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유혈사태는 사실 예견된 일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이집트 정부의 불안한 행보를 시작으로 현재의 군부가 들어서며 예견된 수순이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까지 잔인하게 군부가 민간인을 대량학살하는 일이 국제 사회에 또 다시 벌어졌다는 것은 이유를 막론하고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집트 유혈사태 사망자↑…'실탄 사용' 지시 【앵커멘트】 |
현재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이집트의 유혈사태에 대해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언론이 주목하고 있듯이, 이집트에서 유럽으로 들어오는 통로가 되는 나라인 그리스 언론에서도 연일 이집트 유혈사태에 대한 보도를 대대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문제를 두고 8월 17일인 오늘 유럽에서는 정상 회담이 열릴 예정입니다.
그리스 공중파 TV 스카이에서 보도한 이집트 유혈사태에 관한 뉴스입니다.
그리스는 상대적으로 이집트와 거리가 가까운 나라입니다.
일 년에도 몇 번씩 이집트로부터 불어오는 적사 (붉은 모래)로 그리스에 붉은 비가 내릴 만큼, 그리스와 이집트는 지역적으로 가까운 나라입니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연일 최악으로 치닫는 이집트 상황에 대한 보도를 듣다 보니, 2주 전 카타르에서 아테네로 돌아오던 비행기에서 제 옆자리에 앉았던 이집트인 남자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더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몇 시간의 비행으로 무료함에 말을 걸어온 그 이집트인 남자와, 약 한 시간 가량 이집트와 카타르의 문화, 정치, 외교, 경제, 날씨 등 여러 분야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그는 부모님과 카타르에 살고 있는 삼십 대 초반의 남자였는데, 이름만 대면 알만한 컴퓨터 회사의 카타르 지점에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아테네엔 두 번째 방문하는 길이었고, 여름 휴가로 그리스에 보름 정도 머물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초면에 흔히 물어보는 어느 나라 사람이냐는 질문에 제가 "한국인(남한)이고, 그리스에 살고 있다."라고 밝히자, 그는 "이집트인이고, 카타르에 살고 있다."라고 본인은 카타르에 몇 년 동안 살았지만 이집트에 뿌리를 둔 사람임을 밝혔습니다.
저에게 먼저 말을 걸어온 것은 그 사람이지만 평소 궁금했단 이집트의 현재 상황과 2020년 월드컵 개최국 티켓을 거머쥔 카타르의 현재 상황에 대해 저는 많은 질문을 던졌고 그의 성실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그는 자국인 이집트에 대해서는 한 마디로 "아름답지만 살기 힘든 곳이 되어버린 나라" ,
카타르에 대해서는 "최고의 발전 속도로 외국인이 살기에 상당히 자유로운 나라" 라고 표현했습니다.
특히 현재 유혈사태의 원인이 된 이집트의 종교와 관련된 정치적 압력 대해 물었을 때, 이집트는 결국 그 문제로 지금의 심각한 사태에 이르렀고, 몇 년 전부터 나라를 빠져나갈 수 있는 사람들은 지금의 전쟁상황과 마찬가지인 이런 상황에서 인근 발전국인 카타르나 아랍에미레이트 등으로 취업해 거처를 정해 떠나는 현상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본인의 종교적, 정치적 신념도 중요하지만 이집트인들 중에서 그것을 위해 싸우다 죽을 만큼 용감한 사람도 있고, 살고 싶은 마음에서 전쟁 같은 정치 상황을 피해 인근 국가로 이주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이미 몇 년 전 이런 상황을 예견한 후자에 속한 사람이었고, 비겁할 지는 모르지만 살고자 하는 마음에 카타르로 부모님과 이주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집트의 현 상황이 진정되는 대로, 올바른 새 정부가 세워져서 현재의 카타르 만큼 좀 더 열린 사고로 개방과 발전을 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현재 카타르는 급부상하는 신흥 강국을 꿈꾸며 다량의 외화와 외국인 유치로 종교적인 부분까지도 상당부분 열린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했습니다. 분명히 카타르 국민은 80%는 무슬림이지만 즉 꼭 무슬림이 아니어도 카타르에서 살아가는 데에는 큰 불편함이 없이 종교의 자유를 누릴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 제가 들은 바로도 이집트의 이웃 국가인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의 경우, 최근 워낙 많은 외국인들이 거주하며 일하고 있어서 국제학교의 학생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고 하는데요.
제 딸아이 학급의 한 친구도 올 봄, 그리스인 엄마와 네덜란드인 아빠가 두바이에 취업하게 되면서 그곳 국제학교로 전학을 가게 되었고 학급 아이들은 그 아이 송별회를 했었습니다.
이렇게 이집트인을 직접 만나 그곳의 상황을 들으며 든 생각은, 국가가 어떤 정책을 어떤 사상을 갖고 어떤 방법으로 펼치냐에 따라 국민들이 피를 흘릴 수도 있고 편안하게 휴가를 즐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가 만약 이집트에 계속 남아있었다면 그 역시도 아테네로의 휴가는커녕, 오늘날의 유혈사태의 주검이 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과연 그 사람처럼 이런 사태를 예견하고 살길을 찾아 이집트를 일찍이 떠난 사람들을 비겁하다고만 말할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고, 한편으로는 그렇게 나라를 떠나고 싶어도 이념 때문이 아니라 방법이 없어서 그냥 무고하게 죽어간 이집트인들도 얼마나 많을까 싶었습니다. 실제 현 이집트 군부에 저항하는 무슬림형제단은, 보고된 인원이 아닌 2천 600명이 숨지고 1만명이 다쳤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유로든 군부의 민간인을 향한 대량 학살과 무력이 정당화 될 순 없고, 그것은 대한민국 역사가 보여주듯이 결국 국가의 큰 상처로 오래 되 씹힐 수 밖에 없는 일이 될 것입니다.현재 대한민국도 많은 난제를 여전히 갖고 있고, 언론이 제대로 입이 되어 주지 않아 시민 기자나 정치블로거를 통해서나 국정원 사건이나 촛불 시위에 대한 구체적 상황을 들을 수 밖에 없는 갑갑한 상황이지만, 그래도 현재 대한민국은 혈세를 낼 지언 정 진짜 피를 흘리며 군부 아래 무고한 목숨들이 죽어버렸던 시대는 지났으니, 지금의 이집트 사태에 대해서도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사태가 호전되어 근본적인 해결이 되길 기대하는 국제적인 시민의식을 갖게 되었으면 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이 글에 대해서, 누가 봐도 일베 활동 중인 듯한 역사 왜곡 댓글이나 국제 외교 논의를 가장한 예의 없는 악플에 대해서는 모두 가차 없이 삭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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