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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남편74

내가 ‘권투 하는 곰’이라 불린 이유 한국에 살 때도 연말이면, 1년 동안 일정을 적어둔 다이어리를 들여다보며 올해는 뭘 잘 했지, 뭘 감사할 일이 있었지, 계획했는데 못 이룬 일은 뭐지, 좋았던 기억은 있나, 난 작년 보다 나은 사람이 되었나 등등 생각이 많아지곤 했었습니다. 그리고 그리스에 이민 온 후 첫 번째 연말을 맞았을 때, 그 연말증후군은 한국에 있을 때와 비할 바가 안 되게 심하게 나타났습니다. 아직은 많이 낯선 시댁가족들은 모두 서로를 챙기는 것 같았고, 연말 연시 파티가 이어질 때마다 시어머님은 당신 딸인 시누이 앞으로 음식접시를 밀어놓곤 하셨는데, 어떤 날은 정말 정신 없이 딸을 위하시느라 제 앞에 놓인 접시까지 밀어 옮기신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이민 후 첫 번째 연말은, 한국과 한국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매일 눈물.. 2013. 12. 12.
크리스마스트리에 전구 대신 진짜 초를 달다니. 몇 해전 겨울, 저희 가족은 감사하게도 오스트리아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 해 여름에 사촌 마사가 저희 집에 여행 와 머물게 되면서, 고모님은 내심 당신 딸을 먹이고 재워준 제게 고마우셨던 것 같습니다. 놀러 오기만 하면 편하게 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성화셨고, 늘 음악과 예술의 도시 오스트리아 비엔나(빈)에 한번 가보고 싶었던 저는 감사하게 그 초대에 응하게 되었습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시청 앞의 크리스마스 마켓입니다. (프랑스, 독일, 체코 등의 크리스마스 마켓과 함께 크리스마스 시즌의 볼거리로 유명합니다.) 주차가 어려운 시내 안쪽은 지하철을 탔어요. 그리스 로도스에서 비엔나까지는 약 2시간 30분 정도 비행시간이 소요되니 크게 먼 거리는 아닙니다. 관광시즌인 여름엔 로도.. 2013. 12. 11.
우리는 한국을 그리워하는 식구다. 토요일에도 함께 밥을 먹기가 어려울 때가 많을 만큼 바쁘게 일을 하던 남편 매니저 씨는, 원래 평일엔 저희와 함께 밥을 먹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한국의 저녁식사처럼 하루의 메인 요리가 점심식사인 그리스에서는 이 점심이 참 중요한 밥인데, 매니저 씨가 만약 매일 점심을 사 먹는다면 정말 지겨운 일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평소엔 제가 요리를 해다가 갔다 주면 매니저 씨와 직원은 가게 일을 하며 밥을 먹고, 저는 마리아나와 집에 와서 밥을 먹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한달 전부터 마리아나가 사무실 근처의 영어학원에 다니게 되면서, 레벨테스트를 해서 배정받은 수업 시간이 하필이면 하교 후 1시간 후에 시작하는 수업이라 집에 와서 점심을 먹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사무실에서 집까진 차로 20-.. 2013. 12. 6.
한국 여성 지인들이 그리스인 남편에게 부러워한 한 가지 매니저 씨는 한국에 있을 땐, 지금처럼 수염을 길도록 놔둘 수 없었습니다. 날씨가 뜨거운 그리스인들은 대개 날씨가 추운 북유럽인들 보다는 머리숱이 많고 수염도 빨리 자라, 면도를 하더라도 금새 자라버려 그리스에는 그냥 그대로 수염을 놔두고 다듬기만 하며 수염을 유지하는 남자들이 많습니다. 몇 년 전, 그리스에서의 매니저 씨 (저와 딸아이도 그리스에 온 후, 날씨와 단백질 섭취량 덕에 머리숱이 늘었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었지요?) 그렇지만 한국에서는 수염을 이렇게 내버려 두면, 자칫 지저분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매니저 씨도 되도록 면도를 하고 다니려고 애썼는데요. 언젠가 소개한, 한국에 살 때 L월드에서 찍은 매니저 씨의 사진을 기억하시나요? 확실히 위의 사진과 비교해 수염이 짧은 것을 확인할 .. 2013. 1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