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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그리스 문화

그리스 여름 이렇게 빨리 오는 건 반칙이잖아요?

by 꿋꿋한올리브나무 2014. 3. 20.

 

 

 

"어머! 마트에 반팔이 벌써 나온 거야?

어제 마트에 갔더니 반팔과 조리샌들 사요나라가 벌써 진열되어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물론 그리스는 원래 다른나라보다는 봄이 짧고 여름이 좀 빨리 오긴 하지만, 평소 4월 중순의 날씨가 올해는 3주 이상 당겨져 현재 나타나고 있어 정말 당황스러운데요.

게다가 이른 아침 출근길엔 겨울 파카를 벗을 수가 없고, 낮엔 반팔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있는 아주 이상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불과 2주 전에 폭우가 오던 사진인데요.

흙탕물이 흘러내려 물웅덩이를 만들어, 걷다가 신발과 바지가 다 젖을 만큼 비가 많이 왔었습니다. 

 

그런데?

 

 

 

한 낮에 해가 뜨거워, 운전을 하며 창문을 열었는데

신호대기 틈을 타 밖을 보니, 역시나...민소매로 조깅을 하는 사람이 보이네요!

다행히 바람이 좀 불어서 제 머리카락도 창밖으로 마구 날려 주고 있네요^^;;

 

 

 

 

지구 온난화 등의 환경문제 때문에, 한국도 날씨가 해마다 그 전과 많이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그리스 역시 이렇게 해마다 여름이 점점 길어지는 듯 해서 이를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관광객이 더 오래 머문다는 경제적인 장점이 있지만 이러다 자칫, 겨울 동안의 강수량을 통해 여름 식수를 사용할 수 있는 그리스 실정 상, 이런 균형이 깨져버릴까 염려가 되기 때문입니다.

 

로도스의 경우 작년 10월에도 늦게까지 비가 오지 않고 더워서, 보통 10월 중순이면 문을 닫을 호텔들이 10월 말이나 되어서 문을 닫았을 정도입니다.

게다가 아테네에서 수시로 사진과 문자를 보내주는 갈리오삐와 디미트라는, 이상하게도 이번 주 날씨는 로도스보다 북쪽인 아테네가 더 더워서 가져간 옷들이 너무 두껍다며 연락이 왔습니다.

 

이렇게 아침은 여전히 습하고 춥고 낮엔 여름인 이 이상기후 때문에, 저는 겨울 옷을 아직 치울 수도 없고 카펫을 걷어 빨지도 못 하는데 여름 옷은 다 꺼내야 하는, 불편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리스의 경우 집이 커 옷장이 많은 사람들도, 옷장 개수와 상관 없이 겨울 옷 여름 옷을 싹 정리해 겨울 옷은 눈에 안 띄게 다 창고에 집어 넣고 여름 옷만 꺼내 잘 보이도록 옷장을 뒤집는 일을 이맘 때 누구나 하게 되는데요. 이는 그리스인들은 옷 다림질에 민감해 자주 해야 하므로, 다린 옷들을 구겨지지 않게 보관하기 위해 옷장공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런 반칙같이 빨리 와 버린 낮에만 여름인 날씨가 주는 기쁨도 있습니다.

바로 바다 색이 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지요.

일조량에 따라 달라지는 그리스의 바다색은, 겨울엔 참 칙칙한데 여름이 될 수록 아름다운 파란색으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제가 자주 가는 상가 건물의 빵집 발코니인데요.

경치 좋은 슈퍼마켓도 이 상가라인에 함께 있습니다.

날씨가 더웠던 며칠 전, 빵을 사려고 들렀다가 바다색이 어떤지,

정말 여름이 성큼 와버린 건지 갑자기 궁금해 뒷편으로 돌아가 보았습니다.

 

 

아직 구름이 있지만

(여름엔 그리스 중부 이하로는 비가 거의 오지 않아 하늘에 구름이 아예 없습니다.)

그래도 확실히 바다색이 여름이 다가왔음을 알려주고 있네요.

 

 

아름답네요!

날씨가 맑아지며 건너편 터키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해안도로도 마찬가지인데요.

한 여름과는 다른 색이지만 제법 아름다운 물빛을 내고 있는 바다를 볼 수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런 반칙같은 날씨에 심한 일교차 때문에 안 그래도 고단한 몸이 더 피곤해져 버린 저는, 오늘 가족들과 가게 직원들을 위한 요리를 파업하고 딸아이 하교 시간과 학원 시간 전 짧은 틈에 학교 앞 스파게티집에서 딸아이와 둘이 식사를 했답니다. 다행히 미리 주문을 해 놓고 딸아이를 찾아 오니 요리가 미리 준비되어 있어서 시간 안에 빨리 다 먹을 수 있었답니다.

 

날씨가 반칙을 해 오니, 나도 좀 이렇게 편한 날도 있어야지 싶어 기분이 무척 좋았답니다.

요리 하나를 안 하니 양 손 가득한 도시락통들 설거지까지 일이 많이 줄어 정말 좋네요.

 

 

어쩌면 반칙한 날씨 핑계로 좀 쉬고 싶었는지도요.

 

여러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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