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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의 한국92

그리스에선 응답할 수 없을 줄 알았다 1994 이제 단 한 회만을 남겨 놓은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이 드라마가 시작되었을 때 바쁜 중에도 굳이 찾아 보았던 것은, 드라마에 대한 기대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이 드라마가 1994년 신촌의 대학생들 이야기로 시작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역사 드라마도 아닌데, 얼마나 역사적 고증을 잘 하나 보자 라는 말도 안 되는 시선으로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1994년의 저는 나정이, 칠봉이, 삼천포, 빙그레, 해태, 윤진이, 쓰레기 오빠 처럼, 거의 매일을 신촌에 있었던 대학생이었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 당시 가장 친했던 친구가 연세대 학생이었고, 제가 다녔던 대학교에서 연세대까지는 버스로 30분 안에 갈 수 있는 거리였습니다. 그렇게 저와 그 친구는 1994년, 1995년을 연.. 2013. 12. 28.
가끔 한국이름 ‘동수’로 불리고픈 그리스인 남편 지난 24일 저녁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파티는, 제가 그리스로 이민 온 후 처음으로 저희 집이 아닌 셋째 고모님 댁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빵빠라빵~~~~! 이 얼마 만에 가족파티 가사 노동에서 해방되어 남이 해주는 음식을 먹으러 우아하게 파티에 참석하러 가는 건가요! 제 생일보다 기분이 더 좋네요!" 감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실 고모님의 이름 날이 크리스마스와 겹치기 때문에 이번엔 고모님께서 파티를 주최하시기로 한 것입니다. 파티에 참석할 가족 친척 명단을 미리 전해 들은 저는, 24일 오전까지도 선물을 사러 돌아다니느라 바빴습니다. 드디어 고모님 댁에 도착해 다양한 와인과 이에 잘 어울리는 음식들로 가득한 식탁을 보니 무척 기분이 좋았는데요. 파티가 무르익자, 음악에 맞춰 그리스 전통춤을 추기.. 2013. 12. 27.
그리스인 친구들과 만리포사랑을 부르게 될 줄이야 지난 금요일 그리스인 친구들과 한국어 수업을 했습니다. 시험이 아직 넉 달이나 남았는데도 요즘 친구들이 스트레스를 좀 받는 것 같아서, 어떻게든 재미있게 이해시키려 하다 보니 예정된 수업 시간을 훌쩍 넘길 때가 많습니다. 이날도 원래 두 시간인 수업 시간은 두 시간 사십 분이 넘어서야 겨우 끝이 났는데요. 그리스인인 디미트라와 갈리오삐 그리고 저까지, 우리 셋은 모두 조금 지친 상태였습니다. 디미트라는 연말이라 일이 몹시 바빴고, 저는 사무실 일로 이번 주만 세무서 직원과 똑 같은 내용으로 세 번이나 논쟁을 했을 만큼 복잡한 세금 관련 문제를 마무리 짓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수업을 할 때마다 늘 맛있는 케잌과 커피를 준비해주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요. 그런데 수업이 끝나고 나서, 제가 크리스마스 때 한국.. 2013. 12. 16.
한국 세탁기에 드디어 반한 그리스인 시어머니 제가 처음 그리스로 이민을 오니, 시어머님은 15년이 된 월풀 세탁기를 쓰고 계셨습니다. 새로지은 뒷집으로 이사를 나가시며 소형 세탁기를 구입하긴 하셨지만, 제가 새 세탁기를 사고 싶다고 말을 해도 굳이 어머님이 쓰던 것이 그냥 쓸만하다고 저에게 바꾸지 말고 계속 쓰길 바라셨고, 그렇게 세제 투입구가 다 부서지고 온도와 압력을 수동으로 맞추어야 하는 세탁기와의 동거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세탁기는 이곳 생활이 해를 거듭할수록 말썽을 부릴 때가 많았습니다. 세월의 흔적을 견디기 어려웠겠지요. 세탁을 다 하고 나도 물이 흥건히 고여 있는 경우, 갑자기 작동을 안 하는 경우, 세제 투입구가 막히는 경우, 물이 줄줄 세서 세탁실이 엉망이 되는 경우 등 수십 가지 작동 오류를 거듭하며 이제 그만 일을 하고 싶다는 .. 2013. 1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