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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에서

베트남에서 날아온 축전, 그리고 사건 일지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5. 11.

베트남에서 날아온 기분 좋은 축전,

그리고 사건 일지

 

 

 

 

 

 

SNS에 다음 주 발행 글에 사용할 예전 사진을 뒤지러 들어갔다가, 뜻밖의 축전 하나를 확인했습니다.

 

생일 축하해. 올리브나무. 너에게 행운이 함께하길. 네가 많이 그립다. 널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

 

 

엉엉

고마와. 친구야. 나도 너랑, 너희 가족들, 네 누나가 해주었던 조개양념 구이, 호치민..모두 그리워.

매니저 씨도 그렇대. 우리 언제 다시 꼭 놀러갈게.

(제가 쓴 댓글입니다.)

그 축전 덕에 이 베트남 친구와 처음 만났던 때부터 몇 차례의 호치민 출장과 여행들을 오랫만에 떠올리게 되었는데요.

 

 

추억 돋는 당시 사진들

(불과 5 년 전인데...누구세요?  나...그리스에서 고생 너무 많이 한 거야??)

 

저는 대개 출장이든 여행이든 일단 해외로 나갔다 하면 평탄한 일정 보다는 늘 이상한 사건들과 마주하게 되곤

했었는데요.

베트남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제가 참 좋아하는 호치민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건 사고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를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5년 전 쯤 출장으로 베트남 호치민에 갔을 때 생겼던 일입니다.

후배 동료와 함께 큰 호텔에서 컨퍼런스를 마치고 공원을 가로질러 우리가 머물렀던 숙소로 걸어오던 중이었습니다.

더운 바람이 불긴 했지만, 여행이 주는 들뜬 밤 공기에 그녀와 저는 팔짱을 끼고 룰루 랄라 신나게 걷고 있었습니다.

컨퍼런스 직후여서 둘다 단정한 원피스 차림이었지만 그런 것에 게의치 않고 성큼 성큼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작은 오토바

이 한 대가 저희 가까이 서더니 체구가 작은 베트남인 특유의 흰 셔츠 차림의 남자가 오토바이에서 빠른 속도로 내려 저희

으로 다가오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좀 이상한 느낌을 받아 후배의 팔을 바짝 끼며 피하려 했지만, 그 남자는 정말 빛의 속도로 후배의 비싸 보이는

가방잡아챘습니다.

헉

'소매치기구나. 당했다.' 라는 찰라의 생각이 스쳤는데,

어라? 달아나야할 이 남자가 도망치지 못하고 그냥 가방을 붙잡고 용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요?!!!

으쌰

저는 놀라서 그 남자와 가방과 옆의 후배를 고개를 획 돌려 살펴보니,

후배는 그 참한 원피스 차림임에도 불구하고, 괴력 소녀처럼 손에서 절대 가방을 놓지 않았고, 그 체구 작은 베트남

남자는 가방을 빼앗으려고 안감힘을 쓰다 못해 가방에 대롱대롱 매달린 꼴이 되었습니다.

 

후배는 갑작스런 상황에 영어도 잊었는지 한국말로

"놓으라고! 내꺼라고! 놔! 내가 누군 줄 알고 덤벼! 내가 도합 몇 단의 유단자인줄 알아! 놔!"

이렇게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습니다.

순간 소매치기고 뭐고 잊은 채 저는 자지러지게 웃었는데요.

ㅎㅎㅎ

그게, 극성스런 후배 아버지는 어릴 때 부터 그녀를 태릉선수촌의 선수 훈련 시키듯이 만능 스포츠맨으로 길러

냈고, 전공과 무관하게 그녀는 그렇게 대단한 힘의 소유자가 되었던 것입니다.

 

겉으로 체격이 크지 않은 그녀의 모습을 우습게 보고 달려든 운 나쁜 소매치기였던 것이지요.

어떻든 오 분 가까이 그렇게 둘이 씨름을 했고, 결국 가방끈이 한 쪽 끊어지도록 가방 하나에 매달려 싸우더니,

그 남자는 포기하고 오토바이를 몰고 다시 가버렸습니다.

그 남자도 웬만하면 포기하고 갈 것이지, 정말 오 분 동안 말도 못알아 듣는 사람 말리지도 못하고 얼마나 웃겼나 모릅니다.

 

그 남자가 돌아가고 상황이 정리되자 후배는 진이 빠진 듯,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 숨을 몰아 쉬었고,

저랑 눈이 마주치자 우리 둘은 호치민 시내가 떠나가라 미친듯이 웃기 시작했습니다.

ㅋㅋㅋ우하하

 

공산당이 집권당인 만큼 제약이 많고 그래서 비교적 치안이 안전한 호치민인지라, 그런 허술한 소매치기가 가방을 훔쳐가려

했겠지만, 그날 하얀 원피스를 입은 후배의 가방에 매달려 거의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하듯 땅에 누워있던 그

남자의 우스꽝스런 모습은 결코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여러분~

저는 아침에 눈 뜨자마다 생일 케이크 사러 가야 겠어요^^

샤방

 

 

관련글

2013/03/18 - [신기한 그리스 문화] - 내 생일 케이크는 내가 사야 하는 좀 서운한 그리스 문화

 

* 사실 제가 베트남 친구에게 쓰고 싶었던 댓글은 이랬습니다. 

  "친구야. 너와 네 아름다운 여자친구와 함께 커피를 마시던 그 프랑스인 주인의 카페가 그립다. 매니저 씨가 몇 년 전, 너네 집에서 그렇게 음식

   을 많이 축냈는데, 그래도 우리를 여전히 좋아해 주어서 고마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