스 피타 등, 모든 요리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대표 소스는,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계시는 차지키(Τζατζίκι) 입니다.

 

 

이 차지키는 된소리를 지양하는 한국의 외래어 표기법 대로 썼기 때문에 이렇게 표기된 것이지만, 실제 그리스인들은 이 차지키를 짜지끼가깝게 발음을 합니다.

그리스인들의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원조 차지키 레시피를 소개하자면 이렇습니다.

 

 

그리스 대표 소스

차지키(짜지끼Τζατζίκι)

 

1. 500g 플레인 요거트 1/2 κιλό γιαούρτι στραγγιστό/σακούλας

그리스에서는 요거트 종류가 정말 많은데, 차지키를 만들 너무 저지방 요거트를 사용할 경우 소스의 깊은 맛이 떨어질 있기에 보통의 단맛이 전혀 없는 플레인 요거트를 사용하면 됩니다.

2. 서너 개의 알이 굵은 마늘을 갈아주세요. 3-4 μεγάλες σκελίδες σκόρδο

그리스인들은 마늘을 칼로 다지기도 하지만 강판이나 블라인더에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그리스인 중에는 마늘을 먹지 않는 사람들도 있어서, 이런 가정의 경우 차지키 소스에서 마늘을 빼고 만들기도 한답니다.

3. 1 Ts 소금 1 κοφτή κουταλιά αλάτι

여름이 그리스에서는 짜게 먹는 경향이 있으니 테이블 스푼 정도를 먼저 넣어 보고, 나중에 추가로 넣는 것도 좋은 방법일 같아요.

4. 1 Ts 식초 1 κ.σ. ξύδι

포도가 맛있는 지역에 사는 그리스인들은 일반적으로는 포도식초를 많이 사용하는데, 너무 향이 독특한 다른 과일 식초 밖에 없는 경우 그냥 일반적인 식초를 사용하면 좋을 하네요.

5. 1개의 오이를 강판에 갈아 주세요. 1 μεγάλο αγγούρι

6. ¾ 올리브오일 3/4 φλυτζ. ελαιόλαδο

 

 

차지키 소스는 일단 이 맛에 빠지게 되면, 자꾸만 또 먹고 싶을 만큼 참 매력적인 소스인데요.

그래서 요리 좀 한다는 그리스 가정에는 조금씩 변형된 저마다의 차지키 레시피가 존재하고, 만약 파티를 하는데 그 집 차지키가 정말 맛있다면 손님들은 집 주인을 엄청나게 칭찬하며 꼭 그 레시피를 알고 싶어 하곤 한답니다.

 

 

그 대표적 예로, 항산화 항암 효과가 있다는 비트 당근을 갈아 넣은 차지키가 있습니다.

 

저희 시어머님의 차지키는 정말 맛있는데, 파티가 많은 저희 집은 다른 요리할 종류와 양이 워낙 많기 때문에, 만들어 먹는 경우보다는 사서 먹는 경우가 더 많답니다.

다행히 그리스의 일반 마트에는 상품화된 차지키 소스 종류가 수십 개나 존재해서 그 중 맛있는 것을 잘만 고른다면 이렇게 직접 만드는 부담을 덜 수도 있습니다.

 

또한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등 그리스 이민자가 많은 지역에는 그리스 식당이나 그릭 마켓이 있어서 상품화된 차지키를 구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스인들은 레시피 라는 말을 그리스어로 신따기συνταγή라고 부르는데, 희한하게도 신따기라는 단어는 그리스에서 '의사 처방전'이란 뜻으로도 사용되는데요.

의사 처방전과 레시피를 같은 단어로 사용할 만큼, 그리스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레시피 대로, 여러분도 그리스의 소스들을 한번 만들어 보시면 어떨까요?

여러분, 즐거운 주말 되세요!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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