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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생활205

한국 세탁기에 드디어 반한 그리스인 시어머니 제가 처음 그리스로 이민을 오니, 시어머님은 15년이 된 월풀 세탁기를 쓰고 계셨습니다. 새로지은 뒷집으로 이사를 나가시며 소형 세탁기를 구입하긴 하셨지만, 제가 새 세탁기를 사고 싶다고 말을 해도 굳이 어머님이 쓰던 것이 그냥 쓸만하다고 저에게 바꾸지 말고 계속 쓰길 바라셨고, 그렇게 세제 투입구가 다 부서지고 온도와 압력을 수동으로 맞추어야 하는 세탁기와의 동거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세탁기는 이곳 생활이 해를 거듭할수록 말썽을 부릴 때가 많았습니다. 세월의 흔적을 견디기 어려웠겠지요. 세탁을 다 하고 나도 물이 흥건히 고여 있는 경우, 갑자기 작동을 안 하는 경우, 세제 투입구가 막히는 경우, 물이 줄줄 세서 세탁실이 엉망이 되는 경우 등 수십 가지 작동 오류를 거듭하며 이제 그만 일을 하고 싶다는 .. 2013. 12. 13.
내가 ‘권투 하는 곰’이라 불린 이유 한국에 살 때도 연말이면, 1년 동안 일정을 적어둔 다이어리를 들여다보며 올해는 뭘 잘 했지, 뭘 감사할 일이 있었지, 계획했는데 못 이룬 일은 뭐지, 좋았던 기억은 있나, 난 작년 보다 나은 사람이 되었나 등등 생각이 많아지곤 했었습니다. 그리고 그리스에 이민 온 후 첫 번째 연말을 맞았을 때, 그 연말증후군은 한국에 있을 때와 비할 바가 안 되게 심하게 나타났습니다. 아직은 많이 낯선 시댁가족들은 모두 서로를 챙기는 것 같았고, 연말 연시 파티가 이어질 때마다 시어머님은 당신 딸인 시누이 앞으로 음식접시를 밀어놓곤 하셨는데, 어떤 날은 정말 정신 없이 딸을 위하시느라 제 앞에 놓인 접시까지 밀어 옮기신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이민 후 첫 번째 연말은, 한국과 한국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매일 눈물.. 2013. 12. 12.
크리스마스트리에 전구 대신 진짜 초를 달다니. 몇 해전 겨울, 저희 가족은 감사하게도 오스트리아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 해 여름에 사촌 마사가 저희 집에 여행 와 머물게 되면서, 고모님은 내심 당신 딸을 먹이고 재워준 제게 고마우셨던 것 같습니다. 놀러 오기만 하면 편하게 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성화셨고, 늘 음악과 예술의 도시 오스트리아 비엔나(빈)에 한번 가보고 싶었던 저는 감사하게 그 초대에 응하게 되었습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시청 앞의 크리스마스 마켓입니다. (프랑스, 독일, 체코 등의 크리스마스 마켓과 함께 크리스마스 시즌의 볼거리로 유명합니다.) 주차가 어려운 시내 안쪽은 지하철을 탔어요. 그리스 로도스에서 비엔나까지는 약 2시간 30분 정도 비행시간이 소요되니 크게 먼 거리는 아닙니다. 관광시즌인 여름엔 로도.. 2013. 12. 11.
한국인의 장점 성실한 이미지, 그러나? 얼마 전 폭우의 번개로 저희 집 세탁기 전선이 타 들어갔습니다. 결국 새 세탁기를 사야 했습니다. 그리스 로도스 시 내의 어느 집은 컴퓨터가, 어느 집은 TV가 망가졌지요. 작년엔 인터넷 선이 타들어가서 사무실이나 카페에서만 글을 썼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리스는 피뢰침도 없어서 번개에 가전제품이 타 들어가는 어이 없는 상황이 발생하냐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그럴 리가요. 그리스에도 피뢰침은 잘 설치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곳 겨울의 번개와 천둥의 종류가 한국의 그것과는 다른 종류이기 때문입니다. 여름 내내 비가 오지 않아 건조할 대로 건조해진 땅 위에 갑작스레 내려 꽂히는 번개와 폭우는 아스팔트를 붕괴시키고, 보도블록을 망가뜨리고 가전제품을 타 들어가게 할 만큼 무시무시한 종류인 것입니다... 2013. 12. 9.
그리스어로 ‘매를 먹었다’라고 표현하다니! 영화 '친구'의 장동건의 대사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는 이 영화를 안 본 사람들 조차도 알고 있는 유명한 대사입니다. 유오성으로부터 이미 많이 찔린 장동건은 '칼을 많이 맞았다'는 표현을 '많이 먹었다' 라고 표현한 것이지요. 그런데 그리스에 이민 온 후 시아버님과 어린 시절 이야길 나누던 중, 아버님은 저에게 이런 이야길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어릴 땐, 모두가 굉장히 어려운 때였지. 특히 우리집은 가난했고 난 어릴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었어. 우리 아버지는 건축업을 하시며 타지로 출장 가실 때가 많았는데, 집에 돌아오면 피곤한데 먹여 살릴 자식들은 다섯이나 되어서 늘 화가나 있었지. 그래서 사소한 일에도 우리를 많이 때리셨어. 난 장남이라 정말 매를 많이 먹었다고.('Εφαγα.. 2013. 12. 8.
우리는 한국을 그리워하는 식구다. 토요일에도 함께 밥을 먹기가 어려울 때가 많을 만큼 바쁘게 일을 하던 남편 매니저 씨는, 원래 평일엔 저희와 함께 밥을 먹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한국의 저녁식사처럼 하루의 메인 요리가 점심식사인 그리스에서는 이 점심이 참 중요한 밥인데, 매니저 씨가 만약 매일 점심을 사 먹는다면 정말 지겨운 일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평소엔 제가 요리를 해다가 갔다 주면 매니저 씨와 직원은 가게 일을 하며 밥을 먹고, 저는 마리아나와 집에 와서 밥을 먹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한달 전부터 마리아나가 사무실 근처의 영어학원에 다니게 되면서, 레벨테스트를 해서 배정받은 수업 시간이 하필이면 하교 후 1시간 후에 시작하는 수업이라 집에 와서 점심을 먹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사무실에서 집까진 차로 20-.. 2013. 12. 6.
이제야 밝혀진 나의 마취 중 진담 지난 4월, 저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바로 같은 병원에서 지난 토요일, 제 시누이가 입원해 작은 수술을 받았습니다. 한 시간 정도의 간단한 수술이었지만, 그래도 전신 마취를 하고 하는 수술이니만큼 가족들의 걱정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는데요. 그리스에서는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국립종합병원에 비해 병원비가 비싼 사립 종합 병원이니만큼, 시설도 의료진도 좋은 곳이지만 저희 시어머님은 수술실 앞에서 기다리는 내내 많이 초조해 하셨습니다. 어머님과 고모님, 시누이의 친구 둘과 저, 이렇게 네 사람이 수술실 밖에서 기다리며 약 2년 전에 시누이가 다른 수술을 했을 때 어머님의 당황해서 멀쩡히 뒤에 서있는 당신 딸을 두고, 엉뚱한 침대를 쫓아가며 정신줄을 놓으셨던 일을 살짝 상기시켜드렸더니, "어머, 내가 그런 적이 .. 2013. 12. 4.
카펫 손 세탁 선수들인 신기한 그리스 여자들 그리스는 북미 문화와 달리 집 바닥에 카펫이 깔려있지 않습니다. 길고 뜨거우며 비가 오지 않는 여름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리스의 대부분의 집은 방이든 거실이든 부엌이든 모두 큰 타일이 깔려 있는데요. 여름엔 비가 오랫동안 오지 않다 보니 집 안에 먼지가 아주 잘 들어오는데, 이런 타일 바닥은 시원하기도 하고 먼지를 청소하기도 손쉽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겨울 동안 비가 많이 와, 측정 기온보다 체감 온도가 5~10도 이하로 떨어지는 으슬으슬한 날씨가 되면, 이 타일 바닥은 몹시 춥기 때문에 카펫을 깔게 되는데요. 도대체 카펫을 어떻게 까는 것인지, 이민 후 첫 겨울을 맞았던 저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전혀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방바닥이 뜨뜻한 온돌문화에서 평생을 살다가 온돌 문화.. 2013. 12. 3.
소스를 잘 만들면, 요리 잘 한다 여기는 그리스 문화 지난 번 그리스 가정식 감자튀김에 대한 글에서 이와 어울리는 소스에 대한 소개를 드리기로 했었는데요. 그리스에서는 감자튀김에 소금과 레몬을 뿌려 먹기도 하고, 마요네즈나 겨자 소스를 찍어 먹기도 하는데요. 이 외에도 케첩만 찍어서 먹는 경우보다는 마요네즈+케첩을 함께 섞어 먹는 경우가 많아, 만약 가정식 감자튀김이 아닌, 패스트푸드점(맥도날드, 그리스 자국 브랜드 구디스, 치킨 스토리 등)에서도 감자튀김을 주문하면 낱개 포장된 마요네즈 소스와 케첩 소스를 둘 다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다른 서양 요리에서도 소스가 참 중요한 역할을 하듯, 그리스 음식 역시 어떤 소스를 곁들이냐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아, 만약 어떤 사람이 고기, 생선, 튀김, 해산물 등에 어울리는 각각의 소스들의 레시피.. 2013. 11. 30.
오늘 매니저 씨가 나에게 성형했냐고 물은 이유 저는 사실 어제 거의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이유는 다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새벽에 아이를 깨워, 좀 길이 막혔던 날이라 30분 넘게 운전해 학교에 데려다 주었습니다. 여름과는 느낌이 많이 다른, 요즘의 로도스 사진들입니다. (왼쪽 - 중세 고성마을 빨리아 뽈리 / 오른쪽 - 시내 중앙우체국) 그리스 초등학교는 아이를 건물 안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주어야 하고, 데리고 나올 때도 건물 안에서부터 아이를 데리고 나와야 해서 등하교 길엔 주차전쟁인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가능하면 부모들에게 매일 아침 전교생 아침 조회에 아이들과 함께 참석하도록 권하고 있어, 일이 바쁜 부모들은 직장으로 출근하고, 보통 30%정도의 부모들이 남아 조회에 함께 참석합니다. 그런데 저는 오늘 아침 조.. 2013. 11. 29.
한국 여성 지인들이 그리스인 남편에게 부러워한 한 가지 매니저 씨는 한국에 있을 땐, 지금처럼 수염을 길도록 놔둘 수 없었습니다. 날씨가 뜨거운 그리스인들은 대개 날씨가 추운 북유럽인들 보다는 머리숱이 많고 수염도 빨리 자라, 면도를 하더라도 금새 자라버려 그리스에는 그냥 그대로 수염을 놔두고 다듬기만 하며 수염을 유지하는 남자들이 많습니다. 몇 년 전, 그리스에서의 매니저 씨 (저와 딸아이도 그리스에 온 후, 날씨와 단백질 섭취량 덕에 머리숱이 늘었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었지요?) 그렇지만 한국에서는 수염을 이렇게 내버려 두면, 자칫 지저분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매니저 씨도 되도록 면도를 하고 다니려고 애썼는데요. 언젠가 소개한, 한국에 살 때 L월드에서 찍은 매니저 씨의 사진을 기억하시나요? 확실히 위의 사진과 비교해 수염이 짧은 것을 확인할 .. 2013. 11. 28.
딸아이 담임이 딸아이에게 호통을 친 기막힌 이유 딸아이 담임이 딸아이에게 호통을 친 기막힌 이유 (이글 뒤에 딸아이에 대해 인신공격한 막말자가 많아 딸아이 사진을 내렸습니다.) 폭우로 사망 사고까지 났던 금요일 아침, 저희 집은 엄청난 천둥 번개 후 15분 정도 정전이 되었었는데요. 이런 일은 로도스의 겨울에는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라 크게 놀라진 않았지만, 날씨 탓에 정전이 되었던 아침 7시에도 캄캄한 상태라 앞이 잘 보이지 않아 등교준비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결국 그날 딸아이는 10분 정도 학교에 늦었습니다. 저는 평소 딸아이의 3학년 새 담임이 아이들이 늦는 것을 싫어하고 꼼꼼한 성격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딸아이를 교실로 올려 보내며 선생님께 잘 말씀 드리라고 당부를 했는데요. 사실 저희는 사무실에서 가까운 곳으로 학교를 배정받았기 때문에.. 2013. 1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