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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에서

크리스마스트리에 전구 대신 진짜 초를 달다니.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12. 11.

 

 

 

몇 해전 겨울, 저희 가족은 감사하게도 오스트리아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 해 여름에 사촌 마사가 저희 집에 여행 와 머물게 되면서, 고모님은 내심 당신 딸을 먹이고 재워준 제게 고마우셨던 것 같습니다.

놀러 오기만 하면 편하게 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성화셨고, 늘 음악과 예술의 도시 오스트리아 비엔나(빈)에 한번 가보고 싶었던 저는 감사하게 그 초대에 응하게 되었습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시청 앞의 크리스마스 마켓입니다.

(프랑스, 독일, 체코 등의 크리스마스 마켓과 함께 크리스마스 시즌의 볼거리로 유명합니다.)

 

주차가 어려운 시내 안쪽은 지하철을 탔어요.

 

그리스 로도스에서 비엔나까지는 약 2시간 30분 정도 비행시간이 소요되니 크게 먼 거리는 아닙니다. 관광시즌인 여름엔 로도스 공항에서 비엔나 공항까지 직항이 있고, 겨울엔 아테네를 경유해 가야 하는데 소요시간은 비슷합니다. 한국에서 일본이나 중국을 가는 거리와 비슷한 셈입니다.

 

 

그런데 한국과 일본, 중국이 아무리 가깝고 같은 북아시아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고는 하나 나라간에 상당히 다른 문화가 형성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오스트리아와 그리스는 달라도 정말 다른 문화를 갖고 있었습니다.

물론 외관상 눈에 띄는 건축 양식이나 사람들의 성향과 외모가 다른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그냥 관광으로 갔다면 알 수 없었을 일반 가정집들을 방문하게 되면서 저는 정말 놀란 것이 많았습니다.

오스트리아 엘레니 고모님께서는 그 짧은 일 주일의 휴가 동안, 저희 세 사람을 참 많은 친한 친구분들 가정에 데리고 가서 소개시키셨기 때문입니다.

 

그런 과정에서 아주 흥미로웠던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오스트리아의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전에 제가 경험한 크리스마스트리 장식하는 방식은 한국, 미국, 그리스가 다였습니다.

미국은 한국보다 진짜 나무를 사용하는 가정이 더 많다는 것, 한국에 비해 더 많은 가정이 트리 장식을 한다는 것이 차이점이 있었고, 그리스의 경우도 역시 한국보다는 트리 장식을 하는 가정이 많은데(이는 연말 연시 휴가와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스의 경우 일반 회사는 일 주일에서 열흘 정도 연말 연시 휴가가 있고, 학교는 2주 정도 방학이 있습니다. 그리스 학교들은 이 외에 겨울방학은 따로 없습니다.), 진짜 나무 보다는 모형나무를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특히 빨래를 너는 베란다를 꼭 갖고 있는 그리스의 집들은(그리스의 베란다에는 유리창 새시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베란다까지 전구를 주렁주렁 매달고 트리 장식을 하는 집들이 많이 있어서, 시내의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골목을 저녁에 걷다 보면 여기저기 마당과 베란다에 전구들이나 담을 타는 산타 인형이 매달려 있는 경우가 많아 그것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한데요.

 

SNS에 올라온 친척 끼끼 집의 크리스마스 장식입니다.

 

물론 어느 나라나 트리를 꾸미는 것이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보는 이들에게 연말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점은 비슷할 듯 합니다.

 

 

그런데 오스트리아 고모님 댁에서 트리를 함께 장식하게 되었는데, 장식 모형들은 여느 나라의 것들과 비슷했지만, 고모님 댁 크리스마스트리엔 진짜 나무를 사용하는 것도 모자라, 생일 초만한 크기의 진짜 초들을 초 받침에 얹어 수십 개를 트리에 매다는 것이 아니겠어요?

 

  

  

 고모님 댁의 크리스마스 장식들

이 동방박사가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하는 모형 장식은

오스트리아인 고모부님 집안에서 대를 이어 100년을 내려온 물건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진짜 초를 전구 대신 나무에 다는 것은 처음 보았기 때문에, 도대체 저걸 나중에 켤 경우, 나무가 타 들어가거나 화재 위험이 없는 걸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고모님은 수십 년간 해 오셨던 일이라며 능숙하게 초를 장식하셨습니다.

 

결국 궁금했던 '초에 불 붙이기'는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었을 때 선물 개봉식을 앞두고 시작되었고, 그 모습은 정말 감탄이 나오도록 아름다웠습니다.

 

 

전구와는 다른 이런 아름다움 때문에 진짜 초를 사용하는구나 싶어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더 놀랐던 것은 다른 친구분들 집을 한 집 한 집 방문하기 시작하면서였습니다.

고모님의 오랜 친구분들은 저희 가족이 놀러 왔다고 초대를 해주셨고, 이 집 저 집을 다니다 보니, 그 집들도 모두 진짜 초를 크리스마스트리에 장식해 놓은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전구로 창문을 꾸미거나 마당을 장식하기도 했지만, 트리엔 모두 진짜 초가 달려 있었습니다.

 

물론 오스트리아의 모든 가정이 이렇게 진짜 초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전구를 이용하거나 모형 나무를 이용하는 가정들도 있는데, 아무래도 고모님이나 친구분들은 좀 더 여유가 있는 연령의 분들이셔서 진짜 초를 장식한 경우가 많을 수도 있겠다고 짐작해봅니다.

 

 

물론 가정이 아닌, 이런 대형 쇼핑몰 안에 있는 트리들에는 일반 전구가 달려있었습니다.

 

 

그리스에도 이제 거리나 각 가정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했는데요.

내수가 좀 더 좋지 않은 지역엔 전기료를 못 내 동사하는 사람들이 있을 만큼 경제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리스라, 작년에 비해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한 집들이 훨씬 줄었습니다. 

그래도 작은 여유라도 있다면 트리를 장식하며 가족과 따뜻한 연말 분위기를 내고픈 가정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계신 곳의 크리스마스트리는 어떻게 특별한가요?

 

 

 

오스트리아 고모부님 친구 쿨트 씨와 얼싸 안고, 매니저 씨는 도대체 뭘 하는 중일까요?

다음 기회엔, 이 오스트리아 방문 중에 있었던, 여전히 이곳에서도 저를 비켜가지 않았던 웃픈 일들도 좀 소개할게요.

 

여러분 즐거운 하루 되세요!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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