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외국인 시어머니28

한국음식 ‘귀걸이’를 요리하라 성화인 그리스인들 지난 일요일엔 남편 매니저 씨의 이름 날과 원래 이틀 뒤인 시어머님 생신을 한번에 저희 집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해마다 이 날은, 파티 성격상 제가 전적으로 요리를 맡아서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오는 인원이 최소인원만 와도 20명이 훌쩍 넘을 때가 많으니 저는 이번엔 또 무엇을 요리하나,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잦은 파티에 매번 같은 음식을 내 놓을 수도 없고, 그리스에서는 명절이나 특별한 국경일이 아닌 생일 파티의 경우 '간단한 샐러드 바'나 뷔페 형태로 차려놓고 각자 알아서 덜어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덜어먹기 간편하면서 이번엔 뭔가 좀 색다른 그런 것이 없나, 크리스마스 파티와 신년맞이 파티와 겹치지 않는 메뉴로 하려면 뭘 할까 생각이 많았습니다. 그간 주로 신년맞이 파티를 할 때(1.. 2013. 12. 19.
한국 세탁기에 드디어 반한 그리스인 시어머니 제가 처음 그리스로 이민을 오니, 시어머님은 15년이 된 월풀 세탁기를 쓰고 계셨습니다. 새로지은 뒷집으로 이사를 나가시며 소형 세탁기를 구입하긴 하셨지만, 제가 새 세탁기를 사고 싶다고 말을 해도 굳이 어머님이 쓰던 것이 그냥 쓸만하다고 저에게 바꾸지 말고 계속 쓰길 바라셨고, 그렇게 세제 투입구가 다 부서지고 온도와 압력을 수동으로 맞추어야 하는 세탁기와의 동거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세탁기는 이곳 생활이 해를 거듭할수록 말썽을 부릴 때가 많았습니다. 세월의 흔적을 견디기 어려웠겠지요. 세탁을 다 하고 나도 물이 흥건히 고여 있는 경우, 갑자기 작동을 안 하는 경우, 세제 투입구가 막히는 경우, 물이 줄줄 세서 세탁실이 엉망이 되는 경우 등 수십 가지 작동 오류를 거듭하며 이제 그만 일을 하고 싶다는 .. 2013. 12. 13.
내가 ‘권투 하는 곰’이라 불린 이유 한국에 살 때도 연말이면, 1년 동안 일정을 적어둔 다이어리를 들여다보며 올해는 뭘 잘 했지, 뭘 감사할 일이 있었지, 계획했는데 못 이룬 일은 뭐지, 좋았던 기억은 있나, 난 작년 보다 나은 사람이 되었나 등등 생각이 많아지곤 했었습니다. 그리고 그리스에 이민 온 후 첫 번째 연말을 맞았을 때, 그 연말증후군은 한국에 있을 때와 비할 바가 안 되게 심하게 나타났습니다. 아직은 많이 낯선 시댁가족들은 모두 서로를 챙기는 것 같았고, 연말 연시 파티가 이어질 때마다 시어머님은 당신 딸인 시누이 앞으로 음식접시를 밀어놓곤 하셨는데, 어떤 날은 정말 정신 없이 딸을 위하시느라 제 앞에 놓인 접시까지 밀어 옮기신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이민 후 첫 번째 연말은, 한국과 한국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매일 눈물.. 2013. 12. 12.
이제야 밝혀진 나의 마취 중 진담 지난 4월, 저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바로 같은 병원에서 지난 토요일, 제 시누이가 입원해 작은 수술을 받았습니다. 한 시간 정도의 간단한 수술이었지만, 그래도 전신 마취를 하고 하는 수술이니만큼 가족들의 걱정은 이만 저만이 아니었는데요. 그리스에서는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국립종합병원에 비해 병원비가 비싼 사립 종합 병원이니만큼, 시설도 의료진도 좋은 곳이지만 저희 시어머님은 수술실 앞에서 기다리는 내내 많이 초조해 하셨습니다. 어머님과 고모님, 시누이의 친구 둘과 저, 이렇게 네 사람이 수술실 밖에서 기다리며 약 2년 전에 시누이가 다른 수술을 했을 때 어머님의 당황해서 멀쩡히 뒤에 서있는 당신 딸을 두고, 엉뚱한 침대를 쫓아가며 정신줄을 놓으셨던 일을 살짝 상기시켜드렸더니, "어머, 내가 그런 적이 .. 2013. 12. 4.
마피아를 방불케 하는 그리스인들의 지독한 가족애 지난 토요일은 제게 무척이나 길었습니다. 예기치 않게 가문의 많은 사람들이 뒷집 시부모님 댁으로 몰려와 토요일 늦은 점심을 같이했습니다. (제가 가족 혹은 친척 이런 표현을 쓰지 않고 가문이란 말을 쓸 때는 그 인원이 상당하다고 보시면 좋을 듯 해요.) 이유는? 친척 고모님 한 분께 좀 어려운 일이 생겼는데, 그것을 함께 도와줄 방도를 찾겠다고 급 소집 된 것이지요. 이럴 때마다 저는, 제가 영화에서나 보던 마피아 집안으로 시집을 온 것인가, 잠시 착각을 합니다. 모두 심각하게 모여서 먹고, 와인과 다과를 하며 수십 명이 뱉어내는 자욱한 담배 연기, 심각한 대화가 오고 가는... 여기서 잠깐! 마피아의 근거지 이탈리아 시칠리아 지역엔 현재에도 그리스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요. 그리스인들과 이탈리아 마피아.. 2013. 10. 22.
그리스인들이 '한국인 몸은 유연하다'고 단정짓게 만든 사건 저녁 무렵 시어머님은 저와 딸아이의 오늘의 일상에 대해 물어보시러 집에 들르셨습니다. 처음 이민 와 시어머님을 잘 몰랐을 때엔, 그냥 단답형으로 묻는 말에만 대답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님은 제가 뭔가 물어봐 주길 기다리는 눈치셨고, 사실은 우리의 오늘 일상도 궁금하시지만 당신의 일상을 말하고 싶으셔서 저희 집에 들르신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 저는 어머님께 꼭 오늘 하루 어떠셨냐고 묻게 되었습니다. 내일이면 여름 시즌이 끝나 호텔 일이 마무리 되어, 더 이상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어머님은 우울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셨습니다. "난, 너무 기분이 안 좋아. 이제 겨울철 동안 비도 계속 올 것이고, 동료들도 볼 수 없고, 고용보험도 너무 줄어서 더 절약해야 할 것이고, 난 뭘 하면서 하루를 보내지?.. 2013. 10. 11.
오스트리아인 며느리도 결국 울려버린 그리스 시어머니 어제 저녁 저희 집엔 서른 명이 모인 바비큐 파티가 있었습니다. 오늘이 바로 명절과 같은 대단한 국경일이기 때문입니다. (이 특별한 국경일에 대해서는 다시 자세히 쓰도록 할게요.) 사람들이 돌아가고 집을 치우고 나니 시간은 새벽 세 시 정도가 되었습니다. 참 언제 봐도 모여서 이야기하고 먹고 하는데 누가 오래 버티나 대회가 있다면 매달 감인 그리스인들입니다. 사람들이 돌아가고 오스트리아 고모님께서 시간이 너무 늦은 관계로 저희 집에 그냥 주무시게 되었습니다. 필요한 게 더 없으시냐고 딸아이 방에 들어가 물어보는 저에게, 고모님은 딸인 마사의 이야기를 꺼내셨습니다. "마사가 집에 가면서 울었어!" "어머! 왜요?" "술라가 스테르고스에게 커피를 만들어 줬나 봐." 아...안 봐도 이해가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2013. 8. 15.
외국인 시어머니의 한국라면 보는 눈길을 무시한 걸 후회해요! 어릴 때 저희 부모님은 제게 이렇게 말씀하곤 하셨습니다. "너는 어째 그렇게 면을 좋아하니? 나중에 커서 라면 공장 사장네나 국수 공장 사장네로 시집 보내야겠구나!" 그렇습니다. 정말 건강을 위해 라면을 자제했 왔을 뿐, 그 쫄깃거리는 한국라면 맛은 평생 저를 유혹하곤 했었지요. 그런 제가 한국라면이라고는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그리스의 로도스로 이사오게 되었고, 마트에 있는 서 너 종류의 태국라면은 뭐랄까, 양은 한국라면 반 만한 것이 이게 무슨 맛일까 알 수 없는 그런 맛을 내고 있었습니다. 면발은 또 왜 그렇게 퍽퍽하던지요. 김치, 떡볶기도 쉽게 못 먹는데 라면도 못 먹으니, 과거 면발의 여왕이라 불리울 만큼 면을 좋아했던 저이니 만큼, 이제 이탈리안 레스토랑 주방장처럼 신속하게 갖은 종류의 스.. 2013. 7. 3.
코믹한 유로비전 중계와 시어머니의 엉뚱한 시청평 코믹한 유로비전 중계와 시어머니의 엉뚱한 시청평 어제 소개한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는 유럽의 각 나라 각 가정으로 생방송으로 내 보내는데요. 영어로 진행되는 축제이니만큼, 각국 언어로 아나운서나 MC 들이 이 축제에 대해 각 나라 방송국에서 중계 해설을 하게 됩니다. 그리스의 경우 그 중계와 해설이 해마다 마치 만담을 연상케 해서 그 해설을 듣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 (오늘은 유로비전에서 특이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던 나라들 중심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올해 그리스 중계 해설가들은 얼굴은 나오지 않고 목소리만 계속 출연했는데요. 원래 풍자를 좋아하는 그리스 방송인들답게, 저를 많이 웃게 만든 이 코믹한 해설 내용과 이에 대한 저희 시어머님의 엉뚱한 반응을 소개해 봅니다. 1. 몰도바(Moldova)의 곡 .. 2013. 5. 21.
값싼 과일샐러드가 외국인 시어머니에게 미친 영향 값싼 과일샐러드가 외국인 시어머니에게 미친 영향 저녁 무렵 시어머님께서 열려 있던 집 뒷창문으로 "올리브나무~" 라며 제 이름의 말꼬리를 쭉 빼며 특별히 다정 하게 부르셨습니다. 그러시더니 곧 '요 며칠 생일을 핑계로 딸아이만 겨우 뭔가 해 먹이고 요리 파업 중인' 저에게 "배고프지 않니? 치즈 넣어서 파이를 좀 구울 건데? 네 것도 해 줄까?" 라고 물어 보셨습니다. "아.. 안 그래도 배고팠는데, 해주시면 많이 감사하지요." 라고 대답을 하면서도 참 별일이 다 있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에 워낙 파이나 케이크 만들기가 생활화 되어 계신 분이라 뭔가 열심히 만들어 턱 한 접시 씩 안겨 주시는 일은 흔한 일상이지만, 그렇다고 손녀인 제 딸아이에게가 아닌, 제게! 뭔가 만들어 줄.. 2013. 5. 13.
한국과는 좀 비슷한 vs 다른 그리스 시댁의 문화 한국과는 좀 비슷한 vs 다른 그리스 시댁의 문화 시어머니가 새 며느리에게 "난 너를 딸처럼 생각한단다." 하는 말에 대해 저는 스무 살 때부터 믿지 않았습니다. 그런 시어머니 얘길 하며 "우리 시어머니 멋지지?" 하는 순진한 새 며느리 아가씨들을 보면서 속으로 실소를 금치 못했습니다. 물론 어떤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그렇게 하고자'하는 좋은 의도에서 이 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도 알고는 있습 니다. 하지만 어떤 어르신들은 좋은 시어머니 코스프레로 이런 말을 내 뱉기도 하지요. 만약 시어머니가 이십 년 같이 산 며느리에게 "난 너를 딸처럼 생각한단다."라고 말한다면, 그 말은 믿을 수 있겠 지요. 자식이 낳아야 꼭 자식은 아니니까요. 유수의 세월을 같이 보내다보면 미우나 고우나 정말 가족같이 되어버리.. 2013. 4. 27.
내 숨통을 틔우는 그리스인 시어머니의 단점 내 숨통을 틔우는 그리스인 시어머니의 단점 드디어! 저희 시어머님 이야기를 하는군요.^^ 한 사람에 대해 단정적으로 몇 문장에 추려서 말할 순 없지만, 그래도! 저희 그리스인 시어머님이 어떤 분인지 얘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흠흠..자, 시동을 걸어볼까요? (왠지 저, 너무 신난 것 같은걸요?) 1 . 시어머님은 청소, 또 빨래, 또 청소, 또 빨래를 하시는 분 저도 상당히 깔끔한 부모 밑에서 자랐습니다. 저희 엄마는 식사 후 싱크대가 뚫리도록 닦아대는 스타일이시고, 아버지는 진공청소기를 돌린 후, 매일 분해해 청소하는 분이십니다. (젊을 땐 바빠 그렇게 까진 못 하셨는데, 나이가 드시니 늘 그러시지요.--;) 그래서 저 역시 바깥일이 바빠 일을 못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웬만하면 깔끔하게 해 놓고 살려.. 2013. 3.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