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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시어머니28

마피아를 방불케 하는 그리스인들의 지독한 가족애 지난 토요일은 제게 무척이나 길었습니다. 예기치 않게 가문의 많은 사람들이 뒷집 시부모님 댁으로 몰려와 토요일 늦은 점심을 같이했습니다. (제가 가족 혹은 친척 이런 표현을 쓰지 않고 가문이란 말을 쓸 때는 그 인원이 상당하다고 보시면 좋을 듯 해요.) 이유는? 친척 고모님 한 분께 좀 어려운 일이 생겼는데, 그것을 함께 도와줄 방도를 찾겠다고 급 소집 된 것이지요. 이럴 때마다 저는, 제가 영화에서나 보던 마피아 집안으로 시집을 온 것인가, 잠시 착각을 합니다. 모두 심각하게 모여서 먹고, 와인과 다과를 하며 수십 명이 뱉어내는 자욱한 담배 연기, 심각한 대화가 오고 가는... 여기서 잠깐! 마피아의 근거지 이탈리아 시칠리아 지역엔 현재에도 그리스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요. 그리스인들과 이탈리아 마피아.. 2013. 10. 22.
그리스인들이 '한국인 몸은 유연하다'고 단정짓게 만든 사건 저녁 무렵 시어머님은 저와 딸아이의 오늘의 일상에 대해 물어보시러 집에 들르셨습니다. 처음 이민 와 시어머님을 잘 몰랐을 때엔, 그냥 단답형으로 묻는 말에만 대답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님은 제가 뭔가 물어봐 주길 기다리는 눈치셨고, 사실은 우리의 오늘 일상도 궁금하시지만 당신의 일상을 말하고 싶으셔서 저희 집에 들르신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 저는 어머님께 꼭 오늘 하루 어떠셨냐고 묻게 되었습니다. 내일이면 여름 시즌이 끝나 호텔 일이 마무리 되어, 더 이상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어머님은 우울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셨습니다. "난, 너무 기분이 안 좋아. 이제 겨울철 동안 비도 계속 올 것이고, 동료들도 볼 수 없고, 고용보험도 너무 줄어서 더 절약해야 할 것이고, 난 뭘 하면서 하루를 보내지?.. 2013. 10. 11.
오스트리아인 며느리도 결국 울려버린 그리스 시어머니 어제 저녁 저희 집엔 서른 명이 모인 바비큐 파티가 있었습니다. 오늘이 바로 명절과 같은 대단한 국경일이기 때문입니다. (이 특별한 국경일에 대해서는 다시 자세히 쓰도록 할게요.) 사람들이 돌아가고 집을 치우고 나니 시간은 새벽 세 시 정도가 되었습니다. 참 언제 봐도 모여서 이야기하고 먹고 하는데 누가 오래 버티나 대회가 있다면 매달 감인 그리스인들입니다. 사람들이 돌아가고 오스트리아 고모님께서 시간이 너무 늦은 관계로 저희 집에 그냥 주무시게 되었습니다. 필요한 게 더 없으시냐고 딸아이 방에 들어가 물어보는 저에게, 고모님은 딸인 마사의 이야기를 꺼내셨습니다. "마사가 집에 가면서 울었어!" "어머! 왜요?" "술라가 스테르고스에게 커피를 만들어 줬나 봐." 아...안 봐도 이해가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2013. 8. 15.
외국인 시어머니의 한국라면 보는 눈길을 무시한 걸 후회해요! 어릴 때 저희 부모님은 제게 이렇게 말씀하곤 하셨습니다. "너는 어째 그렇게 면을 좋아하니? 나중에 커서 라면 공장 사장네나 국수 공장 사장네로 시집 보내야겠구나!" 그렇습니다. 정말 건강을 위해 라면을 자제했 왔을 뿐, 그 쫄깃거리는 한국라면 맛은 평생 저를 유혹하곤 했었지요. 그런 제가 한국라면이라고는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그리스의 로도스로 이사오게 되었고, 마트에 있는 서 너 종류의 태국라면은 뭐랄까, 양은 한국라면 반 만한 것이 이게 무슨 맛일까 알 수 없는 그런 맛을 내고 있었습니다. 면발은 또 왜 그렇게 퍽퍽하던지요. 김치, 떡볶기도 쉽게 못 먹는데 라면도 못 먹으니, 과거 면발의 여왕이라 불리울 만큼 면을 좋아했던 저이니 만큼, 이제 이탈리안 레스토랑 주방장처럼 신속하게 갖은 종류의 스.. 2013. 7.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