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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그리스 문화175

남유럽인과 북유럽인의 영어 발음, 완전히 다른 이유 오래 전 친구 매니저 군이 한국에 첫 여행을 왔을 때, 북적이던 놀이동산에서 단어 하나 때문에 20분 넘게 실랑이를 벌여야 했습니다. 그리스어를 거의 모르던 저는 당시 영어로만 대화를 했는데, 의사소통에 문제가 되었던 단어는 바로 은행이란 단어인 "Bank"였습니다. 정신 없이 관광 안내를 하다 보니, 현금이 떨어진 줄 모르고 돌아다녔고 계속 매니저 군이 돈을 쓰게 할 수만은 없어, 은행에서 돈을 찾아 오겠으니 잠시 기다리라는 저의 말을, 매니저 군은 도저히 못 알아듣고 "어디? 어디에 간다고?"를 반복했습니다. 결국 20분 실랑이 끝에 저는 ATM 이란 단어를 사용했고, 그제서야 "아하! 방크!" 라고 말하는 게 아니겠어요??? 그 때까지 뱅크라고 발음했던 제 영어를 못 알아 들었던 것입니다. A는 정.. 2013. 11. 1.
마피아를 방불케 하는 그리스인들의 지독한 가족애 지난 토요일은 제게 무척이나 길었습니다. 예기치 않게 가문의 많은 사람들이 뒷집 시부모님 댁으로 몰려와 토요일 늦은 점심을 같이했습니다. (제가 가족 혹은 친척 이런 표현을 쓰지 않고 가문이란 말을 쓸 때는 그 인원이 상당하다고 보시면 좋을 듯 해요.) 이유는? 친척 고모님 한 분께 좀 어려운 일이 생겼는데, 그것을 함께 도와줄 방도를 찾겠다고 급 소집 된 것이지요. 이럴 때마다 저는, 제가 영화에서나 보던 마피아 집안으로 시집을 온 것인가, 잠시 착각을 합니다. 모두 심각하게 모여서 먹고, 와인과 다과를 하며 수십 명이 뱉어내는 자욱한 담배 연기, 심각한 대화가 오고 가는... 여기서 잠깐! 마피아의 근거지 이탈리아 시칠리아 지역엔 현재에도 그리스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요. 그리스인들과 이탈리아 마피아.. 2013. 10. 22.
한국처럼 손자 손녀를 만나면 돈을 주는 그리스 문화 일요일 저녁, 딸아이와 월요일에 있을 수학(산수) 시험공부를 하는데, 눈에 들어오는 문제 하나가 있었습니다. Ο παππούς έδωσε στο Στέφανο για γιορτή του 50€ και η γιαγιά 25€. Πόσα χρήματα πήρε συνολικά ο Στέφανος; 할아버지는 스테파노스에게 명명축일(이름날) 선물로 50유로를 주었고 할머니는 25유로를 주었습니다. 스테파노스가 받은 돈은 총 얼마인가요? 그렇습니다. 그리스 문제집 지문에서 손자가 축하 받을 일이 있다고 50유로(한화 약 75,000원)를 주는 할아버지에 대해 예를 들 정도로, 그리스 조부모들은 한국의 조부모들처럼 손자 손녀를 오랜만에 만나거나 특별한 날이 되면, 돈을 손에 꼭 쥐어줍니다. 저는 이런 문화를 처음.. 2013. 10. 15.
그리스인들이 한국인인 나보다 체력이 더 좋은 비결 저는 여자 치고는 체력이 좋은 편입니다. 한국에 살 때 제 지인들은 네 체력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겠다고 말하곤 했지요. 더 젊었던 이십 대에 회사생활을 할 때에는 제가 그만 둔 자리에 두 명이 대신 일을 해야 했을 만큼 많은 양의 일을 해도 끄떡없는 체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충만한 덩치에서 오는 힘까지 장사여서,(고등학교 때는 여학생들만 있던 학교에서 피아노를 옮길 때 제가 등에 피아노를 지고 옮겼고, 회사에서 냉온수기 물통을 뒤집어 꽂는 일은 저희 부서에서 당연히 제 일이었습니다.) 원래 한국에 사는 동안 체력과 힘으로 누구에게 밀린다고 여긴 적이 별로 없었던 것이지요. 아! 이영자 언니도 울고 갈 나의 체력이여! 갑자기 자랑할 게 없어서 힘 자랑을 하냐고 언짢아 하시기 전에 다음 얘기를 들어.. 2013. 10. 10.
그리스 신나치 황금새벽당, 테러에 살인까지 저지르는 이유 최근 국제 뉴스에서 그리스의 황금새벽당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살인에 이어 테러를 감행하고 있다는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그간 이에 대해 잠잠해지길 기다리던 그리스 정부는 결국 뒤늦게 공권력을 투입해 이들 세력에 의해 국민들의 불안심리가 점차 커져 가는 것을 저지하게 되었습니다. 한국내 연합뉴스에서도 이에 대해 자세히 기사화했습니다. 최근 제게, 도대체 왜 신나치 정당이라고 불리우는 황금새벽당이 이런 행태를 강행해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는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질문들이 있어, 이유를 밝혀보겠습니다. 사실 황금새벽당의 이런 과열된 행보는 작년 그리스 대선이 있을 때, 이미 예견되었던 것인데요. 그간 신나치주의를 표방하는 '이민자를 극도로 배척하는' 시대착오적인 민족주의 이념을 내새우던 이들이, 아무리 자국.. 2013. 10. 8.
자다가 그리스인 남편으로부터 당한 어떤 봉변 딸아이의 장난감 천사날개와 천사봉을 착용하고 본이이 더 신이나, 딸아이와 요정놀이를 하던 매니저 씨입니다. 언젠가 그리스인 남편 매니저 씨가 잠꼬대를 한다는 이야길 드린 적이 있습니다. (관련글 : 2013/05/04 - [신기한 그리스 문화] - 항상 폭소를 부르는 나의 외국인 시할머니) 딸아이와 매니저 씨는 둘 다, 잠을 자며 실제로 꿈을 꾸는 내용을 입밖에 내서 얘기할 때가 있어 정말 깜짝 놀랄 때가 많은데요. 딸아이는 이 실제상황 같은 잠꼬대 때문에 남의 집에서 자는 것을 살짝 두려워할 정도입니다. 사촌 미카 집에서 처음 자던 날은 새벽에 "이렇게 놀자! 아~ 신나겠어. 그리고 이것도 먹자!" 이런 말을 큰 소리로 해서, 자다가 화들짝 놀란 미카의 엄마인 끼끼 고모가 무슨 일인가 싶어 방으로 뛰어.. 2013. 10. 6.
한국과는 정말 다른 그리스의 ‘첫 번째 비’의 의미 첫 번째 비가 오기 직전, 우연히 지나가다 찍은 사진인데 꼭 멋진 작품처럼 나왔네요^^ '첫 번째 비' 라는 말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저는 아홉 살쯤 여름의 어떤 오후가 떠오릅니다. 여름 방학을 앞 둔 여느 한국의 장맛비였는데, 그날 따라 우산을 챙기지 못해 비를 쫄딱 맞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체크 무늬 원피스, 축축한 운동화, 젖은 책가방… 그런데 초인종을 아무리 눌러도 집엔 아무도 없었습니다. 오 분쯤 서서 기다리다가 바로 옆 동에 사는 친구 집으로 가 보았습니다. 오 층이었던 친구 집 앞 복도에 서서, 열린 부엌 문틈으로 따뜻해 보이는 불빛 아래 엄마와 친구의 엄마, 친구 그리고 제 동생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십여 분을 그렇게 안쪽을 들여다 보기만 했습니다... 2013. 10. 3.
친한 사이엔 일을 미루는 속 터지는 그리스인들 20년 가까이 된 저희 집 아래층 화장실은, 제가 영화 숨바꼭질의 손현주가 된 것처럼 아무리 윤이 나게 닦아도 깨끗한 느낌이 덜합니다. 한 평 남짓 아주 작은 화장실이라 고치는데 하루 이틀이면 부수고 새 변기와 세면대 거울 조명 타일을 붙여 넣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저는 이 화장실 공사를 1년 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들으면 그리스인들이 일 처리가 늦거나 게을러서 이런 결과가 있을 거라고 여길 수 있지만, 그리스인들은 성격이 급하고 기본적으로 노동량이 많아 게으르진 않습니다. "난 그리스인이야. 그래서 난 침착할 수 없다고. 우씨..." (그리스어 MALAKA는 영어의 WFT같은 욕입니다.^^ 그리스인의 상징 프라뻬 커피 모양이 함께 있네요.^^) "침착하라고? 그건 불가능 해.. 2013. 10. 2.
가을 소식이 줄을 잇는데, 여긴 아직 여름이에요! 여기 저기에서 가을 소식이 들려옵니다. 한국에 계신 분들, 미국, 프랑스, 캐나다, 호주, 영국...세계 각지에 계신 분들께서 가을 소식을 남겨 주고 계시는데요. 그러며 몇몇 분들께서 이곳 날씨를 궁금해 하셨습니다. 그리스 로도스, 여긴 아직 여름이랍니다. 물론 8월 보다는 덜 덥지만, 이 사진들은 바로 엊그제 찍은 사진이니까요. 아직도 한낮에는 관광객이 해변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갑자기 여름이 왔던 때처럼, 갑자기 겨울이 오겠지요.(관련글 : 2013/04/06 - [신비한 로도스] - 그리스에 여름과 함께 찾아온 해수욕 하는 사람들) 여전히 2층 관광버스도 열심히 해변과 시가지를 돌고 있습니다. 물론 세계 각국의 학교가 모두 새 학기를 시작했기 때문에 9월엔 그리스 해변에서 관광객 아이들.. 2013. 9. 29.
낮잠이 게으름의 상징이라고 오해하면 안 되는 그리스 문화 처음 이민 왔을 때, 딸아이가 가족들로부터 자주 주의를 들었던 말이 있습니다. "넌 왜 낮에 낮잠을 안 자니?" 라든가, "지금은 한 낮(Μεσημέρι 메시메리)이라고! 절대 떠들면 안 돼. 경찰이 올 수도 있다고." 였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는 게 잘 이해가 가질 않았는데요. 그리스에서는 아무리 이 한 낮 메시메리에(2:30-5:00) 문 닫는 상점이 많고, 대부분 사람들이 집에 와서 밥을 먹고 쉰다고 해서, 자기들이 피곤해서 잠깐 낮잠들을 자면서 왜 애한테 주의를 시키나 싶었고, 경찰이 올 수도 있다는 말은 좀 과장된 말이 아닌가 싶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이 시간은 한참 왕성하게 활동할 시간이기 때문에 그 패턴이 평생 몸에 익은 저와 딸아이는, 이 시간에 집에서 시끄럽다는 주의를 듣느.. 2013. 9. 24.
돌다리도 두드리는 그리스의 초등학생 의료검사 의무제도 그리스에 살면서 가끔 이 나라에 대한 선입견이 깨지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햇볕이 좋은 곳에 살며 개방적이고 여유로워 보이는 미소를 짓고 있는 이 나라 사람들이, 실상은 성격들이 급하기 이를 때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도 그랬고, 공무원 부정부패로 나라를 심각한 경제 위기로 몰고 갔던 만큼 자격 미달의 공무원이 여전히 많이 일하고 있는 그리스의 현실에도 불구하고, 제도적으로 필요이상 꼼꼼하게 융통성 없이 행정처리를 위한 서류들을 요구할 때도 그랬습니다. (그리스 관공서에서는 사정한다고 해서 이번에만 봐 줄 테니 다음에는 꼭 준비하셔야 한다, 라는 식이 통하질 않습니다. 사소한 서류가 하나라도 완벽하지 않으면 몇 번이고 다시 준비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일 수도 있는데요. 한국은 .. 2013. 9. 13.
양 뺨을 하객 수만큼 돌려대야 하는 얼얼한 그리스 결혼식 지난 토요일 참석했던 결혼식 때 제가 찍은 사진입니다. 그간 수 차례 그리스 결혼식에 참석하면서 저는 습관이 하나 생겼는데요. 다름이 아니라, '이번 결혼식은 대략 하객이 몇 명 정도 되나?' 수를 어림짐작 해보는 습관입니다. 이유는 그리스 결혼식에서 하객 수에 따라 식이 끝난 후 신랑 신부와 부모님들이 얼마나 양 뺨을 돌려대야 하는 지 결정 나기 때문인데요. 제 결혼식 때는 그리스로부터 먼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온 제 쪽 하객이 10명 정도 참석했고, 최대한 간소하게 하길 원했기 때문에 신랑 쪽만 200명이 좀 안 되는 인원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결혼식이 끝난 후 저희 한국인 아버지께서는 "아이고, 볼이 얼얼하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게 도대체 어떤 문화인지 설명을 좀 드리자면요. 이전 그리스 .. 2013.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