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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의 한국

추석, 한국의 특별한 과자 생각에 넋 놓은 그리스인 남편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9. 15.

 

 

 

 

 

 

"이야~ 한번만 다시 먹어봤으면 좋겠네. 정말 맛있는데…"

지난 금요일 한국에 추석선물을 보내는 것 때문에 인터넷을 뒤지고 있는데, 사무실에서 나란히 앉아 일을 하던 매니저 씨는 제 컴퓨터 모니터를 멍하게 쳐다보며 이렇게 한 마디를 던졌습니다.

 

배를 비롯해 과일 사진을 보고 있던 저는 "응? 한국 배 먹고 싶어?" 라고 물어봤더니, 여전히 멍한 눈길로 허공을 응시한 채 매니저 씨는 "아니. 그거. 입에 넣으면 완전 살살 녹는데, 안에서 고소하게 씹히는 거." 라고 대답했습니다.

 

아하! 저는 이름을 말하지 않아도 단번에 뭘 말하는 지 알아차렸습니다.

왜냐하면 사실 매니저 씨는 한국을 떠날 때 이 '입에 넣으면 완전 살살 녹는데 안에서 고소하게 씹히는' 과자를 만드는 기계를 수입해서 그리스에서 장사를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을 만큼 이 과자 맛의 매력에 푹 빠졌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한국에 방문했을 때도 그런 매니저 씨의 취향을 기억하는 한 지인이 "아직도 매니저 씨는 그 과자를 못 잊고 있겠지요?" 라고 제게 물어봐 주었을 정도였습니다.

 

매니저 씨가 그렇게 그리워하는 이 특별한 과자는 다름 아닌

 

 

 

호두 과자입니다. ^^

 

매니저 씨가 처음 호두과자를 먹던 날이 기억납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어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처음 호두과자를 맛 본 매니저 씨의 표현은 이러했습니다.

 

"이건 정말 태어나 처음 맛 본 환상의 맛이야. 이거 뭘로 만든 거야??"

즐거워

 

그리스에는 호두과자는 당연히 없고, 붉은 팥을 구하기 어려워 당연히 단팥이 들어간 먹거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매니저 씨가 호두과자에 더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안에 들어 있는 호두 때문인데요.

그리스인들은 우리나라 사람들만큼이나 견과류를 좋아해서, 일부 대형 마트에서는 가공되지 않은 견과류를 먹고 싶은만큼 골라 무게를 재서 살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신선한 견과류만 따로 파는 가게도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도시마다 그리스인들이 산책하기 좋은 해안도로엔 버터 구이 옥수수와 함께 다양한 견과류를 일정량을 개별 포장 해 2~3천원에 사 먹을 수 있도록 파는 경우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데요. 이는 이런 견과류를 산책하며 사먹는 수요가 있기 때문에 장사가 가능할 것입니다.

 

 

토요일 저녁에 특별한 모임이 없는 경우, 평소 소박한 해안도로 산책을 즐기시는 저희 시부모님께서도 꼭 땅콩이나 호두 등을 한 봉지씩 사서 드시며 산책을 하시곤 하십니다.

 

 

호두나무입니다.

 

그리스인들이 간단한 술 안주로 견과류를 즐기는 것도 한국인들과 비슷한데요. 특히 어느 집에서 여러 명이 자유롭게 파티를 할 때, 음식이 나오기 전 음료나 칵테일, 샴페인과 함께 네 종류 정도의 견과류와 마른 과일을 내 놓으면 아주 만족스러운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게 되곤 합니다. 그래서 술을 안 마시는 저이지만 연말 가족 파티처럼 긴 시간 밤새 파티를 하는 경우, 손님들을 위해 꼭 다양한 견과류를 마련해 두게 됩니다.

특히 호두는, 그리스인들이 결혼식 날 저녁 신랑 신부에게 꿀에 재서 먹게하면 건강한 가정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로 지금까지도 결혼식날 부모님이 준비하는 먹거리입니다.

 

 

호두가 들어간 그리스의 다양한 디저트들

 

 

그렇게 견과류, 특히 호두를 좋아하는 그리스인인 매니저 씨이니, 부드러운 빵 안에 맛있는 단팥, 호두까지 들어있는 한국의 호두과자는 정말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디저트로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한번 호두과자의 매력에 빠진 매니저 씨는 한국에 사는 동안 호두과자 전문점을 찾아가며 다양한 호두과자를 맛 보았고, 그리스로 돌아와야 했을 때 호두과자와의 작별을 아쉬워했었습니다.

정말 이번에 한국에서 돌아올 때, 조금만 더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면 상품화된 호두과자를 잘 포장해 들고 올 수 있었을 텐데, (그냥 대충 봉지에 싸서 들고 들어오면 검역에 걸릴 수 있습니다.) 정말 저는 그럴 여유가 없었고, 간절히 사다 달라던 미더덕은 커녕(역시 캔으로 된 가공제품이 아닌 이상 역시 검역에서 허가되지 않는 제품이므로) 인천공항에서도 찾으면 찾을 법한 호두과자 하나 사 들고 들어오지 않은 저에게, 매니저 씨는 한국말로 한 마디를 날려 주었습니다.

 

"너, 나빠!"

  ㅋㅋㅋㅋㅋㅋ   

"공항에서 부모님이랑 마리아나가 너무 울었거든. 뭐 정신이 있었어야지."

미안미안

 

더운 그리스 여름 날씨에 상할까 차마 한국에서 배달시키진 못한, 엄한 호두과자 사진만 인터넷으로 들여다보며 10초 정도 넋을 놓았던 매니저 씨는 이내 정신차리고 다시 눈 빠지게 기계를 분해해 고치고 있습니다.

 

"주말에 맛있는 거 만들어 줄게! 힘내셔!"

요리

 

 

 

여러분도 맛있는 거 많이 드시는 하루 되세요!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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