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어쩌면 좋니,
그리스의 스파이더맨 고양이.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 인터넷쇼핑몰에서
설 선물로 곶감을 주문해 드렸습니다.
그런데도 뭔가 석연치 않아
그리스는 명절 주간이 아니지만, 설날 기분이나 내 보자며 전을 부치기 시작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 댁에서 명절을 맞이할 때, 제게 많은 유전자를 물려주고 가신 할머니의 환갑, 칠순, 팔순 때마다, 밤새 전 굽는 담당은 저였거든요.
이십오년을 전을 구워온
찌짐 올리브낭구선생
작년에도 설 1주일 전부터 전 굽고, 잡채 하고, 불고기 하고 그래서
그리스에선 설날도 아닌데, 엄마 왜 그러냐고 딸아이가 물었었습니다.
암튼 일단, 감자랑 당근 양파를 총총 썰어 시험삼아 구워보자며 넙적하게 전을 부치고 있었습니다.
전 굽는 냄새가 온 집안에 고소하게 풍기기 시작할 때였습니다.
철컹철컹.
수상한 소리가 나는 쪽을 돌아보고, 저는 히힉 놀라고 말았습니다.
이게 뭐야????
저는 놀라서 얼른 창문을 열어보았습니다.
너...거기 어떻게 기어올랐냐..
집 뒷문에 붙은 창문은 바깥쪽에선 계단으로 이어져 있어서
저기 매달리려면 손톱으로 찍을 곳이 없어,
족히 1m 넘는 플라스틱과 미끄러운 쇠 재질의 문을
점프해야 올라올 수 있습니다.
스파이더맨 고양이 "아스프로"의 여친 "포르토갈리"(오렌지라는 뜻이에요~)
캔을 먹는 말라꼬.
(지난 포스팅 2013/02/02 - [재미있는 그리스어] - 3개국어를 알아들어야 하는 딸아이의 유머돋는 한국어 실수. 에서 소개한)
그래 이쁜이들아. 얼른 먹어.
"너네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구나.... "라고 말해놓고,
집에 들어와 부쳐 놓은 전을 몇 장이나 집어 먹은 올리브나무씨였습니다.--;;
밥 그릇에다가 밥을 줄 수 없는 건, 이 아이들이 워낙 야생 성질들이 강해서,
밥을 먹다가 밥 그릇을 물고 냅다 뛰어가서 혼자 먹고 들판에 버리고 오는 경우가 부지기 수이기 때문이에요.
그러면 다른 아이들은 밥을 못 먹게 됩니다. (애들이 너무 기가 살아 펄펄해요.)
그렇게 제가 잃어버린 밥 그릇은 10개가 넘습니다.--;;
<고양이들이 주로 지내는 동네 뒷편-작년 봄>
우리 동네 고양이들은 정말 들판 고양이이기 때문입니다.
고양이들은 버스까지 다니는 동네 앞 길을 조심해야 합니다.
다행히 대개는 알아서 잘 피해 다닙니다.
결국 설날 기분내기 용으로 부친 전은
고양이들에게는 조금씩 맛만 보게 해주고
사료로 대신했습니다^^
이번 한 주간은 모두 설 명절 준비로 바쁘시겠어요.
부디 저희 부모님도 외국에 사는 자식들로 인해서
외로우실텐데..외롭지 않게 지내시길
멀리서 바랄 뿐입니다.
혹시라도 명절 스트레스 있으신 분들
좀 힘드셔도 시간, 금방 지나갈거에요.
그러니까
모두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http://youtu.be/SUtziaZlDeE 이 곳은 추억의 스파이더맨 노래를 들으실 수 있는 주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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