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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의 한국

한국 남자, 그리스 여성에게 매력 있는 상대적인 이유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4. 3. 18.

 

 

제 주변에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조금이라도 접해본 그리스인 여성들이 어김없이 제게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정말 한국 남자들이 저래?"

 

그리스인 여성들이 말하는 "저래?" 라는 말 속에 가장 크게 자리잡고 있는 부분은 '요즘 한국남자의 성향'인데요.

물론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잘 가꾸어진 멋진 외모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건 대부분 진짜 한류팬인 그리스여성들의 경우이고, 그냥 몇 번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접했을 뿐인데도 그리스인 여성들이 "한국 남자, 매력 있어!" 라고 말하는 이유는 바로 이 부분 때문입니다.

 

 

 1. 자상한 말투의 한국 남자 

 

                                       한국 드라마 속 자상한 한국 남자(사진 출처- MBC 금나와라 뚝딱) 

     

     

     

    몇 번 언급했듯이 그리스인 남성들은 '내 사랑' '내 아기' '내 심장' 등등 별별 미사여구를 붙여 여자친구나 아내를 부르곤 하지만, 이런 달콤한 말의 아주 반대적인 '명령조'의 마초적인 말투 역시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기혼 남성의 경우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이것 좀 가져 와." "저것 좀 치워." 등등의 명령조의 말을 참 많이 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처음엔 제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가 그의 아내에게 이렇게 명령조의 말들을 할 때도 저는 정말 화가 났었는데, 거기에 변변히 큰 말대꾸도 없이 그 명령대로 해 주는 '평소에는 기가 센' 그리스인 여성들을 보면서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도 그리스에 몇 년 살다 보니 그리스 남자의 이런 말투가 이젠 익숙해져서 그냥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고, 그래서인지 요즘은 일부 한국 드라마에서 다정한 한국 남자의 말투에 놀라고, 또 그런 한국 남자를 꼼짝 못 하게 그 위에 군림하려는 과장된 한국 여성상이 나올 경우 깜짝 놀라게 되기도 합니다.

    (사실 드라마이기 때문에 이런 여성상이 더 과장되어 표현되겠지만, 이런 여성상이 존재하는 이유는 많은 한국 여성들이 유교의 역사 속에서 사회적으로나 가정적으로 심한 차별을 받다가, 요즘 들어 남성과 비교적 덜 차별 받고 능력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되면서, 역으로 그 눌렸던 부분이 폭발하는 까닭도 있다고 봅니다.)

 

한국과 반대의 경우로, 모계 중심 사회인 그리스에서는(명절 때 처가 집 우선으로 모이는 문화, 딸이 연로한 부모님을 모실 의무가 있는 문화, 아들이 아닌 딸이 결혼할 때 집을 사 주는 문화 등) 가정 안에서 이미 많은 권리를 갖고 있는 아내에게, 도리어 남자가 더 큰소리를 치며 명령조로 말을 해 자신의 권리를 챙기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런 남자들을 주로 보아 왔던 그리스여성들이 한국 남자를 보게 되면, 그리스 남자처럼 낯간지러운 표현은 덜 해 좀 뚝뚝한 면은 있더라도, 아내에게 "물 가져와!" "이것 좀 치워!" 라고 명령조로 말 하지 않는 '현대의 한국 남성들'이 정말 매력 있게 보이는 것입니다.

 

 

 

 2. 집안 일을 도와주는 한국 남자!

 

사실 이 부분은 정말 크게 어필하는 부분인데요.

 

 

 

다른 글에서도 소개했듯이(그리스 남자들이 집안일에 손 하나 까딱 안 하는 그들만의 심리) 그리스인 남성들은 집안일에 손 하나 까딱 안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그리스 남성들은 육아에 대해 적극성을 보이는 경우는 많습니다.

하지만 설거지나 청소 등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남자는 10명 중 1명을 찾기도 어렵습니다. 게다가 성인이 되고 결혼한 후에도 부모가 자녀를 끼고 사는 것을 좋아하는 그리스에서는, 남성이 가사일을 배울 확률이 아주 적어서 그리스 남자 중에 세탁기 돌리는 법을 아는 남자는 정말 드물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해외에 사는 그리스 남성들은 그 나라 문화에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동수 씨의 미국에 사는 그리스 친구들을 보면 보통의 그리스인 남성들 보다 훨씬 더 집안일을 많이 할 줄 알아서 저를 깜짝 놀라게 했으니까요.)

 

그리스 남자들도 개인 성향이란 게 있으니 정도의 차이는 있고, 아이러니 하게도 그리스 남자들은 맛에 민감해 요리실력을 갖춘 사람들도 많지만, 중요한 것은 이들은 아내를 도와주기 위해 요리를 한다기 보다 이들이 요리를 하고 싶은 바로 그 때! 요리를 할 뿐이란 것입니다.

 

 

그리스 여성들의 이런 생각을 제대로 보여주는 일이 하나 있었는데, 지난 금요일 대단한 한류 팬들인 디미트라와 갈리오삐와 한국어 수업을 하던 중 저희는 한국어 시험의 한 기출 문제 때문에 완전 빵 터져서 함께 웃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 문제인데요.

  

  

지문을 읽어나갈수록 누구랄 것도 없이 조금씩 웃기 시작해, 지문을 다 읽을 무렵엔 셋 다 웃기 시작했는데요.

왜냐하면 그리스 남자들은 부부가 둘 다 일을 한다고 해서 자발적으로 아내를 도울 요량으로 요리를 하는 경우가 참 드물기 때문입니다.

그리스인 두 친구뿐만 아니라 저까지도 이 지문을 읽으면서 똑같이 그런 생각을 했기에 동시에 웃게 된 것입니다.

그 친구들은 평소 그리스 TV는 거의 보지 않고 바쁜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밤이면 한국 드라마와 예능은 빠짐없이 챙겨보는 한류팬이니, 누구보다도 이 지문이 그리스 남자와는 다른 요즘의 한국 남자에게 정말 해당되는 지문이라고 실감할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심지어 지문을 읽으며 "역시, 한국 남자!" 이러며 좋아하기까지 했지요.

 

 

현재 남자 친구가 없는 이 두 친구는 요즘 한국 남자 배우에 푹 빠져서인지,

'그리스인 남자들이 친구 이상으로는 보이지 않는 현상'을 겪고 있는 중입니다.

 

 

요즘 그녀들이 푹 빠져 있는 드라마 응급남녀

 

저는 혹시라도 이들이 한국 남자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을까 봐, 드라마와 현실은 다를 수 있다라고 누누이 주지시키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리스인 남자와 확연하게 대비되는 한국 남자의 이런 부분들은 사실이기 때문에 저도 그녀들의 생각에 공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그리스 여성들의 한국 남성에 대한 호감 이유에 대해 저는 한 가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출처 - www.OECD.org data)

 

얼마 전 세계 여성의 날(2014년 3월 8일)에 맞추어 OECD 국가 중 29개 국가를 조사한 바, 남편이 집안일을 무급으로 도와주는 평균 시간량에서 한국은 일본 보다도 낮은 하루 21분을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OECD 국가이면서도 이 조사에서 제외된 그리스인 기혼 남성들은 도대체 얼마나 집안일을 안 도와 주길래, 그리스인 여성들이 드라마 속 여전히 조금은 가부장적인 모습이 남아 있는 한국 남자에 대해 그리스 남자보다 집안일을 많이 도와줘서 매력 있다라고 말하는 걸까요?

 

영국의 한 조사기관 리서치 카운슬 Research Council (http://www.rcuk.ac.uk/)에서는 이에 대한 답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맞벌이가 대부분인 유럽 여성들의 집안일까지 혼자 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조사자료입니다.

 

(자료 원문 - http://www.esrc.ac.uk/news-and-events/press-releases/27163/a-womans-work-is-never-done.aspx)

 

 이 자료엔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같은 시간의 바깥 일을 하는 남자와 여자 중에, 여자가 일과 삶에서의 갈등을 더 크게 느끼는 이유는 바로 '과중한 집안일에 대한 부담' 때문인데,

집안일에 대해 여성과 큰 부분을 함께 하는 북유럽 남성들에 반해,

영국의 경우에도 모든 집안일의 70%가 여성에 의해 이루어지고(여성이 주당 30시간 이상을 맞벌이 하는 경우에도) 있어 이는 부부간의 갈등과 긴장감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자료에서는 꼭 찝어 그리스의 경우를 예를 들고 있는데,

유럽에서 여성이 가장 많은 집안일을 하는 것은 그리스인 여성들인데, 평균적으로 모든 집안일의 80%이상을 여성이 책임지고 있어(주당 30시간 이상을 맞벌이 하는 경우에도) 그 부담이 상당히 크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런 조사 결과에서 보여지는 것 처럼 그리스인 남자에 비해 자상한 말투에 집안 일을 많이 도와주는 요즘의 한국 남자, 그리스인 여성들 사이에서 앞으로도 한류 문화를 타고 날로 인기가 올라갈 것 같습니다!

 

여러분 좋은 하루 되세요!

 

 

 

*이 글은 한국인 혹은 그리스인을 비방하려고 쓴 글이 아니고, 한국과 그리스의 서로 다른 역사와 문화에서 빚어진 남녀의 달라진 성향이, 현재 나라간에 어떻게 어필하고 있는지에 대해 쓴 글입니다.

*그렇게 장점 많은 한국 남자를 두고 왜 제가 그리스 남자와 살고 있냐는 초등학생이 쓴 것 같은 비방댓글은 절대 사양합니다. 동수 씨가 그리스 남자여서 같이 사는 것이 아니라 그냥 동수 씨라는 '사람'과 같이 살고 있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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