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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그리스 문화

한국음식 ‘귀걸이’를 요리하라 성화인 그리스인들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12. 19.

 

 

 

지난 일요일엔 남편 매니저 씨의 이름 날과 원래 이틀 뒤인 시어머님 생신을 한번에 저희 집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해마다 이 날은, 파티 성격상 제가 전적으로 요리를 맡아서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오는 인원이 최소인원만 와도 20명이 훌쩍 넘을 때가 많으니 저는 이번엔 또 무엇을 요리하나,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잦은 파티에 매번 같은 음식을 내 놓을 수도 없고, 그리스에서는 명절이나 특별한 국경일이 아닌 생일 파티의 경우 '간단한 샐러드 바'나 뷔페 형태로 차려놓고 각자 알아서 덜어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덜어먹기 간편하면서 이번엔 뭔가 좀 색다른 그런 것이 없나, 크리스마스 파티와 신년맞이 파티와 겹치지 않는 메뉴로 하려면 뭘 할까 생각이 많았습니다.

그간 주로 신년맞이 파티를 할 때(12월 31일 밤과 1월1일 점심인 두 번의 식사 모임) 한국음식을 그리스음식과 섞어서 해왔기 때문에, 결국 저는 이번엔 제가 파티 요리를 맡은 이래 최.초.로. 한국음식을 뺀 상차림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사실 시어머님 생신이라 한 친구분이 오시기로 했는데, 그분께서 지병으로 입맛이 없으셔서 그리스 음식 외에는 다른 것을 못 드신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입니다.

생일을 맞아 기분이 좋으신 시부모님이십니다. 어머님이 사진이 젊게 나왔다고 엄청 좋아하셨습니다.^^

 

 

돌아보면, 제가 처음 이민 왔을 때부터 그리스인 가족이나 친구들이 한국음식을 좋아했던 것은 아닙니다.

태어나 김을 처음 먹어보는 사람들도 많았고, 그들은 이 김이 지중해 앞바다에 떠 있는 두꺼운 해초를 연상시킨다며(이들은 해조류를 먹지 않으니 말이지요.) 인상을 쓰며 입안에 집어넣곤 했습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모든 음식이 낯설 수 밖에 없고, 첫 한 입을 두려움과 호기심으로 먹었다가 그 낯선 맛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사람도 더러 있었습니다.

우리 기준으로 최대한 덜 맵게 닭볶음탕을 했지만, 엄청난 기침을 유발시킨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 저런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그리스인들 입맛에 맞춘 한국음식들을 요리하게 되긴 했지만, 이날 처음 뵙는 지병 있으신 시어머님 친구분에게 음식으로 불편함을 드릴 수도 있겠다 싶어, 이번엔 그냥 접은 것이지요.

우선 이날 제가 요리한 메뉴 일부를 살짝 살펴보면요.

 

  

그리스식 시금치 파이와 치즈 파이, 소시지 파이입니다. 

100개 넘게 만들었는데도, 파티 후 흔적도 없이 빈접시만 남을 만큼, 그리스인들이 좋아하는 메뉴입니다.

감자튀김과 그리스식 미트볼 게프데다끼아와 그릭 셀러드입니다.

 

 

달걀과 치즈, 햄, 파스타 샐러드와 참치 파슬리 파스타 샐러드입니다.

 

그 밖에도 닭가슴살 베이컨 구이가 이날의 가장 인기 메뉴였는데요. 다음엔 좀 더 많은 양을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잠깐 손쉬운 레시피를 공개하자면요.

 

  그리스인들이 좋아하는 

올리브나무 표  닭가슴살 베이컨 구이

 신선한 베이컨과 노란색 파프리카를 한입 크기로 자릅니다. 

(베이컨 300g, 파프리카 2 개를 사용했습니다.)

닭가슴살을 한 입 크기로 자른 후

올리브유, 소금, 후추, 오레가노, 바질, 고춧가루 등을 넣고 잘 버무립니다.

(닭가슴살은 500g을 사용했고, 양념의 양은 개인 기호에 맞게 하되,

고춧가루는 아주 약간만 넣습니다.

오레가노나 바질 등의 향채를 좋아하지 않는 경우 그냥 허브솔트를 이용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쑤시에게 이렇게 끼워줍니다. 베이컨은 두번을 접어서 어묵을 끼우듯 끼웠습니다.

 

팬을 달군 후 기름을 살짝 두르고 구워줍니다.

닭가슴살은 빨리 익기 때문에 한번만 뒤집어서 구워주면 됩니다. 

그리스인들은 레몬을 좋아해서 곁들여 냈는데, 레몬은 도리어 남고 완판 되었습니다.

 

그런데 음료와 얼음까지 세팅을 해 파티 준비가 끝날 무렵, 손님들이 하나 둘 도착하기 시작하면서, 집에 들어오는 사람들마다 차려진 음식을 보고 제게 한 마디씩 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어? 김밥 없어? 오늘은? 김밥 왜 없지?"

"어? 난 오늘 아침부터 계란밥(야채복음밥 형태에 계란을 입혀 한입 크기로 구운 것으로 연말 파티 메뉴에 꼭 오르는 음식입니다.)을 먹을 생각에 들떠 있었는데, 없는 거야??"

"아니! 그 매운 누들 샐러드(스파게티면을 이용한 한국식 비빔국수입니다.) 어디 갔어? 내가 그걸 먹으려고 얼마나 기다렸는데…엉엉…"

엉엉

저는 이런 반응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들은 처음 보는 한국음식에 몹시 낯설어하던 이들이었는데, 모르는 사이 가랑비에 옷 젖듯 한국음식에 젖어 들어, 이젠 먹고 싶어 자꾸 생각나는 경지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끼끼와 시누이

 

뜻밖의 반응에 당황한 저는 "아...그 음식들은 신년맞이 파티 때 할 거니, 며칠만 참고 기다려 주세요."라며 변명 같은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 때, 저희 집에 도착한 '끼끼'는 저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겠어요?

"올리브나무! 왜! 왜! 왜! 오늘은 귀걸이가 없는 거야?"

"응? 나 지금 귀걸이 했는데? 너무 작고 딱 붙은 것을 해서 잘 안 보이나?"

"아니, 네 귀걸이 말고 한국음식 귀걸이 말이야."

"한국음식.......귀걸이? 그게 뭔데?"

"있잖아. 네가 자주 하고, 내가 잘 먹는 그거. 이렇게 투명한 면이랑 야채랑 고기랑 섞여 있고 그 왜 내가 접시에 코 박고 먹는 그 음식 말이야~~~~"

저는 그녀가 접시에 코 박고 먹는 음식이 뭐였던가 잠시 생각했습니다.

"아! 잡채 말하는 거구나!"

"응. 그래, 그거!"

"아하하하..근데 그게 왜 귀걸이야, 이름이. 잡채라는 이름이 생각이 안 났던 거야?"

 우하하

"그냥 큰 귀걸이처럼 면하고 야채하고 막 엉켜서 이렇게 포크로 들면 막 달랑달랑 매달려서 내 입 속으로 들어가잖아~~ 하핫. 그거 먹을 생각에 엄청 들떠 왔는데, 오늘 없는 거야??"

 

그녀는 마치 잡채가 옛 신라시대 선덕여왕의 귀걸이처럼 크고 긴 귀걸이라도 되는 양, 신나게 설명을 했습니다.

 

 

 

옆에 있던 시누이도 "나도! 나도 귀걸이 먹고 싶어! 올리브나무~~~~~" 라고 성화였습니다.

 

"알았어. 알았어. 다음엔 꼭 잡채를 해줄게. 며칠만 참아 주세용."

 ㅎㅎㅎ

 

저는 결심했습니다.

다음 파티 땐 이들이 원했던 모든 한국음식을 다 차려 놓고, 한국음식 이름 외우기에 돌입해야겠다고요.

특히 잡채를 그리스인 입장에서 어떻게 외우기 쉽게 설명하면 좋을까 고민했는데, 이름 뜻은 따로 설명을 해주되, 잡채 발음'스티브 잡스'으로,는 한때 그리스에 유행한 노래인 '채채레 채채' 라는 노래 기억을 돕기로 결정했습니다. 좀 유치하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확실하게 외우지 싶습니다. ^^

뜬금없이 큰 귀걸이가 되었다가 곧 유명인 이름으로 설명될 예정인, 그러나 그리스인들이 중독되어버린 우리의 정말 맛있는 음식 잡채입니다.

 

여러분 좋은 하루 되세요!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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