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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혼59

그리스인 친구의 철없는 대머리 관리법 미할리스Μιχάλης는 이십 대부터 머리카락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여느 유럽인들이 그러하듯 그냥 머리카락이 있는 뒷부분을 짧게 자르고 당당하게 대머리를 드러내 놓고 다녔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그가 대머리라는 사실을 별로 인지하지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외모보다는 그의 성격이 늘 저를 고단한 삶으로 안내하곤 했으니까요. 미할리스는 주말마다 저희 집에 찾아오는 매니저 씨의 대표적인 친구입니다. 그나마 지금은 제 눈치도 좀 보곤 하지만, 이민 초기엔 일반적으로 그리스인 친척들이 남의 집에서 막 자고 가듯이 그렇게 자고 가곤 했습니다. 다른 지역에 살 때는 로도스에 들르기만 하면 저희 집에 그냥 와서 잤습니다. 아무리 매니저 씨의 어릴 때부터 친구여서 많은 추억을 공유한 사이라고는.. 2013. 11. 2.
낯선 장소의 진수를 경험한 영국에서의 사흘 - 미국 허리케인 Sandy로, 국제 떠돌이 가족이 되다.3 끝. 런던 중심가에서 24km가 떨어져 있다는 영국 히드로 공항에 도착한 것은 현지 시간으로 밤 12시가 다 된 시간이었습니다. 취리히 공항에서 이미 한번의 비행기 연착을 더 겪었고, 원래 5시간으로 예정되었던 기다림은 10시간 넘었으며 그렇게 취리히 공항에서 대기하며 하루를 다 보낸 저희는, 시계사진들을 보는 것도 지겨워 기운을 다 소진해, 오늘 런던에서 잘 곳을 구해야 하는데 라는 걱정뿐이었습니다. 취리히 공항에서 기다리다 지친 딸아이 런던에서의 1박은 자비로 해결해야 했기에, 아테네에 있을 때부터 히드로 공항 근처에 있는 호텔들을 알아보고 예약을 하려 했지만, 갑작스런 미국 입국불발로 영국에서 며칠을 대기해야 하는 유럽각지의 사람들은 저희만이 아니라서, 공항 근처의 대부분 호텔은 이미 예약이 다 찬 상태.. 2013. 10. 30.
좋은 남편의 조건 어제 미국에 있는 동생과 통화를 하며, 미국 다른 지역에 있는 막내 동생의 남편, 전화를 준 동생의 남편 그리고 매니저 씨에 대해서 얘길 나누었습니다. 한마디로 자매들끼리 남편 흉들을 본 것입니다. 결국 통화는, 모든 남편들이 단점도 있지만 장점도 있으니 장점을 보며 살아야지 어쩌겠냐 로 끝이 났습니다. 열흘 전쯤 그리스에 다시 다니러 온 오스트리아 사촌 마사는 요즘 많이 바쁩니다. 원래 올 봄쯤 그리스로 이사 오려 했던 계획이 늦어지며 내년 봄 이사 계획을 갖고, 이번엔 아예 6주 동안 머물면서 이런 저런 서류 준비까지 하느라 정신이 없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간 여행으로만 이곳에 왔던 터라, 관공서는 어딘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를 수 밖에 없는 마사입니다. 저도 처음 이민 와서 혼자 이.. 2013. 10. 13.
그리스인들이 '한국인 몸은 유연하다'고 단정짓게 만든 사건 저녁 무렵 시어머님은 저와 딸아이의 오늘의 일상에 대해 물어보시러 집에 들르셨습니다. 처음 이민 와 시어머님을 잘 몰랐을 때엔, 그냥 단답형으로 묻는 말에만 대답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님은 제가 뭔가 물어봐 주길 기다리는 눈치셨고, 사실은 우리의 오늘 일상도 궁금하시지만 당신의 일상을 말하고 싶으셔서 저희 집에 들르신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 저는 어머님께 꼭 오늘 하루 어떠셨냐고 묻게 되었습니다. 내일이면 여름 시즌이 끝나 호텔 일이 마무리 되어, 더 이상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어머님은 우울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셨습니다. "난, 너무 기분이 안 좋아. 이제 겨울철 동안 비도 계속 올 것이고, 동료들도 볼 수 없고, 고용보험도 너무 줄어서 더 절약해야 할 것이고, 난 뭘 하면서 하루를 보내지?.. 2013. 10. 11.
친한 사이엔 일을 미루는 속 터지는 그리스인들 20년 가까이 된 저희 집 아래층 화장실은, 제가 영화 숨바꼭질의 손현주가 된 것처럼 아무리 윤이 나게 닦아도 깨끗한 느낌이 덜합니다. 한 평 남짓 아주 작은 화장실이라 고치는데 하루 이틀이면 부수고 새 변기와 세면대 거울 조명 타일을 붙여 넣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저는 이 화장실 공사를 1년 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들으면 그리스인들이 일 처리가 늦거나 게을러서 이런 결과가 있을 거라고 여길 수 있지만, 그리스인들은 성격이 급하고 기본적으로 노동량이 많아 게으르진 않습니다. "난 그리스인이야. 그래서 난 침착할 수 없다고. 우씨..." (그리스어 MALAKA는 영어의 WFT같은 욕입니다.^^ 그리스인의 상징 프라뻬 커피 모양이 함께 있네요.^^) "침착하라고? 그건 불가능 해.. 2013. 10. 2.
추석, 한국의 특별한 과자 생각에 넋 놓은 그리스인 남편 "이야~ 한번만 다시 먹어봤으면 좋겠네. 정말 맛있는데…" 지난 금요일 한국에 추석선물을 보내는 것 때문에 인터넷을 뒤지고 있는데, 사무실에서 나란히 앉아 일을 하던 매니저 씨는 제 컴퓨터 모니터를 멍하게 쳐다보며 이렇게 한 마디를 던졌습니다. 배를 비롯해 과일 사진을 보고 있던 저는 "응? 한국 배 먹고 싶어?" 라고 물어봤더니, 여전히 멍한 눈길로 허공을 응시한 채 매니저 씨는 "아니. 그거. 입에 넣으면 완전 살살 녹는데, 안에서 고소하게 씹히는 거." 라고 대답했습니다. 아하! 저는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단번에 뭘 말하는 지 알아차렸습니다. 왜냐하면 사실 매니저 씨는 한국을 떠날 때 이 '입에 넣으면 완전 살살 녹는데 안에서 고소하게 씹히는' 과자를 만드는 기계를 수입해서 그리스에서 장사를 해도 .. 2013. 9. 15.
양 뺨을 하객 수만큼 돌려대야 하는 얼얼한 그리스 결혼식 지난 토요일 참석했던 결혼식 때 제가 찍은 사진입니다. 그간 수 차례 그리스 결혼식에 참석하면서 저는 습관이 하나 생겼는데요. 다름이 아니라, '이번 결혼식은 대략 하객이 몇 명 정도 되나?' 수를 어림짐작 해보는 습관입니다. 이유는 그리스 결혼식에서 하객 수에 따라 식이 끝난 후 신랑 신부와 부모님들이 얼마나 양 뺨을 돌려대야 하는 지 결정 나기 때문인데요. 제 결혼식 때는 그리스로부터 먼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제 쪽 하객이 10명 정도 참석했고, 최대한 간소하게 하길 원했기 때문에 신랑 쪽만 200명이 좀 안 되는 인원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결혼식이 끝난 후 저희 한국인 아버지께서는 "아이고, 볼이 얼얼하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게 도대체 어떤 문화인지 설명을 좀 드리자면요. 이전 그리스 .. 2013. 9. 10.
알려주지 않으면 그녀는 절대 모르는, 나의 사정 꽤 오래 글이 올라 오지 않아 뭔 일이래? 하신 분들 계시지요? 요즘 좀 들쭉날쭉 포스팅을 하긴 했어도, 사흘이나 글을 올리지 않은 적은 거의 없는 일이었으니, 또 댓글에 답글이 이렇게 오래 달리지 않은 것도 거의 없는 일이라, 제 블로그에 꾸준히 오셨던 분들이라면 정말 "뭥미?" 하셨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하필 세무서 일이 바빴던 수요일 날, 노르웨이에서 온 손님들을 새벽 한 시 넘어까지 치르고... 그 밤부터 몸살 기운이 있더니 어제까지 집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끙끙 앓았습니다. 특별히 열이 많이 나거나 그런 건 아니었는데, 일어나지도 못할 만큼 온 몸이 아프고 쑤셔서 딸아이 밥을 차려 주고, 또 눕고 밥을 차려 주고 또 눕고를 반복하다 보니 이틀이 지났습니다. 토요일인 오늘(여기 시간으로)은 .. 2013. 9. 8.
이제는 남편에게 제 입을 다물 때가 되었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부끄럽지만, 먼저 제 성격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몇 번인가 언급한 적 있지만, 저는 싸우는 것을 크게 좋아하지 않습니다. 분쟁이 일어나는 것도 싫고 언성을 높이는 것도 싫습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참거나, 좋게 넘어가거나, 긍정적으로 상대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편입니다. 뭐가 잘못 되었다고 따지는 것도 대개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좀 손해 보더라도 큰 피해를 입은 게 아니면 그냥 말 없이 지나갑니다. 그래서 이제껏 살아오는 과정에서, 사람을 제대로 파악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저와 알고 지냈다고 하면서도 제가 화를 내지 않으니 그냥 뭘 해도 다 수용해 줄줄 알고 한계 없이 제 맘대로 대하다가, 나중에 저에 대해서 깜짝 놀라는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또한 가까운 사람이면 사람일 수록 .. 2013. 8. 22.
손바닥을 잘못 보여주면 큰일나는 그리스 문화 매니저 씨가 한국에 살 때, 우리나라 남자 아이돌 그룹들이 단체 인사를 하거나 연예인 붐 씨가 간혹 손바닥을 쫙 펴며 인사를 하는 경우를 보고, 혼자 빵 터져서 소파에서 굴러 떨어질 만큼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만약 붐 씨나 한국 아이돌 그룹이 그리스에 와서 공연을 할 기회가 있다면(그런 날이 오긴 하겠지요?^^)정말 알아 두어야 할 그리스 문화 때문입니다. 만약 이 그리스 문화를 모르고 단체 인사를 손바닥을 앞으로 펴고 한다면, 그 날 공연을 망치는 것은 물론 그리스 풍자 프로그램에 두고두고 반복되며 회자될 수 있으니 말이지요. 제가 이 '손바닥을 잘못 보여주면 큰일나는 그리스 문화'를 처음 제대로 알게 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그리스에 처음 왔을 때, 저 나름대로 미리 알아 두어야 할.. 2013. 8. 20.
비행기에서 여승무원에게 납량특집을 선사하고 말았어요. 그리스에 와서 한국보다 습도가 없어서 다행이라고 느꼈던 잠깐의 순간이 무색하게 오늘 하루 내내 40도를 웃도는 햇볕에 머리가 지끈 거리고 가만히 집에 앉아 있는데도 땀이 주루룩 흘러 온 가족이 한 방에 에어컨을 켜고 들어 앉아 있다가, 요리 조차 할 수 없어 피차리아에서 스파게티와 샐러드를 시켜서 먹으며 물을 배가 부를 만큼 폭풍 흡입하였습니다. 물을 마셔도 또 목 마르고 마셔도 또 목마른 뜨거운 날씨를 경험하다 보니 문득 그리스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라서 피식 웃고 말았는데요. 본의 아니게 제가 승무원을 깜짝 놀라게 만든 사건을 소개해 봅니다. 인천공항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헤어지며 엄청난 양의 눈물을 쏟아낸 딸아이는 밤 12시가 넘은 시간에 출발한 비행기에 몸을 싣자 마자 물 한잔을 .. 2013. 8. 5.
개편 후 이상해진 제 블로그 글 읽기에 여러분의 힘을 보태 주세요... 이게 왜 이런지 모르겠습니다. 답이 안 나오네요. 글을 발행하고 수정하고 삭제하고 또 발행하고 했어도 여전히 다음 뷰에서 어제 발행한 두 개의 글로 접근하면 비공개 또는 삭제 된 글이란 메세지가 뜹니다. 그러나!!! 제 블로그 주소(greekolivetree.tistory.com)로 직접 들어와서 홈 화면에서 들어오면 글을 제대로 읽을 수 있게 되어 있다니요!!! 문제의 글은 이 두개의 글이에요~ (오류가 난 글을 제대로 보시려면 아래를 클릭!) 2013/06/28 - [신비한 로도스] - 그리스인에게 인생 충고를 들어야 했던 한국인 내 친구 2013/06/28 - [소통과 독백] - 오잉? 다음 뷰 바뀌어서 글에 추천 표시가 안 뜨다니! 나름 성의껏 쓴 글인데, 직접 홈페이지로 들어와서 읽는 분들에게는.. 2013. 6.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