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이가 엄청나게 맛난 것을 좋아하는 아이라는 것을 이제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듯 합니다.
안 그래도 파티가 많은 그리스인데, 매번 먹방을 선사해서 시부모님을 비롯한 친척들을 웃겨 줄 때가 많습니다.
2014년 첫 가족 파티 때 옆에서 하는 말도 듣지 못하고 집중해서 먹는 딸아이
이런 딸아이가 요즘 새로 나온 그리스어 동사 변화에 대해 어려워하며 숙제 때마다 SOS를 보내며 울상으로 앉아 있길래, 어떻게 하면 설명이 쉬울까 고민하다가 저는 이런 예를 들어 주었습니다.
"마리아나. 이것 봐. 그리스어 동사는 크게 세 가지 유형이 있어. 동사 하나 당 40가지 이상의 변화가 있지만,
이 세가지 유형을 잘 외워두면 그 변화도 규칙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
근데...내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자! 그러니까, 동사는 세모 치즈, 울퉁불퉁 치즈, 네모 치즈 형태가 있다는 얘기야."
앞의 말을 들을 때까지만 해도 울 것 같던 딸아이는 갑자기 치~~~즈~! 라는 말에 눈이 번쩍 뜨이더니, 급속도로 동사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친구 생일 파티에서 정말 열심히 먹던 딸아이
"야...그러니까 사람들이 엄마보고 애를 굶겼냐고 자꾸 묻잖아..."
이뿐만이 아닙니다.
요즘 녀석은 수학에서 분수를 배우고 있는 중인데, 교과서엔 분수의 원리를 설명하기 위해 원이나 네모를 칸칸 잘라서 그 중 하나를 색칠해 놓고 설명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무지 분수의 원리를 이해 못 하는 딸아이에게 저는 이런 설명을 해 주게 되었습니다.
"너에게 연필이 열 자루가 있는 거야. 그런데 한 자루를 친구에게 빌려 주었어. 그게 10분의 1인 거야."
"....엄마.......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하는 수 없이 저는 다시 이렇게 설명하게 되었습니다.
"마리아나. 너에게 열두 조각 짜리 피자 한판이 배달되어 왔어. 그런데 네가 한 조각을 먹은 거야."
"엄마! 잠깐! 난 한 조각만 먹어야 하는 거야???"
"아니…예를 들어 그렇다고…."
"싫어! 그래도 네 조각이라고 해줘. 부탁이야 엄마….ㅠㅠ"
딸아이는 간절한 표정으로 저를 쳐다 보았습니다.
"....그래. 그럼 열두 조각 피자 중에 네 조각을 먹었어. 그럼 그건 분수로 12분의 4라고 해."
딸아이는 빛의 속도로 제 말을 알아들으며, 아하! 라고 비명을 지르며 문제를 풀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에도 수학 문제를 풀 때는 늘 치즈, 피자, 귤, 버섯, 두유….다양한 먹거리가 등장했고, 딸아이는 그 때마다 급하게 이해하며 룰루랄라 신나게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단! 먹는 것으로 예를 들어 주었을 때! 그게 아닌 경우 못 알아 들어요!!!"
"헐…부디 시험엔 꼭 먹는 것을 예로 든 문제만 나와야 할 텐데, 큰 일이구나!"
이렇게 오늘도 실컷 숙제를 마치고 딸아이는 마지막 말을 남기네요.
"엄마, 나 체력이 고발되었어."
"뭐라고? 뭐가 고발되었다고?"
"내가 또 틀리게 말했구나. 미안해요.
그래도 이런 어른들이 쓰는 말은 안 배우고 그리스에 왔으니까 엄마가 좀 이해해주라.에헤헤~"
체력이 고발…아니 고갈되어서 급하게 맛난 먹을 것으로 원기를 보충하고 배 두드리며 2층으로 올라가는 딸아이입니다.
여러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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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먹을거엔 집중력이 높아지더라구요~ 공부하느라 고생이 많네요~
비너스님도 그러시군요^^
감사합니다^^
비밀댓글입니다
아! 티스토리 초대장은 이메일 주소가 있어야 발송을 해드릴 수 있는 시스템이에요~
이메일을 알려주시면 보내 드릴게요^^
ㅎㅎㅎㅎ
귀엽네요 귀여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먹는 것으로
설명해주니 얼마나 머리에 쏙쏙 잘 들어가겠어요
근데 상황이 넘 웃겨요 ㅎㅎㅎㅎ
근데 동사 변형이 40까지 있는 경우도 있다고요??
흐헉
아랍어도 동사 변형이 많아서 힘들다고 하던데..
그리스어가 40까지요?? 흐헉
한국에 태어난 것을 참으로 감사해야 할 일이네요.^^
세종대왕님 만쉐~~! ㅎㅎ
올리브나무님께서 그리스어 배우시느라
얼마나 힘드셨을 지 조금이나마 짐작이 되네요..
근데요 저 사진 속에
제가 좋아하는 훈남자가 있으신 거 같은데요
아직 군대 안가셨나요????? ㅎㅎㅎㅎ
하하..kiki님~
아직 스타브로스 군은 군대에 안 갔어요.
여긴 영장이 두 번 나오는데요.
군대에 소집 될 거라는 것을 미리 몇 개월 전에 알려주는 영장과 본격적으로 날짜를 알려주는 영장이 있어요.
근데 두 번째 것이 예정보다 지연되는 중 같아요.
기다리며 그냥 저희 가게에서 계속 일하는 중이에요.
그리고 새로운 소식은 저 친구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답니다.
하하..첫 여자친구인데 다행히 성격이 참하고 예쁜 아가씨라 다들 좋아하고 있어요~
그간 좀 연애에 있어 수줍음이 많아서, 그리스인 치고 여자친구 만나는 게 빠른 편은 아니었거든요~
훈남자에 대해 하필 여친 소식을 전하게 되어서
어쩐지 미안한 이 마음은 뭘까나요????ㅎㅎㅎㅎ
즐거운 주말 되세요!!
아하하 상쾌한 월요일 아침에
훈남 스타브로스님의 여친 소식 또한 상쾌하네요.
라고 예의상 말씀 드려요.
그렇지만
진심은 아니에요 ㅎㅎㅎ
여자 친구가 생겨서 더욱 군대 가기 싫겠다~~~ 어쩜 좋아~~~~~
스타브로스 군 입대 소식도 포스팅 해주세요 ㅎㅎㅎㅎ
사심과 애정 가득한 부탁이에요 lol
바쁘시겠지만 여자 친구분과 다정한 한 컷도 올려주시고요
^_______^*
완죤 사심쟁이네요 저..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게 말이지요. 정말 여친 때문에 군대가기 싫을 것 같아요~
만약 둘이 있을 때 사진을 찍게 된다면 kiki님을 위해서 꼭 올려볼게요^^
ㅎㅎㅎㅎ
맛있는 음식과 함께라면 집중력이 쑥쑥~ 넘 귀엽습니다^^
귀엽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와코루님^^
저도 어릴땐 간식시간이 제일 행복했었답니다. ㅋㄷㅋㄷ
귀여운 마리아나야 ~ 언니는 너를 이해할 수 있단다 ~
오잉! 릴리안님도 그러셨군요^^
하하..분명히 릴리안님 어머님도 맛있는 것 해서 먹이는 재미가 쏠쏠하셨겠어요^^
정말 분수는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으로 하는 것이 효과 좋더라구요.
저는 두부를 사다가 칼로 자르며 알려줬지만 이해를 못해
결국은 낱개 포장된 네모난 아이스크림있잖아요. 엑설런트...
그걸로 이해시켰다니까요...^^
유럽어는 다들 그런가요? 전 스페인어 배우는데 멘붕 왔어요. 동사 하나가지고 참 많은변형이 있더군요. 마리아나가 고생이 많네요. 맛난거 많이 먹고 이쁜 숙녀가 되길 ㅎㅎㅎ
그러셨군요~ 휘현님~
그러게요. 스페인어도 어려울 수 있을 듯 해요.
응원해 주셔서 감사해요^^
따님 귀여워요ㅎㅎㅎ 저도 초등학교 1학년때 사과로 덧셈 뺄셈을 공부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문제가 돈계산으로 나오면 왠지 잘 풀리더라고요ㅎㅎㅎ
하하..그러게요. 아스타로트님~
돈 계산은 참 즐거워요^^
저는 나이가 들 수록 돈 계산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
물론 그게 흑자 돈일 때 더 그렇지만요~ㅎㅎㅎ
천재입니다. 너무 귀여운데요.
저희 어렸을 때도 그랬던 것 같아요.ㅎㅎ
아! 귀엽게 봐 주셔서 감사해요!
케이님께서도 예술적인 분이시라서 맛에도 민감하시지 않으실까 상상해 봅니다~^^
정말 귀여운 마리아나. 충분히 공감됩니다. 저는 모든 비유를 먹을 걸로 합니다. ㅎㅎ
앗! 열매맺는나무님도 그러시군요!
역시...예술가 분들은 미식가셔서 이런 비유를 더 좋아하시나봐요~^^
으아으아으아~~
마리아나 너무 귀여워요~~~
저도 먹는거로 설명해주면 되겠군요
좋은 팁이었어요
울 작은딸에겐 특히 직빵이겠는걸요??
하도 잘 먹어 굶겼냐는 소리 듣는 심정
이해만땅입니다~~~
하하하..들꽃처럼님 작은 따님이 그렇군요!
아이쿠. 얼마나 귀여울까요~~
맛난 것을 해 주고
고 작은 입으로 쏙쏙 들어가는 것을 볼 때
힘들어도 자식 먹이는 보람이 큰 것 같아요^^
오늘도 재미나게 글을 읽으며 자러 갑니다. 쓩~
꿋꿋한올리브나무님 재미난 글 감사해요^^
칼국수님~ 즐겁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하루 하루가 왜 이렇게 금새 가는지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용^^
마리아나야. 나도 오늘은 체력이 고발 되었어. 그래도 네 얘기를 읽고 웃음을 얻었네.
아핫! 포로리님~ 정말 귀여운 이코티콘이에요^^
감사해요~~^^
이런 이모티콘은 어디서 구해요???
너무 귀엽다~~~~
한마디 더요. 버스 안에서 동사변화가 40가지라는 부분에서 헉! 하고 소리를 냈더니 주변에서 다 쳐다봤네요. 마리아나 대단하다.
이궁~ 본의 아니게 놀라게 해드렸군요~^^
그리스어가 시제가 많아서...또 인칭별로 동사도 다르고...
에궁..외울게 많긴 한데, 그래도 또 익숙해지면 그럭저럭...쓰고 살아갈 수는 있더라고요~~~
그리스어의 난이도는 최강인 듯...공부하려면 두뇌활동을 도와주는 달다구리가 필수이겠어요. 안 그러면 머리에 쥐가...-_- 모국어도 아닌데 잘 쓰고 사시는 올리브나무님이 새삼 대단해보입니다. ^^
마리아나 볼은 여전히 아가 볼처럼 통통하네요. ㅎㅎ 진짜 만져보고 싶어요.
하하하 마리아나 덕분에 아침부터 활짝 웃고 가네요~~~!!!ㅎㅎ귀여워요
유리비님^^ 하트 뿅뿅 날려주셔서
엄청 감사해용*^^*
ㅋㅋㅋ 울딸이랑 완전 똑같아요~피자를 네조각으로 해주면 안되겠냐는 말에 빵터졌어요~ㅋㅋ
어머! 아침노을님 따님도 그렇군요^^
하하..정말 귀여울 것 같아요~
재미있게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올리브나무님...
너무 재밌어요..
따님에 먹성?? 실은 제가 그렇거든요.
그맘 너무 자알 알아요.. 요리에 요자도 이해못해 못만들어 먹는 내가
누가 요리해준다거나 먹으러 가자면 번개와 같이 일처리 한다는 ㅎㅎ
하하하...
하늘님, 그래도 먹을 복이 많으실 듯 해요.
주변에서 하늘님의 그런 면을 알고
어디 맛있는 거 있으면 먹으러 가자고 많이 할 듯 한 걸요^^
사실 복스럽게 잘 먹으면 요리해준 사람 입장에선 참 흐뭇한 일이긴 하더라고요^^
비밀댓글입니다
아! 반갑습니다~
그 동안 잘 지내셨지요?
제가 OO님 블로그는 진작 알고 댓글을 거기에 자주 남기기도 했었는데,
아마 그 동안 비밀 댓글로 남겼어서 어O OO님께서 자주 보진 못 하셨나봐요^^
이렇게 응원해 주시고, 좋아하시는 블로거니 저도 끼워주시니
참 영광이에요~
감사합니다^^
역시 마리아나는 제 스타일이예요. ㅎㅎㅎ 마지막 사진 정말 너~~~무 귀여워요! 어른들이 깨물어주고 싶다는 표현을 이럴 때 쓰시나 봐요. ^^
제가 어렸을 때 선생님이 저렇게 수학을 가르쳐 주셨다면 저도 수학 영재가 되었을 텐데... 안타깝게도 저는 한국에서 내내 수학 부진아의 삶을 살아야 했답니다. ㅠ_ㅠ
피자를 네 조각으로 해 달라는 부탁에도 웃었지만 마지막에 "고발"이 히트네요. ㅋㅋㅋ 그래도 고갈이라는 상급단어를 알고 있었다는 게 대단해요!!! ^0^
하하..요새 마리아나 양은 점점 어른들이 쓰는 한자어를 흉내내려고 하는데, 대부분은 잘못 말할 때가 많아서 웃곤 한답니다^^
그런데...
저, 이방인님이 미국에 가셔서 수학과외선생님이셨다는 것을 기억한답니다~~~~~*^^* 저는 요새 피타고라스 아저씨 때문에 아주 미춰버리겠는데, 그 애긴 또 포스팅에서 한번 자세히 하도록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