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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그리스 문화

유럽에서 자녀를 키우는 데엔 ‘필터’가 필요하다.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4. 5. 13.

 

 

모든 유럽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유럽, 특히 EU에 속한 국가들의 유럽이 자녀를 교육하는 측면에서 장점이 많다는 것은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주, 국제 아동 구호 단체인 Save the Children에서는 전 세계의 국가를 대상으로 '엄마가 되기(To be mothers)에 좋은 국가'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를 보면, 30위의 한국보다 엄마가 되기 좋은 나라로 높게 평가된 곳들로 유럽 국가들이 대거 랭크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도표에 관한 더 자세한 보고서는 Save the Children 싸이트에서 PDP 파일로 다운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savethechildren.org/site/c.8rKLIXMGIpI4E/b.8585863/k.9F31/State_of_the_Worlds_Mothers.htm)

 

 

 

하지만! 이런 장점과 함께, 유럽에서 자녀를 키우는 데에는, 특히 한국인 부모로서 유럽에서 자녀를 키우는 데에는 '부모의 기준과 필터 역할'이 한국에서 보다 좀 더 명확해야 한다는 단점이 존재합니다.

 

지난 글에서 저는 '올해 유로비전 우승자'에 대해 그리스인 아이들이 놀랐고, 앞으로 그리스인 부모들도 자녀와 함께 유로비전 시청을 할 때 주의를 기울이게 될 것이다 라는 글을 썼었습니다.

이것은 표현의 자유의 폭이 넓고 그 자유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일반적인 유럽의 문화와, 한국에 비해서는 개방적이지만 국교의 영향으로 다른 유럽에 비해 조금은 보수적인 면이 있는 그리스의 아이들과 부모들이 그 표현의 자유를 받아들이는 현상에 대해 쓴 글입니다.

그런데 댓글을 읽으면서, '아! 내가 짧게 쓴 글 안에서는 설명이 부족하니, 독자님들이 나의 말하고자 하는 부분에 대해 오해가 있을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그럼 제가 말하고자 했던 부분과 더불어 유럽에서 자녀를 키우는 데에 왜 '기준'이 명확해야 하며, 교육에 있어서 왜 '필터'가 필요한지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길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유럽은 표현의 자유와 행동의 자유에 대해 허용, 수용도가 한국에 비해 상당히 높은 곳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한국인들이 이미 유럽을 여행으로나 단기 거주를 통해 경험해보았기에, 이런 사실에 대해 이미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한국인이 없는 곳에서, 그것도 유럽인들에게 세계에서 가장 사랑하는 관광지로 뽑힌 적이 있을 만큼 인근 유럽인들의 유입 비율이 높은 그리스 로도스에 살면서 다양한 국가에서 온 유럽인들을 가까이에서 보며 느끼는 점은 참 충격적일 때가 많았습니다.

제가 충격을 받는 이유는, 그들이 한 행동 자체에 대한 충격보다 그것을 얼마나 자유롭고 당당하게 표현하는지, 또한 보는 이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수용하는지 등의 유럽인들의 태도 때문인데요.

 

몇 가지 흔한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1. 성소수자들이 자신을 드러내는 당당한 방식 -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렌스젠더 등에 대한 한국식 표현인 '성소수자' 라는 표현이 유럽에서는 적당한 표현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 '소수'라고 보기엔 그 비율이 좀 높기 때문입니다. 몇 다리만 건너도 이런 성소수자들 지인들을 만날 수가 있으니 말입니다. (현재 제 주변에도 있습니다.)

특히 다양한 유럽인들이 많이 유입되는 관광시즌인 여름의 그리스의 길거리에서는 그들이 키스하는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저도 한국에 있을 때 성소수자 지인이 있었기에 그들이 갈등과 고뇌 속에서 결국 남들과 다른 삶을 결정할 수 밖에 없는 심리적인 배경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습니다만, 유럽인들이 그것을 표현하는 당당함을 볼 때면, 저 사람들은 이런 점을 수용하는 환경에서 자라서 어쩌면 심리적인 갈등이란 것이 크게 없었을 수도 있었겠구나 싶기도 합니다.

 

2. 전신 노출(하반신까지도)에 거리낌이 없는 것 같은 서구 문화권이라해도 북미에 비해 유럽인들이 노출과 스킨십 등의 표현이 훨씬 자유롭다는 것은 유럽인들과 조금만 가까이 지내다 보면 알 수 있는데요. 그리스에서는 굳이 누드 비치가 아니어도 다 벗고 있는 유럽인 관광객 남녀를 해변에서 목격하는 일이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심지어 제가 오스트리아에 갔을 때 고모님께서 보여주신 과거 앨범 속에서 해수욕 중인 오스트리아인 고모부님과 그 친구분들의 30대 때의 다양한 포즈의 나체 사진을 보아야 했을 때는, 그걸 당당하게 보여주시는 고모님이 이미 그리스인들(그리스인들은 의외로 이런 전신 노출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성향이 많습니다.)과는 많이 다른 정서를 갖고 계시구나 싶었고, 그 당당함에 제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 지 몰라 몹시 당황했었습니다.

  

3. 마약, 불륜 등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는 자유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당당하고 어느 정도는 수용하는 태도 -

여기서 마약이란 일부 유럽 국가에서 합법적으로 수용하는 종류가 아닌 좀 더 심각한 약물을 뜻하는데요.

앞서 1,2번의 두 가지 사례는 다른 이에게 피해를 크게 입히는 자유는 아니지만, 마약이나 불륜 등의 행위는 유럽에서도 법으로는 분명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국가가 대부분일 만큼 주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끼치는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비해서 확실히 더 공공연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는 사람도 어느 정도는 당당하고 지켜 보는 사람도 이에 대해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그런 당당함과 담담함에 당황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 이 밖에도 정치적인 부분 등 다른 많은 예가 있지만, 생략하기로 하겠습니다.)

 

 

이런 유럽의 열린 환경에서 성인成人이 성인을 바라보는 시각성인이 자녀를 키우는 시각에는 큰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한 어른이 나와 좀 다른 가치관과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다른 어른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충분한 이해와 허용이 수반될 수 있지만, 자녀에게 그 '다름'에 대해 '인지와 이해'를 시키는 것그 다름을 '스스로에게 허용하도록 하는 것' 사이에는 상당한 교육적인 어려움이 따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자주 보는 것과 듣는 것으로부터 의식이든 무의식이든 대부분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한 경제학자가 이런 말을 했었는데요.

"내가 5년 뒤에 어떤 모습으로 살 지 궁금하다면, 지금 내가 매일 가장 자주 만나는 다섯 사람이 누구인지 살펴봐라. 그들의 연봉 평균이 네 5년 뒤 연봉이고, 너는 5년 뒤 그들과 아주 닮아 있을 것이다. 만약 네 연봉을 늘리고, 네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어떤 사람과 더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생각해봐라. 네가 닮고 싶은 사람이 혹시 직접 만날 수 없는 사람이라면, 책이나 강연을 통해 그 사람에게 영향을 받기 위해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경제학자의 말이 100% 정답이라고 말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상당히 공감하는 부분인데요.

성인도 그런데, 하물며 어린 아이라면 더더욱 이런 주변에서 보고 듣는 환경에 영향을 받는 정도가 클 수 밖에 없습니다.

 

내 자녀를 언제까지 끼고 살며 행동 하나 하나에 대해 진두 지휘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부모라면, 자녀에게 지속적인 행동강령이나 부모의 기준에 대해 강요하기 보다, 자녀가 자유롭게 열린 세상에서 '스스로가 세운 기준'을 갖고 성인이 된 이후에도 그 기준에 스스로를 비추어 자신의 행보에 대해 '스스로 선택'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텐데, 그러기 위해서는 자녀가 스스로 삶의 기준을 세우는 성장 과정에서 유럽의 열린 환경을 통해 보고 듣는 것에 대해 부모가 어느 정도의 필터 역할을 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미 성인이신 블로그 독자님들이나 제 지인들에게 그리스나 유럽 문화의 위에 언급한 면들을 소개할 때는, '유럽과 그리스 문화가 충격적이지만, 알고 보니 이럴 수도 있구나 싶어 나도 이해하게 되었다.' 라는 태도로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가 많은데요.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유럽과 그리스의 환경에 대해 판단할 저마다의 가치관이 성립된 성인인 독자분들에게 발행하는 글이기 때문이고, 독자분들은 글을 읽으면서 제가 어떻게 이야길 하더라도 나름의 시각으로 판단하고 해석할 수 있는 '스스로의 행동에 대한 기준'이 마련된 상태로 읽게 됩니다.

하지만 생활 속에서 이런 유럽의 문화에 항상 노출되어 있는 딸아이를 비롯하여 그 친구들에게 이 문화에 대해 설명을 할 때에는, '저 사람들은 그럴 수도 있다.' 라고 가르칠 수는 있지만 '나는 저 사람들을 이해한다.' 라는 태도를 취하기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부모의 이런 한 마디 때문에 자'저 사람처럼 살면 행복하다.'라고 극단적으로 이해할 수도 있는, '스스로의 기준과 가치관이 채 형성되기 전인 연령층'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비단 한국인이 아닌 그리스인이나 다른 유럽인 부모들 조차도 자녀 교육에 대해 철학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위에 언급한 '표현과 행동의 자유에 당당한 사례들'에 대해 자신들은 이해를 하고 수용하더라도 아이들에게만은 필터 역할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유럽의 교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필터 역할을 해도, 유럽의 아이들은 매체나 보는 것들을 통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유럽 아이들이 한국 아이들에 비해 성적 취향, 신체 노출, 자유 연애, 마약 흡입 등에 대해서 모두 더 열린 사고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만약 부모가 필터 역할까지 하지 않는다면, 이런 환경에서 나중에 내 자녀가 어느 방향으로 튈지는 알 수가 없는 것입니다.

성소수자나 전신노출에 자유로운 사람이 되는 자유 정도가 아닌, 남에게 상처를 주는 마약이나 불륜을 하는 것에 당당한 사람이 얼마든지 될 수 있는 곳이 유럽인 것입니다.

 

결국 자녀가 성인이 되어 '나름의 기준'이 형성될 때까지는 부모가 가르치고 이해시킬 것은 교육 하되, 환경이 환경이니만큼 부모가 명확한 필터 역할(걸러줄 것과 이해시킬 것과 수용시킬 것을 잘 구분해 교육하는)을 하며 '스스로의 기준'을 설립하도록 자녀를 돕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는 성인이 된 이후의 자녀를 부모가 좀 더 편하게 독립시킬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제대로 된 필터 역할을 하는 부모라고 말 할 수는 없지만, 그 역할을 지향하는 부모가 되고 싶습니다.

  

여러분 즐거운 밤 되세요!

오늘 두 번의 포스팅을 했기에, 내일 포스팅은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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