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맛있는 그리스 문화

그리스 식당, 연인들의 좋은 데이트 코스인 이유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4. 3. 24.

 

 

 

 

'저기 그리스 식당 아니야?'

영국 영화 어바웃 타임(About Time)의 한 장면을 보다가 제가 혼자 내뱉은 말입니다.

 

과거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집안 내력으로 갖고 있는 남자 주인공 팀이, 좋은 여자 메리를 만났지만 과거로 시간여행을 했다가 그녀와 인연은 없었던 일로 되어버렸고 다시 그녀와의 인연을 어떻게든 이어보려고 하는 과정에서, 그녀를 한 식당에 같이 가자고 초대를 합니다.

 

 

 

 

 

그녀는 이 식당이 '맛있는 전채요리가 10가지는 되는 식당'이란 말을 최종적으로 듣고, 그를 따라 그 식당에 가게 되는데요.

이 때 이 식당의 음식이나 식당 이름이 영화상에 보이는 것은 아니었는데, 두 사람의 대화 사이로 조용히 흐르는 그리스 전통음악을 듣고 여기, 리스 식당이구나! 눈치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장면에서 식당 안에 걸린 그림들이 그것을 확인해주고 있었습니다.

 

 

바로 '맛있는 전채요리(에피타이저)를 10가지 이상 먹을 수 있는 식당',

그것은 그리스 전통식당 타베르나의 보편적인 모습인 것입니다.

 

 

google image.gr

 

그리스 식당 중에 꼬치요리인 수블라끼, 혹은 피타기로스 등을 파는 식당이 우리나라의 분식집 같은 식당이라면, 이 그리스 전통식당 타베르나(Ταβέρνα)는 이와는 좀 다른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요리들이 우리 나라의 반찬 접시처럼 조금씩 나오기 때문에 영화상에서 전채요리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사실은 하나 하나가 메인요리처럼 취급되고 이런 요리를 여러 개를 한꺼번에 시켜서 음료나 주류와 함께 먹는 식당입니다.

이런 작은 접시들에 담긴 요리들을 그리스에서는 메제스(Μεζές)라고 부르는데, 집에서 뷔페식으로 여러가지 음식을 차리게 될 때에도 '제스 형식으로 음식을 차린다.' 라고 말하곤 합니다. (메제다끼 라고 단어를 변형하기도 하지요.)

이 타베르나를 번역하면 선술집이나 주점 같은 의미로 해석되지만, 실제로 그리스에서는 우리나라의 전통주점 + 한정식집 비슷한 의미식당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스에도 현대식 바와 주점은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잠깐, 여기서 타베르나(Ταβέρνα)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면요.

 그리스의 타베르나2,500년전 고대 그리스에서 '주점'으로 시작되어 비잔틴 시대를 지나며 '요리집'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터키인들(오스만인들)에게 '로칸다(λοκάντα/lokanta) -숙박과 식사를 같이 할 수 있는 종류의 장소'로 변형되어 전달되었고, 이런 타베르나는 소아시아의 유목민에게 까지 전달되었습니다.

 근대의 타베르나, 특히 아테네 지역의 타베르나는 정치적인 장소로 사용되었는데요. 군사 독재에 저항하던 시와 노래로 유명했던 쎄오도라끼 역시 이 타베르나에서 노래를 불렀었습니다.

 현대의 타베르나는, 식사와 와인을 천천히 많이 먹고 마실 수 있는 장소, 토론과 회의의 장소, 선술집 레스토랑의 장소 등으로 이용되고 있고 모든 연령층이 좋아하는 장소입니다.

 <참고 자료 - 그리스 위키백과 비키패디아 ΒΙΚΕΙΠΑΙΔΕΙΑ> 번역

 

 

 

 

결론적으로 그리스 식당 타베르나가 영화에서처럼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좋은 이유는 이렇습니다.

 

1. 라이브로 연주하는 전통밴드가 있거나 그런 음악을 틀어 놓아요.

그리스 전통악기로 연주되는 음악들 중엔, 간혹 시끄러운 음악도 있지만 참 듣기 좋은 음악들도 많습니다.

이런 음악들을 연주하는 것을 음식을 먹으며 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참 좋아지는데요.

특히 어떤 식당에는 정말 연주를 끝내주게 하는 밴드가 있는데, 그런 식당에 가면 사람들이 연주자의 이름을 물어볼 정도입니다. 혹시 집안에 결혼식 등의 큰 파티를 앞두고 있다면 밴드를 초대할 수 있을까 싶어서입니다.

만약 연인들이 이런 전통밴드의 좋은 연주를 함께 듣게 된다면, 그 음악과 기막힌 연주 때문에 더 좋은 분위기를 연출할 수 밖에 없어지는 것입니다.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에 주요 OST 였던
 
아그네스 발차(아그니 발차Αγνή Μπάλτσα)아스프리 메라 께 이야 마스(Άσπρη μέρα και για μας ) 입니다.
 
만약 나와 연인이 함께 간 식당에, 이런 그리스 노래를
 
라이브로 연주하고 불러주는 가수가 있다면 정말 분위기가 좋겠지요?
 
(이 그리스 노래에 대해서는 따로 한번 번역해 설명하도록 할게요.) 
 
 

 

2. 분위기가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지 않으면서도 초저녁엔 조용한 편이라 편하게 대화할 수 있어요. 

원래 그리스인들은 지나치게 격식을 차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니라서 늦은 저녁 단체 손님이 온 경우엔 흥에 겨워 왁자지껄해지는 경우도 있지만, 초저녁엔 대부분 음식 여러가지를 천천히 먹는 분위기라 연인이나 가족끼리 서로 대화하기에 참 좋은 분위기입니다.

제가 언젠가 소개했던 이야기 중 '그리스 욕 사용기' 로 아주 망신을 당했던 장소 역시 타베르나였는데요.

그 만큼 두런두런 이야기 하기 좋은 분위기이기 때문에, 연인끼리 함께 온다면 서로 몰랐던 점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시작하는 연인에게는 서로에 대해 부담없이 알고 싶을 때 선택하면 좋은 식당인 것입니다.

보통 연애를 할 때, 어떤 특별한 이벤트 같은 장소에 함께 다녀오면 서로 아주 가까워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런 전통식당이 자연스러운 그리스인들에게 조차도, 분위기 좋은 타베르나는 연인들이나 가족들 사이에 좋은 추억을 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외국인에게라면 이런 그리스 전통식당 타베르나의 분위기는 독특함을 줄 수 있습니다.

로도스에 세미나 겸 가족단위로 여행오셨던 한 독자님께서도 제게 로도스의 이런 전통음식점에 대해 물어보신 적이 있었는데, 맛집을 알려드렸더니 나중에 아주 맛있고 분위기도 좋았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당시 그분 호텔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 위치해 추천해 드렸던

로도스의 타베르나 식당 '메제스Μεζες'입니다. 

 

 

 

3. 음식이 맛있고 다양해요.

영화에서 언급한대로, 타베르나의 메뉴판을 본다면 정말 여러 종류의 음식이 있기 때문에 처음 갈 경우 뭐가 뭔지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 전통음식인 돌마다끼아 등의 맛있는 전통음식들을 조금씩 다양하게 맛볼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식성이 다른 연인이 가더라도 (채식을 좋아하는 사람과 육식을 좋아하는 사람) 함께 가서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적은 양의 요리를 다양하게 시켜서 먹으니 한 요리당 비싼 것이 아니라서, 가격에 큰 부담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피타기로스 보다는 당연히 비싼 가격이니 4인 가족 기준으로 충분히 먹고 마신다면 100유로(150,000원)가 넘게 나올 수 있는 식당이지만, 먹는 양과 앉아 있는 시간에 비한다면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닙니다.

(이는 그리스인 기준의 양이니, 만약 한국인 기준의 양이라면 이 보다 적게 나올 수도 있습니다.)

 

 

 

4. 춤을 추거나, 춤 추는 것을 구경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스에 있는 대부분의 타베르나는 늦은 밤이면 그리스 전통춤을 홀에 나와 출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지난 번 결혼식 포스팅에서 처럼), 내가 춤을 추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이 전통춤을 추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재미를 연인끼리 두고두고 공유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무슨 특별한 파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타베르나에 밥을 먹으러 왔다가 이렇게 춤을 추는 것입니다.

바닥의 휴지는 보는 이들이 환호하는 과정에서 던진 것들입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타베르나는 아주 늦은 시간까지 운영되는 경우가 많기에,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느긋하게 춤을 추거나 춤 추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아테네의 한 타베르나에서 식사를 하러 온 사람들이 전통춤을 추는 모습인데요.
 
한참 음악과 춤이 무르익은 주말이라, 사람들이 몹시 흥겨워보입니다.
 
 
 
 
 

 

 

제가 그리스에 몇 번째인가 여행을 왔을 때, 매니저 씨는 친구인 저를 대접한다며 분위기 좋은 타베르나로 데리고 갔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그리스에 대해 뭐가 뭔지 알 리 만무했던 저는, 여기가 어떤 장소인지도 잘 모르는 상태였기에 그냥 이런 식당도 있구나 정도로 끝이 났었는데요.

나중에 결혼을 하고 그리스에 대해 뭔가 좀 알게 된 후에 다시 이 타베르나에 가보니, 비로소 매니저 씨가 저를 왜 이 식당으로 데리고 왔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희 부모님이 그리스에 오셨을 때에도 이런 전통음식을 하는 타베르나에 모시고 갔었는데, 예전에 그리스에 몇 번 단체 관광을 오셨던 저희 엄마셨지만 단체 관광 때는 이런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맛집 타베르나'에 갈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며 독특하고 맛있는 음식들과 분위기에 무척 기뻐하셨습니다.

 

만약 여러분도 연인이나 배우자와 그리스로 여행을 와서 이 전통식당 타베르나에 가게 되거나, 혹은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 있는 이런 그리스 전통식당에 가게 된다면, 그간 못 했던 이야기들을 나누며 특별한 추억을 쌓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아, 물론 타베르나 역시 지역마다 분위기 좋은 맛집이 따로 있으니 미리 알아보고 가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 즐거운 월요일 되세요!

 

관련글

2013/04/18 - 얼굴 빨개지는 한국여자의 그리스어 욕 사용기 

2014/03/13 - 내 결혼식에서 춤춘 이유를 자꾸 말하는 그리스인들

2013/04/01 - 초등학교에서 배워 클럽에서 추는 그리스의 전통 춤

2014/02/24 - 멀고 낯선 그리스식 파티에 참석했던 이유

2013/05/16 - 피자헛을 몰아낸 그리스식 이탈리안 식당 '피차리아'

2013/04/19 -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 그리스음식 BEST

2013/05/06 - 춤추고 먹다 지쳐 쓰러지는 그리스 명절 24시

2013/12/21 - 기차는 8시에 떠난다는데.

 

* 댓글에 대한 답글들은 오늘 오후부터 또 가열차게 쓸게요. 여러분^^

* 제가 이틀이나 포스팅을 안 해서 혹시 궁금했던 분들도 계신가요? (보통 주말엔 하루만 쉬는데 말이지요.) 사실 아주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는데, 그 이유는 내일 화요일 포스팅에서 아시게 될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