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346 내 그리스인 친구, 이번엔 오징어땅콩을 이것과! 지난 번에 새우과자를 와인과 함께 먹었던 제 그리스인 친구 마리아를 기억하시나요? 몇 주 전 이 친구 집에 차를 마시러 갔었는데, 당시 저희 집이 한참 페인트칠 중이라 정신이 하나도 없을 때여서 급하게 집에 단 한 봉지 남은 오징어땅콩과자를 들고 갔었습니다. 새우과자를 와인안주로 맛있게 먹었던 친구이니, 좀 더 맛이 독특한 오징어땅콩도 와인과 먹으려고 하려나? 내심 궁금하기도 했었습니다. 과자를 들고 집에 들어가니, 친구는 이틀 야근 후라 후줄근한 잠옷차림에 몽롱한 상태로 저를 맞이했습니다. 사실 그리스의 국립종합병원 의사는 월급이 일반 사립병원 의사만큼 아주 많은 것도 아닌데다, 경제 불황으로 사립병원보다 거의 무료나 다름없는 국립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어나면서 더 야근이 잦아져서, 제 친구는 요즘 늘.. 2014. 4. 24. 그래도 한국에 가고 싶어? 그리스인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그리스인 친구들은 1~2년 내에 한국에 가려고 돈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그리스에서 한국은 가까운 거리가 아니고 직항이 없는데다, 2주 정도 머물 숙박비와 좋아하는 한국 제품들이나 한국 음식을 넉넉하게 살 비용을 생각해서 예상 경비를 여유있게 책정하고 돈을 모으는 것 같았습니다. 외국인이면서도 한국인 만큼이나 한국을 사랑하는 친구들이다 보니, 이번 세월호 사고에 대해서도 실시간으로 업무 중간 중간 인터넷 뉴스를 검색하며 상황을 들여다보는 듯 했습니다.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이 얼마나 컸던지 둘 다 제게 수시로 전화해 혹시 자신들이 모르는 새로운 소식을 제가 알까 싶어 묻고 또 물어 왔습니다. 그러던 중 친구 디미트라가 오늘 생일이어서 퇴근 후에 모두 함께 만나기로 했는데, 제가 급한 일이 생.. 2014. 4. 23. 고단한 버스기사를 위한 그리스 가족들의 따뜻한 명절 전통 저희 집 앞엔 한 시간에 두 번 버스가 지나갑니다. 두 개의 노선 버스가 지나가는데, 시내 복잡한 상업지역부터 주택가 곳곳을 도는 이 버스들은 총 노선 길이가 한 시간이어서 승객이 늘 많은 편입니다. 그리스 최대 명절인 빠스하(부활절)였던 지난 일요일, 예년처럼 많은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바비큐를 하며 떠들썩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작년과 달리 염소 통구이가 아닌 통돼지구이를 하기로 한 가족들은, 이른 아침부터 통 구이를 굽는 기계를 돌렸습니다. 통구이는 총 4 시간 이상을 구워 줘야 기름이 쭉 빠지고 안쪽까지 다 익기 때문에 자동으로 돌려 주는 기계로 돌리고, 중간 중간 허브 양념이나 와인(혹은 맥주) 등을 발라가며 구워야 합니다.오래전엔 직접 손으로 봉의 끝을 잡고 돌려주었다고 하는데, 명절 때마다 얼.. 2014. 4. 22. 그리스에서 한국을 느끼게 한 어떤 돈봉투 지난 토요일, 저희 집 인근의 스포츠 카페(축구경기 등을 보는)에서 딸아이의 두 번째 생일파티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시설이 되어 있고, 생일 파티를 할 때 제가 음식을 만들어 가면 그쪽에서는 음료만 주문하고 적은 파티비용을 내면 일체 서비스는 그쪽에서 제공하는 식이라 가격이 저렴해서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생일 파티를 반 친구들과 부모들만 불러서 밖에서 하기로 했다는 제 말에, 한국어 제자들인 갈리오삐와 디미트라가 굳이 와서 돕고 싶다는 의사를 표했던 것입니다. 메이크업을 배웠던 디미트라는 초대된 아이들 얼굴에 바디페인팅을 해 주고 싶다고 했고, 사진작가인 갈리오삐는 파티 사진을 찍어 작은 사진첩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토요일 오전까지 일을 하고 겨우 쉬는 주말 오후에 이렇게 .. 2014. 4. 16. 어머! 그리스에서는 이것이 ‘사자연고’ 라고요?! 며칠 전 동수 씨는, 자려고 불 끄고 누워서도 여느 때처럼 몇 마디 중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다리에 상처가 생겼어. 종기인지 뭔지 모르겠네. 아무래도 '사자연고'(λιοντάρι αλοιφή 리온다리 알리피)를 발라야겠어!" 저는 이 뜬금없는 '사자연고'라는 말에 눈이 거의 감기던 중 잠이 확 깨며 하하! 웃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절로 머릿속에서 배경음악도 울려 주었습니다. 저는 살면서 호랑이연고, 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사자연고라는 말은 처음 들어봤기 때문입니다. "지금 혹시…'호랑이연고'를 얘기하는 거야??? 한국에서 봤던???" 라고 되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호랑이연고(타이거밤) 동수 씨는 제가 말을 못 알아 듣는 게 좀 답답했던지 냉큼 대답을 했습니다. "그래! 한국에도 흔한 연고잖아. 한.. 2014. 4. 10. 그리스인 남편도 자녀에게 이런 걸 바라는구나! 보통 때의 그리스인 남편 동수 씨의 육아 철학은 참 단순합니다. "어린이는 즐거워야 한다! 어린이는 건강해야 한다! 어디서나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행동하라!" 대략 이렇게 요약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리스에 이사왔을 때, 처음부터 자신의 육아 철학대로 딸아이에게 강하게 밀어부친 것들이 있습니다. 그리스에서 어린이가 건강하고 즐겁게 살려면 놀 때 신나게 그리스 아이들과 잘 어울려 놀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 수영과 자전거타기를 잘 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리스 아이들은 남녀 구분 없이 5~6세만 되도 두발 자전거를 탈 줄 아는 아이들이 참 많아서 그게 참 신기했는데, 이는 대부분의 그리스 아빠들이 동수 씨 같은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동수 씨는 평소 겁이 많.. 2014. 4. 4. 내 그리스인 친구를 완전 변하게 한 어느 일 주일 "일은 잘 하고 온 거야?" 지난 주 출장을 갔던 친구 스테르고스가 오늘 저희 사무실에 들렀고 반가운 마음에 일 얘기부터 묻게 되었습니다. 그는 그리스인 남편 동수 씨에겐 가장 소중한 친구입니다. 몇 주간 못 만났었기에, 그간의 근황에 대해 서로 물었습니다. 얼굴이 햇볕에 좀 그을린 그는, 타 지역 출장 동안 집밥이 무척 그리워서 오늘은 그의 어머님인 제 이웃의 술라 아주머님이 특별히 만든 생선스프(우리나라 어죽 같은 느낌입니다.)를 먹기 위해 어머님 집에 와서 밥을 먹을 거라고 했습니다. 언제나 마리아나를 특별히 예뻐해서 생일 때마다 용돈을 챙겨주는 친구라, 저는 이번에 마리아나가 성적표를 받은 이야길 했습니다. 처음 저희가 이민을 왔을 때 그는 그리스어 쉬우니까 금새 배울 거라고 많이 격려를 해주었던.. 2014. 4. 1. 뭐? 그리스 아이들이 그것 때문에 한국에 가겠다고?! "엄마! 친구들과 함께 한국에 가기로 했어! 우리끼리만!" 마리아나가 얼마 전 학교에 다녀와 한 말은 참 기가 막혔습니다. 아니, 이제 만 나이 8-9세(한국 나이 10세)인 아이들이 어딜 간다는 것인지, 그것도 자기들끼리만 간다니 무슨 소린가 싶었습니다. 그냥 장난으로 하는 소린가 싶어 무시하려 했지만 그 다음 이어지는 말은 제법 구체적이었습니다. "우리가 계획을 세워봤는데, 열 두 살이면 신분증이 나오고 우리끼리 다닐 수 있는 나이가 되니까, 오! 엄마 신분증 나오면 정말 좋겠다! 그치? 어른 같잖아요! 하하! 아무튼 열 네 살이나 열 다섯 살 쯤엔 우리끼리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엄마들 없이! 하하. 생각만 해도 정말 좋아요!" 저는 하던 일을 멈추고 녀석의 얼굴을 쳐다보며 묻지 않을 수 없었.. 2014. 3. 29. 그리스 약국엔 왜 이런 걸 팔지? 묻는 한국인 친구 제가 아끼는 동료이자 친구부부가 몇 년 전 그리스로 신혼여행을 왔던 적이 있습니다. 새 신랑은 늦은 나이까지 성실하게 자신의 일을 하며 아내 될 사람이 나타나길 묵묵히 기다렸고, 운명처럼 열 살 차이 나는 젊고 지혜로운 여성과 만나 열애 끝에 결혼에 성공하게 되어 지금은 아이 낳고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이민 전 제가 워낙 아끼던 이 두 사람이 당시 신혼 여행을 이곳으로 온다니 기뻤고, 그래서 그리스 여행 일정 동안 많은 곳을 돌아다니게 되었습니다. 하루는 시내 구석구석을 함께 걸으며 구경하고 있었는데, 상점의 진열장들을 밖에서 보던 새 신랑이 제게 물었습니다. "아니! 그리스 약국엔 왜 이런 걸 다 팔아요? 진짜 신기하네요!! 하하하." "하하..그렇지요? 저도 처음 이민 와서 왜 저런 걸 약국에서 .. 2014. 3. 28. 생선 뜯다 밝혀진 그리스 시할머니의 엉뚱한 진실 오늘은 그리스의 생선튀김과 마늘 소스를 먹는 국경일이었습니다. 사실 3월25일은 그리스가 터키의 350년간의 지배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고 독립운동을 시작한 날입니다. (참고글- 2013/03/26 - 생선튀김에 마늘소스를 꼭 먹어야하는 그리스의 비장한 국경일) 그런데 어제부터 갑자기 조금 추워진 날씨에 아침부터 비가 와서, 시내 퍼레이드 구경도 갈 수 없었고 올해는 날씨가 좀 이르게 따뜻하다 싶어 정원에서 하기로 했던 가족식사는 결국 집안에서 해야 했습니다. 저는 부랴부랴 집안 대청소를 하고 테이블을 차렸습니다. 두 시간 동안 꼼꼼하게 박박 집안 대청소를 하고, 테이블을 다 차리고 음식을 나르기 시작하자 갑자기 환하게 해가 떴네요.^^;; 어머님과 고모님들, 시누까지 함께 도와 여러 요리를 해서 날랐고, .. 2014. 3. 26. 나를 완전 화나게 만든 마리아나, 겨울왕국으로 웃기다니. 모든 아이들은 찾아보면 장점과 배울 점이 있으니, 한 두 명 단짝 친구가 있더라도 여러 아이들과 골고루 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라고 저는 마리아나에게 강조하곤 했었습니다. 낯선 이들 앞에서 수줍음이 많은 마리아나이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딸아이는 그럭저럭 같은 반 여자아이들과 골고루 잘 지내는 것 같았고, 많이 친하지 않았던 조이와도 최근 좀 더 친하게 지내게 되었습니다. 조이는 알바니아인 아이이지만 성품이 좋고 영리하고 명랑한 아이라, 수줍음이 많고 엉뚱한 마리아나와 서로 없는 면을 보완하며 친하게 지내는 모습이 저로서는 흐뭇하기만 했습니다. (참고글 2013/04/11 - 이민자의 편견을 깨준 딸아이 친구 조이와 세바) 사건은 오해에서 발생되었다. 그런데 지난 주부터 부쩍 저를 복도에서 마주친 조이가 .. 2014. 3. 25. 그리스 식당, 연인들의 좋은 데이트 코스인 이유 '저기 그리스 식당 아니야?' 영국 영화 어바웃 타임(About Time)의 한 장면을 보다가 제가 혼자 내뱉은 말입니다. 과거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집안 내력으로 갖고 있는 남자 주인공 팀이, 좋은 여자 메리를 만났지만 과거로 시간여행을 했다가 그녀와 인연은 없었던 일로 되어버렸고 다시 그녀와의 인연을 어떻게든 이어보려고 하는 과정에서, 그녀를 한 식당에 같이 가자고 초대를 합니다. 그녀는 이 식당이 '맛있는 전채요리가 10가지는 되는 식당'이란 말을 최종적으로 듣고, 그를 따라 그 식당에 가게 되는데요. 이 때 이 식당의 음식이나 식당 이름이 영화상에 보이는 것은 아니었는데, 두 사람의 대화 사이로 조용히 흐르는 그리스 전통음악을 듣고 여기, 그리스 식당이구나! 눈치챌 수 있었습니다. 그리.. 2014. 3. 24. 이전 1 ··· 4 5 6 7 8 9 10 ··· 2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