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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그리스 문화

나를 완전 화나게 만든 마리아나, 겨울왕국으로 웃기다니.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4. 3. 25.

 

 

 

 

든 아이들은 찾아보면 장점과 배울 점이 있으니, 한 두 명 단짝 친구가 있더라도 여러 아이들과 골고루 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저는 마리아나에게 강조하곤 했었습니다. 낯선 이들 앞에서 수줍음이 많은 마리아나이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딸아이는 그럭저럭 같은 반 여자아이들과 골고루 잘 지내는 것 같았고많이 친하지 않았던 조이와도 최근 좀 더 친하게 지내게 되었습니다.

조이는 알바니아인 아이이지만 성품이 좋고 영리하고 명랑한 아이라, 수줍음이 많고 엉뚱한 마리아나와 서로 없는 면을 보완하며 친하게 지내는 모습이 저로서는 흐뭇하기만 했습니다.

(참고글 2013/04/11 - 이민자의 편견을 깨준 딸아이 친구 조이와 세바)

 

 

사건은 오해에서 발생되었다.

그런데 지난 주부터 부쩍 저를 복도에서 마주친 조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올리브나무 부인, 학교 끝나고 하루 정해서 마리아나와 숙제 같이 하면서 놀면 안 돼요?"

뿌잉3 

부모나 보호자가 어디든 아이와 동반되어 다녀야 하는 그리스의 경우 이럴 땐 무조건 부모의 시간을 먼저 물어봐야 하기에, "그래? 그럼 네 엄마께 여쭤보고 되는 시간을 전화로 알려 줄래?" 라고 말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 수요일 드디어 조이 엄마로부터 연락이 왔고, 작년 마리아나 생일 파티에도 아빠가 조이를 데려다 놓았다가 나중에 데리고 갔기 때문에 조이 엄마와 인사 외에 개인적으로 긴 얘기를 해 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이 기회에 조이 엄마와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흔쾌히 다음날인 목요일 저녁에 만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사실 그전 주말에 잘 쉬지 못하며 지난 주 내내 피곤함이 많이 쌓여 있던 저는, 목요일 저녁에 일 끝내고 잠깐 집에 들어왔다가 그렇게 누굴 밖에서 애 데리고 만나는 게 아주 편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알바니아에서 프랑스어 교사를 하다가 이곳에 와서 이민자로서 갑자기 육체노동을 하게 된 조이 엄마의 삶에 대해 그냥 들어 보고 싶었고, 아이 성품이 저렇게 좋다면 엄마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궁금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목요일 합창단까지 끝난 후 마리아나와 집에 와서 한숨 돌린 후에 다시 가방을 바꿔 숙제를 챙겨 (엄마들 끼리 대화하는 동안에 아이들 숙제를 시키겠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간혹 다른 친한 엄마들과도 그렇게 만나서 숙제를 같이 시키는 경우도 있었으니까요.) 약속 시간에 맞춰 조이네 집 앞으로 갔습니다.

저희 집은 학교와 멀고 조이네는 학교 근처라, 저는 잠시 쉬려고 운전해 집에 왔다 갔다 한 셈이었지만 그래도 기쁜 마음으로 집 앞에 주차를 했습니다.

 

그런데 조이를 데리고 나오는 조이 엄마의 옷차림이 어딜 외출할 옷차림이 아닌 것이었습니다!

'뭔가 불길하다…'

 

아니나 다를까, 조이 엄마는 그날 제가 혼자 아이들 둘을 데리고 숙제를 봐 주는 것으로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조이가 아테네에서 태어났다고 하니 조이 엄마가 알바니아에서 그리스로 이민 와 산 세월은 최소 9년은 되었을 텐데도 좀 수줍은 성격의 조이 엄마의 그리스어는 조금 서툰 모양이었습니다...그러고 보니 조이 엄마는 반의 다른 알바니아인 엄마들과도 친한 것 같지 않았고 늘 혼자 다녔었습니다. 

그냥 가볍게 인사를 나눌 때는 발음이 약간 어색하다 정도였는데, 그렇게 저와 의사 소통이 잘못 될 수도 있다는 예측을 전혀 하지 못했었던 것입니다.

제가 혹시나 실수로 말을 잘못 전했나 아무리 기억을 되짚어 봐도, 그건 아니었습니다. 다른 그리스인 엄마들과도 평소 그렇게 자주 만나는데, 이렇게 서로의 말을 오해했던 적은 없었으니까요...

 

아마 그녀가 제 말을 제대로 못 알아들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제가 몇 번 다시 확인하고 미리 상황을 체크했을 것입니다.

...분명 제대로 체크하지 못한 제 잘못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피곤한데 갑자기 애 둘을 떠 맡아 예상치도 않게 숙제를 시켜야 하는 것이 몹시 당황스러웠습니다.

 

"올리브나무네 집은 멀어요? 집에서 숙제를 시킬 건가요?"

?? 

 

라고 묻는 조이 엄마의 지쳐 보이는 얼굴에 대고 뭐라 상황을 설명할 수 없어, 마리아나가 원했던 장소인 시내의 '구디스(Goody's 그리스 햄버거 프랜차이즈)'에 가서 숙제를 시키겠다고 대답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둘을 다시 먼 저희 집에 데려가 숙제를 시키고 또 여기에 데려다 준다는 것이 훨씬 노동이었으니까요.)

 

조이 엄마는 조이를 제게 건네며 "다음엔 저희 집에서 마리아나 숙제를 봐 줄게요." 라며 미안한 얼굴을 지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딸아이만 숙제를 들려 조이 엄마에게 맡기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평소 친한 그리스인 엄마들과 급한 일로 애를 잠깐씩 맡기는 경우는 있어도, 숙제를 한쪽 엄마가 혼자 봐 주는 경우는 초등학교 3년 동안 서로 단 한번도 없었던 것입니다. 그 이유는 그리스 초등학교가 숙제 양이 워낙 많은 데다가 숙제 결과가 성적에 반영되기 때문에 그 책임을 다른 엄마가 지게 할 수 없기에 서로 그런 무리한 부탁은 웬만큼 친한 사이에도 하지 않는 것이 그리스 엄마들 사이관례인 것입니다.

물론 아이 성적에 아예 신경을 안 쓰는 엄마라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제 주변 엄마들은 모두 아이 공부에 민감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경우는 없었던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갑자기 두 아이의 숙제를 혼자 봐주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았고, 조이가 자칫 숙제를 잘못 해갈 경우 그 책임이 제게 돌아올 수도 있는 것이었기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했습니다.

안 그래도 피곤했는데 말입니다.

물론 조이 엄마가 그렇게 제 말까지 잘못 이해해가며 저에게 애를 맡겼을 때에는 그 이후의 상황에 대해 감수하겠다는 것이겠지만, 그쪽 입장이 어떻든 제가 부담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던 것입니다.

 

 

어쩌면 조이 엄마는, 조이 위로 두 학년 위의 오빠와 어린 남동생이 있어 퇴근하고 정신 없는 참에, 잠시라도 누가 조이 공부를 봐 준다고 이해하며 한숨 돌렸을 수도 있었겠다 싶었습니다.

비록 그것이 제 말을 잘못 이해한 데에서 비롯된 오해라도 말입니다.

 

  

조이의 숙제를 봐 주는 것보다 더 큰 일이 벌어지다.

어떻든 저는 어쩔 수 없이 두 아이를 데리고 시내에 있는 구디스에 가서 먼저 아이들에게 세트 메뉴를 사서 주었고, 매장 2층에 비치된 어린이 놀이터에서 조금 놀다 온 후에 숙제를 하자고 말을 했습니다.

 

 

 

 

이렇게 혼자 있게 될 줄 미리 알았다면 아이들 노는 동안 글이라도 쓰게 노트북이라도 들고 올걸 싶었지만,

이미 벌어진 일 좋게 생각하자고 마음을 꽉~동여 다잡아 먹었습니다.

 

'구디스'의 어린이 놀이터

 

그렇게 아이들이 40분쯤 놀았을까요?

이제 숙제를 해야겠다 싶어 아이들을 불렀습니다. 마리아나가 분명 오늘은 숙제가 적다고 말을 했기 때문에 숙제할 시간은 한 두 시간이면 되겠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자리에 앉은 후 숙제를 다시 물어보니, 가방을 뒤져보던 두 아이가 오늘은 숙제가 없는 것 같다 아니겠어요?

"왜 숙제가 없는데?" 라고 물으니, 글쎄 이 아이들의 대답은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게도 이랬습니다.

 

"그게 내일은 수학 시험이 있거든요. 지금 생각 났는데..."

 

 

 

'마리아나 얘가 지금 뭐라는 거야???

성적에 반영되는 시험이 있는데

오늘 만나서 놀면서 숙제하자고 여길 오자고 해?!!!'

 

 

이 소리가 거의 목구멍까지 튀어 나오는 것을 꿀꺽, 삼켰습니다.

 

2~3주에 한 번 씩 자주 있는 수학시험이긴 해도, 시험 범위가 보통 수학 책 10 페이지가 넘고 프린터물만 7장 이상은 다시 풀어봐야 그 나마 제대로 시험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평소에 마리아나에게 시험 때마다 했던 말이 있습니다.

네게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 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요. 그게 공부든 뭐든 최선을 다 한 후에 결과가 좋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절대 나무라지 않겠다고요.

실제로 공부를 별로 안 했는데 운 좋게 점수가 잘 나왔을 때보다,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몇 개 틀린 경우가 있다면 저는 아이가 공부를 한 과정을 알기에 후자의 경우 더 칭찬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시험이 있는지도 여태 모르고 이렇게 둘이 좋다고 놀러오겠다고 하필 오늘 날짜를 잡았다는 것이 어이가 없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조이 엄마와의 오해로 빚어져 벌어진 상황에 제 피로까지 겹쳐 이미 제 마음은 엉망인 상태였는데, 이 두 아이가 수학시험이 있다는 말을 이제야 했다는 사실이 참을 수 없이 화가 났던 것입니다.

도대체 조이 엄마는 이 사실을 모르는지 아는지, 내게 조이까지 시험 공부를 시키라고 조이를 맡긴 건가 싶어 더 머리 끝까지 화가 났습니다...

 

저는 차마 친구 앞에서 마리아나를 망신 줄 수는 없어서 한숨을 크게 한번 쉬고, 조이가 못 알아 듣게 한국어로

 

"마리아나. 너 집에 가서 엄마랑 얘기 좀 해야겠다.

어떻게 시험이 있는데 이런 데에 오자고 엄마를 졸라댈 수가 있니.

선생님이 시험 얘길 했으면 방과후에 바로 엄마에게 알리고 약속을 취소했어야지. 안 그래?"

 

라고 낮은 목소리로 말을 했는데요.

 

마리아나는, 제가 낮게 말을 했지만 이미 제가 엄청나게 화가 났다는 것을 눈치챘고, 그런 저에게

 

"엄마, 미안해요. 내가 깜빡 했어요. 일부러 말을 안 한 게 아니라,

조이랑 같이 처음으로 방과 후에 논다는 생각에 너무 좋아서…"

안습

라고 급히 변명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

저는 무척 열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한숨을 깊게 내 쉬고 잠시 마음을 진정시킨 뒤에

마리아나와 조이의 수학선생님이 되어 공부를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이 넓은 테이블에 앉아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일들은 불운의 가면을 쓰고 일어나지만 실은 필연적 행운인지도.

담임선생님이 쪽지시험을 내 줄 때는 대부분 교과서와 프린터물에서 거의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숫자만 바꾸어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평소에도 마리아나가 시험이 있을 때는 노트에 비슷한 문제를 제가 직접 써서 예상 문제를 내주곤 했는데요.

이것을 집도 아닌 밖에서 하려니 집이면 써서 두 장 씩 복사라도 할 것을, 주구장창 손으로 빽빽하게 두 아이의 연습장에 문제들을 채워 넣어 한 장씩 넘겨주어 풀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제 열 받은 머리를 차갑게 시켜준 일이 그 순간 벌어졌습니다.

평소 공부를 잘 하는 편인 조이가, 마리아나에 비해 수학문제를 푸는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최근 소수점 아래 덧셈 뺄셈과 이것의 분수로의 전환이 나오면서 갑자기 수학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예 소수점 아래 숫자의 자릿수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고 개념을 아예 모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마리아나가 지나가는 말로, 조이가 평소에 다른 과목은 잘 하는데 전 분기에 수학성적을 낮게 받아 속상해 했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리스는 분기별로 1년에 4회 전과목 성적표를 나눠주는데요.)

 

제 머리가 차가워진 것은 마리아나가 조이보다 수학을 잘 해서가 절대 아니었습니다.

이미 벌어진 이 상황의 다른 면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조이의 얘길 들어보니, 조이 엄마는 조이의 수학을 봐줄만한 시간이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최근 들어 조이는 수학을 거의 이해하지 못 하고 있었고 자신감을 많이 잃은 상태였던 것입니다.

마리아나가 제가 내준 문제 다섯 장을 앞 뒤로 다 푸는 동안, 조이는 첫 번째 종이를 들고 낑낑거리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오늘의 상황에서, 조이에게 내가 진짜로 해 줄 수 있는 값어치 있는 일이 있다 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그건 분명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저는 이미 문제 풀기가 끝난 마리아나에게 다른 문제를 복습하게 시켜 놓고, 조이에게 차근차근 최근의 수학의 원리에 대해 설명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는 처음엔 전혀 이해를 못 하더니, 하나씩 하나씩 깨달아 갔고 한 참을 설명해주니 그 후엔 느리지만 문제를 풀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결국 조이와의 공부가 끝나는 동안, 마리아나 역시 조이와 제 눈치를 보느라 본의 아니게 많은 문제를 불평 없이 풀게 되었으니(집에서라면 그 긴 시간을 문제를 풀게 했으면 엉덩이가 쑤셔 몇 번을 일어났을 것입니다.), 그 역시 잘 된 일이었습니다.

 

결국 몇 시간 뒤 공부는 끝이 났고, 약속한 시간에서 한참이 지나있었는데도 조이 엄마는 연락이 없었습니다.

저를...정말 믿었던 모양인가 봅니다... 

 

 

 

아이들과 주차해 둔 차까지 가려고 밤 거리를 걷는데, 방금 그렇게 긴장들을 하고 있었던 것도 까맣게 잊었던지 금새 즐거워진 두 녀석은 쇼윈도우를 요리조리 바라보며 신이 나서 깔깔거리고 있었습니다.

 

 

 

 

녀석들의 그런 신나 하는 뒷모습을 보는데, 저는 더 이상 화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냥 아이들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뭔가 할 일을 다 한 것 같은, 알 수 없는 후련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딸아이가 요새 앓는 겨울왕국증후군, 나를 웃게하다.

조이를 집 앞에 내려 주고, 조이 엄마에게 인사를 한 뒤 시간이 늦어 황급히 차에 올라타 집으로 오는데, 마리아나가 그제야 쭈뼛쭈뼛 제 눈치를 보며 말을 했습니다.

 

"엄마아… 집에 가면 나 혼낼 거야? 미안해요.

내가 엄마한테 시험이라고 말 안 한 거…정말 깜빡 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슬퍼2

 

 

저는 딸아이에게 대답했습니다.

 

"그래. 마리아나. 성적에 들어가는 시험이 있는데 잊고 말을 안 한 건 정말 잘못 한 거야. 게다가 그런 날 하필 이렇게 밖에서 놀려고 만나자고 한 것도. 아마 시험이 있는 줄 알았다면 정말 엄마는 이 만남을 취소했을 거야.

하지만… 결국은 엄마가 조이 공부를 가르쳐 줘서 다행이다 싶었어. 그냥 그게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이었나 봐.

조이 봐주는 덕분에 너도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 꼼짝 않고 공부할 수 있었고….그래서 지금은 엄마 더 이상 화 안 나. 그렇지만 다음엔 더 신중하게 친구와 약속 시간을 잡는 거야. 알겠지?"

 

"네!"

 

녀석은 제가 야단치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심한 듯 큰 소리로 대답했지만, 10분쯤 더 운전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뒷편에서 훌쩍이며 울기 시작하는 게 아니겠어요?

 

"아니? 왜 울어? 엄마 야단도 별로 안 쳤는데?"

"....엄마... 내가 엄마한테 잘못 많이 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요...흑흑...."

"그게 무슨 말이야????"

"겨울왕국에서도 갑자기 엄마 아빠가 죽었잖아요. 내 엄마 아빠는 갑자기 죽지 않겠지만 나중에 나중에 나중에 나중에 나중에 늙어서 죽으면 내가 엄마한테 지금 잘못한 것 때문에 너무 후회될 것 같아요.

  엉엉엉~~~

 

 

 

이 무슨 겨울왕국증후군이란 말입니까.

요새 제가 조금만 잔소리를 해도 걸핏하면 이 말을 하며 울먹여서, 정말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저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를 끌어안고 웃으며 머리를 막 쓸어주었습니다.

 

"엄마랑, 너랑 우리 100살 넘게 살자? 응? 그럼 됐지?"

 

그제야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다시 웃는 볼통통한 딸아이 때문에, 저도 웃음이 팍 터졌습니다.

 

결국 겨울왕국 때문에 저는 웃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음날 금요일, 다행히 마리아나와 조이는 수학시험을 잘 보았습니다.

참 다행이었습니다. 다른 때보다 얼마나 가슴을 졸였던지요.

 

하교길에 저를 본 조이는 큰 소리로 이렇게 외치며 제 품에 달려와 폭 안겼는데요.

 

"올리브나무 선생님! 어제 공부한 거 다 나왔어요! 정말 고마워요!!!

나 수학 못 한다고 혼 안 내고 가르쳐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뿌잉3

 

 

'이 일로 여러가질 느꼈거든. 그래서 나도 네게 많이 고마워. 조이.

내가 도움이 되었다니 참 다행이야.'

 

아이를 잘 했다고 안아주며, 제가 속으로 뱉은 말이었습니다.

 

참, 조이 엄마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언제든 우리 집에 마리아나와 놀러 오세요~" 라네요.

이번엔 정말 그녀와 제대로 대화하며, 그녀의 인생 이야길 들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 좋은 하루 되세요!

 좋은하루

 

 

 

* 이날 일이 있고 그 밤에 새우과자 포스팅을 겨우 올린 후에, 저는 그간 피로와 더불어 지나치게 정신을 소모해서

인지 완전 기력이 소진되어 주말 내내 기본 적인 집안일을 하는 것 외에는 내리 누워서 잠을 자야 했답니다.

안 그래도 날씨가 널을 뛰어 목이 따끔거리며 감기 기운이 있었는데, 정말 꼼짝 할 수 없더라고요.

덕분에 동수 씨가 만든 피자를 1년 만에 얻어 먹고, 딸아이와 함께하는 주말 산책도 동수 씨가 저 대신 딸아이를

따라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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