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59 그리스 가족들의 나를 위로하는 각기 다른 방식 예정대로라면 저는 오늘 아테네에 가 있어야 합니다. 이래저래 일이 있어 다녀와야 했는데, 때마침 한국어 학생들인 디미트라와 갈리오삐가 아테네에 다녀올 일이 생겼다고 해서 한두 달 전부터 함께 가기로 이야기가 되었었습니다. 그런데 2주 전부터 업무 스케줄과 갈 여건들이 막 꼬이기 시작하더니 결국 지난 금요일, 최종적으로 이번엔 다녀오지 않는 걸로 결정을 할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금요일 저녁 한국어 수업을 하러 가서 이 사실을 전하는데, 얼마나 속이 상하던지요. 업무적인 일로 가는 것이지만, 사실 그녀들과 저는 이번에 아테네에 가면 한국 식당에 함께 매 끼니마다 가자고 잔뜩 의기투합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진심으로… 전… 남이 해주는 한국음식이 먹고 싶었으니까요… 그리고 여기선 먹을 수 없는 두부도 작.. 2014. 3. 17. 그리스인들의 윙크, 오해하면 아주 창피해져요! "저기...동수 씨. 네 친구 좀 이상했어. 왜 자기 여자친구도 옆에 있는데 밥 먹다 말고 날 보고 윙크를 하는 거야? 도대체 저의가 뭐지?" 그리스인 동수 씨의 친구들 여럿과 함께 밥을 먹고 나와 식당 앞에서 각자의 차로 헤어지자마자 득달같이 제가 물었던 말입니다. 여덟 명 정도가 모인 식사 자리였는데, '사바스'라는 이름을 가진 동수 씨의 친구는 그날 7년 째 연애 중이라는 여자친구를 데리고 나왔고, 앉다 보니 제 앞에 앉게 되었습니다. 밥을 한참 먹으며 이런 저런 대화들이 오고 가는데 갑자기 그 친구와 저는 눈이 딱 마주쳤고, 저는 첨 보는 친구라 민망하지 않으려고 살짝 웃어보였습니다. 그런데 그 때! 글쎄 그 친구가 제게 윙크를 딱 하는 게 아니겠어요???? 왜...나한테....윙크를???? 제가.. 2014. 3. 4. 헉! 그리스에서는 ‘사요나라’가 이런 뜻이라고?! "어쩌고 저쩌고 그랬는데, 사요나라 어쩌고 저쩌고…." 그리스에 이사온 첫 여름, 제 귀에 자주 들리던 그리스인들의 말이었습니다. 저는 도대체 그들의 대화의 문맥과 전혀 맞지 않는 일본어 사요나라, 라는 단어를 왜 그렇게 그리스인들이 자주 사용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 일본어 사요나라(さよなら) 의 원 뜻은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듯 "잘 가요." 라는 뜻으로, 오래 못 볼 사람과 헤어질 때 사용하는 말인데요. 그리스인들이 이 말을 인사말이 아닌 문장 중간 중간에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 어떤 명사 로 사용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어느 날 저는 그리스어 '사요나라'의 정체를 알게 되었습니다. "올리브나무! 날씨가 더우니 이제 사요나라를 챙겨야 하겠구나." 시아버님께서 제게 말.. 2014. 2. 27. 엄마, 왜! 동계올림픽 한국에서 안 해요??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장소가 소치, 라는 사실에 대해 딸아이는 적잖이 당황한 기색이었습니다. 한국TV를 볼 때 화면 오른쪽 귀퉁이에 D-20, D-10 날짜가 줄어 갈 때마다 "아! 곧 동계올림픽 하는 거야? 우와! 김연아 선수도 볼 수 있겠네! 아이, 신난다!" 라던 녀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올림픽이 임박하고 나서야 그 D-day는 한국에서의 동계올림픽이 아닌 소치에서의 동계올림픽이란 사실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그리스에서 아주 멀지 않은 곳에서 열리는데... "있지, 마리아나...한국에서의 동계올림픽은 2018년 평창에서 열리는 건데… 넌 이번이라고 생각했구나?" 뭐가 그렇게 서운한지 한숨까지 푹푹 내쉬는 딸아이에게, 저는 진실을 알려주는 것이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들어 눈치를 보며 .. 2014. 2. 7. 한국어, 그리스인에겐 이렇게 들린다고 하네요! 한국인이 없는 곳에 사는 저와 딸아이는 평소 그리스인들과 섞여 있는 일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여럿이 함께 있을 때는 그리스인들을 배려해서 둘이 대화를 해야 할 경우에도 그리스어를 사용합니다. 물론 둘만 있을 때는 항상 한국어 위주로 사용하지만, 만약 여러 친구들이 함께 있는데 우리끼리만 계속 한국말로 속닥 속닥 얘기할 경우 자칫 함께 있는 다른 사람들을 따돌리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 감정이 상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좀 다른 경우지만 제가 한국에 살 때, 한국인 재일 교포 출신의 지인이 있었는데 한국어도 잘 아는 지인의 아들과 이 지인이,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굳이 항상 일본어로만 대화를 해서, 사람들에게 빈축을 샀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저와 딸아이는 그리스인들 앞에서도 한국.. 2014. 2. 4. 많은 설거지를 참 손쉽게 하는 그리스인들 평소에도 집안 모임이 많은 그리스인들에게 있어 명절은 참 많은 가족이 함께 모이는 시간입니다. 그리스 역시 한국처럼 다른 지역에 사는 가족들이 기차, 비행기, 배, 승용차를 타고 이동해 한 곳으로 모이게 되고, 명절 모임을 하는 집에서는 음식을 비롯하여 모든 것을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제가 여행으로 그리스에 들렀을 땐 이런 그리스의 명절 때라 하더라도 이곳에 대해 잘 모르니 대충 상차림이나 돕고 구경꾼 입장에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리스에 살게 되니, 이들이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이나 명절 손님 맞이의 여러 가지 모습이 눈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이런 명절에 해야 하는 집안 일 중에 가장 제 눈에 신기하게 보였던 것이 바로 이들이 그 많은 가족이 하루 종일 먹고 남긴 그릇을 설거지하는 방법이.. 2014. 2. 3. 그리스 문구점엔 한국의 ‘이것’이 없다니! 오래 전 그리스에 여행을 와 아테네를 구경할 때였습니다. 중심지인 신타그마를 지나다가 한 대형 서점에 들르게 되었습니다. 마치 한국의 종로나 잠실, 강남에 있는 대형 서점을 연상시키는 여러 층으로 되어 있는 그 서점엔, 다양한 책 외에도 휴대폰 컴퓨터 등의 전자기기와 팬시상품, 문구류도 함께 있었습니다. 아테네 신타그마에 위치한 대형 서점 P 늘 보던 것과 다른 스타일의 팬시상품과 문구류에 마음이 빼앗긴 저는 1층부터 꼭대기층까지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요. 특히 다이어리들과 실용적이고 독특한 디자인의 수첩들에 홀딱 반했습니다. 뭔가 기록하길 좋아하는 저로서는 신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구경을 하던 중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십 여가지가 넘는 다이어리나 수첩들이 단 한번도 열어 본 적이 없는.. 2014. 1. 22. 헤라클레스가 지나갔다는 장소에 가보니 지난 주말, 저희 가족은 남편 매니저 씨의 일 때문에 로도스 섬의 산악지대에 있는 한 지역에 가야 했습니다. 그 지역에도 면 단위의 개성 넘치는 마을들이 있지만, 저희가 살고 있는 로도스 시에서 100km가 넘어 차로 두 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지역이고, 우리나라 대관령 고개처럼 산으로 구불구불 도로를 타고 한참을 올라가는 곳들이라 평소에 특별한 일 없이 가게 되는 곳은 아닙니다. (로도스 섬에는 로도스 시를 제외하고 읍 면 단위의 마을들이 총 45 개가 있습니다.) 일을 끝내고 로도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마을인 엠보나라는 곳에, 그곳 출신인 이웃 술라 아주머님 가족들이 연휴 내내 머물고 있어 저희도 그곳에 잠깐 들르기로 했습니다. 엠보나 마을이 위치한 아타비로 산은 해발 1216m 높이로 설악산 .. 2014. 1. 6. 한국 여성 지인들이 그리스인 남편에게 부러워한 한 가지 매니저 씨는 한국에 있을 땐, 지금처럼 수염을 길도록 놔둘 수 없었습니다. 날씨가 뜨거운 그리스인들은 대개 날씨가 추운 북유럽인들 보다는 머리숱이 많고 수염도 빨리 자라, 면도를 하더라도 금새 자라버려 그리스에는 그냥 그대로 수염을 놔두고 다듬기만 하며 수염을 유지하는 남자들이 많습니다. 몇 년 전, 그리스에서의 매니저 씨 (저와 딸아이도 그리스에 온 후, 날씨와 단백질 섭취량 덕에 머리숱이 늘었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었지요?) 그렇지만 한국에서는 수염을 이렇게 내버려 두면, 자칫 지저분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매니저 씨도 되도록 면도를 하고 다니려고 애썼는데요. 언젠가 소개한, 한국에 살 때 L월드에서 찍은 매니저 씨의 사진을 기억하시나요? 확실히 위의 사진과 비교해 수염이 짧은 것을 확인할 .. 2013. 11. 28. 외국 사돈에게 엉뚱한 사람이 된 한국 아버지의 변(辨) 그리스에서의 결혼식을 앞 두고 부모님께서 그리스에 들어오셨던 때의 이야기입니다. 엄마는 시부모님을 그 전에 직접 만난 적이 있었지만, 아버지는 화상통화로만 이 그리스 사돈댁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었을 뿐입니다. 처음 보는 그리스 사돈댁 가족들은 그리스인들 예의 반가움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아버지를 안아주었고, 환영의 바비큐 파티를 하면서 내내 아버지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 성함이 철수라고 가정한다면, "철수! 이것 먹어봐요!" "철수, 그리스 와보니 좋아요?" 뭐 이런 식이였지요. 평소 입맛이 까다로운 아버지는 그런 그리스인들의 분위기와 음식을 의외로 즐기셨고, 결혼식 전후로 그리스에 머무는 동안 많은 친척들과 인사를 나누셨습니다. 결혼식을 정신 없이 치르고, 저는 먼 길을 와준 .. 2013. 11. 15. 그리스에선 결혼반지를 왼손에 끼지 않는다니! 시어머님은 오빠가 두 분이 계시는데, 이 외삼촌 두 분 모두 금은 제품 판매, 보석 전문 세공을 하는 가게를 운영하십니다. 로도스에 오는 관광객 중 다른 유럽 국가에서 오는 노년의 여유로운 관광객들은 독특한 중세 시대 디자인이나 다른 곳에서 보기 어려운 보석들과 금은 제품을 쇼핑하는 것을 좋아하기에, 중세 시대의 성곽 마을 안을 걷다 보면 참 독특한 세공의 금은 보석을 파는 가게들을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이런 류의 금은방과 보석 가게, 그 보석을 사는 각 나라의 독특한 관광객들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사진과 함께 더 자세히 포스팅 하겠습니다.) 가족의 의리가 중요한 그리스에서 이렇게 가까운 친척이 금은방 종류의 가게를 한다는 것은, 저희가 결혼을 하려 했을 때에 당연히 결혼반지와 소정의 예물은 외삼.. 2013. 11. 14. 덴마크 왕자와 결혼하고 싶었던 엉뚱한 딸아이 최근 덴마크에 계시는 독자님께 답글을 쓰며 딸아이의 오래 전 꿈이 생각났습니다. 딸아이가 한국에 있을 때 이야기입니다. 당시 아주 어렸기 때문에 사실 그런 어린 여자애들이 흔히 그렇듯 디즈니 이야기나 동화책에서 접하는 공주이야길 많이 들었던 딸아이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이었습니다. "엄마, 옛날 얘기 속에 나오는 공주 왕자 말고, 지금은 공주 왕자가 정말 있어?" 이런 질문을 진지하게 해 오는 딸아이에게 저는 설명해주었습니다. "음, 한국엔 현재 공주 왕자는 없어. 예전엔 있었는데, 일제 시대를 겪으면서 왕조가 사라졌단다." 딸아이는 제 대답에 눈이 동그랗게 되며 다시 물었습니다. "엄마, 그럼 지금 전 세계에 어느 나라에 공주 왕자가 있는 거야? 있는 나라도 있겠지?" 저는 확실하게 아는 나라라고는 .. 2013. 11. 11.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