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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의 한국92

그리스 가족들을 춤추게 한 한국의 과자봉지 해외에 살면 한국의 가족에게서 온 소포는 언제나 반갑습니다. 저희 부모님도, 국제전화 너머로 부탁하는 간곡한 손녀 딸 목소리를 거절하실 수 없으십니다. "할머니이~~~두유가 먹고 싶은데 여긴 없어요~~~" "할아버지이~~~ 한국 과자가 먹고 싶은데 여긴 없어요~~~" 세 딸이 다 외국에 나가 사는데, 동생이 서운해 할 수도 있지만 근처에 대형 한국마트가 있는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국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그리스에 사는 저희에게, 아무래도 먹거리 소포를 보내게 되시는 부모님이십니다. 이렇게 몇 달에 한번 소포가 오는 날은 저희 집 식구들 뿐만 아니라 그리스인 시댁 가족들까지 모두 눈을 반짝이며 박스 개봉을 기대하게 되는데요. 어제 큰 박스를 뜯고 이것 저것 물건을 꺼내 정리를 하는데, 남편 매니저 씨.. 2013. 10. 25.
한국인들의 ‘진격’이란 단어에 대한 당연한 두드러기 저는 특별한 정치적 의미 없이 이 단어를 썼습니다. 그냥 흔하게 사용되는 단어들을 쓰는 것처럼 새 고양이의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서 갖다 붙인 단어인 것이지요. 그런데 국민 정서는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나 너도 나도 유행처럼 사용하던 이 단어에 대해서, 이 작가가 우익 문제 작가로 드러나니 두드러기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저는 이 작가의 작품이 그렇게 재미있다고 유행했을 때에 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작가의 프로필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고 관심도 없었습니다. 제가 좀 그렇습니다. 재미있다고, 좋다고 모든 주변인이 아무리 얘기를 해도, 제 마음이 동하지 않는 일이나 이성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한 발도 들여놓지 않고, 내키지 않는 물건은 국민 아이템이어도 사지 않는 아주 .. 2013. 10. 21.
이민호 덕에 혼자 한글을 깨친 그리스 아주머니 한달 반 만에 디미트라 양과 한국어 수업을 재개했습니다. 그리스는 새 학년이 시작되며, 디미트라 양 직장인 대형서점은 참고서와 새 학년 준비물을 준비하는 손님들로 꽉 차 야근이 반복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이 그간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누군가와 한국어로 이야기를 나누고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 만으로도, 수업 후에 마음이 막 시원해지곤 하기 때문입니다. 디미트라 양의 집에 들어서니 그녀 어머니 이로Ηρώ 아주머님께서 저와 딸아이를 반겨주셨습니다. (감사하게도 딸아이가 보고 싶다고 굳이 같이 오라고 하셨던 이로 아주머님이십니다.) 언제나처럼 제 기호에 맞는 따뜻한 커피가 내려져 있었고, 쿠키와 초콜릿이 가지런히 놓인 접시도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업을 하려고 막.. 2013. 10. 19.
그리스인들이 '한국인 몸은 유연하다'고 단정짓게 만든 사건 저녁 무렵 시어머님은 저와 딸아이의 오늘의 일상에 대해 물어보시러 집에 들르셨습니다. 처음 이민 와 시어머님을 잘 몰랐을 때엔, 그냥 단답형으로 묻는 말에만 대답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님은 제가 뭔가 물어봐 주길 기다리는 눈치셨고, 사실은 우리의 오늘 일상도 궁금하시지만 당신의 일상을 말하고 싶으셔서 저희 집에 들르신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 저는 어머님께 꼭 오늘 하루 어떠셨냐고 묻게 되었습니다. 내일이면 여름 시즌이 끝나 호텔 일이 마무리 되어, 더 이상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어머님은 우울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셨습니다. "난, 너무 기분이 안 좋아. 이제 겨울철 동안 비도 계속 올 것이고, 동료들도 볼 수 없고, 고용보험도 너무 줄어서 더 절약해야 할 것이고, 난 뭘 하면서 하루를 보내지?.. 2013. 10.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