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여행42 그리스 아이들을 기겁하게 한 올해 유로비전 우승자 유럽인들의 음악축제 2014년 유로비전(Eurovision song contest) 결승전이 지난 토요일에 개최되었습니다. 해마다 독특한 참가자들과 다양한 볼 거리로 유럽인들과 세계인들의 관심을 모으는 유로비전이니만큼, 그리스인들 역시 며칠 전부터 가는 곳 마다 올해의 유로비전에 관한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꺼내곤 했는데요. 저희 가족들도 예년처럼 다같이 모여서 열심히 시청할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의 각 나라 참가곡들은 이상하리만치 비슷비슷하고 개성이 뚜렷하지 않아서, 모든 가족들이 좀 시들해 하며 경연을 지켜보고 있었는데요. 차라리, 각국을 소개할 때(postcard 영상이라고 하는데요.) '국기 모양을 만드는 나라별 독특한 영상'이 노래보다 더 멋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작년 2013년.. 2014. 5. 13. 낯선 그리스에서 난 무엇을 찾고 있었을까 며칠 전 로디니Ροδίνι라는 지역에 일이 있어 가게 되었습니다. 로도스 시 끝에 위치한 곳으로, 바다 쪽 경치가 좋고 시 안쪽보다는 큰 집을 좀 더 싸게 지을 수 있는 곳이라, 덜 복잡하고 상당히 넓게 주거구역이 자리잡고 있는 지역입니다. * 사진은 모두 며칠 전에 찍은 것들입니다. * 그런데 평소처럼 일만 딱 보고 돌아서 나오려다가, 제게 한 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로디니에 있는, 그간 가려고 벼르던 장소에 가보자 싶었습니다. 그 장소에서는 오래 전 아주 특별한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스 로도스를 두 번째 여행할 때 있었던 이상한 일 오래 전 그리스 로도스를 두 번째로 다시 찾게 된 것은, 첫 번째 그리스 여행이 내게 준 충격과 여운이 말 할 수 없이 컸었기 때문.. 2014. 5. 11. 딸이 그리스와 한국의 관광객이 되고 싶은 이유 "엄마, 잠이 안 와…나 내일 일찍 일어날 수 있을까?" 마리아나가 제게 이렇게 말하고 뽀뽀를 하고 자기 방으로 돌아간 게, 벌써 오늘 저녁만 네 번째 있는 일입니다. 녀석이 이렇게 잠을 잘 수 없는 이유는 내일이 바로 학교를 다시 가는 날이기 때문인데요. 성격이 예민해서 인지 매번 연휴나 방학 끝에는 2~3일 전부터 잔뜩 긴장을 하고 몸살이 나기도 해서 제가 다독이고 괜찮다고 말을 해주어야 하는데, 이번에도 2주간의 명절 방학이 끝이 나려니 잔뜩 긴장을 했는지 토요일이었던 어제는 열이 39도까지 오르며 툭하면 눈물을 흘렸습니다. 사실 연휴 2주 동안, 저도 남편도 딸아이에게 "공부하지 말고 밖에서 뛰어 놀고,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했습니다. 그리스 아이들과 십대들 공교육 강화로 매일 학교 숙제가 많.. 2014. 4. 28. 그리스에선 아무 길이나 막 가면 큰일나요! "헉! 여기가 도대체 어디지? 어떻게 이렇게 길이 캄캄할 수가 있지. 분명 대로였는데... 엉엉..어떻게 해…" 이민 첫 해 여름, 어느 숲길에서 제가 내 뱉은 비명입니다. 대개 그리스에 여행을 오시는 분들 중 운전에 자신이 있거나 길눈이 밝은 분들은 차를 렌트는 경우가 많습니다. 크루즈 여행을 하는 경우라도 길눈이 밝은 분들은 배가 그리스 섬의 항구에 한 나절 정박하는 동안 되도록 많은 곳을 돌아보려고 이곳 저곳 가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길눈이 밝고 그리스의 대부분의 렌터카에 GPS가 장착되어 있다고는 해도, 그리스에서는 정확한 정보 없이 초행길에 아무 곳이나 짐작으로 길을 찾아가면 절.대.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1. 그리스 지형은 의외로 산이 많고, 유적 .. 2014. 4. 15. 뜻밖에도 새우과자를 이것과 먹는 내 그리스 친구 가끔 친구 미리아의 집에 초대를 받으면, 빈손으로 가게 되진 않습니다. 마리아는 언제나 딸아이를 위해 여러가지 과일을 잘라 주고, 저에게 줄 맛있는 커피를 제가 도착하는 시간에 딱 맞춰 내려 놓기 때문입니다. 예쁘게 준비된 유기농 초코쿠기도 그녀의 집에서 대접받는 고마운 것 중 하나입니다. 그녀는 단 것을 좋아하지만 살찔까 봐 극도로 조심하는 편인데 단 것 중 작은 도너츠만큼은 도저히 뿌리칠 수 없는지 그럭저럭 편하게 먹는 편이라, 저는 주로 미니 도너츠를 한 상자 사서 놀러 가곤 하는데요. 그런데 하루는 그 친구의 집에 가기 전에 도저히 도너츠 가게에 들를 짬이 나질 않는 것입니다. 들렀다 가면 약속 시간이 늦을 것 같았기에, 어쩔 수 없이 저는 부모님께서 한국에서 보내주셨던 새우과자 한 봉지와 참깨 .. 2014. 3. 21. 그리스 여름 이렇게 빨리 오는 건 반칙이잖아요? "어머! 마트에 반팔이 벌써 나온 거야? 어제 마트에 갔더니 반팔과 조리샌들 사요나라가 벌써 진열되어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물론 그리스는 원래 다른나라보다는 봄이 짧고 여름이 좀 빨리 오긴 하지만, 평소 4월 중순의 날씨가 올해는 3주 이상 당겨져 현재 나타나고 있어 정말 당황스러운데요. 게다가 이른 아침 출근길엔 겨울 파카를 벗을 수가 없고, 낮엔 반팔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있는 아주 이상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불과 2주 전에 폭우가 오던 사진인데요. 흙탕물이 흘러내려 물웅덩이를 만들어, 걷다가 신발과 바지가 다 젖을 만큼 비가 많이 왔었습니다. 그런데? 한 낮에 해가 뜨거워, 운전을 하며 창문을 열었는데 신호대기 틈을 타 밖을 보니, 역시나...민소매로 조깅을 하는 사람이 보이네요! .. 2014. 3. 20. 아테네 공항 직원에게 큰 오해 받았던 우리 엄마 엄마는 늘 지나치게 절약하는 분이셨습니다. 한국 전쟁을 어린 시절에 겪은 그 세대의 많은 부모님들이 그러하듯 중학교부터는 스스로 돈을 벌지 않으면 다닐 수 없어, 일하며 공부하며 고생을 많이 하셨다고 합니다. 서울에 처음 신접살림을 차렸을 때 얼마나 단칸 방이 작았고, 얼마나 세간이 없었는지, 그래서 자식들을 키우려고 얼마나 오랜 시간을 노력해야 했는지 그런 얘기들은 저절로 외워질 만큼 수 없이 듣고 자랐습니다. 시장에서 물건을 깎고 또 깎고, 심지어 아픈 제 손을 잡고 약국에 약을 지으러 갔었는데 그 약값을 깎으려고 했던 엄마가, 어린 마음에 참 너무 한 것 아닌가 이상해 보일 때가 많았습니다. 아직도 제게 선명하게 기억나는 하나의 장면이 있습니다. 저희 세 딸이 부모님과 한 방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 2014. 3. 7. 그리스의 지친 퇴근 길, 날 설레게 한 사람 지난 목요일 하루 일과가 끝나고, 요즘 방과 후 학교 합창단을 시작한 딸아이를 늦게 학교에서 찾아 퇴근을 하는 길이었습니다. 해가 길어져 아직 날이 저물지 않은 시간이었고 평소처럼 복잡한 시내 길을 피해 외곽 길로 돌아 집으로 오고 있었지요. 운전을 하며 딸아이의 합창단에서 있었던 이야길 들으면서도 마음은 딴 곳에 가 있었습니다. 정리해고를 당했다는 친구 엘레니의 소식을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늘 모임에서 보는 친척 중에도 둘 이나 정리해고 되었다는 소식을 막 접한 터라 마음이 착잡한 게 편치 않았습니다. 그리스의 국가 경제는 확연하게 나아지고 있지만 그 덕에 긴축 재정에 들어간 기업들의 후폭풍이 서민들의 삶 속으로 크게 파고드는구나 싶었고, 비록 제 일이 아니지만 그런 현상들이 반가울 수만은 없.. 2014. 2. 17. 내게 큰 충격 준 그리스의 알몸 현장 어느 늦여름, 저는 그리스로 두 번째 여행을 혼자 오게 되었습니다. 성수기가 끝나가는 때라 마침 평소 괜찮은 호텔이 저렴한 가격에 나왔고, 그간 낮 밤 없이 일하느라 지친 심신을 쉬게 하는 것이 여행의 목적이었습니다. 딸아이가 보더니, 엄마 누구야? 라고 묻는군요--;; 오래 전이고 한참 등산을 하던 때라, 지금보다 10킬로도 덜 나가던 당시의 저 입니다. ㅠㅠ 지난 여행 때 더 보고 싶었는데 떠나야 했던 중세 성곽(빨리야 뽈리)을 산책하느라 이틀을 다 보냈고 세 번째 날은 호텔에서 작정하고 좀 쉬기로 했습니다. 중세성곽 안 벤치에 앉아 셀카로 여행을 기념하는 중입니다. (야! 딸! 옆에서 누구냐고 그만 물어 봐!) 그날 아침 느긋하게 일어나 방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니 호텔 수영장에 사람들이 많이 나와 .. 2014. 1. 26. 그리스 신나치 황금새벽당, 테러에 살인까지 저지르는 이유 최근 국제 뉴스에서 그리스의 황금새벽당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살인에 이어 테러를 감행하고 있다는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그간 이에 대해 잠잠해지길 기다리던 그리스 정부는 결국 뒤늦게 공권력을 투입해 이들 세력에 의해 국민들의 불안심리가 점차 커져 가는 것을 저지하게 되었습니다. 한국내 연합뉴스에서도 이에 대해 자세히 기사화했습니다. 최근 제게, 도대체 왜 신나치 정당이라고 불리우는 황금새벽당이 이런 행태를 강행해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는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질문들이 있어, 이유를 밝혀보겠습니다. 사실 황금새벽당의 이런 과열된 행보는 작년 그리스 대선이 있을 때, 이미 예견되었던 것인데요. 그간 신나치주의를 표방하는 '이민자를 극도로 배척하는' 시대착오적인 민족주의 이념을 내새우던 이들이, 아무리 자국.. 2013. 10. 8. 한국 방문 중, 가장 먹고 싶었던 뜻밖의 그리스 음식 그리스 이민 후 처음 방문했던 한국, 얼마나 먹고 싶은 것이 많았었는지 미리 목록을 적어 생각하고 또 생각했을 만큼 그리웠던 한국음식들이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있는 3주 동안 그리스의 음식이 먹고 싶을 수 있다라는 것은, 제게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던 일이었습니다. (* 관련글 2013/05/23 - [세계속의 한국] - 그리스에서 내가 좀처럼 먹기 힘든 한국음식) 한국 음식 마구 마구 먹고 음미하길 일 주일. 갑자기 익숙한 무언가를 먹고 싶어하는 저 자신을 발견하고, 그게 무엇일까 곰곰이 기억해 내려고 애쓰게 되었습니다. 아! 그건! 바로! 제가 좋아하는 그리스 전통요리 돌마다끼아나 마까로냐(스파게티) 종류들이 아닌! . '한국에도 맛있는 샌드위치가 많은데, 왜 그리스 샌드위치가 이렇게나 생각이 나.. 2013. 10. 1. 올리브나무 씨, 그리스는 명절도 아닌데 일복 터져 뜬금 없이 사진과 포스팅 정보 대방출! (머리 꽃 달겠어요.) "올리브나무 씨, 그리스는 명절도 아닌데 일복 터져, 뜬금 없이 사진과 포스팅 정보 대방출!" (머리에 꽃 달겠어요.) 한국에서 추석이라고 하니, 어쩐지 전이라도 부쳐 먹어야 할 것 같아서 그러겠다고 매니저 씨에게 말까지 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고국의 명절을 추억할 여유도 없이, 갑자기 오스트리아에서 다른 사촌인 베르니 커플이 로도스로 놀러 오고, 내일인 줄 알았던 아버님 생신은 어머나 하는 사이 어제였습니다. 전은커녕 한국음식을 만들어 먹는 게 요원한 요 며칠이었던 것입니다. 손님을 대접하고 아버님 선물을 준비하고(신발 가게를 일곱 군데 다리품 팔아 까다로운 취향을 맞춰 드렸어요..) 파티를 준비하는 와중에도, 딸아이는 학교를 가야 하고 저와 매니저 씨는 일을 해야 하고, 일상을 살아야 하니 정.. 2013. 9. 20.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