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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그리스 고양이

새 친구 미옹이, 너에게 큰 임무를 맡기마.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9. 26.

 

 

그리스 고양이들, 제가 한국에 갔던 사이 마르고 초췌했던 모습에서

이제는 제법 건강하게 회복되었습니다.

 

언제나 세트처럼 움직이는 포르토갈리와 아스프로는

저희 집에 들어와 밥을 요구하는 당당함도 잊지 않는군요.

    

언제나 종횡무진, 못 오르는 곳이 없는 상남자 아스프로 뒤를 조용히 따라다니는

인내심있는 성격의 포르토갈리입니다.

 

 

회색이는 엄마 못난이의 방치에도 불구하고 강한 녀석으로 자라나서

이제는 제법 친형아 디디미와 어울려 놀 만큼 청소년 냥이로 자랐습니다.

둘이 형제가 아니랄까 봐, 엄마 못난이와는 별로 닮지도 않은 녀석들이

1년이란 시간 차를 두고 태어났는데도 참 누가 봐도 형제 같아 보입니다.

(남매일지도요? 회색이는 워낙 까칠해서 제대로 엉덩이를 들여다볼 기회를 주질 않네요--;)

 

 

지난 주였습니다.

미옹 미옹 미옹 미옹....

아주 가까운 곳에서 아직 새끼 고양이가 틀림없는 어떤 우는 목소리가 들려왔는데요,

아무리 둘러봐도 도대체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삼십 분이 넘게 소리가 들리자,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소리가 들리는 앞문 쪽으로 나가 화분을 뒤지는데

어머나...큰 화분 속에 숨어서 처음 보는 아기 고양이가 울고 있었습니다!

 

 

 

 

미옹 미옹 미옹 미옹 미옹 미옹...

어머나...

태어난 지 두어 달 밖에 되어 보이질 않는

아직 아기 고양이였는데요.

도대체 엄마가 누군지 짐작은 안 되었지만,

분명 제가 돌보는 녀석 중엔 엄마가 없었습니다.

 

분명히 엄마가 아직 어린 녀석을 화분에 숨겨두고 간 것 같아서

어디 먹을 것을 구하러 갔나 보다 싶었고,

일단 먹을 것을 조금 주고 엄마가 돌아오길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해가 지도록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고,

버려졌구나... 싶었는데요.

이 녀석 너무나 서럽게 울면서 하루 내내 미옹 거리는 것이었습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녀석에게 밥을 더 주었더니

배가 많이 고팠었는지 싹싹 먹어 치웠습니다.

 

그리고도 밤 늦도록 엄마가 돌아오지 않아

이 녀석을 다른 고양이들이 있는 뒷마당 바깥 들판으로 옮겨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형아, 누나들이랑 어울려서 밥 얻어 먹는 법도 배우고

사냥하는 법도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실 앞마당 쪽은 큰 버스도 다니는 도로라

어린 고양이에게는 좀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 낯선 제가 무서워서 일까요?

작은 녀석이 얼마나 잘 빠져 나가는지

도저히 잡혀줄 기미가 보이질 않았습니다.

 

몇 시간을 이 녀석과 씨름하다가...

먹이로 유인해서 뒷마당 쪽으로 보내기로 결정하고

매니저 씨, 시어머님과 합동작전을 펼쳐

겨우 녀석을 뒷마당 바깥 들판으로 보내주었습니다.

 

그런데! 뙇~!

그 다음날, 녀석이 어떻게 돌아왔는지

다시 앞마당으로 돌아와 미옹 미옹 우는게 아니겠어요!!

 

아이구..이 녀석아..

그래. 네 이름을 이제 미옹이라고 불러줄게.

조금 더 클 때까지만 앞마당에 있는 거야. 알겠지?

 

여긴 아스프로 형아처럼 큰 형아들이나

차를 살피며 길 건너 마실 다닐 정도로 위험한 곳이야.

그러니 대문 밖으로 나가면 절대 안돼! 알겠지?

 

어머! 그런데 미옹이를 앞마당에 거두어주자,

이제 종횡무진 돌아다니며 지붕도 타고 다니는 회색이가

어느새 미옹이 먹이를 노리고 앞마당으로 건너온 게 아니겠어요!

 

둘이 장난치고 잘 놀다가도,

밥만 주면 회색이가 미옹이를 앞발로 강타하며 다 자기가 먹으려고 해서

좀 야단을 쳤더니,

 

회색이, 제 눈치 보느라 밥도 같이 못 먹고 있네요^^

 

 

 

 

 

 

ㅎㅎㅎ

마치 대기 중인 고양이 인형처럼 앉아있길래

어쩔 수 없이 회색이 먹이를 따로 부어 주었습니다.

 

 

그렇게 몇 달 사이 태어난 이 둘은 사이 좋은 친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새 친구 미옹이, 너에게 큰 임무를 맡기마.

부디 회색이처럼 영리하게 자라서, 함부로 길 밖으로 뛰쳐나가지 말고

바깥 세상을 천천히 잘 배워가렴.

네 임무는 아스프로 형아처럼 건강하게 

성묘가 된 후에도 잘 살아나가는 거야.

알겠지? 

 

 

 

여러분 즐거운 하루 되세요!

좋은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