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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닫지 못 하고 여기까지 와서, 돌아보니 그리스어에는 할라라(Χαλαρά), 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쩜 어감이 그리 뜻과 어울리는지 '느슨한, 헐렁한' 이란 뜻의 이 단어를 생각하며, 저는 오늘 애써 할라라 한 마음을 갖고 글을 쓰려고 차분히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 길지도 않은 안부를 전하는데 다섯 번을 끊어서 다시 써야 했을 만큼, 제게 긴 시간이 없었던 탓입니다... 도대체 올 여름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거의 4개월 정도가 통으로 날아가버린 기분이 듭니다. 살며 이런 적이 몇 번인가 있었는데 열중했던 시간에 대한 결과물이 있다면, 분명 잃은 것들도 있었기에... 저는 일들이 마무리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심호흡을 크게 하며 혹시 중요한 것을 놓쳤을까 잠시 뒤를 돌아보고 있습니다. 마무리 되는 그리스의 여름 시즌, 변덕스런 날씨 그.. 2014. 10. 7.
딸아이와 같이 하는 그리스 역사 공부, 반전 매력 넘쳐 "엄마! 이스토리아(역사) 과목이 너무 어려워요!!!!" 4학년이 된 마리아나는 새로운 그리스 역사(국사) 교과서로 몇 번의 역사 수업을 듣고 나더니, 정색을 하며 우는 소리를 했습니다. 그리스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약 9년을 배워야 하는 국사인데, 신화 위주로 쉽게 진행되었던 3학년 교과서에 비해 4학년 교과서에서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농업, 목축, 항해, 이주, 생활, 종교와 고대 도시국가 등 비교적 낯설고 어려운 주제들을 시간 순차적으로 다루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딸아이가 처음 들어 보는 고대 지역 이름들과 어려운 그리스 단어들(한국어로 풀이하자면 조직력, 이주, 자산 등의 단어 등입니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안 그래도 4학년부터 교과과정에서 한국의 '사회과 부도.. 2014. 9. 27.
그리스에서는 갈 수 없는 찜질방에 대한 딸아이의 해소법 한국에 사는 동안엔 딸아이는 어렸고, 손발에 늘 열이 많은 편인 엄마를 둔 탓에 찜질방에 갈 기회가 많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기억할 수 있는 한국에서의 몇 번의 찜질방 행은 그 아이에게 큰 기쁨과 추억을 주었던 듯 합니다. 그리스에 살면서 한번씩, "엄마! 우리도 찜질방 가고 싶다. 그치요?" 라고 동조를 구하는 눈빛으로 묻곤 하니까요. 도대체 뜨뜻하게 지지는 것을 좋아하기엔 어린 나이에 경험했던 찜질방의 무엇이 그리 좋았을까, 궁금했던 저는 딸아이에게 진지하게 되물었습니다. "넌 찜질방에 왜 그렇게 가고 싶은데?" "그건...이렇게 말 한다고 엄마, 나 놀리지 말아요. 사실은, 찜질방 달걀이랑 미역국이랑 식혜랑...그런 게 정말 정말 맛있거든요! 그리고 안마 의자도 재미있어서 좋아요!!! 근데 .. 2014. 9. 19.
그리스에서 여러분께 안부 전해요! 토요일에도 글을 올리려고 시도했다가 결국 다 쓴 글을 편집 할 시간이 없어서 아직 발행을 못 하고 있는, 염치 없이 공사다망한 올리브나무 씨입니다. 마리아나는 무사히 개학을 했는데, 최근 크게 신경 쓸 일들이 있다보니 차일 피일 댓글도 못 쓰고 글 발행도 못 하고 있네요. (덕분에 살은 계속 쭉쭉 빠져 옷들이 다 커지는 것을 보면, 역시 맘고생이 최고의 다이어트인가보네요!) 그래도 이번 주엔 마리아나의 학원이 모두 새롭게 시작되니 제게도 좀 더 제 시간이 주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작업도 비롯해 업무도 바쁘고 신경 쓸 일이(사실은 크게 스트레스 받았던)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무래도 마리아나가 형제가 없는 아이라 엄마에게 껌처럼 붙어 있는 시간이 더 많아 여름 내내 더 정신이 없었던 듯 하네요. 특히.. 2014. 9.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