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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그리스 문화

그리스에서 드디어 알바니아인 조이 엄마와 친구가 되다.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4. 6. 6.

 

 

 

그 동안 조이 엄마와 그렇게 한번 제대로 만나보려고 시도했었지만, 번번히 만남이 성사되지 않으면서 "이 엄마가 나를 피하나?"싶은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여러 글에서 언급했듯이 조이는 성격이 쾌활하고 붙임성이 좋은 아이인데 마리아나와 친하게 지내는 만큼 아이의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기에, 지난 번 그 엄마와 만나보려고 시도했다가 의사 소통에서 오해가 생겨 조이를 제가 떠 맡아서 시험공부까지 시켜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했었습니다.

<관련글 2014/03/25 - 나를 완전 화나게 만든 마리아나, 겨울왕국으로 웃기다니.>

 

그 이후 마리아나 생일 때 같은 반 여자아이들만 모두 초대했었는데, 대부분 부모가 함께 아이 생일에 참석하는 그리스 어린이 생일 파티 문화대 이번엔 조이 부모님이나 다른 알바니아인 두 명의 부모님도 참석했으면 싶었지만(조이를 제외한 그 두 아이는 학교에서 그리스어 수업을 따라가지 못 해서 따로 특별 반 수업을 받다 보니, 자연스레 다른 아이들과 좀 덜 어울리게 되었고 마리아나 생일을 계기로 그리스인 엄마들과 알바니아 엄마들이 좀 자연스럽게 친해졌으면 싶어 자리를 마련했던도 있었습니다.) 조이 엄마 아빠는 생일 파티에 아이만 데려다 놓고 다른 곳에 갔다가 다시 파티가 끝날 때 아이를 찾으러 왔고, 다른 알바니아인 두 아이와 부모들은 제가 초대장을 직접 주며 초대를 했는데도 아예 파티에 참석하지 않았었습니다.

결국 평소 원래도 저와 친하게 지내는 그리스인 부모들만 모두 참석하게 되어서 아쉬운 마음이 컸었는데요.

역시 그리스인들에게 평소 무시 당하는 알바니아인들이라서 마음이 굳게 닫힌 걸까 안타까운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알바니아Republic of Albania는 공산주의 체제에서 1991년에 벗어났지만 아직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나라고, 기본 임금이나 국민 복지 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다 보니 유럽 안에 있지만 아직 유럽연합에 가입할 수 없는 상황이라 유럽 내의 각종 혜택에서도 제외가 된 국가입니다.

실제로 알바니아 내의 임금 수준은 그리스의 1/5에도 미치지 못 하는데 공산품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공산품 물가가 그리스보다 터무니 없이 비싸서, 서민들이 살아가기에 어려움이 많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알바니아 내의 다수의 사람들이 주변 유럽국가로 이민을 선택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와 알바니아는 역사적으로 영토분쟁의 문제도 있었고 또 일부 알바니아인들이 불법적인 행위로 그리스인들에게 피해를 입힌 전적이 있다 보니, 실제로 그리스와 알바니아가 비슷한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존심 강한 그리스인들은 알바니아인들에 대해 적대적인 감정이나 무시하는 감정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입니다.                                                            꿋꿋한올리브나무

 

 

그런데 며칠 전, 마리아나가 이런 이야길 했습니다.

"엄마, 조이가 며칠 후에 생일인데, 집에서 간단하게 할 건데 반에서 나만 초대하고 싶대요.

엄마 우리 갈 수 있지요?"

"그럼. 그럴 수 있다면 나도 이번 기회에 조이 엄마와 이야기도 나누고 좋지."

 

하지만 막상 생일 날 되자 조이는 몇시까지 어디로 오라는 이야기가 없었고, 저희는 지난 번 말만 믿고 도대체 이 집에 가도 되는 건지 어떤 건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조이네가 형편이 좋지 않은 것을 알고 있기에, 어쩌면 갑자기 파티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겼나 생각 되었고, 그간 조이 엄마와 의사소통의 오해가 있었던 것을 보아 이번에도 그런 건가 싶어서, "그럼, 마리아나. 일단 선물만 사서 조이네 집에 살짝 전달해주고 오자. 혹시 우리가 부담될 수도 있으니까 엄마가 전화해서 선물만 주고 가겠다고 말 할게." 라며, 퇴근 길에 선물을 사서 일단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저는 조이 엄마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최대한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말투로 "그래도 오늘이 생일인데 선물만 전해주고 돌아갈게요." 라며 일단 전화를 했는데, 의외로 조이 엄마는 다른 때와 달리 흔쾌히 "놀러 와요! 조이 사촌들과 친척들만 몇 명 오기로 했어요. 조이가 마리아나는 꼭 초대하고 싶다고 했으니까 오세요. 그런데 우리 집이 이사를 해서 안네스 마리에스 도로의 OO은행 옆 골목에 있는 아파트로 오셔야 돼요." 라고 저희를 초대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드디어 조이 엄마와 제대로 만날 수 있는 기회 라는 생각에, "지금 갈게요!!" 라고 말을 하고 10분 동안 선물을 포장하고, 애 옷 갈아입고 머리 빗는 것을 봐주고, 설거지를 하고, 거실 청소기를 돌리는 신공을 발휘한 후 집을 나섰습니다. (이렇게 잠시 짬 날 때 틈틈히 집안일을 안 하면 집안이 정말 엉망이 되기에, 점점 속도가 빨라질 수 밖에 없는 듯 합니다...에궁...물론 이러다 또 넘어지면 안 되니까 아주 조심조심 마당 계단을 내려왔어요..^^;;) 

 

 

그렇게 저는, 조이 엄마 얼굴을 봐 온 지 2년 만에 처음으로 조이네 집에 발을 들여 놓게 되었고...

생각보다 집이 넓은데다, 깨끗하게 새로 페인트칠이 되어 있고 집안 인테리어도 그리스식이어서, 좀 놀라며 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간, 마리아나와 조이가 친함에도 불구하고 조이 엄마가 저를 피하는 것 같았던 이유부모가 조이를 좀 방치하는 것 같아 보였던 이유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조이의 엄마 아빠가, 이민자로서 그리스에서 세 아이를 기르며 살아가면서 먹고 사는 것이 어려우니 아이를 방치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이유는 조이 엄마가 도무지 어떤 학교 행사에도 잘 참석하지 않았고, 지난 번 언급한 대로 조이는 3학년 수학의 기초적인 부분도 잘 이해하고 있지 못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조이 엄마와 아빠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조이 엄마는 알바니아에 살 때 5년간 초등학교 선생님이었고 특히 프랑스어를 복수 전공해서 프랑스어도 가르쳤었기에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상황의 발단은 '조이'에게 있었는데요. 조이 엄마는 조이가 성격이 명랑한 대신 어떤 일을 잘 잊어버리는 성격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학교 행사 등의 가정통신문을 깜빡 잊고 제 때 보여주지 않아서, 엄마가 행사 당일 행사인줄 알아 월차를 낼 수 없거나 행사가 지난 후 몰라서 참석할 수 없었던 적이 많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집중력이 뛰어난 조이 오빠와 달리, 조이가 명랑하게 뛰어 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이다 보니 아무리 수학을 가르쳐도 부모가 가르치는 부분에 대해서는 잘 듣지 않고 건성으로 앉아 있었던 부분이 많아서 고민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번 합창발표회 때도 그런 이유로 참석할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이민자에게 까다로운 그리스 자격증 발급 제도 때문에, 조이 엄마는 그리스 이민 생활 12년 동안 운전면허가 아직 없어서 아이들을 돌보는 데에 더 어려움이 많다고 했습니다.

마리아나 생일 때도 조이가 깜빡 잊고 있다가 생일 당일 날에야 마리아나 생일이라고 말을 해서, 부랴부랴 선물을 사서 아이만 데려다 주고 일을 하러 가야 했기에, 다른 엄마들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였는데 정말 안타까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에 저는 조이 엄마의 그간 행동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아테네에 이민 와 10년을 살며 남편도 나도 그럭저럭 자리를 잡아 간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리스에 경제 위기가 닥친 후 내가 일을 하던 큰 의류 회사가 부도처리 되며 갑자기 실직을 하게 되었고 남편 페인트 사업도 고객이 뚝 끊기게 되었어요. 허드레 일이라도 하려고 백방으로 알아봐도 일자리는 전혀 없었고, 몇 달을 그렇게 모아둔 돈 까먹으며 버티다가 도저히 새 일자리를 찾을 수가 없어서 그 나마 경기가 낫다는 로도스로 이사온 게 2년 전이었어요.

남편과 함께 사업을 하는 형님 네 가족들과 함께 이사 왔는데, 연고도 없는 이곳에서 우리는 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어요. 남편과 형님이 고객을 새로 확보하며 사업으로 자리를 잡는 동안, 나와 오늘 생일에 참석한 형님 부인은(조이 큰 엄마), 아 우리는 오랜 친구에요! 아무튼 우리는 로도스에서 일용직 청소 일부터 시작했고, 지난 2년간 방 하나에서 아이 셋과 함께 지내야 했어요. 거실 겸 부엌도 너무 좁아서 누굴 초대하기도 부끄러운 집이었지요. 그래서 올리브나무 씨를 진작 초대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어요.

그렇게 2년이 지나고 나니 남편 사업도 자리를 좀 잡았고 나도 한 달 전부터 호텔에 취업하게 되어서, 아! 우리 형님 부인도 함께 취업이 되었어요! 수입이 좀 안정이 되면서 월세를 좀 제대로 낼 수 있는 형편이 되어, 아이들 방을 따로 줄 수 있는 집으로 드디어 이사를 하게 된 것이랍니다.

로도스에서 자리잡기 정말 힘들었지만 만약 아테네에 계속 있었다면 홀대 받는 나라 이민자라 비빌 언덕도 없는데, 우린 정말 길거리로 나 앉아야 했을 거에요.

아무튼.... 이제 누굴 초대해도 앉을 자리라도 있기에 마리아나와 올리브나무 씨를 초대한 거랍니다. 비록 그 동안 고생은 했지만 저는 저희 가족이 잘 버티고 이렇게 자리를 잡은 게 정말 자랑스러워요. 일 주일 후에 알바니아에 계신 엄마도 저희 집에 애들 보러 잠시 다니러 오실 거에요. 로도스에 오고 처음 모시는 거에요. 그 동안은 엄마를 좀 저희와 계시게 하고 싶어도 방이 두 칸이라도 되어야 모시지요... "

 

 

 

조이 엄마 아빠는 이런 이야기를 제게 들려 준 후, 한국에 대해 많은 것을 물었습니다. 대부분 외국인들이 궁금해 하는 북핵 문제, 한국의 언어, 경제, 음식, 날씨... 여러 이야길 주고 받았습니다.

조이 엄마는 아테네에서 결혼식을 했던 사진까지 보여주며, 자신의 친척들을 사진을 통해 제게 소개하며 자신의 이야길 솔직하게 털어 놓았습니다. 자신이 왜 시어머님이 두 명이 되었는지 등등의 사연들까지도요. 

그리고 마리아나와 제가 한국어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더니, 조이가 알바니아어를 잘 말 하지 못 해 우리 모녀가 부럽다며, 요새 조이가 마리아나와 커서 한국에 가겠다고 한국어 단어를 배워와서 정말 깜짝 놀랐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학교에서 마리아나로부터 한국어 단어를 배우고 있는 조이를 보아왔던 저로서는 미안한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저는 조이가 알바니아어를 잘 말하지 못 한다는 것을 몰랐었습니다.)

 

그간 마음의 여유가 없어 더욱 친구가 되기 어려웠던 조이 엄마였고, 또 저 역시 여러 상황으로 조이 엄마를 오해하기도 했었지만, 이렇게 서로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되기로 하니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저에게, 인종이나 국적과 상관없이 성품 좋은 그리스인 친구들이 있는 것처럼, 그 두 사람은 제겐 익숙하지 않은 나라의 사람들이지만 참 성실하고 따뜻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역시 평소 조이가 따뜻하고 성품이 좋은 것은 이유가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조이와 사촌들과 마리아나가 이 방 저 방 뛰어다니며 풍선을 불고 노래를 부르며 노는 동안, 조이 엄마와 저는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알바니아 음식과 한국 음식에 대한 이야기로 이 날의 대화를 마무리 하게 되었는데요.

비록 알바니아인인 그녀한국인인 제가 그리스 전통 커피를 마시며 그리스어로 대화를 나누었지만, 저는 알바니아의 마늘과 치즈를 넣어 굽는다는 파이가 궁금해졌고 그녀는 한국의 김밥이 궁금하다고 했습니다.

 

늦은 밤 저희를 현관에서 손을 흔들며 배웅하는 조이 부모님과 친척들을 뒤로하고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집으로 돌아오는데, 역시 세상엔 내가 좁은 시각으로 바라보면 안 될 일들이 참 많다 라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되었고, 조이 엄마를 만나기 전 후의 풀린 오해와 깨진 편견에 대한 이야기들을 마리아나와 함께 나누게 되었습니다.

 

"엄마가 그간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부분이 있었구나 싶어서

조이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라면서요.

 

 

여러분 행복한 금요일 되세요!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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