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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의 한국

외국인 남편이 주장하는 금연과 한국 미더덕의 상관관계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3. 7. 4.

 

 

 

 

매니저 씨는 오늘 퇴근을 하자마자 "배고파~! 피곤해~! 더워~!" 를 굳이 한국말로 외치며 날 좀 봐달라는 투로

투정을 부렸습니다.

에휴..덩치는 산만하면서 저런 애기 짓을...

 

 

"오믈렛 샌드위치라도 해 줄까?"

점심을 이미 거하게 요리해 직원들 것까지 가게로 갖다 줬기 때문에, 저녁은 좀 간단하게 햄 치즈 넣고 오믈렛과

야채를 넣어 소스 발라 그릴에 구운 샌드위치를 해 줘야겠단 생각에 손을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2층으로 옷을 갈아 입으러 올라가며 매니저 씨는 제게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큰 소리로 갑자기 을 내

뱉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난 한국 미더덕을 원한다고! 너 미더덕 있어? 없지?

난 미더덕만 원해! 당장! 당장!"

슈퍼맨

 

헉'이 인간이 미쳤나? 왜 또 한국 미더덕 타령이야. 그리스에서 구할 수도 없는 미더덕을 지금

                당장 어떻게 구하라는 거야?.'

 

라고 생각했지만, 이 말을 입 밖에 내서 말하지 못하고 그저 못 들은 척 하며 샌드위치를 만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매니저 씨가 지난 토요일부터 금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상당히 예민한 상태란 얘기지요.

 

이 일은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여태껏 매니저 씨는 단 한번도 금연을 시도한 적이 없습니다.

금연을 시도했다는 자체도 놀라운데, 지금 닷새나 버티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금단 현상으로 무슨 이상한 짓을 하더라도 받아 줘야지 생각 중입니다. 

정말이지 가족들이 금연하길(저를 제외하고 모두 흡연을 했었므로) 정말 오랫동안 바라 왔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의 흡연 문화에서 금연을 하기란 정말 쉽지 않은데, 왜 갑자기 매니저 씨는 금연을 결정하게 된 걸까요?

매니저 씨에게도 결정적 계기가 생긴 것입니다.

 

시아버님이 몇 주 전, 진통제를 드신 후, 약물 알러지로 병원에 입원하시면서 의사가 권해 기관지와 폐 엑스레이를

찍으셨었는데, 오랜 흡연으로 폐포에 산소투과율이 상당히 낮게 나온 것입니다.

의사는 강력하게 금연을 권했고 한집에 사는 시어머님도 함께 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을 했습니다.

상태의 심각함을 알고 하루 아침에 담배를 끊으신 아버님은 사무실에서 매일 마주치는 매니저 씨에게도 너도 끊어

내가 산다, 뭐 이렇게 권하신 것이지요.

참...저의 오랜 기도가 이렇게 이루어 지는구나...싶은 순간이었습니다.

엉엉

담배 연기를 주변 어디에서도 맡지 않는 이 기분!

아 상쾌한 이 공기!!!!

 

 

아무튼 씻고 나온 매니저 씨는 샌드위치를 우적 우적 먹으며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한국 가니까 좋겠다. 나도 미더덕 먹으러 가고 싶은데... 넌 한국에서 미더덕 원없이 먹겠구나."

"뭐래...난 원래 미더덕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는다고!"

으쌰

 

 

매니저 씨가 한국에서 자주 가던 짬뽕집의 홍합 미더덕 짬뽕

(사진 출처 http://www.legendfc.co.kr/)

 

원래 매니저 씨는 한국에 살 때도 태어나 처음 맛 본 미더덕의 매력에 푹 빠져서, 짬뽕도 홍합 미더덕 짬뽕 같은 것

시켜 먹고, 해물탕이라도 먹을 때는 미더덕을 많이 넣어 달라고 신신당부를 하곤 했었지만, 요 며칠 너무 미더덕

타령을 하니 저는 좀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도대체 왜 그렇게 미더덕을 먹고 싶다고 하는거야? 요새 부쩍?"

??

"금연했기 때문이야!"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럼 당연히 말이 되고 말고!"

"어째서?"

 

"담배를 하루 아침에 끊으니까 뭘 해야 될 지 모르겠다고.

입이 심심하고 하루 종일 배가 고픈 기분인데,

그렇다고 계속 뭘 먹을 수는 없고 뭔가 배는 안 부르면서 씹을 게 필요해.

그렇지만 껌은 싫어.

그런데! 이럴 때 한국 미더덕이 있다고 생각해 봐!

그 톡톡 터지는 쫄깃한 맛을 느끼면서 씹어 먹고 나면,

아~~~~~~~담배 생각이 정말 안 날 것 같아....!"

담배2평화

 

 

ㅋㅋㅋ

미더덕을 찾는 이유가 금연 때문이라니, 얼마나 어이가 없던지 깔깔거리고 웃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여기는 그리스! 미더덕을 구할 수 없는 매니저 씨는 해바라기 씨를 한 봉지 잔뜩 사들고 들어와, 마치 세상

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을 하는 사람처럼 진지하지만 초점 없는 얼굴로 껍질을 이빨로 오드득 오드득 까서 해바라기

씨를 씹고 있습니다. ㅎㅎㅎㅎ

 

한국에 가면 미더덕 사진이라도 찍어서 보내 줘야할까요?^^

매니저 씨가 금연에 꼭 필요하다 여기는 한국 미더덕은 없지만, 부디 해바라기 씨를 위안 삼아 금연에 성공하길

바라게 됩니다.^^

 

  

 

여러분 좋은 하루 되세요!

좋은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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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금해 하시는 그리스 고양이들 소식을 조만간 알려드릴게요^^ 회색 아기 고양이도 많이 컸답니다.

* 딸아이가 지난 주 조카들과 너무 바닷가에서 매일 놀았더니 몸살이 났어요~ 미국의 조카도 그렇다고 하네요^^; 말려도 그렇게 신나게 물안경 끼고 바다를 휘졌더니 결국 이런 결과가...그래서 어제 글에 대한 댓글은 딸아이 열이 좀 내리면 쓰도록 할게요~지금은 옆에 딱 지키고 앉아 물 수건 갈아 주고 있답니다. 오랫만에 혹은 처음으로 댓글 주신 분들 서운해 마시고 조금만 기다려 주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