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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의 한국

한국 추억 때문에 헐값된 그리스인 남편의 사랑!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4. 3. 12.

 

 

 

 

"조개구이 먹으러 가자! 친구들과 함께!"

한국에서 살 때 조개구이를 먹는 것을 좋아했던 그리스인 동수 씨는, 아쉽게도 집 가까운 곳에 조개구이 식당이 없어서 날을 잡아 친구 몇몇과 조개구이를 먹으러 가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해산물을 좋아하는 그리스인들가끔 바비큐 석쇠에 문어나 조개를 얹어 구어 먹곤 하는 익숙한 모습처럼, 동수 씨는 그리스에 비해 한국의 값싸고 신선한 조개들을 잔뜩 쌓아 놓고 구워먹는 것이 당연히 좋을 수 밖에 없었겠다 싶기도 합니다.

 

  

해산물 먹는 국경일(까싸라 데프테라)이었던 지난 주 월요일, 시어머님이 여행 중이셨던 관계로

저희 가족은 제가 이민 후 처음으로 '먹는 국경일'에 외식을 했답니다. (오예~~!)

로도스 시에서 50km 떨어진 지역의 해산물 식당들만 모여있는 바닷가엔,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는데도 날이 날인만큼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가득했습니다.

 

접시 속으로 들어가겠다...마리아나야..^^;;

ㅎㅎㅎ

  

 

 

에서 동수 씨가 그렇게 조개를 구워먹는 날엔 2차로 꼭 노래방에 가곤 했지요.

당시 동수 씨가 좋아했던 조개구이 식당이, 먹을 거리와 놀 거리가 밀집되어 있던 건대 쪽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서울 건대 먹자골목의 조개구이 식당에서의 동수 씨

 

조개는 늘 동수 씨가 굽는 담당이었는데요.

동수 씨의 장갑을 낀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아서, 식당 사장님 눈에 들어 식당에 취업할 뻔 했답니다.^^

사실은 본인이 빨리 먹으려고 기술을 연마했으리라 봅니다.

ㅋㅋㅋ

  

 

2차로 간 노래방에서의 동수 씨

이때처럼 수염이 없는 게 훨씬 나은데...제 말은 뭐 귓등으로도 안 들으니까요.

한국에서는 사장님이 무서워서?! 사장님 나빠요~를 외치며 수염을 깎았다지요.

ㅋㅋㅋ

 

 

그렇게 먹고 신나게 노래하고 나면, 동수 씨는 기분이 좋아 저와 다른 친구들에게 이런 말을 남기곤 했습니다.

 

"내 노래가 좋지? 그럼 2만원!"

슈퍼맨

 

동수 씨의 이 2만원 타령은 아주 말끝마다 나오는 습관 같은 거여서, 지금까지도 한국의 제 주변 지인들이

"동수 씨 2만원 타령 안 해? 요즘은?" 라고 묻곤 합니다.

 

사실 동수 씨가 진짜 2만원을 원해서 이런 언어 습관이 생긴 것은 아니었습니다.

한동안 유행했던, 허경환 씨의 개그콘서트 유행어 "궁금해요? 궁금하면 500원!"처럼, '2만원'은 동수 씨 혼자만의 유행어 같은 단어였던 것이지요.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었습니다.

 

상황1

"어머, 동수 씨! 속눈썹이 어쩜 그렇게 길고 싹 올라갔어요?"

라고 주변 한국인 지인들이 칭찬을 하면, 동수 씨는 한국어로 이렇게 대답을 하는 것입니다.

슈퍼맨 "나, 알아요. 내 눈 예뻐! 근데~ 예쁘면 2만원!" 

 

 

 

상황2

"동수 씨, 차 문 잠긴 거 열어서 고마워요. 나는 왜 이렇게 자꾸 차 키를 차에 놔두고 문을 잠가버리나 몰라요. 보험회사 서비스 연중 무료 5회도 다 써 버렸는데, 동수 씨는 도구도 없이 막 열어 줘서 진짜 고마워!~~"

제 한국 친구 헬렌켈러 양의 감사의 칭찬에, 동수 씨는 한국어로 이렇게 대답을 하곤 했습니다.

슈퍼맨 "괜찮아. 괜찮아. 2만원이야!"


 

 

물론 친구에게 진짜로 돈을 받은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그냥 재미로 하는 말인 것입니다.

그리스에 와서 보니, 그리스에서도 동수 씨는 "고마우면 10유로!" 이런 말을 농담처럼 잘 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밤 마리아나가 자러 가고 조용히 글을 쓰고 있을 때였는데, 멀찌감치 앉아 있던 동수 씨는 출출했던지 굳이 한국어로 제게 이런 부탁을 해왔습니다.

 축하2  "올리브나무! 토스트 하나만 해 주세요! 부탁해요!"

 

저는 굳이 예쁜 말투를 써가며 한국어로 부탁하는 동수 씨가 웃겨서, 키보드를 두드리다 말고 푸핫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에서 치즈와 터키햄을 꺼냈는데, 글 쓰다 말고 군 소리 없이 토스트를 해 주는 제 모습에 좀 미안했던지 제 뒤통수에 대고 한국어로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겠어요?

"얼마예요? 토스트? 맛있는 토스트? 얼마예요? 얼마예요?"



그러더니 제가 얼마라고 대답을 하기도 전에, 한국에서의 추억이 돋았는지 자기 혼자 대답을 하는 게 아니겠어요?!


"아하! 2만원입니다! 토스트는 2만원! 아하하하하하 얼마예요? 2만원?!

아하하하하하."우하하



 

뜨헉. 또 시작이구나...혼자 말하고 혼자 또 좋아서 저러는 거...

 

어이가 없었던 저는 아무 말 없이 너털웃음만 웃으며 계속 토스트를 만들었는데요.

발동이 걸린 동수 씨, 혼자 자기 컴퓨터로 조용히 뭘 하다가 또 잠시 후 깔깔거리며 웃더니, 갑자기 한국어 연습을 하기라도 하는 듯 비슷한 단어들을 나열하며, 저에게 그만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얼마예요? 토스트는 2만원! 얼마나? 아핫! 얼마나 사랑해요? 2만원만큼!

올리브나무! 나는 당신을 2만원만큼 사랑해! 2만원 사랑!"

슈퍼맨



 

"헉.. 뭐라고? 그게 뭐야…2만원 사랑이라니. 듣다 듣다 그런 말을 처음 들어보네. "

 헉

 

"왜? 안 좋아? 2만원 사랑! 난 2만원 사랑이 좋은데!?

내가 좋아하는 2만원! 그래서 2만원 사랑!"

셀카

 

갑자기 '2만원 사랑'에 불붙어 아는 한국어를 막 쏟아내는 동수 씨.

저는 기가 막히기도 하고 시끄럽기도 해서, 동수 씨의 입에 토스트를 얼른 콱 물려서 그 입을 막아주었습니다.

혼자 갑자기 많이 신났던 동수 씨, 토스트 덕에 다시 고요를 찾았습니다.

 

근데...

겨우 2만원만큼 저를 사랑한다는 동수 씨에게, 이상하게도 전혀 서운하지 않네요.

그 2만원이란 단어를 한국에서 얼마나 좋아하고 애용해주었는지 알기 때문이겠지요?

아마... 한국에서 OO치킨 한 마리에 음료까지 들고 온 배달원에게 2만원을 내며 치킨을 받아들 때 함박 웃음을 짓던 동수 씨의 표정만큼?

 

 

여러분 즐거운 수요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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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새로 등장한 (C)greekolivetree 라는 표시가 된 이모티콘용 그림들은 제가 직접 그린 것이므로, 못 그린게 웃기다고 함부로 퍼가시거나 도용하시면 앙돼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