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을 제가 자초한 일이지만 슬픕니다.
텅 빈 지붕을 아침에 확인할 때마다
섭섭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왜 저희 집에 고양이들이 모이질 않게 되었냐고요?
제가 사료를 줄 때, 몇 주 전부터 일부러 세 집 건너 다른 캣맘 집 앞에 주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아침 저녁 어차피 그 집에서도 밥이 나오겠다 그 집 앞에만 상주하게 된 것이지요.
그럼 저는 왜 멀리 들판도 아니고 저희 집 앞도 아닌 그 캣맘 집 앞에 밥을 주게 되었을까요...
다름이 아니라 제가 몇 주간 한국에 다녀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이 글을 보고 계실 때, 저는 비행기 안에 있을 것 같습니다~)
녀석들이 제가 없는 지붕에 옹기 종기 모여 부엌 뒷문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있으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든 것이지요.
그래서 몇 주 전부터 일부러 그 캣맘 집 앞에 사료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떠나기 전에 그 엄마에게 몇 봉지 여유
사료를 맡겼습니다.
평소보다 좀 더 많이 부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녀석들이 너무 예쁜데 요즘 일부러 덜 쓰다듬고 덜 예쁘게 대하는 것도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도 평소처럼 예뻐하게 되면, 분명 저희 집 지붕으로 또 모여들 것이고 그건 제가 없는 긴 시간 동안 이 아이들에게
배신감과 배고픔을 안겨줄 가능성이 크니 말이지요.
주인이 있는 애들도 아니니 어떻게 사냥이라도 하겠지만, 제가 잘 챙겨 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아이들의 털 상태를
보면 확실히 차이가 있어서,
그렇게라도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다시 그리스로 돌아왔을 때 얘들 중 혹시 누구 하나라도 안 보일까봐
걱정이 되기 때문이랍니다.
제 발톱의 핑크 땡땡이 색깔을 보고 한번 깨물어 본 회색이는
민망한 지, 공사 중인 새 집으로 들어가 숨었습니다.
제가 예뻐해 주질 않으니 아스프로는 심드렁하기만 합니다.
평소보다 표현을 덜 하는데도 사료를 부어주고 있을 때
제 다리에 부비부비를 하는 예쁜 말라꼬입니다.
말라꼬야...오랜 세월 한국의 큰 산을 훑고 다니느라 울퉁불퉁한 제 발을
참 다정하게도 부비부비 하고 있어, 아이...어쩌나 싶습니다.
내가 자기를 예쁘다고 표현 안 해도 아는 것입니다...
아침에 사료와 간식캔을 부어주고 염분 없는 수제햄도 좀 나누어 주었더니 애들이 또 지붕으로 몰려오려고 해서
저는 그냥 쓰읍 ~하며 오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그래도 따라와서 몸을 저희집 기둥에 부비며 반가운 시늉을 하는 눈치 빤한 한 두 녀석...
정말 얘들을 어쩌면 좋을 까요.
한번도 그리스에 와서 이렇게 긴 시간 집을 비워본 적이 없어서 걱정이 되지만
다른 캣맘을 믿고 잘 지내리라 편하게 생각하는 게 아이들에게도 좋을 것 같은 마음이 듭니다.
다음 글은 한국에서 찾아 뵙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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