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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그리스 고양이

그리스에서 고양이들과 처음으로 친구가 되다.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1. 4.

 

 

 

 

 

 

 

그리스에서 고양이들과 처음으로

 

친구가 되다.

 

 

  년 전쯤 꽤 유명한 경제학자의 강의를 듣는데, 사업을 하고 사람들을 어우르기 위해서는 먼저 처음 보는 사람을 빨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라며 아이스브레이킹(처음 만난 사람과 어색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것의 일반적인 명칭) 심리테스트를 알려주었습니다. 그 후 오랫동안 이 테스트를 시행하면서 꽤 정확한 결과를 도출한다고 판단했었기에, 동물과 관련된 이 심리테스트를 고양이 얘기에 앞서 공개할까 합니다 

 

반드시 답을 먼저 적어보시고, 난 후에 결과를 보시기 바랍니다.

 

 

질문 :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물 세 가지와

그 동물을 좋아하는 이유를 순서대로 적어주세요.

답변의 예

첫째, 판다 (귀여우니까)

둘째, 진돗개 (충성스러우니까)

셋째, 고양이 (깔끔하니까)

 

여러분도 답을 적어 보셨나요?

그럼 결과를 공개합니다.

 

5.

  4.

    3.

      2.

        1.

          0.

 

첫 번째 동물내가 생각하는 나 자신입니다.

두 번째 동물남이 나를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라는 나의 무의식입니다.

세 번째 동물나의 이상형입니다.

 

동물이 어떤 동물이냐보다는 좋아하는 이유가 더 중요하답니다.

예전에 세 명의 동료가 세 번째 동물로 을 골랐는데요,

나를 태우고 달려줄 것 같아서’ ‘말 갈퀴가 부드러워서’ ‘영혼을 교감할 수 있는 동물인 것 같아서라고 각각 다른 이유를 말했습니다. 실제 첫 번째 여성은 기댈 수 있는 남자를, 두 번째 여성은 털이 많은 남자를, 세 번째 여성은 대화가 잘 통하는 남자를 평소 이상형으로 꼽았었습니다.

 

  혹시 짐작하셨나요? 심리테스트 질문 바로 아래 예로 든 답변은, 십 년 전 제가 했던 답변이었습니다.

 

  저는 판다 같이 귀엽진 않지만 가까운 사람에게만은 애교를 부리다 보니 판다라고 답변한 것 같아요^^;;

라고 이 질문을 던진 경제학자에게 양손을 휘저으며 손 사례를 쳐야 했던 민망한 상황이 발생하긴 했지만요. 

 

렇듯, 고양이는 제게 있어 깔끔한 동물이라는 인식만 있을 뿐, 별 다른 추억이 없는 동물이었습니다. 서울 인구 밀집지역에서 나고 자라 삼십오 년 넘게 아파트에서만 살아왔었던 저에게 고양이는 밤에 아기울음소리처럼 미용미용 울어대고, 가끔 지하주차장 차 아래 숨어 있다가 차문을 열 때 놀래 키며 뛰쳐나오는 존재였었습니다.

 

 그리스에 와서 처음으로 개별 주택에 살게 되면서 그리스에는 TV에서나 보았던 희한한 동물과 곤충이 많다는 사실을 막 깨닫기 시작했을 때, 첫 경이로움을 주었던 동물이 바로 고양이였습니다.

 

 

 

<그리스는 고양이들이 살기 좋은 환경 덕에 고양이가 참 많습니다.

한 번쯤 봤음직한 이런 그리스 사진에 고양이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출처-google>

 

리스로 이사 온지 한달 쯤 되었을 때의 일입니다.

같은 마당의 뒷집에 살고 계신 시어머님께서 그리스 주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집 바깥에 지어둔 부엌(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포스팅 할게요)에 들어가셨다가 화들짝 소리를 지르셨습니다.

 

       아니, 이 것들이!!!!!

 

무슨 일이냐고 묻는 제게

       아냐, 너 이리 오지마. 나중에 설명할게!! 라셨지요.

 

한 시간쯤 지났을까, 나가보니 뒷마당 한 켠에 위 사진의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박스 속에 들어가 있었고, 어미는 끙끙대며 그 앞에서 상자 안팎을 들락거리고 있었습니다.

 

어미 고양이가 조금 열려있던 부엌문을 밀고 들어가서 밤 사이 거기에 아기들을 낳은 것이었습니다. 피와 분비물과 아기 고양이들로 범법이 된 부엌 상태에 어머님은 기겁을 하며 소릴 지르신 것이지만, 그런 일들을 살면서 한 두 번 겪어 보신 게 아닌지라 척척 치우시고 일 처리를 하신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어미 고양이 까페(καφέ 그리스어로 짙은 갈색), 쌍둥이 아스프로(άσπρο흰색)마브로(μαύρο검은색)는 그날로부터 매일 보지 않으면 허전한, 반은 야생고양이 반은 집 고양이로 저와 함께 지내게 되었습니다.

 

<아기 고양이었던 아스프로를 안고 처음으로 고양이를 만져보는 딸아이, 그리고 시누이.

얼굴은 딸아이의 로망 라푼젤로 대신합니다.>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는 앞으로 계속될 이야기이므로, 카페, 마브로, 아스프로의 이야기는 다음 편에 다시 나누기로 하구요.

 

 마지막으로 십 년이 지난 지금, 위의 심리 테스트의 결과를 다 알지만 그냥 지금 좋아하는 동물만 생각하면서 다시 한 번 해보았습니다. 제 답은 이렇습니다.

 

고양이. 정말 사랑스럽고 나의 한국말도 다 들어 주니까.

          (내가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적어도 가족에게는^^)

유럽사냥개. 보기와 달리 친해지면 더할 수 없는 위로를 주니까.

       (남들이 나를 잘 봐줄 거라고 착각 하고 있는 걸까요--;;)

갈색 큰곰. 힘이 세고 배를 안으면 푸근하고 좋을 것 같으니까.

       (제 남편이 정확히 이렇군요.)

 

제게 있어서 그리스 고양이들처럼,

여러분에겐 오늘 어떤 이작은 위로가 되었나요?

여러분의 심리테스트 결과도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