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고양이들, 제가 한국에 갔던 사이 마르고 초췌했던 모습에서
이제는 제법 건강하게 회복되었습니다.
언제나 세트처럼 움직이는 포르토갈리와 아스프로는
저희 집에 들어와 밥을 요구하는 당당함도 잊지 않는군요.
언제나 종횡무진, 못 오르는 곳이 없는 상남자 아스프로 뒤를 조용히 따라다니는
인내심있는 성격의 포르토갈리입니다.
회색이는 엄마 못난이의 방치에도 불구하고 강한 녀석으로 자라나서
이제는 제법 친형아 디디미와 어울려 놀 만큼 청소년 냥이로 자랐습니다.
둘이 형제가 아니랄까 봐, 엄마 못난이와는 별로 닮지도 않은 녀석들이
1년이란 시간 차를 두고 태어났는데도 참 누가 봐도 형제 같아 보입니다.
(남매일지도요? 회색이는 워낙 까칠해서 제대로 엉덩이를 들여다볼 기회를 주질 않네요--;)
지난 주였습니다.
미옹 미옹 미옹 미옹....
아주 가까운 곳에서 아직 새끼 고양이가 틀림없는 어떤 우는 목소리가 들려왔는데요,
아무리 둘러봐도 도대체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삼십 분이 넘게 소리가 들리자,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소리가 들리는 앞문 쪽으로 나가 화분을 뒤지는데
어머나...큰 화분 속에 숨어서 처음 보는 아기 고양이가 울고 있었습니다!
미옹 미옹 미옹 미옹 미옹 미옹...
어머나...
태어난 지 두어 달 밖에 되어 보이질 않는
아직 아기 고양이였는데요.
도대체 엄마가 누군지 짐작은 안 되었지만,
분명 제가 돌보는 녀석 중엔 엄마가 없었습니다.
분명히 엄마가 아직 어린 녀석을 화분에 숨겨두고 간 것 같아서
어디 먹을 것을 구하러 갔나 보다 싶었고,
일단 먹을 것을 조금 주고 엄마가 돌아오길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해가 지도록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고,
버려졌구나... 싶었는데요.
이 녀석 너무나 서럽게 울면서 하루 내내 미옹 거리는 것이었습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녀석에게 밥을 더 주었더니
배가 많이 고팠었는지 싹싹 먹어 치웠습니다.
그리고도 밤 늦도록 엄마가 돌아오지 않아
이 녀석을 다른 고양이들이 있는 뒷마당 바깥 들판으로 옮겨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형아, 누나들이랑 어울려서 밥 얻어 먹는 법도 배우고
사냥하는 법도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실 앞마당 쪽은 큰 버스도 다니는 도로라
어린 고양이에게는 좀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 낯선 제가 무서워서 일까요?
작은 녀석이 얼마나 잘 빠져 나가는지
도저히 잡혀줄 기미가 보이질 않았습니다.
몇 시간을 이 녀석과 씨름하다가...
먹이로 유인해서 뒷마당 쪽으로 보내기로 결정하고
매니저 씨, 시어머님과 합동작전을 펼쳐
겨우 녀석을 뒷마당 바깥 들판으로 보내주었습니다.
그런데! 뙇~!
그 다음날, 녀석이 어떻게 돌아왔는지
다시 앞마당으로 돌아와 미옹 미옹 우는게 아니겠어요!!
아이구..이 녀석아..
그래. 네 이름을 이제 미옹이라고 불러줄게.
조금 더 클 때까지만 앞마당에 있는 거야. 알겠지?
여긴 아스프로 형아처럼 큰 형아들이나
차를 살피며 길 건너 마실 다닐 정도로 위험한 곳이야.
그러니 대문 밖으로 나가면 절대 안돼! 알겠지?
어머! 그런데 미옹이를 앞마당에 거두어주자,
이제 종횡무진 돌아다니며 지붕도 타고 다니는 회색이가
어느새 미옹이 먹이를 노리고 앞마당으로 건너온 게 아니겠어요!
둘이 장난치고 잘 놀다가도,
밥만 주면 회색이가 미옹이를 앞발로 강타하며 다 자기가 먹으려고 해서
좀 야단을 쳤더니,
회색이, 제 눈치 보느라 밥도 같이 못 먹고 있네요^^
마치 대기 중인 고양이 인형처럼 앉아있길래
어쩔 수 없이 회색이 먹이를 따로 부어 주었습니다.
그렇게 몇 달 사이 태어난 이 둘은 사이 좋은 친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새 친구 미옹이, 너에게 큰 임무를 맡기마.
부디 회색이처럼 영리하게 자라서, 함부로 길 밖으로 뛰쳐나가지 말고
바깥 세상을 천천히 잘 배워가렴.
네 임무는 아스프로 형아처럼 건강하게
성묘가 된 후에도 잘 살아나가는 거야.
알겠지?
여러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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