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들은 모든 종류의 파스타를 다 정말 좋아합니다.
그래서 그리스의 일반 대형 슈퍼마켓에는 진열대 한 줄 전체에 모양별, 종류별, 회사별로 각기 다른 파스타가 백 여가지는 진열되어 있을 정도 입니다.
그리스는 우리나라에서 '파스타' 하면 떠오르는 이탈리아와 인접한 국가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리스 가정에 파스타가 자리잡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리스와 이탈리아는 서로의 영토를 점령했던 시기도 있었으니 이 시기를 통해 음식 문화가 다양하게 교류되었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그리스 가정식 요리 중에는 이탈리아식과는 또 다른 그리스의 독특한 파스타 요리들이 존재하는데요.
사실 제게 그리스인들의 파스타, 특히 긴 면발의 스파게티를 삶는 법을 처음 알려준 사람은 다름 아닌 매니저 씨였는데요.
원래 그리스와 아무 상관 없는 삶을 살았을 때부터 스파게티를 무척 좋아했던 저는, 서울의 스파게티로 유명한 맛집을 열심히 찾아 다녔었고 집에서도 자주 만들어 먹었었기에, 제가 스파게티 면을 고르거나 삶는 방식에 큰 불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친구로 지냈던 매니저 씨가 제게 자랑처럼 작은 냄비에도 쉽게 스파게티를 삶는 법을 알려줘서, 저는 반신 반의 하면서도 따라 해보게 되었습니다.
정말 면발이 탱글하고 맛있게 스파게티 면이 삶아져서 깜짝 놀랐었습니다.
그러다가 그리스에 와서 본격적으로 그리스 요리를 만들게 되면서, 이렇게 그리스인들이 좋아하는 가정식 파스타 요리를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만들다 보니 자연스레, 긴 스파게티 면을 쉽게 삶는 법을 익히게 되었습니다.
그리스인들에게 배운
♡ 작은 냄비에 긴 스파게티 면을 쉽게 삶는 법 ♡
(스파게티는 그리스어로 마까로냐 Μακαρόνια 라고 합니다.)
1. 먼저 원하는 스파게티를 잘 고르는 게 중요합니다.
보통 한국에서 파는 기본 사이즈의 스파게티 면은 5번~7번에 해당되는 면인데요. 이런 표시가 없는 기본면을 사도 되고, 수입 브랜드를 살 때에는 이렇게 번호를 보고 살 수 있습니다. 번호가 낮아질 수록 굵은 면이고 번호가 높아질수록 얇은 면입니다. (3번은 빨대 같이 굵은 면이고, 10번은 국수 면처럼 얇습니다.)
또한 여러 회사 제품을 맛보면서 기본 반죽이 좋아 삶았을 때 식감이 좋은 것을 찾아야 하는데요.
스파게티를 많이 먹는 그리스에서는 슈퍼마켓 자체 브랜드에서 스파게티를 만들기도 하는데, 이런 것은 가격은 저렴하지만 삶았을 때 식감이 좀 푸석한 느낌이 들기도 해서, 싸다고 무조건 선택하기엔 스파게티 요리에서 '면'이 차지하는 비중이 정말 큽니다.
그리스에서 쉽게 구하는 그리스 브랜드 멜리사
그리스에는 이탈리아와 그리스산 파스타 종류가 많은데, 골고루 맛 본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입니다.
2. 스파게티 한 봉지(500g)를 삶을 때 대개는 큰 냄비를 사용하지만, 큰 냄비가 없는 경우 중간 냄비만으로도 스파게티를 간편하게 삶는 방법이 있습니다.
일단 중간 냄비에 물을 2/3 이상 붓습니다.
3. 1Ts 정도의 소금과 1Ts 의 올리브오일을 넣습니다.
이는 스파게티 면에 살짝 간이 베도록 하고 ,탱탱한 면 상태를 유지하며 삶아지도록 도와줍니다.
계산해보니, 그리스에 온 이후로 스파게티 면을 250번 이상은 삶았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제 계량을 하지 않고도 소금과 올리브오일을 막 투척하는...^^;;
4. 자, 다음이 포인트인데요. 스파게티를 이렇게 반으로 뚝 잘라줍니다!
저는 라면을 반으로 잘라본 적은 있지만 스파게티를 이렇게 싱크대를 지지대 삼아 뚝 자르는 매니저 씨를 처음 봤을 때 깜짝 놀랐는데요.
잘라질까 싶었던 면이 이렇게 자르니 쉽게 잘라졌고, 이렇게 반쪽 길이가 된 스파게티는 작은 냄비에서도 많은 양을 엉킴 없이 쉽게 삶아지게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스파게티를 잘랐다고 해서 결코 먹을 때 면이 짧다고 여겨지지는 않습니다.
스파게티를 반으로 잘라 삶는 방법은 그리스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남부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하는데요.
바쁘게 가족들을 위해 요리를 해야 할 때 많은 양을 한꺼번에 삶아야 하는데, 이렇게 자르면 긴 면을 불편하게 구부려가며 삶는 것보다 훨씬 간편해서 저는 늘 애용하는 방식입니다.
아마 저처럼 가족들에게 빨리 요리를 해서 먹여야 하는 주부들을 위해서는 정말 간편한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5. 팔팔 끓인 물에 스파게티를 넣어 줍니다.
면이 반으로 잘려 있으니 중간 냄비에도 이 많은 양이 다 들어갑니다.
6. 젓가락으로 저어줍니다.
물론 그리스인들은 스파게티 집게를 사용하고, 저도 스파게티 집게가 세 개나 있는데요.
그런데 이렇게 작은 냄비에 많은 양을 삶을 때에는 젓가락을 사용해보니, 스파게티 집게보다 도리어 면이 덜 엉켜서 훨씬 편리하다고 느꼈기에 계속 사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큰 냄비에 삶을 경우엔 집게도 편리합니다.)
7. 면을 넣고 5분 후, 면이 좀 부드러워지면 젓가락으로 골고루 면들을 섞어 줍니다.
그렇게 다시 5분 정도를 더 끓인 후(총 10분) 한 가닥을 먹었을 때 익었다고 여겨지면 불을 끄고, 면을 채에 받쳐냅니다.
면을 삶는 시간은 큰 냄비의 경우 1~2분 단축될 수 있지만, 물을 끓이는 데에 시간이 더 소요가 되므로 총 조리 시간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각 가정마다 불의 세기, 냄비의 크기와 종류, 스파게티의 종류에 따라 면을 삶는 시간이 다를 수 있으므로 사실 이 시간을 8분이다 9분이다 라고 딱 정확히 규정하는 것이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보는데요.
물론 스파게티 면 마다 포장 뒷면에 삶았을 때 알맞게 익는 시간이 기재되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만약 그것이 불분명할 경우 물에 스파게티를 넣은 지 5분 이후부터는 젓가락으로 면을 살살 저어주며 스파게티를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면의 안쪽 부분이 노란색에서 하얀색으로 변하기 시작하면 어느 정도 익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면의 양이 이보다 늘어날 경우 당연히 끓는 시간도 늘어나는데요.
저희 집의 경우 대 식구가 식사할 때도 많기 때문에 2~3봉지를 한꺼번에 삶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엔 더 긴 시간을 두고 보기도 한답니다.
8. 만약 면을 다시 소스와 함께 볶을 예정이라면 면을 살짝 덜 삶으면 좋고, 그냥 소스를 부어 먹을 예정이라면 이대로 두었다가 기호에 따라 녹인 버터 약간을 면과 버무려 소스를 부어 먹어도 좋습니다.
※ 바쁜 주부들의 경우 소스나 다른 요리를 만드는 동안 시간이 좀 많이 걸릴 경우, 건져둔 면이 말라 면끼리 덩어리로 엉겨 붙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면 덩어리를 억지로 떼려하지 말고, 찬물을 살짝 부어 주면 스파게티 면들이
수분을 받아 다시 처음의 면을 건져둔 상태로 돌아갑니다.
그럼, 다음 기회에 그리스의 가정식 스파게티 소스들에 대해서도 소개하도록 할게요.~♡
여러분 맛있는 수요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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