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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서 아는 사람과 인사하기 쉬운 그리스 문화 아테네의 지하철역에서 순간 '저 사람이 누구였더라? TV에서 봤던 배우였었나?" 라며 재빨리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었을 만큼, 그 여자와 저는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 입장에서는 그녀의 몇 안 되는,어쩌면 유일한 동양인 지인 중 하나일 제 얼굴은, 알아보기 참 쉬운 것임에 틀림없었습니다. "어머! 반가워요!" 그녀가 제게 웃으며 다가와 그리스인 예의 볼키스를 해오며 격하게 아는 체 할 때서야, 저는 그녀가 올 여름 마리아나 수영강습에서 처음 알게 된 꼬마 요르기아의 엄마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워낙 아이엄마 답지 않게 여릿한 몸매에 예쁜 얼굴을 갖고 있어서, 순간 TV에서 봤던 배우인가? 착각했던 것입니다. 일 때문에 아테네로 잠시 출장 온 것이라 했습니다. 여름 내내 수영장에서 .. 2014. 10. 29.
그리스에서 1년만에 먹은 ‘남이 해준 한식’의 부작용 아테네로의 짧은 주말 출장이었지만, 가기 전부터 단 하나 저를 설레게 했던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남이 해준 한식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간 아테네에 무수히 갔건만, 늘 일만 보고 돌아오거나 머문 장소가 한식당과 거리가 멀어 들를 여유가 없거나 였습니다. 작년 7월에 한국에 다녀왔었으니 엄밀히 말하면 14개월 정도를 제가 만든 한국음식 외에는 한식이라고는 접시 귀퉁이도 볼 수 없었고, 알다시피 그리스인들의 '요리 후에도 음식 냄새가 집에서 나면 안 되는' 민감한 후각들 덕에 그리스인들이 자주 드나드는 저희 집에서 만들 수 있는 한식은 한계가 있었습니다. 된장찌개나 김치 등, 한식을 모르는 그리스인들이 맡으면 낯설고 향이 강한 음식에 대해서는 특히 조심할 수 밖에 없었고 더욱이 두부콩도 구할.. 2014. 10. 15.
깨닫지 못 하고 여기까지 와서, 돌아보니 그리스어에는 할라라(Χαλαρά), 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쩜 어감이 그리 뜻과 어울리는지 '느슨한, 헐렁한' 이란 뜻의 이 단어를 생각하며, 저는 오늘 애써 할라라 한 마음을 갖고 글을 쓰려고 차분히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 길지도 않은 안부를 전하는데 다섯 번을 끊어서 다시 써야 했을 만큼, 제게 긴 시간이 없었던 탓입니다... 도대체 올 여름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습니다. 거의 4개월 정도가 통으로 날아가버린 기분이 듭니다. 살며 이런 적이 몇 번인가 있었는데 열중했던 시간에 대한 결과물이 있다면, 분명 잃은 것들도 있었기에... 저는 일들이 마무리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심호흡을 크게 하며 혹시 중요한 것을 놓쳤을까 잠시 뒤를 돌아보고 있습니다. 마무리 되는 그리스의 여름 시즌, 변덕스런 날씨 그.. 2014. 10. 7.
딸아이와 같이 하는 그리스 역사 공부, 반전 매력 넘쳐 "엄마! 이스토리아(역사) 과목이 너무 어려워요!!!!" 4학년이 된 마리아나는 새로운 그리스 역사(국사) 교과서로 몇 번의 역사 수업을 듣고 나더니, 정색을 하며 우는 소리를 했습니다. 그리스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약 9년을 배워야 하는 국사인데, 신화 위주로 쉽게 진행되었던 3학년 교과서에 비해 4학년 교과서에서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농업, 목축, 항해, 이주, 생활, 종교와 고대 도시국가 등 비교적 낯설고 어려운 주제들을 시간 순차적으로 다루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딸아이가 처음 들어 보는 고대 지역 이름들과 어려운 그리스 단어들(한국어로 풀이하자면 조직력, 이주, 자산 등의 단어 등입니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안 그래도 4학년부터 교과과정에서 한국의 '사회과 부도.. 2014. 9. 27.
그리스에서는 갈 수 없는 찜질방에 대한 딸아이의 해소법 한국에 사는 동안엔 딸아이는 어렸고, 손발에 늘 열이 많은 편인 엄마를 둔 탓에 찜질방에 갈 기회가 많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기억할 수 있는 한국에서의 몇 번의 찜질방 행은 그 아이에게 큰 기쁨과 추억을 주었던 듯 합니다. 그리스에 살면서 한번씩, "엄마! 우리도 찜질방 가고 싶다. 그치요?" 라고 동조를 구하는 눈빛으로 묻곤 하니까요. 도대체 뜨뜻하게 지지는 것을 좋아하기엔 어린 나이에 경험했던 찜질방의 무엇이 그리 좋았을까, 궁금했던 저는 딸아이에게 진지하게 되물었습니다. "넌 찜질방에 왜 그렇게 가고 싶은데?" "그건...이렇게 말 한다고 엄마, 나 놀리지 말아요. 사실은, 찜질방 달걀이랑 미역국이랑 식혜랑...그런 게 정말 정말 맛있거든요! 그리고 안마 의자도 재미있어서 좋아요!!! 근데 .. 2014. 9. 19.
그리스에서 여러분께 안부 전해요! 토요일에도 글을 올리려고 시도했다가 결국 다 쓴 글을 편집 할 시간이 없어서 아직 발행을 못 하고 있는, 염치 없이 공사다망한 올리브나무 씨입니다. 마리아나는 무사히 개학을 했는데, 최근 크게 신경 쓸 일들이 있다보니 차일 피일 댓글도 못 쓰고 글 발행도 못 하고 있네요. (덕분에 살은 계속 쭉쭉 빠져 옷들이 다 커지는 것을 보면, 역시 맘고생이 최고의 다이어트인가보네요!) 그래도 이번 주엔 마리아나의 학원이 모두 새롭게 시작되니 제게도 좀 더 제 시간이 주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작업도 비롯해 업무도 바쁘고 신경 쓸 일이(사실은 크게 스트레스 받았던)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무래도 마리아나가 형제가 없는 아이라 엄마에게 껌처럼 붙어 있는 시간이 더 많아 여름 내내 더 정신이 없었던 듯 하네요. 특히.. 2014. 9. 15.
그리스에서는 방학할 때 개학일을 정확하게 알 수가 없어요! 9월에 새 학년을 시작하는 가을 입학제인 그리스에서 딸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뒤 1년을 보내고 첫 여름 방학을 맞았을 때입니다. 기후 특성상 겨울 방학이 2주뿐이고 여름 방학이 석 달 정도 되기에, 6월 중순에 여름 방학이 시작될 때 언제 이 긴 방학이 끝나고 정확히 새 학년이 시작하는지 알고 싶은 것은 부모로서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대략 9월 10일에서 15일 사이에 시작할 거에요." 라는 대답만 했을 뿐, 정확히 언제 방학이 끝나고 2학년이 시작하는지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방학을 할 때 개학일을 정확하게 공지하거나 새 학년이 언제 시작하는지 확실한 날짜를 미리 알 수 있는 한국에서 살다 온 저로서는, 이런 그리스 시스템이 답답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신기한 것은 다른 그리스.. 2014. 9. 9.
추석 앞두고 한국 상담원과의 통화, 역시 감동! 한국에 살 때는 한국의 전화 상담원들이나 서비스직 종사자들이 얼마나 친절한지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감사함도 적었고, 어쩌다 좀 불친절한 서비스직 종사자를 만나면 '저래서 저 일을 계속할 수 있으려나' 걱정까지 되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을 떠나 그리스에 살면서, 나름 관광국인 그리스라 관광업인 호텔이나 식당, 카페, 일반 상점, 쇼핑몰 등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비교적 친절하게 대하는 편이지만 관광객과는 거리가 먼 은행 등의 전화 상담원 들이 한국에 비해 턱없이 딱딱한 말투를 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퉁명스럽기로서는 그리스 전체 직종에서 최고인 그리스 공무원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특히 은행 등의 일반 전화 상담원 들의 말투를 듣고 있자면 한결같이 하나같이 딱딱하고 사무적이기만 해서.. 2014. 9. 3.
미묘한 차이를 깨닫고 인정하고 나니 언젠가 밝힌 적이 있듯이 저는 완벽한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평소 실수하지 않으려고 무척 애를 쓰는 편입니다. 이전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약간의 완벽주의, 약간의 강박에 여전히 시달릴 때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남에게보다도 제 자신이 저지른 실수에 대해 참 관대하지 못 한 편인데요. 그런 점은 자책으로 이어지기가 쉽습니다. 최근 잘 모르는 사람과 누가 잘못 했나 시비를 가려야 하는 어떤 사건이 있었는데, 그리스에 와서 이런 일로 엮인 적도 없었고 일 때문에 내부가 아닌 외부와 골치 아픈 사건에 연루된 적도 없었기 때문에 이번 일은 제게 상당한 스트레스를 주었습니다. 제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그 사람이 이상한 사람인데 잘못 걸렸다는 식으로 저를 위로했지만, 그렇게 넘어가기에는 마음에 돌덩이를 얹은 것.. 2014. 9. 1.
그리스 남편의 문신을 처음 인식한 딸아이의 반응 그리스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는 문신(타투)이 한국에 비해서는 보편적인 문화라, 작은 문신 하나 정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어디서든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특히 노출이 많은 여름에 그리스를 찾는 인근 유럽에서 온 관광객들을 보면 참 다양한 문신을 갖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곤 하는데요. 제 친구 디미트라 양만 하더라도 보편적인 직업을 갖고 있고 제법 보수적인 집안 분위기에서 자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몸 전체에 7개의 작은 문신들을 갖고 있습니다. 독일인인 또 다른 친구는 다리에 발찌 모양의 문신을 갖고 있는데, 그녀는 그냥 일반 회사원이고 성격도 조용한 편입니다. 또한 제 그리스인 시댁 친척들 중에도 크고 작은 문신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즉, 유럽에서의 문신이란 특별히 예술적인 영혼을 가진 사.. 2014. 8. 27.
그리스의 더위와 일 때문에 내 몸이 잃은 것과 얻은 것 한국은 더위가 한풀 꺾였다고 들었는데, 그리스는 아테네를 비롯하여 여전히 40도를 웃도는 곳이 많습니다.(오늘도 로도스는 바람 한 점 없이 낮 기온 41도를 유지했었습니다.) 작년엔 관광객들이 10월말까지도 바다에 들어갈 수 있었을 만큼 더위가 길었던 것을 생각한다면 그리스는 아직 여름이 한참 남은 셈입니다. 그리스인들 중 관광업과 관련이 전혀 없는 직종의 종사자들은 그래도 1~2주 휴가를 떠나기도 했던 요즘이지만, 저희나 주변 회사, 상인들은 다들 간접적으로 관광과 관련이 있는 직종이기 때문에 여름 휴가는 기대하기가 어려운 지경입니다. 이런 그리스의 더위와 밥을 먹을 수 없을 만큼 과도한 업무, 블로그 글쓰기에 비해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책 작업, 그리고 이런 저런 맘 고생을 했던 사건들 덕에 이 여름.. 2014. 8. 24.
그리스 햇볕을 무시했던 동수 씨, 호되게 당했어요! 14일이었던 지난 목요일, 연휴 전날이라 사람들이 미어지게 사무실에 들이닥쳤지만 내일부터는 간만의 휴가라 이쯤은 참을 수 있다 했었습니다. 연휴 동안 책 작업도 좀 많이 하고, 외시할머님 사시는 지역의 큰 축제에도 가봐야지 했었습니다. 연휴가 시작되었던 15일 새벽, 아버님과 친구 스테르고스와 함께 바다 낚시를 떠나는 동수 씨의 등뒤에 대고 "물고기 많이 잡아 와! 오랜만에 생선스프 먹을 생각하니까 정말 좋다!~~" 라며 즐겁게 배웅했었습니다. *그리스의 생선스프 ψαρόσουπα프사로 수파 는 흰살생선을 손질해서 당근, 호박, 감자 등과 함께 버터와 약간의 밀가루를 풀어 넣고 한참을 끓이다가, 소금과 후추간을 해서 마지막에 레몬을 곁들여 먹는 것인데, 우리나라 생선탕들처럼 맑은 국물은 아니지만 먹고 나.. 2014. 8. 19.