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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346

그리스 아이들을 기겁하게 한 올해 유로비전 우승자 유럽인들의 음악축제 2014년 유로비전(Eurovision song contest) 결승전이 지난 토요일에 개최되었습니다. 해마다 독특한 참가자들과 다양한 볼 거리로 유럽인들과 세계인들의 관심을 모으는 유로비전이니만큼, 그리스인들 역시 며칠 전부터 가는 곳 마다 올해의 유로비전에 관한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꺼내곤 했는데요. 저희 가족들도 예년처럼 다같이 모여서 열심히 시청할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의 각 나라 참가곡들은 이상하리만치 비슷비슷하고 개성이 뚜렷하지 않아서, 모든 가족들이 좀 시들해 하며 경연을 지켜보고 있었는데요. 차라리, 각국을 소개할 때(postcard 영상이라고 하는데요.) '국기 모양을 만드는 나라별 독특한 영상'이 노래보다 더 멋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작년 2013년.. 2014. 5. 13.
낯선 그리스에서 난 무엇을 찾고 있었을까 며칠 전 로디니Ροδίνι라는 지역에 일이 있어 가게 되었습니다. 로도스 시 끝에 위치한 곳으로, 바다 쪽 경치가 좋고 시 안쪽보다는 큰 집을 좀 더 싸게 지을 수 있는 곳이라, 덜 복잡하고 상당히 넓게 주거구역이 자리잡고 있는 지역입니다. * 사진은 모두 며칠 전에 찍은 것들입니다. * 그런데 평소처럼 일만 딱 보고 돌아서 나오려다가, 제게 한 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로디니에 있는, 그간 가려고 벼르던 장소에 가보자 싶었습니다. 그 장소에서는 오래 전 아주 특별한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 로도스를 두 번째 여행할 때 있었던 이상한 일 오래 전 그리스 로도스를 두 번째로 다시 찾게 된 것은, 첫 번째 그리스 여행이 내게 준 충격과 여운이 말 할 수 없이 컸었기 때문.. 2014. 5. 11.
딸이 그리스 소풍 취소에 크게 상심한 이유 올 해 로도스 5월 날씨는 좀 이상합니다. 원래라면 이미 더울 만큼 더워져서 긴 팔을 절대 입을 수 없는 때인데, 웬만하면 비가 오지 않는 그리스의 5월에! 지난 주에도 비가 왔고 이번 주에도 이틀이나 비가 오면서, 민소매를 입고 돌아다니던 관광객들까지 점퍼를 꺼내 입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희 가족도 오늘 모두 긴팔을 다시 꺼내 입어야 했습니다. 마리아나의 학교에서는, 해마다 학년 말인 이맘 때 (그리스 학교는 6월 중순에 학년이 끝이 나고 여름방학을 시작해요.) 부모 동반 전교생 소풍을 가는데, 이번 주 원래 계획했던 소풍날에 그만 비가 오게 된 것입니다. 소풍 이틀 전 일기예보가 심상치 않자, 개인 자가용으로 소풍장소로 이동하는 가정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인원에 대한 관광버스 대절까지 이미 끝.. 2014. 5. 9.
딸을 이런 남자에게만 허락한다는 그리스인 아빠 동수 씨 어버이날이라고 동생이 부모님께 꽃 배달을 시켜드려야 하는데 해외라 그런지 결재가 자꾸만 에러가 난다며 전화가 왔습니다. 같이 인터넷에 들어가보며 통화를 하다 보니, 오랜만에 이런 저런 이야기들까지 길게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긴 통화를 하고 전화를 끊자, 동수 씨가 "무슨 할 말들이 그렇게 많아~ 한 시간도 넘게 통화하네~" 라며 툴툴거리길래, "응. 한국은 내일이 어버이날이잖아. 시차와 거리가 있으니 딸이 셋이나 있어도 이렇게 부모님을 챙겨드리는 것도 참 쉽지 않네. 그래도 동생이 저렇게 잘 챙기는 편이라 다행이야." 라고 대답했습니다. 제 말을 들은 동수 씨는 "아! 맞다! 그렇네... 그리스랑 어버이날 날짜가 다르니 신경을 잘 못 썼네. 전화 드릴 때 나도 바꿔 줘." 라며 한국의 장인 장모님에.. 2014. 5. 8.
그리스 슈퍼에서 뜬금없이 “한국을..”고백을 받다. 오늘 오전 업무를 마친 후, 빨리 장을 봐서 요리를 하려고 자주 들르는 슈퍼마켓에 갔습니다. 어쩌다 보니 마트가 붐비는 시간이 아닌 좀 한가한 시간에 들르게 되었고, 계산대 앞에서 줄 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겠다 싶어서 저는 좀 여유 있는 걸음으로 필요한 물건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무게를 재서 가격표를 붙여주는 야채코너 직원에게 토마토를 담은 봉지를 건넨 후 기다리고 있는데, 그 직원을 사이에 두고 6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한 아저씨가 저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토마토 봉지를 직원에게 다시 건네 받으면서 '내가 동양인이라 이상해서 쳐다보나?' 싶어 얼른 자리를 뜨려는데, 아저씨는 입술을 달싹이며 제게 뭔가 말을 건넸습니다. "...&%*$%&*z*&^%$...."'지금 이 아저씨.. 2014. 5. 7.
이제는 말 할 수 있는 그리스인 남편의 고충 그리스 경제가 바닥을 찍고 다시 신용평가 기관들과 EU로부터 좀 나은 평가를 받게 된 것이 불과 작년 하반기부터입니다. 그리고 이제 그리스는 국가신용 CCC 등급까지 바닥을 쳤던 상황을 벗어나, 드디어 B- / B 등급으로 상향 평가를 받게 되었고 이 등급이 아직 훌륭한 등급은 아니지만, 앞으로도 점점 나아질 전망입니다. (기사 원문 http://uk.reuters.com/article/2014/03/21/uk-greece-ratings-idUKBREA2K0CZ20140321) 지난 몇 년간 그리스인들은 이런 구제금융과 EU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혈세라는 말이 꼭 맞는 엄청난 양의 세금을 냈고, 임금 삭감, 정리해고, 대출금리 인상 등의 모든 과정을 견뎠습니다. 거기에 발맞춰, 2012년부터 2013년.. 2014. 5. 6.
이메일 @표시, 그리스에서는 이렇게 귀엽게 불러요! 요즘은 오프라인에서도 새롭게 무엇을 가입하려고 하려면, 어디를 가나 꼭 이메일 주소를 묻곤 합니다. 어떤 경우엔 서류에 표시된 곳만 내가 적어도 되는 경우도 있고, 이름과 전화번호 이메일정도만 말로 불러주면 직원이 친절하게 전산에 입력해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게 생활 속에서 내 이메일을 누군가에게 말로 불러줄 때, 한국에서는 중간에 있는 @ 표시를 "골뱅이" 라고 자연스럽게 말할 기회가 많습니다. 어떤 분들은 @ 표시의 영어식 표현인 AT 앳(앹) 라고, 골뱅이란 표현과 혼용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나라마다 이 골뱅이 표시를 부르는 명칭이 다르다는 것을 혹시 알고 계시나요? @ 골뱅이 표시를 부르는 나라마다 다른 명칭들. (출처-위키백과) (참 재미있고 다양한 표현들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2014. 5. 5.
참 적응 안 되는 그리스인들의 헤어진 연인을 대하는 태도 그리스인과 결혼해 그리스에 살면서, 처음에 낯설고 좀 문화 충격을 주었던 그리스인들의 연애 방식이나 결혼생활들에 대해 그런대로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직도 볼 때마다 깜짝 깜짝 놀라게되는 그리스인들의 남녀 관계의 문화가 있는데, 바로 '그리스인들의 헤어진 연인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물론 한국에서도 전체적인 국민 성향이라는 것이 있고, (한국인은 국제적으로 봤을 때 영리한 편이다. 한국인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성격이 급한 편이다 등등) 그 안에서 개인의 성향이 제 각각 다를 수 밖에 없듯이, 그리스인들 역시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르게 행동할 수 있지만, 제가 지금 설명하는 부분은 지나치게 소심하거나 지나치게 낯을 가리는 내성적인 사람이 아닌 일반적인 그리스인들의 태도를 말씀드리는.. 2014. 5. 3.
내가 바에서 그리스 친구들에게 끌려 나온 이유 얼마전 한 독자 분께서 제가 술을 안 한다는 이야기에 어쩐지 아쉽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아마 와인 한 잔 쯤 독자님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그런 모습을 기대하고 계셨던 듯 합니다. 그런데 제가 술을 안 하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데, 독자분들께 부끄럽지만 그 솔직한 이야기를 오늘 밝혀봅니다. 저는 서른 살이 넘도록 술을 입에 대 본 적이 없었습니다. 나름대로는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니면서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고만 생각했었지만, 서른 살이 넘어 어떤 해외출장을 계기로 제 무의식 속에 자리잡은 '술을 마시지 않는 진짜 이유'를 발견하고 저 스스로도 놀라게 되었습니다. 당시 출장 지역에서 중요한 세미나가 있었고, 저와 동료들, 그리고 선배들과 함께 출장 길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그 시기의 저는 내적,외적.. 2014. 5. 2.
여기서 엉뚱하게 한글을 발견할 때 깜짝 놀라요. 알다시피 제가 사는 지역인 그리스 로도스에는 저와 딸아이 외에는 한국인이 전혀 없습니다. 제가 처음 이민을 와서 대사관으로부터 이 사실을 확인하며 설마 했던 것이 사실이란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꼭 무인도에 떨어진 것 같이 좀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로도스에서 수백 년 넘게 대를 이어 살아온 시어머님 집안이나, 100년 넘게 거주한 시아버님 집안의 여러 친인척들을 뵐 때마다, 그 분들이 들려주시는 한국인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한 친척 어르신께서는 1950년대에 한국전쟁 이후로 로도스로 이민 왔던 한국인을 만난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가족이 계속 이곳에 살고 있다 하더라도 이미 한국인 신분이 아니니 제가 알 길이 없습니다. 도대체 그 옛날에 어떻게 그리스까지 이민을 오게 된 것.. 2014. 4. 30.
그리스인들이 요거트와 곁들여 먹는 신기한 것들 그리스는 알려진 대로 맛있는 요거트(Γιαούρτη이야우르티)를 많이 생산하는 나라입니다. 본래 요거트는 그리스를 비롯하여 발칸지역과 동부 지중해지역, 중동지역에서 가장 먼저 제조되어 먹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이후 이 지역 사람들의 장수비결로 꼽히는 먹거리가 되었습니다. 제가 처음 그리스 슈퍼마켓에 갔을 때 느낀 것은, 그리스에는 정말 많은 요거트 종류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맛은 정말 진하고 맛있어서, 이래서 그릭 요거트, 그릭 요거트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저희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그리스 마켓 베로풀로스 Βερόπουλος의 요거트 진열칸입니다. 그리스에서도 과일이나 시리얼, 초콜릿 류가 첨가된 요거트들이 있지만, 단맛이 전혀 없는 플레인 요거트를 주로 먹는 그리스인들을 위해, 슈.. 2014. 4. 29.
딸이 그리스와 한국의 관광객이 되고 싶은 이유 "엄마, 잠이 안 와…나 내일 일찍 일어날 수 있을까?" 마리아나가 제게 이렇게 말하고 뽀뽀를 하고 자기 방으로 돌아간 게, 벌써 오늘 저녁만 네 번째 있는 일입니다. 녀석이 이렇게 잠을 잘 수 없는 이유는 내일이 바로 학교를 다시 가는 날이기 때문인데요. 성격이 예민해서 인지 매번 연휴나 방학 끝에는 2~3일 전부터 잔뜩 긴장을 하고 몸살이 나기도 해서 제가 다독이고 괜찮다고 말을 해주어야 하는데, 이번에도 2주간의 명절 방학이 끝이 나려니 잔뜩 긴장을 했는지 토요일이었던 어제는 열이 39도까지 오르며 툭하면 눈물을 흘렸습니다. 사실 연휴 2주 동안, 저도 남편도 딸아이에게 "공부하지 말고 밖에서 뛰어 놀고,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했습니다. 그리스 아이들과 십대들 공교육 강화로 매일 학교 숙제가 많.. 2014. 4.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