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꿋꿋한올리브나무310

그리스에선 아무 길이나 막 가면 큰일나요! "헉! 여기가 도대체 어디지? 어떻게 이렇게 길이 캄캄할 수가 있지. 분명 대로였는데... 엉엉..어떻게 해…" 이민 첫 해 여름, 어느 숲길에서 제가 내 뱉은 비명입니다. 대개 그리스에 여행을 오시는 분들 중 운전에 자신이 있거나 길눈이 밝은 분들은 차를 렌트는 경우가 많습니다. 크루즈 여행을 하는 경우라도 길눈이 밝은 분들은 배가 그리스 섬의 항구에 한 나절 정박하는 동안 되도록 많은 곳을 돌아보려고 이곳 저곳 가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길눈이 밝고 그리스의 대부분의 렌터카에 GPS가 장착되어 있다고는 해도, 그리스에서는 정확한 정보 없이 초행길에 아무 곳이나 짐작으로 길을 찾아가면 절.대.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1. 그리스 지형은 의외로 산이 많고, 유적 .. 2014. 4. 15.
여러분께 들려드리는 저의 솔직한 마음 블로그에 글쓰기를 사흘이나 파업을 하며 제가 했던 고민은 크게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 고민은 사실 늘 하는 고민이지만, 글 쓰기의 '소신'에 관한 부분입니다. 저는 한국에서 성인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때에도 정말 끝내준다든가, 대단히 재미있다든가, 천재적이라서 인기 1위의 정점을 찍는 그런 강사는 아니었습니다. 사업을 하면서 강의를 했는데, 연령층이 다양한 성인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일은 결코 쉽진 않았어도 몇 년 하다 보니 나름의 요령도 생겼는데, 더불어 '강의 내용과 이끌어가는 방식'에 대한 고민도 많아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보통 강의를 듣는 사람 수가 적게는 50명에서 많게는 1,000명 정도까지의 다양한 무대에 서 보았지만 제가 결론을 내린 '이런 강사가 되겠다' 는 이랬습니다. .. 2014. 4. 12.
어머! 그리스에서는 이것이 ‘사자연고’ 라고요?! 며칠 전 동수 씨는, 자려고 불 끄고 누워서도 여느 때처럼 몇 마디 중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다리에 상처가 생겼어. 종기인지 뭔지 모르겠네. 아무래도 '사자연고'(λιοντάρι αλοιφή 리온다리 알리피)를 발라야겠어!" 저는 이 뜬금없는 '사자연고'라는 말에 눈이 거의 감기던 중 잠이 확 깨며 하하! 웃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절로 머릿속에서 배경음악도 울려 주었습니다. 저는 살면서 호랑이연고, 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사자연고라는 말은 처음 들어봤기 때문입니다. "지금 혹시…'호랑이연고'를 얘기하는 거야??? 한국에서 봤던???" 라고 되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호랑이연고(타이거밤) 동수 씨는 제가 말을 못 알아 듣는 게 좀 답답했던지 냉큼 대답을 했습니다. "그래! 한국에도 흔한 연고잖아. 한.. 2014. 4. 10.
꽃피는 4월, 그리스에 가짜 꽃을 파는 뭉클한 이유 그리스의 4월은 한국의 4월만큼이나 꽃이 만개한 때입니다. 한국과 피는 꽃의 종류는 다르지만, 겨울 동안 많은 강수량으로 푸르렀던 나무와 풀들이 건조한 여름이 되어 초록이 바싹 말라 누런 건초로 변하기 전인 4월은 특히 가는 곳마다 아름답게 꽃을 피웁니다. (물론 그리스는 일년 내내 꽃을 볼 수 있는 곳도 많습니다. 로도스 역시 겨울엔 좀 종류가 적지만 일년 내내 꽃을 볼 수 있습니다.) 요즘 그리스에 많이 피어있는 꽃들입니다. 로도스의 몬테스미스 언덕에 피어 있는 꽃들입니다. 대부분의 그리스 호텔들은 4월 중순을 넘어서며 문을 열고 본격적인 여름 관광객을 받기 시작합니다. 그리스 다수 지역에서는 이르면 4월 말이면 한 낮에 바다 수영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렇게 꽃이 만.. 2014. 4. 3.
내 그리스인 친구를 완전 변하게 한 어느 일 주일 "일은 잘 하고 온 거야?" 지난 주 출장을 갔던 친구 스테르고스가 오늘 저희 사무실에 들렀고 반가운 마음에 일 얘기부터 묻게 되었습니다. 그는 그리스인 남편 동수 씨에겐 가장 소중한 친구입니다. 몇 주간 못 만났었기에, 그간의 근황에 대해 서로 물었습니다. 얼굴이 햇볕에 좀 그을린 그는, 타 지역 출장 동안 집밥이 무척 그리워서 오늘은 그의 어머님인 제 이웃의 술라 아주머님이 특별히 만든 생선스프(우리나라 어죽 같은 느낌입니다.)를 먹기 위해 어머님 집에 와서 밥을 먹을 거라고 했습니다. 언제나 마리아나를 특별히 예뻐해서 생일 때마다 용돈을 챙겨주는 친구라, 저는 이번에 마리아나가 성적표를 받은 이야길 했습니다. 처음 저희가 이민을 왔을 때 그는 그리스어 쉬우니까 금새 배울 거라고 많이 격려를 해주었던.. 2014. 4. 1.
그리스의 여름 맞이, 교복 벗고 습관 고백^^ 배경음악 - 윤종신의 "오래전 그날 " 이 사진 기억하시지요? (2013/12/12 - [신비한 로도스] - 내가 ‘권투 하는 곰’이라 불린 이유) 이제 그리스의 아침 기온도 제법 올라가 겨울 내내 입던 사진 속의 교복 같던 파카를 드디어 벗었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니, 잠 잘 기회만 있으면 베개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평소 유일하게 늦잠을 잘 수 있기에 쉬어야 하는 토요일 오전, 하필 지난 토요일 오전엔 마리아나 학교에서 주최하는 동화 작가와의 만남 행사가 있어 몇 시간을 멍 하니 그곳에서 앉아 있다가, 오후에 장 보고 요리하고 이래저래 바빴더니 이른 저녁부터 사랑하는 베개와 혼연일체가 되어 정신 없이 꿀잠을 잤습니다. 저희 친정집안은 외할머니, 엄마, 저, 제 여동생들, 그리고 마리아나, 조카.. 2014. 3. 31.
뭐? 그리스 아이들이 그것 때문에 한국에 가겠다고?! "엄마! 친구들과 함께 한국에 가기로 했어! 우리끼리만!" 마리아나가 얼마 전 학교에 다녀와 한 말은 참 기가 막혔습니다. 아니, 이제 만 나이 8-9세(한국 나이 10세)인 아이들이 어딜 간다는 것인지, 그것도 자기들끼리만 간다니 무슨 소린가 싶었습니다. 그냥 장난으로 하는 소린가 싶어 무시하려 했지만 그 다음 이어지는 말은 제법 구체적이었습니다. "우리가 계획을 세워봤는데, 열 두 살이면 신분증이 나오고 우리끼리 다닐 수 있는 나이가 되니까, 오! 엄마 신분증 나오면 정말 좋겠다! 그치? 어른 같잖아요! 하하! 아무튼 열 네 살이나 열 다섯 살 쯤엔 우리끼리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엄마들 없이! 하하. 생각만 해도 정말 좋아요!" 저는 하던 일을 멈추고 녀석의 얼굴을 쳐다보며 묻지 않을 수 없었.. 2014. 3. 29.
그리스 약국엔 왜 이런 걸 팔지? 묻는 한국인 친구 제가 아끼는 동료이자 친구부부가 몇 년 전 그리스로 신혼여행을 왔던 적이 있습니다. 새 신랑은 늦은 나이까지 성실하게 자신의 일을 하며 아내 될 사람이 나타나길 묵묵히 기다렸고, 운명처럼 열 살 차이 나는 젊고 지혜로운 여성과 만나 열애 끝에 결혼에 성공하게 되어 지금은 아이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이민 전 제가 워낙 아끼던 이 두 사람이 당시 신혼 여행을 이곳으로 온다니 기뻤고, 그래서 그리스 여행 일정 동안 많은 곳을 돌아다니게 되었습니다. 하루는 시내 구석구석을 함께 걸으며 구경하고 있었는데, 상점의 진열장들을 밖에서 보던 새 신랑이 제게 물었습니다. "아니! 그리스 약국엔 왜 이런 걸 다 팔아요? 진짜 신기하네요!! 하하하." "하하..그렇지요? 저도 처음 이민 와서 왜 저런 걸 약국에서 .. 2014. 3. 28.
생선 뜯다 밝혀진 그리스 시할머니의 엉뚱한 진실 오늘은 그리스의 생선튀김과 마늘 소스를 먹는 국경일이었습니다. 사실 3월25일은 그리스가 터키의 350년간의 지배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고 독립운동을 시작한 날입니다. (참고글- 2013/03/26 - 생선튀김에 마늘소스를 꼭 먹어야하는 그리스의 비장한 국경일) 그런데 어제부터 갑자기 조금 추워진 날씨에 아침부터 비가 와서, 시내 퍼레이드 구경도 갈 수 없었고 올해는 날씨가 좀 이르게 따뜻하다 싶어 정원에서 하기로 했던 가족식사는 결국 집안에서 해야 했습니다. 저는 부랴부랴 집안 대청소를 하고 테이블을 차렸습니다. 두 시간 동안 꼼꼼하게 박박 집안 대청소를 하고, 테이블을 다 차리고 음식을 나르기 시작하자 갑자기 환하게 해가 떴네요.^^;; 어머님과 고모님들, 시누까지 함께 도와 여러 요리를 해서 날랐고, .. 2014. 3. 26.
나를 완전 화나게 만든 마리아나, 겨울왕국으로 웃기다니. 모든 아이들은 찾아보면 장점과 배울 점이 있으니, 한 두 명 단짝 친구가 있더라도 여러 아이들과 골고루 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라고 저는 마리아나에게 강조하곤 했었습니다. 낯선 이들 앞에서 수줍음이 많은 마리아나이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딸아이는 그럭저럭 같은 반 여자아이들과 골고루 잘 지내는 것 같았고, 많이 친하지 않았던 조이와도 최근 좀 더 친하게 지내게 되었습니다. 조이는 알바니아인 아이이지만 성품이 좋고 영리하고 명랑한 아이라, 수줍음이 많고 엉뚱한 마리아나와 서로 없는 면을 보완하며 친하게 지내는 모습이 저로서는 흐뭇하기만 했습니다. (참고글 2013/04/11 - 이민자의 편견을 깨준 딸아이 친구 조이와 세바) 사건은 오해에서 발생되었다. 그런데 지난 주부터 부쩍 저를 복도에서 마주친 조이가 .. 2014. 3. 25.
그리스 식당, 연인들의 좋은 데이트 코스인 이유 '저기 그리스 식당 아니야?' 영국 영화 어바웃 타임(About Time)의 한 장면을 보다가 제가 혼자 내뱉은 말입니다. 과거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집안 내력으로 갖고 있는 남자 주인공 팀이, 좋은 여자 메리를 만났지만 과거로 시간여행을 했다가 그녀와 인연은 없었던 일로 되어버렸고 다시 그녀와의 인연을 어떻게든 이어보려고 하는 과정에서, 그녀를 한 식당에 같이 가자고 초대를 합니다. 그녀는 이 식당이 '맛있는 전채요리가 10가지는 되는 식당'이란 말을 최종적으로 듣고, 그를 따라 그 식당에 가게 되는데요. 이 때 이 식당의 음식이나 식당 이름이 영화상에 보이는 것은 아니었는데, 두 사람의 대화 사이로 조용히 흐르는 그리스 전통음악을 듣고 여기, 그리스 식당이구나! 눈치챌 수 있었습니다. 그리.. 2014. 3. 24.
뜻밖에도 새우과자를 이것과 먹는 내 그리스 친구 가끔 친구 미리아의 집에 초대를 받으면, 빈손으로 가게 되진 않습니다. 마리아는 언제나 딸아이를 위해 여러가지 과일을 잘라 주고, 저에게 줄 맛있는 커피를 제가 도착하는 시간에 딱 맞춰 내려 놓기 때문입니다. 예쁘게 준비된 유기농 초코쿠기도 그녀의 집에서 대접받는 고마운 것 중 하나입니다. 그녀는 단 것을 좋아하지만 살찔까 봐 극도로 조심하는 편인데 단 것 중 작은 도너츠만큼은 도저히 뿌리칠 수 없는지 그럭저럭 편하게 먹는 편이라, 저는 주로 미니 도너츠를 한 상자 사서 놀러 가곤 하는데요. 그런데 하루는 그 친구의 집에 가기 전에 도저히 도너츠 가게에 들를 짬이 나질 않는 것입니다. 들렀다 가면 약속 시간이 늦을 것 같았기에, 어쩔 수 없이 저는 부모님께서 한국에서 보내주셨던 새우과자 한 봉지와 참깨 .. 2014. 3.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