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483 내가 바에서 그리스 친구들에게 끌려 나온 이유 얼마전 한 독자 분께서 제가 술을 안 한다는 이야기에 어쩐지 아쉽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마 와인 한 잔 쯤 독자님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그런 모습을 기대하고 계셨던 듯 합니다. 그런데 제가 술을 안 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데, 독자분들께 부끄럽지만 그 솔직한 이야기를 오늘 밝혀봅니다. 저는 서른 살이 넘도록 술을 입에 대 본 적이 없었습니다. 나름대로는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니면서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고만 생각했었지만, 서른 살이 넘어 어떤 해외출장을 계기로 제 무의식 속에 자리잡은 '술을 마시지 않는 진짜 이유'를 발견하고 저 스스로도 놀라게 되었습니다. 당시 출장 지역에서 중요한 세미나가 있었고, 저와 동료들, 그리고 선배들과 함께 출장 길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그 시기의 저는 내적,외적.. 2014. 5. 2. 여기서 엉뚱하게 한글을 발견할 때 깜짝 놀라요. 알다시피 제가 사는 지역인 그리스 로도스에는 저와 딸아이 외에는 한국인이 전혀 없습니다. 제가 처음 이민을 와서 대사관으로부터 이 사실을 확인하며 설마 했던 것이 사실이란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꼭 무인도에 떨어진 것 같이 좀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로도스에서 수백 년 넘게 대를 이어 살아온 시어머님 집안이나, 100년 넘게 거주한 시아버님 집안의 여러 친인척들을 뵐 때마다, 그 분들이 들려주시는 한국인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한 친척 어르신께서는 1950년대에 한국전쟁 이후로 로도스로 이민 왔던 한국인을 만난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가족이 계속 이곳에 살고 있다 하더라도 이미 한국인 신분이 아니니 제가 알 길이 없습니다. 도대체 그 옛날에 어떻게 그리스까지 이민을 오게 된 것.. 2014. 4. 30. 그리스인들이 요거트와 곁들여 먹는 신기한 것들 그리스는 알려진 대로 맛있는 요거트(Γιαούρτη이야우르티)를 많이 생산하는 나라입니다. 본래 요거트는 그리스를 비롯하여 발칸지역과 동부 지중해지역, 중동지역에서 가장 먼저 제조되어 먹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이후 이 지역 사람들의 장수비결로 꼽히는 먹거리가 되었습니다. 제가 처음 그리스 슈퍼마켓에 갔을 때 느낀 것은, 그리스에는 정말 많은 요거트 종류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맛은 정말 진하고 맛있어서, 이래서 그릭 요거트, 그릭 요거트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저희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그리스 마켓 베로풀로스 Βερόπουλος의 요거트 진열칸입니다. 그리스에서도 과일이나 시리얼, 초콜릿 류가 첨가된 요거트들이 있지만, 단맛이 전혀 없는 플레인 요거트를 주로 먹는 그리스인들을 위해, 슈.. 2014. 4. 29. 딸이 그리스와 한국의 관광객이 되고 싶은 이유 "엄마, 잠이 안 와…나 내일 일찍 일어날 수 있을까?" 마리아나가 제게 이렇게 말하고 뽀뽀를 하고 자기 방으로 돌아간 게, 벌써 오늘 저녁만 네 번째 있는 일입니다. 녀석이 이렇게 잠을 잘 수 없는 이유는 내일이 바로 학교를 다시 가는 날이기 때문인데요. 성격이 예민해서 인지 매번 연휴나 방학 끝에는 2~3일 전부터 잔뜩 긴장을 하고 몸살이 나기도 해서 제가 다독이고 괜찮다고 말을 해주어야 하는데, 이번에도 2주간의 명절 방학이 끝이 나려니 잔뜩 긴장을 했는지 토요일이었던 어제는 열이 39도까지 오르며 툭하면 눈물을 흘렸습니다. 사실 연휴 2주 동안, 저도 남편도 딸아이에게 "공부하지 말고 밖에서 뛰어 놀고,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했습니다. 그리스 아이들과 십대들 공교육 강화로 매일 학교 숙제가 많.. 2014. 4. 28. 이 외국어를 알면 그리스에서 먹고 살 수 있어요! 그리스에 살기 전인 어느 해 여름 그리스에 여행을 왔을 때, 동수 씨가 지인 한 명을 소개해주고 싶다고 해서 함께 간 곳은 어느 바Bar였습니다. 로도스 시의 바 골목(Bar Street)에 자리잡은 그곳은 낮엔 카페이고 밤엔 술집으로 영업을 하는 곳이었는데, 동수 씨는 예전에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수시로 했었다고 했습니다. 직업이 있는데도 밤에 아르바이트를 했던 이유는 컴퓨터 장비를 빨리 업그레이드 하고 싶어서였다고 하는데요. 그렇게 잦은 아르바이트로 주인인 사장님과 친해졌고 그 이후로 공짜 커피나 칵테일 정도는 얻어 마실 수 있는 사이가 되었던 것입니다. 로도스 시의 바 골목(Bar Street) 낮에는 이렇게 한산하지만 밤에는 이렇게 되는 곳입니다. (image - Rodos Bar Street) .. 2014. 4. 26. 이민을 고민 중이세요? 그리스에서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이번 세월호 참사로 희생자 가족은 말 할 것도 없고 그 상황을 실시간으로 매체를 통해 지켜보는 국민들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 또한 틈 나는 대로 컴퓨터와 모바일로 사고 상황과 관련 기사들을 볼 때마다 여전히 눈물이 나고, 뭘 먹어도 맛있는지 어떤지 잘 못 느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요새 제게, 부쩍 이민 관련 문의를 하시는 분들이 늘었습니다. 개별적으로 다 답해드릴 수가 없어, 제가 직간접적으로 이민절차와 생활을 경험한 것들을 이렇게 써봅니다. ※ 이민 고려할 때 이 부분들을 생각해야 합니다. 1. 내가 지금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해외생활인가? 이민인가? 보통 이민은 해외에 장기적으로 거주하는 것을 뜻합니다. 궁극적으로 영주비자(영주권)를 얻어야 가능합니다. 만약 내가 원하는 것이.. 2014. 4. 25. 내 그리스인 친구, 이번엔 오징어땅콩을 이것과! 지난 번에 새우과자를 와인과 함께 먹었던 제 그리스인 친구 마리아를 기억하시나요? 몇 주 전 이 친구 집에 차를 마시러 갔었는데, 당시 저희 집이 한참 페인트칠 중이라 정신이 하나도 없을 때여서 급하게 집에 단 한 봉지 남은 오징어땅콩과자를 들고 갔었습니다. 새우과자를 와인안주로 맛있게 먹었던 친구이니, 좀 더 맛이 독특한 오징어땅콩도 와인과 먹으려고 하려나? 내심 궁금하기도 했었습니다. 과자를 들고 집에 들어가니, 친구는 이틀 야근 후라 후줄근한 잠옷차림에 몽롱한 상태로 저를 맞이했습니다. 사실 그리스의 국립종합병원 의사는 월급이 일반 사립병원 의사만큼 아주 많은 것도 아닌데다, 경제 불황으로 사립병원보다 거의 무료나 다름없는 국립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어나면서 더 야근이 잦아져서, 제 친구는 요즘 늘.. 2014. 4. 24. 그래도 한국에 가고 싶어? 그리스인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그리스인 친구들은 1~2년 내에 한국에 가려고 돈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그리스에서 한국은 가까운 거리가 아니고 직항이 없는데다, 2주 정도 머물 숙박비와 좋아하는 한국 제품들이나 한국 음식을 넉넉하게 살 비용을 생각해서 예상 경비를 여유있게 책정하고 돈을 모으는 것 같았습니다. 외국인이면서도 한국인 만큼이나 한국을 사랑하는 친구들이다 보니, 이번 세월호 사고에 대해서도 실시간으로 업무 중간 중간 인터넷 뉴스를 검색하며 상황을 들여다보는 듯 했습니다.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이 얼마나 컸던지 둘 다 제게 수시로 전화해 혹시 자신들이 모르는 새로운 소식을 제가 알까 싶어 묻고 또 물어 왔습니다. 그러던 중 친구 디미트라가 오늘 생일이어서 퇴근 후에 모두 함께 만나기로 했는데, 제가 급한 일이 생.. 2014. 4. 23. 고단한 버스기사를 위한 그리스 가족들의 따뜻한 명절 전통 저희 집 앞엔 한 시간에 두 번 버스가 지나갑니다. 두 개의 노선 버스가 지나가는데, 시내 복잡한 상업지역부터 주택가 곳곳을 도는 이 버스들은 총 노선 길이가 한 시간이어서 승객이 늘 많은 편입니다. 그리스 최대 명절인 빠스하(부활절)였던 지난 일요일, 예년처럼 많은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바비큐를 하며 떠들썩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작년과 달리 염소 통구이가 아닌 통돼지구이를 하기로 한 가족들은, 이른 아침부터 통 구이를 굽는 기계를 돌렸습니다. 통구이는 총 4 시간 이상을 구워 줘야 기름이 쭉 빠지고 안쪽까지 다 익기 때문에 자동으로 돌려 주는 기계로 돌리고, 중간 중간 허브 양념이나 와인(혹은 맥주) 등을 발라가며 구워야 합니다.오래전엔 직접 손으로 봉의 끝을 잡고 돌려주었다고 하는데, 명절 때마다 얼.. 2014. 4. 22. 우리 힘 내요! 월요일입니다.우리 마음은 이렇게나 계속 아픈데, 우리 앞에 해야 할 일들은 야속하게도 턱하니 놓여 있습니다. 어떤 분은 출근을 해야 하고, 어떤 분은 아이들 등교를 시켜야 하고, 어떤 분은 밀린 집안 일이 있을 수 있고, 어떤 분은 손님을 치러야 하고, 어떤 분은 연로한 부모님을 돌봐드려야 하고, 어떤 분은 아기를 먹이고 재우고 달래야 하고, 어떤 분은 병원에 가야 하고, 어떤 분은 중요한 약속이나 모임이 있을 수 있고, 어떤 분은 업무상 중요한 계약이나 프로젝트를 해야 할 수도 있고, 어떤 분은 출장이 잡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며칠 동안 저처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잠을 잘 못 주무신 분도 계실 것이고, 입맛이 없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하지만 야속하게도 우리 앞엔, 꼭 해야할 일들이 월요일과 함께 어김없.. 2014. 4. 21. 세월호 생존자 구조. 왜, 하루가 다 지났는데도 그리스인 친구 갈리오삐가 생존자와 사망자들의 가족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며 제게 보낸 메세지입니다... 생존자를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의 노란 손수건을 단 사진과 함께요... 제게 뭐 더 새로운 소식이 없냐고, 몇 번을 더 카톡으로 물어 왔는데 저는...해줄 말이 없습니다... 왜 새로운 하루가 다 지났는데 이렇게 구조가 더딜까요. 하루내내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 안타까워 속이 타들어가네요. 물론 침몰한 배의 내부에 들어가 수색하는 일이, 생존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고 구조자의 안전도 고려해야 하니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이겠지만 다른 나라에서도 도움을 주겠다는데 어떻게든 좀 더 신속하게 해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도대체 정부의 위기대처 능력이 이렇게 밖에 안 되다니, 우리나라 같은 휴전상황.. 2014. 4. 18. 그리스에서도 부디 살아서 돌아오길 바라고 있어요! 그리스 언론에서 이렇게까지 긴 시간을 들여 한국에 대한 뉴스를 계속 방송했던 적이 언제였던가 싶을 만큼 뉴스, 신문, 블로그마다 한국의 세월호 침몰에 관한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그리스인들 역시 "부디 아이들이 살아 돌아오길!" 이라며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기사와 함께 실린 그리스 뉴스 영상입니다. (원문 주소 : http://www.skai.gr/news/world/article/256186/stous-14-oi-nekroi-apo-tin-tragodia-sti-notia-korea-upoptos-o-kapetanios/#ixzz2zB6y1tzG) 이 뉴스에서는 '학생들'이란 단어보다도 '아이들'(베디아Παιδιά)이란 단어를 계속 쓰며 보도하고 있는데, 그 만큼 그리스인들 역시 어린 .. 2014. 4. 18. 이전 1 ··· 5 6 7 8 9 10 11 ··· 4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