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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그리스 문화

12시간 동안 식탁에서 해산물만 먹는 그리스의 요상한 국경일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3. 19.

12시간 동안 식탁에서 해산물만 먹는

그리스의 요상한 국경일

 

 

 

 

 

 

 

지난 번 고기 굽는 연기가 나는 그리스의 국경일 τσικνό πέμπτη치크노 를 기억하시나요?

            (2013/03/09 - [신기한 그리스 문화] - 전 국민이 고기를 구워먹는 그리스의 특이한 국경일)

 

그리고 전국이 들썩이는 가장무도회 파티 απόκριες πάρτι 아뽀끄리에스 파티있었고,

            (2013/03/11 - [신기한 그리스 문화] - 그리스의 전교생 가장무도회에서 단연 돋보인 딸아이의 한복)

 

그 정점을 찍는 '깨끗한 월요일'이란 뜻의 'καθαρά Δευτέρα 까싸라 데프테라'바로 어제 였습니다.

역시 그리스 국교인 정교회에서 지정한 국경일로, 이 날은 고기는 먹으면 절대 안 되고 전 국민이 하루 종일 해산물만 먹어야 조금은 이상한 날입니다.

물론 지금은 종교적인 의미보다는 전통의 의미가 더 커서 전국에서 가족마다 엄청난 양의 해산물을 먹고 또 먹고 또 먹는 그런 날입니다.

내일부터 부활절까지 40일 동안은 전통적으로 절제하는 식생활을 해야 하니까 말이지요.

(그리고 부활절 날 아침 얼마나 먹는지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건 그 때가서 다시 말씀 드릴게요~^^)

아침 8시부터 이 해산물의 요리들을 시작해서 10시쯤부터 온 가족이 먹기 시작해서, 중간에 쉬었다가 또 먹고, 또 쉬었다가 또 먹을 수 있도록 정말 많은 양을 준비합니다.

 

이 빵은 이 '깨끗한 월요일'인 국경일 날에만 먹는 빵입니다. 엄청나게 큰 문어를 바비큐 석쇠에 굽고 있네요

 

바비큐를 구우려고 문어를 들어 보이는 매니저 씨와

저희 뒷집 시어머님 댁에서 새우 토마토소스 요리를 하고 있는 요리사 시누이^^

요리에 특별한 재능을 갖고 태어난 남매입니다.

 요리된 새우를 먹으려고 열심히 껍질을 까고 있는 딸아이. 눈 아프겠다. 얘.

 

 이 소스는 생선알에 레몬을 넣어 만든 특별한 소스인데, 새콤하면서 빵을 찍어 먹으면 맛있습니다.

 

파프리카, 감자, 호박을 섞어만든 야채튀김과 홍합요리, 오징어요리도 있었습니다.

참 많기도 하지요?^^

 

그런데 한국에서 만약 이런 국경일이나 명절이 있다면 그냥 먹다가, 다른 일을 하다가 다시 저녁 때 먹든지 할 텐데, (하다못해 TV라도 보겠지요.)

그리스 사람들은 그냥 식탁에 계속 앉아서 가족끼리 이런 저런 이야기 꽃을 피우기도 하고, 그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기도 하고, 커피를 마시거나 디저트를 먹기도 하고, 다시 배가 꺼지면 차려진 음식을 먹는 이런 행동을 하루 종일 자리를 뜨지 않고 반복합니다.

처음 이런 그리스 사람들의 가족모임이나 파티 문화를 접했을 때는, 마치 누가 누가 더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나

지구력들을 테스트하려는 듯 보였고, 시간의 효율을 따지는 한국인으로서 지루하고 정말 이상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워낙 반복적으로 겪다 보니, 이제는 저도 그 자리에 하루 종일 같이 앉아서 먹고 마시고를 반복하게 되었습니다.^^

 

 

<가족들은 마당에 몇 시간 앉아서 먹다가, 추워서 다시 안에 다 싸 들고 들어와 앉았답니다.>

사진을 일부러 흐릿하게 처리 한 것 이해해 주세요~가족 중에 자신의 얼굴 공개를 싫어하는 분들도 계시니까요^^

 

 

<집의 가족 모임 풍경입니다. 역시 이 집도 만만치 않게 하루 종일 먹고 있었답니다.^^>

 

결국 저는 그만 먹었으면 싶어서 일을 핑계로 자리를 떴는데요,

결국 이 가족 모임은 아침 10시에 시작해 저녁 10시가 되어서 끝이 났습니다.--;

정말 대단한 그리스 사람들이지요.

 

국경일이라고 학교를 안 가는 아이들은 신이 났고, 오랜만에 가족들이 함께한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신이 나셨지만,

요리는 남자들이 도와주지만, (그리스 남자들은 요리만 도와줍니다.) 산더미 같은 설거지를 해야 하는 집 주인 여자들은 좀 피곤한 하루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다행히 작년 까지는 저희 집 안에서 모두 모였던 이 긴 시간 해산물 먹는 국경일 모임이, 마당에서 시작되었고

(집 안에서와 밖에서의 가족 모임은 그 피곤함의 정도가 아주 다릅니다. 집 안에서 모일 경우 집 안 청소부터 커튼 다림질까지 꼼꼼하게 다시 다 체크 해야 합니다.)

추워서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을 때는 좁더라도, 모든 사람이 바로 뒷집인 시부모님 댁으로 들어가 앉아서 밤 늦게 까지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떻든 어제의 음식은 한국의 명절 음식이 그러하듯이, 며칠 동안 밥상에 여러 형태로 변형되어서 올라올 확률이 높습니다.^^ 워낙 많이 만들어서 하루 종일 먹어도 집집마다 만든 양의 반 씩은 남는 것 같습니다.

헐

 

 마지막으로 여러분의 즐거운 하루의 시작을 위해 유머돋는 사진 한장을 공개합니다.

지난 토요일 저녁 다른 곳에 놀러 갔었는데,

딸아이의 가장 무도회 의상을 빌려 입은 매니저 씨와 친구 미할리스입니다.--;

이 둘이 어른이 되는 날이, 설마 제 평생에 오긴 하겠지요?

ㅎㅎㅎ

 

그리스 사람들처럼 하루 종일 12시간 씩은 아니어도

모처럼 TV도 휴대폰도 끄고

가족들과 식사 한끼 하시며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날을 한 번 만들어 보시면 어떨까요?

맛있는 거 많이 드시는

좋은 하루 되세요~

좋은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